[단독] 감사원 ‘55만명’ 뒤집히나…울릉공항 재조사 ‘90만명 이상’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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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03 12:42  |  수정 2026-07-03 14:01  |  발행일 2026-07-03
영남일보 취재 결과 정부 재수요조사 90만명 이상…감사원 지적 이후 멈춘 터미널 사업 재개 기대
‘55만명’과 ‘90만명’ 두 개의 숫자가 갈랐던 울릉공항 운명…남은 변수는 감사원 최종 판단
울릉공항 조감도. <영남일보 DB>

울릉공항 조감도. <영남일보 DB>

감사원의 '55만명' 여객수요 재산정으로 사실상 멈춰 섰던 울릉공항 사업이 반전을 맞고 있다. 영남일보 취재 결과 정부가 감사원 요구에 따라 다시 실시한 항공여객 수요 재조사에서 장래 항공여객 수요가 90만명 이상으로 분석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제시했던 55만명보다 35만명 이상 많은 수치다. 당초 국토교통부가 제시했던 2050년 여객수요 107만8천명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여객터미널 규모를 다시 줄여야 할 정도의 감소폭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실상 터미널 축소론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감사원 재검토 요구 이후 사실상 멈춰 섰던 여객터미널 설계와 착공도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재조사 결과가 감사원의 최종 판단을 통과할 경우 수개월간 이어졌던 사업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복수의 정부 및 사업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울릉공항 항공여객 수요 재산정 연구'는 최근 최종 보고를 마치고 현재 내부 검토를 거쳐 감사원 제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정부 및 사업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는 장래 항공여객 수요가 90만명 이상으로 분석됐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해 자체 검토 과정에서 제시했던 55만명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결과다. 같은 울릉공항을 놓고 한쪽에서는 55만명, 다른 한쪽에서는 90만명 이상이라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두 개의 숫자는 단순한 통계 차이를 넘어 공항 규모와 시설계획, 사업 일정까지 좌우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울릉공항 예상 수요 그레프. <홍준기 기자>

울릉공항 예상 수요 그레프. <홍준기 기자>

국토부는 당초 울릉공항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2050년 장래 여객수요를 107만8천명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를 토대로 여객터미널과 주차장, 접근도로 등 공항 운영에 필요한 랜드사이드 시설 규모를 설계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해 국토부 정기감사 과정에서 경제성 분석과 여객수요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도서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항공수요가 과도하게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고, 자체 분석에서는 장래 여객수요를 55만명 수준으로 제시했다.


감사원 지적 이후 사업은 급격히 흔들렸다. 여객수요가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면 현재 계획된 터미널 규모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여객터미널과 주차장 등 부대시설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터미널 설계는 사실상 멈춰 섰고 착공 일정도 미뤄졌다. 하지만 정부가 다시 실시한 수요 재조사에서는 감사원 분석과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최초 전망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터미널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할 정도의 감소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현재 계획된 시설 규모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감사원에 설명하는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항은 한 번 건설하면 수십 년 동안 사용하는 국가 기반시설인 만큼 장래 수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내부적으로도 현재 터미널 규모가 과도하다는 판단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숫자가 달라졌다는 의미를 넘어 울릉공항 전체 사업 방향을 좌우할 변수로 평가된다. 여객수요는 공항시설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초자료이기 때문이다. 여객수요가 크게 줄어든다면 터미널과 주차장, 계류장 등 각종 시설 규모도 함께 조정해야 하지만, 이번 재조사 결과처럼 90만명 이상 수준이 유지될 경우 기존 계획을 유지할 근거가 충분해진다.


특히 이번 재조사는 조사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에는 현장 중심 설문조사가 이뤄졌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전국 단위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장래 이용 의향을 다시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은 접근성 변화와 관광수요 확대 가능성 등을 함께 검토해 장래 수요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역시 최초 전망보다 수요가 다소 감소한 방향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감사원 분석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됐음을 시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는 거의 완료됐지만 아직 최종 정리 단계여서 공식 발표하기는 어렵다"며 "당초 제시했던 수요보다는 조금 줄어드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세부 내용은 감사원 제출 이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울릉공항 본 공사는 활주로와 호안시설을 중심으로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전체 공정률은 약 80%에 이르고 있다. 여객청사가 들어설 부지 조성 역시 이미 마무리됐지만, 감사원의 재검토 이후 터미널 설계가 확정되지 못하면서 건축공사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개항 준비 일정에 맞춰 추진될 예정이던 터미널 공사는 수개월째 멈춰 있는 셈이다.


울릉공항 터미널 부지 조성 공사가 마무되어 가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공항 터미널 부지 조성 공사가 마무되어 가고 있다. <홍준기 기자>

지역사회에서는 사업 지연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다. 감사원 지적 이후 수개월 동안 설계가 멈춰 있는 사이 공항 개항 준비 일정에도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주민 김태경(52)씨는 "공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업"이라며 "재조사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결국 수개월 동안 시간을 허비한 셈 아니겠느냐.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터미널 착공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래 수요 예측에는 다양한 변수와 분석기법이 적용되는 만큼 기관마다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국가 대형 인프라 사업은 향후 수십 년간 사용할 시설인 만큼 단기적인 수요 변화뿐 아니라 지역 발전 가능성과 관광 수요, 교통 여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울릉공항은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국가 핵심 SOC 사업이다. 공항이 개항하면 기존 여객선 중심 교통체계에서 항공교통 시대가 열리며 기상 악화에 따른 고립 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광 활성화는 물론 응급의료와 물류, 정주여건 개선 등 지역사회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관심은 감사원의 최종 판단으로 쏠린다. 정부가 제출할 재수요조사 결과를 감사원이 받아들일 경우 수개월째 멈춰 있던 여객터미널 설계와 착공 절차는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추가 보완이나 재검토를 요구할 경우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


감사원의 '55만명'이 멈춰 세운 사업은 정부의 '90만명 이상' 재조사 결과로 다시 움직일 기회를 맞았다. 이제 남은 것은 감사원의 최종 판단이다. 그 결정에 따라 수개월째 멈춰 있는 울릉공항 여객터미널의 시계가 다시 움직일지, 아니면 또 한 번 제동이 걸릴지가 조만간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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