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륜차 진입이 제한된 대구 망우당고가차도 오른쪽 도로로 이륜차가 지나고 있다. 임훈 기자
배기량 400cc 레저용 이륜차를 타는 자영업자 송인주(54·대구 동구 혁신동)씨는 자신의 점포가 있는 동구에서 달서구로 이동할 때마다 극심한 피로와 불안감에 짓눌린다. 뻥 뚫린 도로를 조금만 달리다 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고가차도와 지하차도 입구마다 '이륜차 통행 금지' 표지판이 떡하니 버티고 선 탓이다. 신호 없이 시원하게 통과할 수 있는 고가차도를 눈앞에 두고도 핸들을 틀어 방향을 바꿔야 한다. 고가차도 하부 도로에 들어서면 시내버스와 도로변 불법 주정차 차량이 뒤엉킨 틈바구니에 갇혀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송씨는 "고가나 지하차도가 나올 때마다 우회하느라 시간도 배로 걸리고, 끝 차선으로 달리다 불법 주정차 차량에 막히거나 차에 치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대구 도심 주요 도로와 입체교차로 곳곳에 내려진 이륜차 통행 제한을 풀어달라는 이륜차 운전자들의 요구가 꾸준하다.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에서도 이륜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통행제한구역이 많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한 구간이 도심 전역 곳곳에 자리해 이륜차 운전자들의 이동권을 막는 것은 물론, 우회를 강제해 대형 사고 위험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인접 지자체는 허용하는데… 대구는 '이륜차 통행제한 도로만 26곳'
영남일보가 대구경찰청 교통통제구역 지정고시(제2026-1호)를 분석한 결과, 현재 대구 지역 내 이륜차 통행 제한 도로는 총 26곳으로 나타났다. 신천대로, 범안로, 앞산터널로, 테크노폴리스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 4곳과 차마 전체의 통행이 제한된 달서구 두류공원 내(2·28 삼거리에서 수영장 정문 앞, 관리사무소 앞)를 제외하고도 이륜차 통행을 제한하는 일반 도로는 21곳에 달한다.
반면 인접한 경북경찰청 관내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뺀 일방통행로 4곳을 제외하면 이륜차 통행이 제한된 일반 도로는 없다. 시·도 경계를 사이에 두고 지자체마다 다른 안전 잣대가 적용되는 셈이다.
실제로 평지 위로 솟은 경북 경산시 하양고가도로는 이륜차 진입이 허용된다. 차량 추락을 막는 교량 방호벽의 높이는 대구와 다를 것 없지만, 이륜차가 자유롭게 통행 중이다. 반면 대구 수성구 망우당고가차도는 완만한 평지 구간에 가깝지만 이륜차 진입이 제한된다.
대구국제공항 인근 동구 불로·봉무지하차도, 팔공산 및 연경지구와 도심을 잇는 동구 이시아강변로 역시 이륜차 통행이 제한돼 있다. 지난 9월 1일부터 무료화된 범안로 일대 역시 수성구 연호지구와 동구 율하동을 금호강을 건너 직선으로 연결하지만, 이륜차는 통행이 제한돼 운전자들은 먼 길을 돌아가야만 한다.
터널도 마찬가지다. 대구경찰청 인근 무학터널은 길이가 600m에 불과하지만 이륜차 통행이 제한된다. 반면, 경북 칠곡군 동명면과 대구 군위군 부계면을 잇는 팔공산터널(한티재터널)은 3.5㎞가 넘는 길이지만 이륜차가 다닐 수 있다.
14일 대구 수성구 무학터널 입구 전경. 이륜차의 진입 제한을 안내하는 교통안내판이 터널 입구에 자리해 있다. 임훈 기자
◆기자가 직접 타보니…가로막힌 고가, 강제된 '곡예운전'
취재기자가 직접 이륜차에 올라 송씨의 점포가 있는 대구혁신도시에서 동구 신천동 영남일보 본사 사옥 방향으로 달려봤다.
출발 후 수성구 망우당고가차도 진입을 앞두고 멈칫했다. 망우당고가차도 내 맨 오른쪽 차로로 진입하면 별다른 차선 변경 없이 효신네거리 방향으로 주행하면 되지만, 이륜차 진입이 금지된 탓에 고가 아래 망우당네거리 교차로에서 꼼짝없이 신호 대기에 갇혔다. 정차하자마자 노면 지열과 이륜차 엔진이 뿜어내는 열기가 몸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피로를 더한다.
녹색 신호를 받아 효목네거리를 지나는 과정도 긴장의 연속이다. 망우당고가차도 하부를 통과하자 동대구환승센터 방향으로 우회전하려는 차량들이 기자가 탑승한 이륜차의 진행 경로를 가로막았다.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거나 고속버스 등 대형 차량이 차로를 옮길 때마다 이륜차에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진다. 특히 클러치를 조작해야 하는 수동 이륜차는 경사로에서 정차했다 출발하는 것을 반복해야 했기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고가차도 통행만 허용됐다면 겪지 않아도 될 위험과 수고다.
