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은행이 2㎞ 밖…대구경북 ‘금융사막’ 282곳

  • 정지윤
  • |
  • 입력 2026-10-04 09:35  |  발행일 2026-10-04
TK 은행 점포 10년 새 4곳 중 1곳 사라졌다
고령인구는 54% 증가, 대면 금융망은 축소
은행 없는 읍면동 282곳…ATM도 3년 새 470대 철수
대구 29%·경북 20% 감소…감소율 전국 최고 수준
대구경북 은행 점포 추이와 고령인구 대비 은행 점포 현황. 사진=정지윤기자, 그래픽=염정빈 기자.

대구경북 은행 점포 추이와 고령인구 대비 은행 점포 현황. 사진=정지윤기자, 그래픽=염정빈 기자.

# 지난달 22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인근 상인에게 가장 가까운 은행을 묻자 "좀 걸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네이버·카카오 지도에서 확인한 가장 가까운 은행 점포는 약 775m 떨어져 있었다. 걸어서 15분쯤 걸리는 거리였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걸음이 느린 고령층에게는 체감 거리가 더 길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동구 방촌동의 iM뱅크에서 만난 박명선(78·여)씨는 "모바일뱅킹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둘 다 잘할 줄 몰라 은행을 직접 찾아와야 한다"면서 "예전에는 집 근처에도 은행이 있었는데 사라졌다. 급한 일이 아니면 은행에 잘 가지 않는다. 보통 자녀들이 오면 대신 부탁한다"고 했다.


# 경북에서는 거리가 더 큰 장벽이 된다. 경주시 건천읍에 사는 이근택(77)씨에게 가장 가까운 은행은 집에서 2㎞ 넘게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는 4~5분 거리지만 자가용이 없는 이씨에게 은행은 가까운 곳이 아니다. 이씨는 "은행에 안 간 지 오래됐다"면서 "자식들이 현금을 가져오거나 함께 갈 때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 은행 점포가 빠르게 사라지는 '금융사막화' 현상이 심각하다. 금융거래의 중심이 모바일·인터넷으로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은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령층 등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이다. 이들에게 은행 창구는 여전히 중요한 금융 수단이다. 예·적금, 대출 상담, 통장·카드 관련 업무 등 대면 처리가 필요한 금융업무도 있다. 고령층이 많은 읍·면·동에서부터 은행이 사라지면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금융거래를 위해 수십㎞를 찾아가야 하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10년 새 TK 은행 4곳 중 1곳 사라졌다


대구경북 은행 점포는 지난 10년간 4곳 중 1곳꼴로 사라졌다. 감소 속도도 전국 평균보다 빨랐다.


영남일보가 전국은행연합회의 '은행 점포 현황'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데이터를 결합해 전수 분석한 결과, 대구·경북의 은행 점포는 2016년 6월 683곳에서 지난 6월 510곳으로 10년 사이 173곳(25.3%)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국 은행 점포는 7천200곳에서 5천522곳으로 23.3% 감소했다. 대구경북 감소율이 전국보다 2.0%p 높았다.


특히 대구의 감소 속도가 두드러졌다. 올 6월 말 현재 대구 은행 점포는 281곳이다. 2016년 397곳보다 116곳(29.2%) 줄었다. 2021년 337곳과 비교해도 56곳(16.6%) 감소했다.


10년 감소율은 대구를 포함한 6개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대전은 27.2%, 부산 25.3%, 울산 18.1%, 광주 15.6%, 인천 14.8%였다.


경북 은행 점포는 2016년 286곳에서 2021년 254곳, 지난 6월 229곳으로 줄었다. 최근 5년간 9.8%, 10년간 19.9% 감소했다. 경북의 10년 감소율은 전국 9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경기 19.1%, 경남·제주 각각 17.9%, 전북 15.9%, 전남 15.1%, 충북 14.8%, 충남 12.9%, 강원 6.3% 순이었다.


은행이 아예 없는 읍·면·동도 늘고 있다.


대구·경북 읍·면·동 가운데 은행 점포가 한 곳도 없는 곳은 2016년 262곳에서 2021년 266곳, 지난 6월 282곳으로 늘었다. 2016년에는 은행이 있었지만 지난 6월에는 점포가 하나도 남지 않은 읍·면·동도 23곳이었다. 대구 16곳, 경북 7곳이다.


전국과 비교하면 대구와 경북의 금융 사막화 양상은 특히 심하다.


대구는 최근 은행 없는 지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 없는 읍·면·동 비율은 2016년 18.0%에서 지난 6월 29.3%로 높아졌다. 10년 사이 11.3%p 상승했다. 대전(19.5%p)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전국 평균 증가 폭인 5.0%p의 두 배를 넘는다.


경북은 점포 소멸을 넘어 '광범위한 금융 사각지대'로 고착화되고 있다. 경북 내 321개 읍·면·동 중 은행 점포가 단 한 곳도 없는 지역은 240곳으로, 전체의 74.8%에 달했다. 전남(82.5%)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은행이 없는 '읍'도 경북이 13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구미 고아읍과 포항 연일읍, 경주 건천읍, 경산 압량읍 등이 포함됐다. 단순히 인구가 적은 산간지역의 면 단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도시 주변 생활권도 포함됐다.


