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영남일보 문화팀장
대구 청년 10명 중 6명 이상(63.1%)이 향후 타 지역으로 이주할 의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대구시가 대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제3차 대구시 청년정책 기본계획'(2025)에 담긴 '대구시 청년 삶 실태 및 정책 수요 조사' 결과에서 두 눈을 다시 크게 떴던 지점은 바로 청년들의 이주 희망 이유였다. 역시나 가장 큰 이유로 일자리(45.8%)가 꼽혔지만, 이어 '더 나은 문화 혜택'(15.8%)이 2위를 차지한 사실은 다소 의외였다. 3위로 지목된 '더 나은 주거환경'(14.5%)에도 문화 인프라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 청년들이 주거지를 선택할 때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누릴 것인가'를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자리 유치만큼이나 지역 내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청년 인구 유출, 그리고 나아가 지방 소멸을 막는 핵심 과제임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수도권이 문화 여가 인프라를 비약적으로 확장하는 사이, 비수도권은 사실상 그 격차를 멍하니 바라보는 형국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조사(2024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 공연 단체의 62%가 수도권에 쏠려 있고 국내 화랑 매출액의 무려 87.77%가 서울 한 곳에서 발생한다. 국립 문화시설마저 서울에 편중돼 있다. 전국 14개 국립 공연단체 중 11곳이 서울에 몰려 있고, 대구를 비롯한 13개 지자체에는 국립 공연단체가 단 한 곳도 없다.
돈과 사람, 시설이 죄다 서울로 향하니 문화의 씨앗이 싹트고 자랄 토양 자체가 수도권에만 비옥해진다. 공급이 쏠리니 소비와 생산 역시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렇게 견고해진 비대칭적 구조 속에서 비수도권 주민들과 예술인들은 더 많은 비용을 치르며 서울로 원정을 떠나야만 양질의 문화를 향유하고 활동 기회를 얻는 처지로 내몰린다.
이 서글픈 현실은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에서도 확인된다. 지역의 한 문화계 관계자는 "빈약한 문화 인프라와 접근성 부족 탓에 자녀 교육과 문화적 삶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문화 난민'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촘촘하고 저렴한 대중 교통망과 풍부한 문화 콘텐츠를 갖춘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에 하드웨어적 기반이나 기득권이 없는 청년들이 문화 인프라와 생활 편의성이 압도적인 서울에서 삶의 첫 단추를 채우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한 번 상경한 이후엔 다시 돌아올 이유가 없지 않겠냐는 그의 말 앞에 반박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가 지방의 문화 공동화(空洞化)를 방치하지 않고 판을 바꾸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시혜적인 일회성 행사나 생색내기식 예산 지원으로는 청년의 이탈과 지방 소멸의 길을 막을 수 없다. 지역 문화 생태계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국립 뮤지컬 콤플렉스나 공연장, 미술관과 같은 대형 '앵커 인프라'를 파격적으로 비수도권에 전진 배치해야 한다. 물론 단순히 건물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시설이 지역 문화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호흡할 수 있도록 정교한 운영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문화적 매력이 사라진 지역에 청년이 머무를 리 없고, 청년이 없는 지역에 미래는 없다. 비수도권의 문화 분권은 중앙정부가 시혜적으로 베푸는 복지도, 사치도 아니다. 시들어가는 지방을 살리기 위한 처절한 생존 그 자체다.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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