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은 ‘셔플’, 2030은 ‘서예’”…취미도 ‘세대 역전’

  • 구경모(대구)·동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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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9 19:02  |  수정 2026-08-09 21:53  |  발행일 2026-08-09
‘젊은 춤’에 빠진 중장년, ‘어른 취미’ 찾는 청년
대학생은 붓 들고 ‘느림의 취미’ 몰입
건강·심리 안정 중시하며 세대별 취미 공식 깨져
지난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안무연습실에서 셔플댄스 동호회 셔플댄스조아 회원들이 강사의 구령에 맞춰 서클스텝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dkm@yeongnam.com

지난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안무연습실에서 셔플댄스 동호회 '셔플댄스조아' 회원들이 강사의 구령에 맞춰 '서클스텝'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dkm@yeongnam.com

"원 앤 투 앤 쓰리 앤 포 앤."


지난 6일 밤 9시쯤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 안무연습실. 강사 구령에 맞춰 셔플댄스 동호회 '셔플댄스조아' 회원 9명의 발이 일제히 움직였다. 알록달록한 니삭스(무릎 양말)와 형광색 운동화, 파랑·빨강 단체 티셔츠까지 옷차림도 화려했다. 회원 연령대는 모두 50~60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셔플댄스가 '올드층'의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날 회원들이 익힌 동작은 셔플의 기본 스텝을 연결한 '서클스텝'. 가수 클론의 '펑키 투나잇', 가수 유정석의 '질풍가도' 등 빠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뒷다리를 들지 말고 끌어오세요"라는 강사 설명에 서로 자세를 고쳐주기도 하는 등 열성적으로 수업에 참가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5년째 셔플댄스를 가르치는 정순애(여·59) 강사는 "올해 5~6월을 기점으로 수강생이 크게 늘어 지난해 말보다 약 40% 증가했다. 평균 연령대는 50~60대인데 유튜브나 릴스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며 "손동작보다 발 스텝이 중심이라 입문하기 쉽고, 50대인 나도 셔플댄스를 추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수강생 하춘옥(여·59)씨는 "지난해 3월부터 지인 권유로 배우게 됐다. 강사가 동갑이란 소리를 듣고는 '나라고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셔플댄스를 추면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서도 틈날 때마다 연습한다. 지난해 아들 결혼식에선 동호회원들과 셔플 버스킹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백호관에서 대학생 서예동아리 경묵회 회원들이 오는 9월 교내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쓰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dkm@yeongnam.com

지난 6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백호관에서 대학생 서예동아리 '경묵회' 회원들이 오는 9월 교내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쓰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dkm@yeongnam.com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날 경북대에선 전혀 다른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20대 학생들이 '서예'를 통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중장년층 취미가 '빠름'으로 옮겨지는 사이, 젊은 층은 오히려 '느림'의 취미를 즐겼다. 이날 오후 4시쯤 취재진이 찾은 경북대 서예동아리 '경묵회' 동아리방(백호관)에선 방학인데도 학생 7명이 오는 9월 교내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벽면에는 1m가 넘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학생들은 붓끝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갔다.


이호림(24) 경묵회 회장은 "지난해 100명 안팎이던 회원이 올해 130명으로 늘었다. 지난 학기에는 200여명이 지원해 절반 정도만 받을 정도였다"며 "여러 번 시도한 끝에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왔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서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엄해인(여·21) 회원은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늘 곁에 두고 빠르게 살아가는 데 익숙한데, 서예는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점이 젊은 층에게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늘날 세대별로 뒤바뀐 '취미 공식'에 대해 건강을 챙기려는 중장년층과 디지털 피로에서 벗어나려는 청년층의 수요가 커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경북대 노진철 명예교수(사회학과)는 "중장년층은 느린 일상에서 벗어나 몸·마음을 움직이는 동적인 취미를 찾고, 청년층은 빠른 일상에서 탈피해 몰입과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정적인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SNS를 통해 다른 세대의 취미를 접하며, 서로 수요가 맞물리는 구조 속에 교차점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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