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도로의 여름철 노면 온도는 45℃를 넘나든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은 이 열기에 그대로 노출된 채 도로를 질주한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1시 대구 달서구 월배로. 신호 대기 중인 오토바이 대여섯 대가 횡단보도 옆 그늘 한 뼘을 나눠 서 있었다. 배달용 보온가방을 실은 채태성씨는 얼굴 전체를 가린 자외선차단 마스크를 살짝 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마신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8차로 아스팔트 위. 신호가 바뀌자 채씨는 다시 액셀을 당겼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배달라이더들이 하루 수십 차례 오가는 대구 도심 간선도로의 여름철 노면 온도가 45℃를 넘나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일보가 미국 지질조사국 랜드샛(Landsat) 위성의 지표면온도 자료로 2025년 여름(6~9월) 대구 간선도로 485곳 500m 구간 2천172개(총연장 약 1천262㎞)를 전수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신천대로·신천동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와 산업단지 도로를 제외한 도심 생활도로 가운데 노면이 가장 뜨거운 도로는 달서구를 관통하는 월배로와 중구·북구·남구를 잇는 중앙대로였다. 이들 도로의 여름철 평균 표면온도는 45.7℃였다.
이어 성당로와 태평로가 45.6℃, 동북로 45.4℃, 대학로 45.3℃, 대명로 45.2℃ 등 왕복 6차로 이상 주요 간선도로가 모두 45℃대를 기록했다. 특히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상가를 끼고 있어 음식 배달 수요가 집중되는 길이다. 이 수치는 위성이 통과하는 오전 11시쯤 기준이다. 배달 주문이 몰리는 한낮과 이른 오후의 실제 노면 온도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도로 안에서도 격차가 컸다. 대구를 동서로 관통하는 달구벌대로(53.6㎞)는 구간에 따라 37.0℃에서 47.4℃로 10.4℃ 정도 차이가 났다. 달서구 다사·강창 방면 외곽보다 도심 통과 구간이 3℃ 이상 높았다. 남구 봉덕로의 한 500m 구간은 47.5℃, 대덕로의 한 구간은 48.6℃까지 치솟았다. 배달노동자가 어느 동네 콜을 받느냐에 따라 달리는 노면의 온도가 달라지는 셈이다.
해가 져도 여전히 도로는 뜨겁다. 도로 노면 온도는 대구 시가지 평균온도보다 최고 4.5℃ 더 높았다. <연합뉴스>
◆해 떨어져도 도로는 식지 않는다
해가 진 뒤에도 도로는 좀처럼 식지 않는다. 배달라이더들은 여전히 뜨거운 도로 위를 달린다.
영남일보가 국제우주정거장 탑재 센서 에코스트레스(ECOSTRESS)의 시간대별 관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8월1일 저녁 6시50분 대명로와 성당로의 노면 온도는 39.8℃로 대구 시가지 평균(35.3℃)보다 4.5℃ 높았다. 월배로(39.2℃), 중앙대로(38.9℃), 태평로(38.9℃), 동대구로(38.5℃)도 시가지 평균을 3℃ 이상 웃돌았다. 저녁 배달 피크 시간대에 도시는 식기 시작하지만, 아스팔트는 낮 동안 축적한 열을 그대로 내뿜고 있는 것이다.
