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운전해도 월 200만원…대구 택시업계 짓누르는 ‘빈차’ 공포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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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24 12:47  |  발행일 2026-10-24
하루 수입 10만원…전국 17개 시도 꼴찌
실차율·영업거리·영업시간 모두 최하위권
적정대수보다 5446대 많아…감차는 중단
정부 ‘과로방지’ 법제화 나서, 탄력 운용 필요
대구 택시업계에 빈차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동대구역 앞에 줄 지어 서 있는 택시 모습. 영남일보DB

대구 택시업계에 '빈차'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동대구역 앞에 줄 지어 서 있는 택시 모습. 영남일보DB

20년차 개인택시 기사 이종갑(65)씨의 하루는 길고 고달프다. 이 씨는 오전 8시부터 운전대를 잡고 온종일 대구 전역을 누빈다. 남들은 퇴근할 시간인 오후 6시에도 그의 택시는 멈출 기색이 없다. 밤 11시가 돼서야 택시 시동을 끄고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을 빼고도 하루 12시간 이상을 도로 위에서 보내는 강행군이지만, 정작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시간은 3시간 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간은 빈차로 거리를 배회하거나, 호출을 기다리는 데 허비한다. 이씨는 "최근 몇년 새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 예전엔 하루 25~30명은 거뜬했는데, 지금은 15명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씨가 몸이 부서져라 일해 벌어들이는 돈은 하루 10만원 남짓. 한 달 내내 휴일 없이 일해도 유류비와 차량유지비 등을 빼면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베테랑 택시기사의 임금 수준이 법정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씨는 "저녁 영업까지 하지 않으면 하루 5만원 벌기도 버겁다"며 "승객은 줄어드는데, 택시는 너무 많다. 밤에 동대구역 주변에 줄지어 선 택시들을 보면 마치 등불 시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국가적인 낭비가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구지역 택시들이 운행거리·시간의 절반 이상을 손님 없이 '빈차'로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0시간 넘게 운전대를 잡아도 정작 수입을 올리는 시간은 2~3시간에 불과한 비효율적 영업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운송수입금과 실차율 등 주요 영업지표 대부분이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어 지자체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말 대구 서구청 앞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이종갑씨가 본인의 차량과 함께 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지난달 말 대구 서구청 앞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이종갑씨가 본인의 차량과 함께 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운송수입 전국 꼴찌…운행 과반 '빈차'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대구 동구군위군을)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기준 대구 개인택시의 일평균 운송수입금은 10만4천815원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다. 서울(15만6천375원)·인천(13만4천423원)·부산(12만4천712원) 등 특광역시는 물론, 전남(11만7천747원)·경북(11만5천313원) 등 도농복합지역에도 못 미쳤다.


법인택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작년 대구 법인택시 하루평균 수익은 13만6천878원으로, 서울(25만4천802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국 평균(19만7천119원)과 비교해도 6만원 이상 적다.


이처럼 운송수입이 적은 이유는 저조한 승차 실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작년 대구 개인택시의 하루평균 승차 건수는 12.0건으로, 전국 평균(13.7건)보다 낮았다. 대전(16.1건)·광주(15.2건)·부산(13.6건)보다 적고, 서울(11.9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법인택시 상황은 그보다 더 열악해 대구 승차건수(15.1건)가 전국 평균(18.8건)보다 3.7건이나 적었다.


운행거리 중 승객을 태우고 달린 거리의 비율을 뜻하는 '실차율'도 대구는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작년 대구 개인택시의 실차율은 44.4%다. 전체 운행거리의 과반(55.6%)을 승객 없이 달렸다는 의미다. 서울(60.9%)보다 16.5%포인트 낮고, 부산(53.0%)·인천(53.0%)·대전(55.2%) 등에도 크게 뒤졌다. 법인택시 실차율도 48.2%에 불과했다.


실제 승객을 태우고 다닌 거리와 시간도 타 시·도보다 적었다.


작년 기준 대구 개인택시의 일평균 영업거리는 63.4㎞로 서울(102.1㎞), 부산(82.1㎞) 등 주요 대도시보다 짧았다. 법인택시 경우 82.4㎞로 서울(169.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평균 영업시간 역시 대구 개인·법인택시는 각각 2.5시간, 3.1시간로 광역시군에서 가장 적었다.


결국 대구 택시기사들은 다른 시·도보다 승객을 태우는 횟수도 적고, 영업거리와 시간마저 짧아 수입을 올리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시간 운전대를 잡아도 영업실적은 저조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 동대구역 앞에 이중으로 줄 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들의 모습. 영남일보 DB

대구 동대구역 앞에 이중으로 줄 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들의 모습. 영남일보 DB

◆18년째 면허 중단에도 5천400대 '과잉공급'


대구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영업환경 이면에는 고질적인 공급과잉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택시 수요에 비해 운행 가능한 차량이 지나치게 많아 승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운송수입 감소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대구시가 지난해 발표한 '제5차 택시총량제(2025~2029년)' 산정 결과를 보면 작년 대구의 택시 면허대수는 1만5천703대다. 적정공급대수인 1만257대보다 무려 5천446대가 많다. 택시 3대 중 1대꼴로 과잉 공급돼 있는 셈이다.


공급과잉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시는 2008년 150대 면허 발급을 마지막으로 18년째 택시 면허 신규 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2011년 택시공급 중기기본계획 연구용역에서 이미 3천208대의 공급과잉이 확인됐다. 2020년 제4차 택시총량제 결과에서도 과잉공급이 5천475대로 나타났다. 이후 5년간 면허대수는 529대 줄었지만, 적정공급대수 역시 500대 감소하면서 과잉대수는 고작 29대 줄어드는 데 그쳤다. 공급과잉 비율은 33.5%에서 34.7%로 오히려 높아졌다.


