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경북의 섬: 살아있는 섬, 울릉도] 갈라파고스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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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18 08:03  |  수정 2026-07-19 17:11  |  발행일 2026-07-18
섬 밖에서 유입된 식물·곤충이 토착 생물 위협
철저한 검역 시스템 통해 ‘특유의 생태계’ 보전
국립공원 지정, 개발 가능한 지역도 엄격히 제한
울릉도 성인봉 아래 나리분지. <홍준기 기자>

울릉도 성인봉 아래 나리분지. <홍준기 기자>

경북 울릉공항 개항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공항 공정률은 78%를 넘어섰고 활주로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공항이 들어서면 울릉과 육지 간 이동시간이 크게 줄고 의료와 물류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광산업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기대가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울릉만의 자연과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울릉도는 흔히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린다. 관광 홍보를 위한 수식어처럼 들리지만 학계에서는 나름의 근거가 있는 표현이다. 약 250만년 전 해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울릉도는 육지에서 130㎞ 이상 떨어진 채 오랜 세월 고립됐다. 그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섬초롱꽃과 울릉국화, 섬말나리, 섬기린초 등 울릉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 뿌리를 내렸다. 이외에도 700종이 넘는 관속식물이 울릉에서 살아가고 있다. 국내 특산식물의 상당수가 울릉·독도에 집중돼 있을 정도로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 섬초롱꽃(좌)과 섬기린초(우). <홍준기 기자>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 섬초롱꽃(좌)과 섬기린초(우). <홍준기 기자>

전문가들 역시 울릉도의 경쟁력을 '희소성'에서 찾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바다와 산이 아닌 오랜 고립 속에서 살아남은 자연 자체가 울릉도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울릉도 관광은 배편 운항과 기상 여건에 크게 좌우됐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여행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장되는 일이 반복됐다. 접근성의 한계는 지역 경제에 약점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무분별한 개발과 과잉 관광을 막아주는 역할도 했다. 공항은 이런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다.


이동시간이 짧아지고 접근성이 높아지면 관광객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숙박과 음식점, 교통, 상권은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된다. 반면 탐방객 증가에 따른 생태계 훼손과 쓰레기, 외래종 유입, 난개발 우려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세계의 여러 섬들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다.


갈라파고스 역시 외딴 화산섬이다.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이름을 알리면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경제적 성과와 함께 자연 훼손이라는 예상치 못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좌) 울릉도 전경, (우)갈라파고스 전경. <홍준기 기자>

(좌) 울릉도 전경, (우)갈라파고스 전경. <홍준기 기자>

◆갈라파고스가 선택한 '불편한 원칙'


1978년 세계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가운데 하나로 지정된 갈라파고스는 오늘날 세계인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섬으로 꼽힌다. 갈라파고스 역시 처음에는 관광산업 확대가 지역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하나둘 나타났다. 섬 밖에서 유입된 식물과 곤충이 토착 생물을 위협했고, 선박과 항공편이 늘면서 외래종 유입 위험도 커졌다. 관광객 증가에 맞춰 숙박시설과 도로가 들어서면서 자연 훼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에콰도르 정부는 경제적 이익보다 생태계 보전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섬 대부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개발 가능한 지역을 엄격히 제한했다. 탐방객은 허가된 구역에서만 이동할 수 있도록 했고, 일부 지역은 전문 자연해설사의 동행 없이는 출입할 수 없도록 관리했다.


무엇보다 철저한 검역 시스템은 갈라파고스 보전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관광객의 짐은 물론 화물과 농산물까지 반입 과정에서 검사를 거친다. 씨앗 하나, 곤충 한 마리도 수백만년 동안 유지된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적인 관광지이지만 마음대로 들어가고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는 섬. 갈라파고스가 지금도 '살아 있는 진화의 박물관'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울릉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좁은 면적에 희귀식물이 밀집해 있고,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외래종 유입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갈라파고스와 닮았다. 공항 개항 이후 사람과 물류 이동이 지금보다 훨씬 활발해질 경우 생태계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공항 개항 이후 관광객 증가에 대비한 생태계 관리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많지 않다. 관광 활성화 전략은 꾸준히 논의되고 있지만 탐방객 총량 관리나 민감 지역 출입 관리, 외래종 유입 대응 체계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상용 울릉발전연구소 소장은 "공항은 사람을 데려오는 시설일 뿐 관광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공항 개항 이후 어떤 원칙으로 자연을 관리할 것인지가 울릉도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갈라파고스는 관광객이 많아서 유명한 섬이 아니라 자연을 지켜냈기 때문에 세계적인 섬이 됐다"며 "울릉도도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관광시설 경쟁이 아니라 울릉만의 자연을 지키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항공사로 사라진 울릉도 가두봉. <홍준기 기자>

공항공사로 사라진 울릉도 가두봉. <홍준기 기자>

◆관광객, 숫자보단 체류기간과 지역소비 늘려야


울릉도를 찾는 관광의 흐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짧은 일정으로 주요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보다 며칠씩 머물며 숲길을 걷고, 해안을 탐방하고, 마을을 둘러보는 체류형 여행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광객 숫자보다 체류기간과 지역 소비를 높이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북면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예전에는 사진만 찍고 떠나는 손님이 많았다면 요즘은 숲길과 해안길을 천천히 걸으며 며칠씩 머무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며 "울릉다운 자연을 경험하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지역에서 쓰는 돈도 많다"고 전했다. 결국 울릉도의 경쟁력은 관광객 수를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울릉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치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자연을 관광자원이 아닌 '보전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다. 성인봉 숲과 해안 절벽, 원시림과 특산식물은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진 자연의 시간이 만든 결과물이다. 한 번 훼손되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데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진 자연의 시간이 만든 결과물 나리동 원시림. <홍준기 기자>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진 자연의 시간이 만든 결과물 나리동 원시림. <홍준기 기자>

공항 개항 이후 탐방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탐방로 관리와 생태계 모니터링, 외래종 유입 방지, 환경교육 등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안에서도 "관광객을 많이 받는 것보다 울릉도의 가치를 오래 지키는 관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남한권 울릉군수도 최근 "울릉공항은 지역 발전의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더 큰 책임을 안겨주는 사업"이라며 "울릉도만의 자연과 문화, 공동체를 지키면서 지속 가능한 관광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바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면 주민 김상봉(59) 씨는 "공항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좋은 섬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울릉도만의 모습이 사라지면 결국 관광객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군 울릉읍 저동마을 야경. <홍준기 기자>

울릉군 울릉읍 저동마을 야경.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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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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