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전남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사 앞에서 광주시 부활 추진 시민모임 관계자들이 광주 5개 자치구의 시 전환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첫 광역단체 행정통합 사례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 한 달 반 만에 기초자치단체 개편 논란에 휩싸였다.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목표로 하는 대구·경북 정치권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의원이 지난 10일 대표발의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개정안은 현행 동·서·남·북·광산구를 폐지하고 각각 동광주시·서광주시·남광주시·북광주시·광산시를 설치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무원과 구청장, 지방의원은 신설되는 시 소속으로 전환돼 잔여 임기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과규정도 담겼다.
발의 배경은 '재정권' 확대다. 지방교부세법상 시·군은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직접 받지만, 자치구는 상급 지자체가 배분하는 조정교부금에 의존한다. 도시계획·대중교통 등 사무 권한에서도 차이가 있다. 통합 이후 같은 광역단체 안에 전남 22개 시·군과 광주 5개 자치구가 공존하면서 격차가 드러났다는 것이 발의 취지다.
양 의원은 "동일한 행정구역 내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행정서비스의 차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치구를 시로 전환하면 행정서비스 격차 문제뿐만 아니라 자치구에서 시로 권한이 확대되는 것이므로 통합특별시장의 권한이 자연스레 이양되어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효과도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전남광주 구청장협의회는 발의 당일 "구를 시로 바꾸는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라 27개 기초지방정부의 균형을 맞추는 제도적 출발"이라며 환영 성명을 냈다.
전남광주 통합 관련 광주 언론사 카드뉴스에 대한 누리꾼 반응. 인스타그램 페이지 캡처
다만 전남광주 지역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광주 지역에서는 "40년 가까이 유지돼 온 광주라는 도시공동체를 사실상 해체하는 결과"라는 반론이 제기됐고, 광주 특례시 설치와 임명직 구청장제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주장도 나왔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12일 '졸속 추진'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이들은 향후 의사결정 과정을 주민투표로 결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통합특별시 의회 내에서도 ▲사무 배분 ▲재정구조 개편 ▲전남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질 것이라며 '신중론'이 우세하다는 것이 해당 지역 정치권의 설명이다.
TK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강명구(경북 구미시을·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의원은 14일 "통합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이라며 "국가적 혼란을 주는 법안 발의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갓 출범한 통합특별시가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지, 또 다른 입법실험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 강 의원의 주장이다.
강 의원은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 이후 광역시 자치구가 일반 시로 바뀐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며 "대구·경북, 대전·충남 통합을 논의할 때도 같은 요구가 나왔지만 정부는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이어 "광주·전남에서 선례가 만들어지면 전국 모든 특별시·광역시 자치구에서 같은 요구가 나올 수 있고, 지방세와 교부세 체계의 근간이 특별법 하나로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역 정가에선 흘려들을 대목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8개 자치구·군과 경북 22개 시·군이 한 광역단체 안에 놓이는 구조는 전남광주와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이다.
지역 의원실의 보좌관은 영남일보 기자와 만나 "전남광주에서 불거진 기초단체 지위·재정 배분 문제가 TK 통합 특별법에 대한 재추진 논의에서 그대로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면서 "TK에서도 실효성 높은 통합을 바란다면 지역 민심과 의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