연호네거리에서 황금·지산동 방면으로 이동할 때도 규제의 벽은 높았다. 담티고가교를 거쳐 청수로를 이용하는 것이 최단 경로지만, 담티고가교로는 이륜차가 갈 수 없다. 도로교통법상 맨 오른쪽 차로로 주행해야 하는 '지정차로제'를 지키며 달리다 보니, 차량 통행이 빈번한 달구벌대로에서 유턴 차로로 넘어가기 위해 여러 차선을 가로지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대륜고 앞 유턴 차선 진입에 실패하고 담티역 인근까지 가서야 간신히 유턴을 해 청수로로 향했다. 그러나 청수로에서 황금동으로 들어서는 황금고가교마저 이륜차를 막아서면서 고가 아래 교차로에서 또다시 신호 대기에 묶여야 했다.
◆"안전 때문에 막는다더니 사지로 내몬다" VS "높은 사고 우려로 이륜차 통행 제한"
이륜차 통행제한의 법적 근거는 '도로교통법 6조'다. 각 지역 경찰청장이 지정권자이며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정한다. 자동차 전용도로의 경우 광역단체장이 지정권자다. 지정 시 시·도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대구경찰은 이륜차 특성상 미끄럼 사고 취약 등 높은 사고 우려로 고가 및 지하차도와 터널 구간의 이륜차 통행제한지역을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륜차 운전자들은 '현실을 모르는 행정'이라고 반박한다. 강풍이 몰아치는 금호강과 낙동강 횡단 교량은 아무런 제재 없이 이륜차 통행을 허용하면서, 도심 한가운데 평이한 고가차도와 지하차도 등 도로에 이륜차 진입을 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입체교차로 차단이 이륜차 운전자들을 사지로 내몬다는 의견도 있다. 끝 차로를 달리던 오토바이가 좌회전이나 유턴을 위해 4~5개 차선을 한꺼번에 가로질러 1차로로 파고드는 '곡예운전'으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일부 상업용 오토바이의 과속·난폭운전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서도 이륜차 운전자들은 대안이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상당수 레저용 바이크에는 ABS(잠김 방지 브레이크)나 트랙션 컨트롤(뒷바퀴 접지력 유지 장치) 등 첨단 주행 안전장비가 기본 탑재돼 기계적 안전성이 대폭 향상됐다. 또 법규 위반 문제는 후방 무인단속카메라 증설 등 실효성 있는 단속 장비 확충으로 해결해야지 도로 통행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14일, 대구 수성구 황금네거리 인근 도로에 후면 번호판을 단속하는 카메라가 자리해 있다. 임훈 기자
◆전국 최저 수준 치명률… 통계상 대구는 이륜차 안전도시
'위험하다'는 당국의 통념과 달리, 통계 지표에서 대구는 전국 대도시 중 이륜차 사고 피해가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2025년 가해운전자 차종별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구경찰청 관내 이륜차 교통사고는 총 724건, 사망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비율인 '사고 치명률'은 대구가 1.38%로, 전국 이륜차 평균 치명률(2.46%·전국 사고 1만2천92건 중 사망 298명)을 한참 밑돌았다. 영남권 주요 대도시인 부산(사고 861건·사망 19명, 치명률 2.21%)과 비교해도 사고 건수와 사망자 모두 크게 적었고, 사망자 수는 절반 수준이었다.
대구 시내 전체 교통사고에서도 이륜차 비중은 낮다. 앞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전체 교통사고 1만176건 중 승용차 사고가 7천87건(69.6%)으로 압도적이었던 반면, 이륜차 사고는 724건(7.11%)에 그쳤다. 인명피해 역시 전체 부상자 1만4천128명 중 이륜차 부상자는 969명(6.86%)으로 이륜차 사고 점유율인 7%를 밑돌았고, 전체 사망자 66명 중 이륜차 사망자는 10명으로 승용차(35명)의 3분의 1 미만 수준이었다.
이에 대구경찰도 교통의 변화상에 걸맞은 정책 변화를 검토 중이다. 영남일보 취재 결과 대구경찰은 도로형태별(고가교, 지하차도, 터널)로 1개소씩 선정해 이륜차 통행제한구역 해제 시범 운영을 검토 중이다.
시범 운영에 따른 효과 분석 후 이륜차 통행제한구역 해제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관할 경찰서 민원 접수 장소 현장 실사 △도로 여건 △교통량 등을 검토해 교통안전심의 의결을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구경찰청 채윤정 교통안전계장은 "시민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이륜차 통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타 시도에 비해 통행제한구역이 많고 민원도 있었던 만큼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륜차의 경우 일반차량에 비해 여전히 사고 위험이 높다. 이륜차 통행제한 해제 시범운영을 거쳐 교통안전 및 소통에 영향이 없는 경우 순차적으로 통행제한 해제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교통정책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야
교통 전문가들도 획일적인 이륜차 통행제한보다는 그동안의 제한사유가 여전히 유효한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구정책연구원 공간교통연구실 김수성 박사는 "이륜차 운행 제한 구간이 언제 지정됐는지 파악하고, 수년·수십 년이 지난 현재 교통 여건과 기술적 환경에서도 그 제한 사유가 여전히 유효한지 우선 평가해야 한다. 특히 고가·지하차도·터널 등 도로 형태별 위험 요인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하차도의 경우 헬멧 착용 시 운전자 시야 확보에 취약점이 생길 수 있으므로, 통행을 허용하기 전 시야 개선 등 추가적인 안전 시설·설비 설치가 선행돼야 하는지 사전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시범 운영 기간 중 사고율 급증이나 심각한 민원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제한 구역으로 환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와 절차를 마련해 둔 상태에서 시행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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