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대구시장
추경호 대구시장이 정부의 영남권 첨단산업 육성 구상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반도체 팹 입지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기준과 절차 공개를 요구했다. 첨단산업의 지방 분산이라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생산거점 배치가 어떤 판단에 따라 이뤄졌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추 시장은 3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 참석한 뒤 입장문을 내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비수도권에 첨단산업 성장 거점을 육성해야 한다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는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팹의 입지는 정치적 안배가 아니라 시장과 기업의 투자 전략, 경쟁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역할 배분"
이날 입장문에서 추 시장이 주목한 대목은 영남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다. 그는 협약 제1조 목적에 '영남권 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육성'이 명시돼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만 반도체 육성이 연구개발과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생산거점 구축으로 이어져야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시장의 문제 제기는 투자 규모보다 산업 기능의 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팹은 공장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규모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 물류망, 전문 인력, 협력업체 생태계가 함께 움직이는 핵심 거점이다. 어느 지역에 팹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관련 기업의 집적, 인재 유입, 후속 투자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대구·경북이 연구개발이나 소부장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에는 설명 책임, 기업에는 현장 검토 요청
추 시장은 정부를 향해 "이번 반도체 팹 입지 선정 과정에서 어떤 기준으로 후보지를 검토했고, 어떤 절차를 거쳐 결론에 이르렀는지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것이 이번 결정이 정치가 아닌 시장과 경쟁력에 따른 판단이었다는 점을 국민께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는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만을 앞세운 요구라기보다 국가 산업정책의 신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는 세계 각국이 막대한 재정과 제도 지원을 투입하는 전략산업이다. 입지 결정 과정이 정치적 배려나 지역 안배로 비칠 경우, 기업 투자와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추 시장이 "국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원칙과 절차"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을 향한 메시지도 분명했다. 추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언제든 대구·경북을 직접 방문해 경쟁력을 확인해 달라"고 제안했다. 대구·경북이 수도권 이남 최대 규모의 반도체 인력 양성 기반과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국가 반도체 특화단지와 전력·산업용수, 산업용지, 소부장 생태계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구·경북,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 승부수
이번 입장문은 정부에는 설명 책임을 요구하고, 기업에는 현장 검토를 제안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팹 입지 결정의 투명성을 따져 묻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구·경북이 반도체 생산거점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대구시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뚜렷해졌다. 정부에는 영남권 반도체 로드맵을 요구하는 동시에, 기업에는 대구·경북의 입지 경쟁력을 수치와 현장으로 설득해야 한다. 전력, 용수, 부지, 인력, 협력업체, 교통망 등 반도체 팹이 요구하는 조건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추 시장은 "대구·경북이 연구개발을 넘어 대한민국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객관적인 데이터와 시장의 논리로 대구·경북의 경쟁력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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