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10월항쟁을 국가기념일로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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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9 17:15  |  수정 2026-09-30 08:14  |  발행일 2026-09-30
박진관 서울본부장

박진관 서울본부장

내일이면 절기의 으뜸 10월이 시작된다. 하지만 80년 전, 1946년 미군정기 대구의 10월은 고난과 역경의 시기였다. 암울한 전조는 그해 보릿고개부터 가을까지 이어졌다. 쌀값이 열 배 이상 폭등해 굶주린 시민이 늘어나고, 홍수에다 호열자(콜레라)까지 창궐해 하루에도 수십 명이 죽어나갔다. 설상가상 미군정은 전염병을 차단한다며 대구로 향하는 길목을 봉쇄했다.


9월 말엔 전국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갔고, 미군정의 미곡 정책 실패와 친일관료 재등용으로 민심은 흉흉했다. 일제의 폭정에서 해방이 됐지만 민초의 삶은 더 피폐해졌고,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나라는 쪼개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오죽했으면 한 해 전 창간한 영남일보가 '해방의 선물은 기근'이라는 기사를 실을 정도였다.


그해 7월3일자 영남일보는 '7월2일 기준 누적 호열자 경북 762명 발생, 447명 사망', '2일 하루 48명 확진'으로 보도했다. 8월30일자에는 '우울한 대구, 해방거리의 명암 2중주'라는 제목으로 '아침저녁으로 몸속에 숨어드는 가을바람은 생활에 피곤한 시민의 가슴에 안타까운 애수를 씨뿌리고 있는데, 늦은 여름 세상에는 여전히 죽는다, 산다의 요란스러운 희비극이 끊임없이 연출되고 있다'고 썼다.


곪은 상처는 터지게 마련이다. 10월1일 오전 대구부 청사에 시민 1천여 명이 몰려가 "쌀을 달라"고 외치며 시작된 시위는 오후 대구역에서 1만5천 명으로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돌이 날아들고 경찰이 공포탄을 쏘면서 2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튿날까지 계속된 시위는 이후 대구에서 경북으로 퍼지고 12월 중순까진 전국으로 번졌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 인구 310여만 명 중 70여만 명이 파업과 시위에 참여했으며, 전국적으로 시민과 농민 1천여명, 경찰 200여 명이 사망하고, 3만여 명이 체포됐다.


10월 항쟁은 광복 이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민중항쟁이다. 미군정의 잘못된 정책에 기인한 굶주림과 불평등, 친일파 등용에 맞선 현대 민주주의와 인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동학혁명, 3·1운동과 더불어 3대 근·현대 민중항쟁이라고 하거나 '광장 민주주의의 원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구에선 1961년 이후 50여 년간 '봉인된 역사'나 마찬가지였다. 201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시민사회와 일부 언론이 공개적으로 대구의 10월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명칭도 각고의 노력 덕분에 '폭동'에서 '사건'으로, 다시 2016년 대구시 조례로 '항쟁'으로 부르게 됐다. 이에 대구시는 2013년부터 매년 10월1일 추념식에 조화를 보내고 있다. 2020년엔 가창댐 아래 위령탑이 세워지고, 작년엔 대구콘서트하우스 앞에 '10월 항쟁 발상지' 표지판이 들어섰다.


올해는 80주년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10월 항쟁 80주년 행사위원회 주관으로 10월1일 가창위령탑 앞에서 추념식이 열리는데, 정부 인사 자격으로 행안부 차관이 처음으로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의 추모사를 대독한다. 3일에는 대구시청 앞에서 대규모 상여행렬을 선보인다. 대구민예총과 80주년예술제추진위원회 등이 주최가 돼 오는 12월까지 '시월 꽃피다 – 대구, 그 격동 세월의 기억'을 주제로 대구 각처에서 강연, 전시, 공연, 퍼포먼스, 문학제, 학술제 등이 열린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10월 항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과 필연적으로 연결되므로 진상 규명과 배상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제주 4·3평화공원처럼 10월 항쟁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할 수 있는 추모 및 교육 공간이 필요하다. 제주 4·3 사건은 2014년 이미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그것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대구의 10월도 늦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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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서울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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