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경북의 섬: 살아있는 섬, 울릉도] “고등학교 졸업장이 사실상 편도 승선권”…떠나는 청년, 돌아오는 청년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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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21 17:02  |  발행일 2026-06-21
“섬의 미래는 결국 사람이다”
인구 3만명에서 8천명대로…울릉의 가장 큰 고민은 청년
“답답해서 떠났지만, 결국 다시 울릉을 선택했다”
지난 17일 관광객들과 청년들이 사동항 승선장에서 육지로 나가기 위해 여객선에 오르고 있다. <홍준기 기자>

지난 17일 관광객들과 청년들이 사동항 승선장에서 육지로 나가기 위해 여객선에 오르고 있다. <홍준기 기자>

지난 17일 오후 울릉읍 사동항. 포항행 여객선 출항 시간이 다가오자 여객터미널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행을 마친 관광객들은 기념품 가방을 챙겨 승선장으로 향했고, 주민들은 택배 상자와 생활용품 꾸러미를 들고 배에 올랐다. 그 사이로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대학 기숙사 짐을 챙긴 학생도 있었고 취업 준비를 위해 육지로 향하는 청년도 있었다. 휴일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가는 대학생도 보였다. 가족들은 선착장 난간에 기대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배가 천천히 부두를 벗어나자 손을 흔들며 모습을 지켜봤다. 울릉도 주민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관광객에게는 여행의 끝이지만 주민들에게는 누군가의 출발이다.


특히 입학철과 취업 시즌이 되면 섬은 어김없이 청년들을 육지로 떠나보낸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울릉고 졸업장은 사실상 편도 승선권"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울릉군의 가장 큰 고민은 교통도, 관광도 아니다. 결국 사람의 문제다. 그중에서도 청년의 문제는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다.


지난 1970년대 초 울릉군 인구는 3만 명을 넘어섰다. 오징어 어업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밤이면 수평선 가득 어화가 빛났고 저동항과 도동항은 전국에서 몰려든 어선들로 북적였다. 마을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학교 운동장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어업 구조가 변하고 생활환경도 달라졌다. 교육과 취업을 위해 젊은 층이 육지로 떠나기 시작했고 고령화와 저출산이 동시에 진행됐다. 현재 울릉군 인구는 8천명대에 머물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단순한 감소처럼 보이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훨씬 크다. 빈집이 늘고 문을 닫은 상가가 생겼다. 학생 수 감소로 학교 분위기도 예전과 달라졌다. 마을마다 노인 인구 비율은 높아지고 아이들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울릉도 유일 울릉고등학교 전경. <홍준기 기자>

울릉도 유일 울릉고등학교 전경. <홍준기 기자>

울릉읍에서 만난 학부모 한성현(56)씨는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더 넓은 세상에서 배우고 성장하길 바란다"며 "하지만 막상 육지로 보내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공부를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잇거나 지역사회에서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울릉도 청년들이 섬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다. 교육과 취업, 문화생활, 의료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학 진학을 위해 처음 섬을 떠난 뒤 취업과 결혼, 육아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활권이 육지에 자리 잡게 된다.


현재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울릉 출신 김모(28)씨는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님도 계시고 친구들도 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하는 일을 울릉도에서 이어갈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반대로 다시 고향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대구의 한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던 김석진(34)씨는 4년 전 울릉도로 돌아왔다. 현재는 부모와 함께 특산물 유통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처음 섬을 떠났을 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문화시설도 부족하고 교통도 불편했다. 친구들도 대부분 육지에 있었기 때문에 울릉은 잠시 다녀가는 곳 정도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 생활이 길어질수록 생각은 달라졌다. 아침 출근과 야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됐다. 김씨는 "경제적으로는 안정됐지만 행복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박모(38)씨도 비슷한 생각을 내놓았다. 그는 "울릉도는 분명 불편한 곳"이라면서도 "그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도시에서는 어디를 가도 비슷한 풍경을 보지만 울릉은 다르다. 바다와 산, 마을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있다"며 "그런 매력을 알고 고향을 다시 찾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섬을 떠날 준비를 하는 청년도 있다. 울릉도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20대 이모씨는 "관광 성수기에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비수기에는 일감이 크게 줄어든다"며 "앞으로 결혼과 육아까지 생각하면 결국 육지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울릉을 싫어해서 떠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좋아하는 곳이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답답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문제는 의료와 교통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육지 병원을 먼저 떠올려야 하고 전문 진료를 받기 위해 하루 이틀 일정을 비워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취업 면접 하나를 보기 위해서도 배편 시간과 기상 상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상황이 더욱 어렵다. 강풍과 높은 파도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 주민들의 발도 함께 묶인다. 예약했던 진료 일정이 취소되거나 중요한 약속이 연기되는 일도 빈번하다. 택배 역시 울릉에서는 며칠 더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지만 청년들에게는 정착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울릉도를 지키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청년들도 있다.


울릉도에서 특산품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청년 사업가 김준혁씨가 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에서 특산품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청년 사업가 김준혁씨가 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지역에서 특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청년 사업가 김준혁(44)씨는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지만 관광객과 주민이 함께 찾는 공간을 만들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울릉도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자원이 많다"며 "청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확대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지역소멸 문제를 단순한 인구 감소 현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울릉발전연구소 배상용 소장은 "지역소멸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청년들이 울릉에서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청년 정책 역시 단순한 지원금 지급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일자리와 주거, 의료와 교육이 함께 개선돼야 지속 가능한 정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울릉도는 새로운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오는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울릉공항은 주민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이다. 공항이 개항하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의료와 물류, 관광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주민들은 공항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동항을 떠난 여객선은 내일이면 다시 울릉도로 돌아온다. 그러나 섬을 떠난 모든 청년의 발걸음이 고향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도 누군가는 대학 진학을 위해, 누군가는 취업을 위해 울릉도를 떠난다. 하지만 울릉의 이야기가 떠남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다시 섬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부모가 기다리는 집으로, 어린 시절 뛰놀던 골목으로,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터전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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