현장에선 공급과잉에 따른 과당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24년째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이진수(57)씨는 "과거에는 승객이 택시를 잡기 어려웠다면, 이젠 기사들이 손님을 잡지 못해 난리"라며 "2022년 부제 해제 이후에는 4천대가량이 더 나오면서 아수라장이다. 요즘 동대구역이나 광장코아 주변에 가면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이중으로 줄지어 서 있다"고 설명했다. 2년차 기사 이성수(62)씨도 "비교적 손님이 몰리는 금요일과 주말에는 택시도 그 이상으로 쏟아져 나온다. 도로에 택시가 일반 승용차보다 더 많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감차 5년째 중단…부산과 엇갈린 해법


산정 결과(4차 대비) 과잉공급 비율(4차 33.5%→5차 34.7%)

대구 제5차 택시총량제 결과

산정 결과(4차 대비) 과잉공급 비율(4차 33.5%→5차 34.7%)

대구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으로는 택시 면허 대수 자체를 줄이는 '감차'가 꼽힌다. 대구시는 택시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총 1천248대의 택시를 감차했다. 이중 법인택시가 1천230대로 전체의 98.6%를 차지했고, 개인택시는 18대다. 하지만, 2021년을 끝으로 대구시의 감차사업은 중단됐다. 관련 예산을 택시앱 개발 등 활성화 정책으로 방향을 틀면서다.


이는 비슷한 공급과잉 문제를 겪어온 부산시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부산 역시 2000년대 후반부터 택시 공급 과잉 문제가 불거지자 2016년 감차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대구가 감차를 중단한 2022년 이후에도 부산은 감차사업을 이어갔다. 2022년 194대, 2023년 277대, 2024년 200대, 지난해 200대, 올해 250대 등 최근 5년간 1천121대를 추가 감차했다. 이에 따라 2016년 이후 10년간 누적 감차대수는 부산 2천7대, 대구 1천248대로, 두 도시 간 격차가 759대까지 벌어졌다.


현재 부산은 주요 택시 영업지표에서 대구를 앞서고 있다. 작년 부산 개인택시의 일평균 운송수입금은 12만4천712원으로 대구(10만4천815원)보다 약 2만원 많았다. 일평균 승차건수 역시 부산 13.6건, 대구 12.0건으로 차이를 보였다. 실차율(부산 53.0%, 대구 44.4%)과 영업거리(부산 82.1㎞, 대구 63.4㎞)에서도 격차가 뚜렷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가 감차 대신 역점을 뒀던 공공형 택시 호출앱 '대구로택시'마저 대구로와 함께 존폐기로에 놓이면서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감차사업을 조속히 재개하고, 감차 규모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덕현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2022년 감차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됐다면 지금쯤 최소 1천대는 더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지금 시점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연간 1천대 수준의 감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차의 실효성 문제도 거론된다. 현재 대구지역 법인택시 면허대수는 5천664대이지만, 운전기사는 3천652명에 그친다. 운전기사 부족으로 휴업 중인 차량만 2천12대로, 전체 법인택시의 35%를 넘는다. 법인택시 3대 중 1대 이상이 개점휴업 상태인 셈이다.


이 때문에 감차를 재개하더라도 실제 도로를 달리는 택시보다 휴업 차량이 우선 감차될 경우 공급 조절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택시 역시 면허 반납에 따른 보상금 문제로 대규모 감차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미정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택시 감차는 추경호 시장의 공약사항이다. 감차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검토 중이지만, 재정 여건과 사업 우선순위 등을 고려하면 업계의 수요를 한꺼번에 충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운영의 묘' 발휘해야


감차와 함께 택시 운행대수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부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일정 주기에 따라 택시 운행을 제한하는 부제는 2022년 11월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로 해제됐다. 이후 개인택시의 운행일수와 시간이 늘면서 택시기사 간 승객 확보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는 택시 운수종사자의 연속 근무를 제한하는 '과로방지 근무제' 법제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연속 근무를 제한해 운전기사의 과로를 방지하고 승객 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제도가 도입되면 일정한 휴무 기준이 생기는 만큼, 사실상 부제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지자체에서도 운수종사자의 근무 실태를 관리·감독할 수 있어 운행대수 조절에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지역의 택시 이용 수요에 맞춘 탄력적인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덕현 전무는 "택시 3대 중 1대가 놀고 있다. 차량을 정상적으로 돌려야 회사 수익이 늘고 기사 처우도 개선될 수 있는데, 인력난과 경영난이 맞물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운전기사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획일적인 근무방식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자신의 여건에 맞게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성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택시 영업환경 개선의 핵심은 빈차 운행과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부제 해제 이후 과당경쟁이 심화하면서 운수종사자들의 근로시간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택시 수요가 집중되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운행 제한을 완화하되, 수요가 적은 주간과 심야 시간대에는 운행대수를 줄여 과당경쟁을 완화하는 탄력적인 부제 운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구 택시업계의 영업환경 악화를 수요와 공급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인구 대비 택시 공급 규모를 봐도 대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은 아니다. 현재 대구의 인구 1천명당 택시 수는 6.69대로, 서울(7.71대), 부산(7.08대)보다 적다. 단순히 택시 대수뿐 아니라 지역별 이동 수요와 도시구조, 지역경제 상황 및 관광객 규모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김수성 연구위원은 "부산은 도시가 길게 뻗은 선형구조여서 택시 이용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반면, 대구는 판상형이어서 이동거리가 짧다"며 "승용차 이용 비중이 높은데다 외곽으로 장거리 이동을 유발할 만한 주요 거점시설이 부족한 점도 택시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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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대구시청 경제부서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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