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수도 대구’라면서…정작 로봇산업전은 ‘더부살이 신세’

  •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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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7 09:47  |  발행일 2026-08-17
홍준표 전 시장 ‘한국형 CES’ 표방하며 출범 시킨 FIX에 통합 개최
전시회 열리는 엑스코 공간적 한계 직면…확장성·전문성에 제약
대구 신산업 로봇으로 무게추 옮겨가고 있지만
FIX는 미래모빌리티 중심…대구시 지원도 올해 들어 축소
“로보산업전은 B2B 비즈니스 전문 플랫폼으로 분리독립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엑스코에서 열린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를 찾아 첨단 로봇기술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엑스코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엑스코에서 열린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를 찾아 첨단 로봇기술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엑스코 제공

대구가 'AI로봇 수도'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정작 기업 간 거래(B2B)의 비즈니스 장이 되는 로봇산업 전시회는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에 통합 개최되면서 '더부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 전시·박람회는 기업의 최신 기술을 선보이고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생태계의 핵심 축인 만큼, 로봇 산업의 규모와 전문성에 걸맞은 독립된 전문 전시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는 2024년부터 대구국제로봇산업전과 미래모빌리티엑스포, ICT융합엑스포,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 등 4개 미래 신산업 전문 국제행사를 통합해 FIX를 출범시켰다. 3회째를 맞은 올해 'FIX 2026'은 오는 10월 21일부터 엑스코 전관에서 모빌리티·로봇·반도체·헬스케어·ABB 업체들의 기술로 꾸며진다.


문제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한국형 CES'를 표방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FIX가 4개 행사를 통합 개최하면서 공간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시사업 확장성과 전문성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FIX에 통합 개최중인 대구국제로봇산업전은 대구·경북을 포함한 국내 로봇산업의 급성장세에도 전시 규모는 FIX 전체 585개사, 2천개 부스 중 65개사 220개 부스 규모로 해마다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국내 최대 B2B 로봇 비즈니스의 장인 경기도 킨텍스에서 열리는 로보월드는 300개사 800개 부스 이상 규모로 열리고 있어 비교가 된다.


이런 이유로 엑스코는 전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구시에 국제로봇산업전의 분리 개최를 제안했지만, 대구시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로봇산업의 급성장에도 공간이 협소해 전시회 규모를 키우지 못해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로봇산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인 피지컬AI의 핵심 분야로 대구는 로봇업체 및 연구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국내 로봇산업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대구지역 로봇산업의 특징과 발전과제'에 따르면 대구는 비수도권 최대 로봇산업 거점으로 2023년 기준 로봇 기업 수는 250여 개사, 종사자 수는 2천800여 명에 달한다. 매출액은 1조 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일대에는 2028년까지 2천억원을 투입하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구축 중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국내로봇산업실태보고서에도 대구가 중심이 되는 영남권 매출이 2조6천668만7천800원으로 비수도권 최대다.


권역별 로봇 매출 현황. 출처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산업실태보고서

권역별 로봇 매출 현황. 출처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산업실태보고서

FIX가 미래모빌리티 중심으로 규모와 투자가 집중되고 있고, 대구시 지원도 올해 들어 축소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작년 행사만 하더라도 대구시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한 FIX전담 추진단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미래모빌리티과로 이관돼 로봇 분야 기획력과 비중이 약화됐다는 평이 나온다. 전시회 투입 재정도 작년 행사 기준으로 미래모빌리티엑스포 15억2천만원, ICT융합엑스포 2억4천만 원, 국제로봇산업전 1억5천여만원,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 2억5천만원 수준으로 차이가 뚜렷하다.


대구 신산업이 로봇으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만큼 관련 전시회도 B2B 비즈니스 전문 플랫폼으로 독립하고, 전시 규모 확대와 선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로봇 및 기계·부품 관련 협단체와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FIX가 일반 관람객 위주의 B2C 이벤트 성향이 짙어지면서 단순 참관객은 늘었지만 해외 바이어 유치와 실질적인 수주 계약 등 비즈니스 실효성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로봇산업이 전통 기계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만큼 국제기계부품전과 동시에 개최해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로봇은 정밀 기계가공, 모터, 감속기 등 부품 인프라와 결합되고 있어서다. 대구지역 로봇 및 기계 분야 협단체를 중심으로 이같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로봇·기계분야 기관(단체) 임원은 "미래 신산업을 모은 FIX 취지는 좋으나, 로봇 산업 실익과 확장성을 위해서는 기계·부품 산업과 연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FIX 자체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일반 관람객을 불러모으지만 로봇 기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고 이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계명대학교 로봇공학과 유승렬 교수는 "대구의 뿌리 산업인 자동차·기계 부품 저변 위에서 로봇 산업이 결실을 보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며 "대구시가 로봇 산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려면 관련 전시 규모를 확장하는 것과 더불어 FIX에서라도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전국적인 관심을 모을 만한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올해 행사를 치른 뒤 분리 여부를 숙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신영 대구시 모빌리티과장은 "FIX에서 로봇 산업을 분리하자는 현장의 의견을 알고 있다"며 "올해 박람회를 마무리한 후 결과보고회에서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내년 전시회 분리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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