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구 남구 대명동 남덕초 교정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해 감염목을 제거한 모습. 최시웅기자
지난 14일 찾은 대구 남구 남덕초등학교. 교정 한편에는 갓 베어낸 잣나무 밑동과 통제용 라바콘이 세워져 있었다. 2023년 12월 '소나무재선충병 청정지역'으로 지정됐던 남구에서 2년 8개월 만에 감염목이 확인된 곳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야산이 아니라 도심 수목에 재선충병이 발생한 것이다. 더 이상 도심지역도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대구시·남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남구 대명9동 남덕초등 조경지에 식재된 잣나무의 잎 끝이 붉게 변하는 증상이 포착됐다. 이 잣나무는 국립산림과학원 정밀 검사를 거쳐 지난 12일 감염목으로 최종 판정을 받았다. 다음날 대구시는 산림청·국립산림과학원과 긴급 중앙방제대책회의를 갖고 현황·경로 파악, 방제·확산 차단 대책을 집중 점검했다.
대구시는 현장 확인 직후 해당 잣나무를 베어내 파쇄했다. 또 남구청은 감염목 반경 2km 이내를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오는 다음달(9월) 11일까지 5㎞ 이내 소나무류(추정치 약 7천 그루)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다.
남구청 황재원 공원녹지과장은 "추가 감염목이 발견되는 대로 신속히 제거해 매개충 유충이 태어나 옮겨가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라며 "약제 효과가 높은 오는 11월부터 예방나무주사를 투입해 2차 전파를 차단하겠다"고 했다.
대구 남구 남덕초등학교 교정 내 잣나무가 인근 수목과 달리 잎이 붉게 물들고, 바싹 마른 채 고사하는 이상 증상이 포착돼 정밀 검사를 거친 결과 지난 12일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이 확인됐다. 대구시 제공
소나무재선충병은 재선충이 수목 내 수분 이동 통로를 막아 말라 죽게 만든다. 감염 시 치사율이 100%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잣나무·곰솔 등 소나무류 수종 전반을 감염시킨다. 인근 달서·수성구와 경북 각지에 재선충병이 확산해 있는 상황에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바람을 타고 날아들어 유충을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전문가들은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대구에서 나무의사로 활동 중인 김영창씨는 "산림은 수목이 밀집해 감염목을 찾기 어렵고 주변 전파가 빠르지만, 도심은 수목이 고립돼 있어 관찰과 통제가 훨씬 쉽다"며 "재선충을 품은 솔수염하늘소 유충이 자라기 전에 감염목 1그루를 베어내면 확산 고리를 사실상 끊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산림녹지관리과 이상혁 주무관은 "재선충병은 발생 자체를 완벽히 막기는 어렵다"면서도 "기존 매뉴얼대로 신속한 역학조사와 예찰, 예방주사 조치를 차분히 이어간다면 도심 전파는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구 도심까지 재선충병이 퍼진 건 감염 고사목이 방치되는 범위가 점차 확장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유림(국가관리)의 고사목 방제율은 99.9%에 달하는 반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유림·사유림의 방제율은 61.9%에 그쳤다.
경북대 이동운 교수(곤충생명과학과)는 "주변 산림이 이미 재선충 감염지로 둘러싸여 대구 도심 전체가 언제든 재선충이 유입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실제 신천대로 가로수 등 도심 생활권 곳곳에서 감염 징후가 포착될 만큼 도심 속 재선충 발생은 이미 일상화된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소나무류가 도심 환경에 적응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일상적 관리' 체계로 관리하기는 버거운 상황"이라며 "재선충 확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도심 가로수나 조경수로 소나무·잣나무를 고집하기보다 병해충에 강한 활엽수 등 대체 수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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