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부담 줄이는 5등급제, 자퇴 부추기는 요인?

  •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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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5 14:05  |  발행일 2026-08-15
2024년 대구 초·중·고 학업중단학생 총 2천3명
인원 증가 추세, 전체 학생 중 비율 수년 만에 두 배
5등급제로 수 늘어난 1등급, 변별 가지기 어려운 탓
자퇴로 1학년 내신 리셋 및 검정고시 후 정시 도전
입시업계 “한번 실수로 자퇴 부추기는 구조 문제”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6월4일 대구 수성구의 한 고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답안지에 인적 사항을 적고 있다. 영남일보DB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6월4일 대구 수성구의 한 고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답안지에 인적 사항을 적고 있다. 영남일보DB

고교 내신이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제로 전환되면서 학생의 성적 관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입시업계는 일부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원하는 내신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퇴를 통해 재입학하거나 검정고시를 통한 수능 정시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학생 내신 관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5등급제가 오히려 공교육 제도권 이탈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대구지역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4년 대구지역 초·중·고 학업중단학생 인원은 총 2천3명이다. 지역 학업중단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천211명에서 2022년 1천875명, 2023년 1천940명으로 확인됐다. 학교급별 학령인구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데 학업중단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지역 초·중·고교생 25만957명 중 0.48% 비중을 차지했으나, 2024년엔 23만7천973명 중 0.84%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와 올해 학업중단학생 현황에 대한 공식적인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원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교육청 생활인성교육과는 "학생마다 여러 사정이 있고, 놓인 환경이 달라 학업중단 이유는 다양하다"고 전했다.


지역 학업중단 고교생 인원은 전체 초·중·고 총합에서 평균 59.4%(최근 5년 기준)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역 입시업계는 고교생의 자퇴 원인으로 내신 5등급제를 큰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고1~2 학생은 기존 9등급제가 아닌 5등급제를 기준으로 한다. 등급 수가 적어져 같은 등급 인원이 많아지니 변별이 어렵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따라서 성적 상위권 학생들에겐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이다.


1등급은 성적 상위 10%에만 주어진다. 2등급은 상위 10~34% 구간이다. 입시업계에선 비공식적으로 1등급을 소수점까지 나눠 상위권과 최상위권으로 구분한다. 입시업계에 의하면 의약학계열(의·치·수·약·한)에 입학하려는 수험생이 지원 가능한 내신 등급은 평균 1.1등급이다. 이는 자신이 수강한 전체 과목에서 1등급이 90%, 2등급이 10% 비중일 때 1.1등급으로 본다. 이 중에서도 의과대학에 지원하려면 1.08등급이 돼야 한다. 하지만 계획대로 내신 성적을 받지 못하면 만회하거나 역전할 방법이 5등급 체제에선 불가능에 가까워 다른 방식으로 대입에 지원한다는 게 입시업계의 설명이다. 크게 자퇴를 통한 내신 리셋과 검정고시 준비 방식이다. 내신 리셋은 말 그대로 내신을 초기화하는 방법이다. 고1 시기에 2학기 기말고사까지 시험 4번을 치른 후 본인이 원하는 성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진급 전에 자퇴하고 재입학한다. 1학년으로 재입학해 내신 성적을 다시 쌓는다. 고2~3 때는 자퇴한 후 검정고시에 이어 수능 정시로 대입 지원을 하는 경우다. 최근 대구지역 검정고시 지원 인원도 증가 추세다. 2023년 3천662명이었던 지역 검정고시 응시자 수는 2024년 3천792명이었고, 지난해는 4천34명을 기록했다.


차상로 학문장 진학소장은 "9등급제일 때는 내신 점수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음 시험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5등급제에선 역전할 여지가 없다시피 한다"며 "최상위권 학생들은 완벽한 내신 관리에 더욱 목을 맬 수밖에 없고, 실패 시 자퇴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법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자퇴생의 증가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다만 대입 선발 기준에서 학생부 이력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어, 성적만을 고려한 입시 준비는 한계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내년 수능이 선택과목 없이 통합형 평가로 변화하면서 한동안은 자퇴 인원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성구의 한 고교 교장은 "현재 대입 제도는 5등급제와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기 위한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며 "최상위 대학 및 학과는 수능 성적을 포함해 학생이 고교생활을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한 기록을 점점 더 보는 추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자퇴생 증가 현상이 나오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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