열기가 식지 않은, 축열의 흔적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2025년 7월10일 새벽 3시47분 관측에서 달구벌대로 노면은 25.1℃로 시가지 평균(24.5℃)보다 뜨거웠다. 심야·새벽 배달 노동자들 역시 '식지 않은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부터 5년째 배달 일을 하고 있는 강상호씨는 "저녁 여섯 시 넘으면 좀 나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도로 위는 다른 세상"이라며 "신호 대기 1~2분 사이에 발밑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장딴지가 익는 느낌이다. 헬멧 안은 찜통이고, 그늘 한 점 없는 사거리에서 콜을 기다릴 때가 제일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엔 하루에 물과 음료를 계속 마셔도 더위를 이길 수 없다. 겨울엔 옷을 껴입을 순 있지만, 여름에는 햇볕과 도로 온도 탓에 무작정 짧고 얇은 옷을 입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은석기 배달플랫폼노조 대구지부 지부장은 "기본배달료가 2천200원이고, 33℃ 이상일 때 500원 할증이 붙는다. 500원 더 받자고 땡볕 아래와 뜨거운 도로 위를 달릴 마음이 크게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기온보다 도로가 더 뜨겁고, 도로 위에서의 체감온도는 살인적"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쉼터 있지만 라이더들은 "글쎄"
뜨거운 도로 위를 달리는 배달라이더들에게 '클린로드'는 큰 도움이 된다. 클린로드는 대구시가 도로공기질과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설치한 도로살수 기능이다. 30℃ 이상일 때와 폭염특보 등이 발효됐을 때 가동된다. 대구시는 이를 통해 도로온도를 20℃ 이상·기온을 4℃ 정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은 지부장은 "클린로드 구간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클린로드 운영의 우선적인 목적은 '대기질 개선'이기 때문에 기후환경정책과 대기관리팀에서 담당하지만, 폭염대응을 위한 시설로도 보고 있어 자연재난과 폭염지진대응팀에서도 운영을 맡고 있다. 폭염지진대응팀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클린로드 등 폭염저감시설 운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손성민 폭염지진대응팀장은 "올해 북구청네거리에 신설이 계획돼 있다"며 "가동시간과 횟수도 더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관리팀 관계자는 "현재 LH의 연호지구 개발계획에 신규설치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올해 6월22일 문을 연 범어역 이동노동자쉼터. 대구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지하3층에 위치했다. 일부 배달노동자들은 주차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대구시는 이동노동자를 위해 거점쉼터 3곳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22일 문을 연 범어역 지하 3층에 마련된 쉼터는 냉방시설과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다.
취재진이 지난 9일 찾은 범어역 이동노동자쉼터는 쾌적했다. 에어컨이 바깥의 더위를 잊게 해주고, 테이블과 의자, 정수기와 차(茶)가 준비돼 있었다. 또 휴대전화 충전기와 무선인터넷이 제공됐고 회의실도 갖춰져 있었다.
범어역 이동노동자 쉼터 내부 모습. 손소독제와 휴대전화 충전기가 테이블에 놓여있다. 세면대와 정수기가 갖춰져있고 인스턴트 커피와 티백도 준비돼있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필요한 물품이 모두 갖춰진 깔끔한 시설이지만 배달라이더들에겐 매력적이지 않다. 인근에 오토바이를 세워둘 주차공간도 없고, 콜을 따라 도시 전역을 이동하는 배달노동자가 실제로 이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창호씨는 "쉼터가 있다는 건 알지만 쉴 시간이 사실상 없다"고 했다. 이어 "배달노동자들에겐 시간이 곧 돈이다. 이동하던 중 쉼터가 보이면 갈 수도 있지만, 일부러 쉼터까지 찾아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범어역 이동노동자쉼터 관계자는 "드문드문 찾는 이가 있고, 오후 6시 전까지는 이용자가 적은 편이다. 8시 이후에 대리기사들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경북고용복지연구원은 대구 동구청·북구청과 각각 협약을 맺어 편의점 CU에 이동노동자를 위한 휴대전화 충전기를 설치했다. 올해는 대구시와 협약해 전체 구군에 총 10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편의점형 쉼터에도 쉽사리 발길이 가지는 않는 모양새다.
A씨는 편의점에 위치한 쉼터에 대해 "의도가 좋고 배달노동자를 배려하는 마음은 고맙지만, 괜히 들어가기 눈치 보이고 망설여진다. 편의점 손님이 앉을 자리를 차지하는 기분이 들어 잘 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동노동자쉼터를 담당하는 대구경북고용복지연구원 이예승 연구원은 "현재 매주 목요일 안전이나 건강관리 등 주제로 교육을 하고 있으며, 1대 1 노무·법률·세무 상담 프로그램도 곧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문이 많지 않아 보인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덜 알려져 방문이 적은 탓도 있을 것이다. 홍보가 잘 돼 더 많은 이동노동자들이 방문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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