은행 점포와 더불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함께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역 은행 ATM은 2022년 말 1천729대에서 지난 6월 말 1천452대로 줄었다. 277대(16.0%)가 사라졌다. 경북은 같은 기간 1천61대에서 868대로 줄었다. 193대(18.2%) 감소했다. 대구경북에서 3년 반 사이 ATM 470대가 사라졌다. 은행 상담이나 대출 업무는 물론이고 간단한 입금이나 출금, 계좌이체조차도 어려운 지역이 상당수인 셈이다.


이 같은 점포 감소는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와 맞물려 있다. 금융거래가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사이 오프라인 금융망은 반대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이용건수는 하루 평균 2천551만건으로 전년보다 12.6% 늘었다. 이 가운데 모바일뱅킹은 하루 평균 2천267만건으로 14.2% 증가했다. 인터넷뱅킹 이용건수의 88.9%가 모바일에서 이뤄졌다.


◆고령자는 54% 늘었는데 은행은 25% 줄었다


은행 점포 감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는 계층은 고령층이다. 모바일뱅킹이 익숙하지 않거나 현금·통장 거래를 선호하는 고령층에게 은행 창구는 여전히 필요한 금융 수단이다. 문제는 고령층이 늘어나는 것과 반대로 은행 점포는 줄고 있다는 점이다.


비대면 거래 확대를 이유로 한 점포 축소는 인구 구조 변화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지난 10년간 대구경북 전체 인구는 약 519만명에서 484만명으로 6.6%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약 80만8천명에서 124만4천명으로 53.9% 증가했다. 고령인구가 약 43만6천명 늘어나는 동안 대면창구인 은행 점포는 173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이를 영남일보가 인구 대비 비율로 환산한 결과, 대구·경북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1만 명당 은행 점포 수는 2016년 8.46곳에서 올해 6월 4.10곳으로 10년 만에 절반 이하(-51.5%)로 토막 났다. 점포 1곳이 감당해야 하는 고령인구 역시 1천183명에서 2천438명으로 2.06배 늘어났다.


지역별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대구의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 10년간 6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 점포는 29.2% 감소했다. 경북에서도 고령인구가 48.4% 증가했다. 반면 은행 점포는 19.9% 줄었다.


읍·면·동 단위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대구 남구 대명3동의 65세 이상 인구는 2016년 3천175명에서 지난 6월 3천887명으로 22.4% 늘었다. 반면 은행 점포는 같은 기간 1곳에서 한 곳도 남지 않았다.


경북에서도 비슷한 지역이 나타났다. 경산 서부1동은 65세 이상 인구가 7천7명이다. 하지만 은행 점포는 한 곳도 없다. 구미 고아읍도 전체 주민 4만196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6천873명이다. 이곳 역시 은행 점포가 없다. 고아읍은 전국의 은행 없는 읍 가운데 고령인구가 세 번째로 많았다.


경북 전체로 보면 상황은 더 뚜렷하다. 지난 6월 경북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8.3%였다. 전남(29.1%)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 1만명당 은행 점포는 3.24곳에 그쳤다. 전남(2.94곳), 강원(3.23곳)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적었다.


은행이 없는 지역에 사는 고령층도 많았다. 경북 65세 이상 주민 가운데 56.9%, 약 40만3천명은 은행 점포가 없는 읍·면·동에 살고 있었다.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고령인구는 빠르게 늘었지만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면 금융 창구는 반대로 줄어든 셈이다.


◆공공 우체국 연계 및 '고객 수 대비 점포 유지' 강제 조치도 필요


금융당국도 은행 점포 폐쇄가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다 세밀하게 따지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했다.


지난 3월부터 금융위원회는 '은행 점포 폐쇄 대응 방안'을 시행했다. 지금까지는 반경 1㎞ 이내에 다른 점포가 있을 경우 통폐합이 비교적 자유로웠고 별도의 의무 절차도 없었다. 앞으로 1㎞ 이내 통합 시에도 사전 영향 평가, 지역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전영향평가도 '현황 분석-영향 진단-대체수단 결정' 순으로 체계화했다. 특히 인근 점포와의 거리가 10㎞를 넘고 해당 점포 고객의 대면서비스 의존도가 전체 점포 평균보다 높은 등 점포 폐쇄가 금융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는 경우 영향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도 마련했다.


대체 수단도 마련된다. 폐점 지역 인근 복지관이나 주민센터 등에 이동점포를 운영하고 전통시장이나 관공서에는 공동 ATM을 확대 설치한다. 아울러 점포 폐쇄 관련 정보 공개 확대로 외부 점검을 가능하게 하고 점포 운영의 금융 접근성 기여도를 각종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지방 점포를 폐쇄할 경우엔 지역재투자평가 감점도 확대된다.


금융권도 대체수단 마련에 나서고 있다. iM뱅크는 차량형 이동식 점포를 활용한 '군위사랑 5일장 디지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3·8일 열리는 장날에 이동점포가 현장을 찾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2024년부터는 고령층 특화 점포인 'iM뱅크 대봉브라보점'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령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범죄 예방과 스마트폰 활용 등의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이미 점포가 철수한 282개 읍·면·동에는 적용되지 않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폐쇄 절차 강화는 앞으로 문을 닫는 점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금융권의 이동점포 등도 기존 점포를 완전히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은행이 사라진 지역의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는 동시에 추가 폐쇄 과정에서 고령층의 대면 금융 수요와 이동 여건을 반영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영업점 이용 고객 대부분은 고령층이다.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세대에게 점포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고객 수 대비 점포 운영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이동식 점포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 이미지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