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6월4일 대구 수성구의 한 고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답안지에 인적 사항을 적고 있다. 영남일보 DB
고교 내신이 기존 9등급→5등급제로 전환되면서 학생 성적 관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입시업계는 일부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원하는 내신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퇴를 통해 재입학하거나 검정고시를 통한 수능 정시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학생 내신 관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5등급제가 오히려 '공교육 제도권 이탈'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17일 대구지역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4년 대구지역 초·중·고 학업중단학생 인원(가장 최신 공식 통계치)은 총 2천3명이다. 지역 학업중단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세다. 2020년 1천211명에서 2022년 1천875명, 2023년 1천940명으로 확인됐다. 학교급별 학령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는데 학업중단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그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지역 초·중·고교생 25만957명 중 0.48%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2024년엔 23만7천973명 중 0.84%로, 두 배가량 늘었다. 지난해와 올해 학업중단학생 현황에 대한 공식적인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인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교육청 생활인성교육과는 "학생마다 여러 사정이 있고, 처한 환경도 달라 학업중단 이유는 다양하다"고 했다.
지역 학업중단 고교생 인원은 전체 초·중·고교 총합에서 평균 59.4%(최근 5년 기준)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역 입시업계는 고교생 자퇴 원인으로 내신 5등급제를 핵심요인으로 손꼽았다. 현재 고교 1~2학년들은 내신 5등급제를 적용받는다. 등급 수 축소로 같은 등급 인원이 많아지니 변별이 어렵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성적 상위권 학생들에겐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이다.
1등급은 성적 상위 10%에만 주어진다. 2등급은 상위 10~34% 구간이다. 입시업계는 비공식적으로 1등급을 소수점까지 나눠 상위권과 최상위권으로 구분한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의약학계열(의·치·수·약·한)에 입학하려는 수험생이 지원 가능한 내신 등급은 평균 1.1등급이다. 자신이 수강한 전체 과목에서 1등급이 90%, 2등급이 10% 비중일 때 1.1등급으로 본다. 이 중에서도 의과대학에 지원하려면 1.08등급이 돼야 한다. 하지만 계획대로 내신 성적을 받지 못하면 만회하거나 역전할 방법이 5등급 체제에선 불가능에 가까워 결국 다른 방식으로 대입에 지원한다는 게 입시업계 설명이다. 다른 방식은 크게 자퇴를 통한 내신 리셋과 검정고시 준비로 요약된다. 내신 리셋은 내신을 초기화하는 방식이다. 고1 시기에 2학기 기말고사까지 시험 4번을 치른 후 본인이 원하는 성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진급 전 자퇴하고 재입학한다. 1학년으로 재입학해 내신 성적을 다시 쌓는다. 고 2~3학년생들은 자퇴 후 검정고시에 이어 수능 정시로 대입에 지원할 수 있다. 최근 대구지역 검정고시 지원 인원도 증가 추세다. 2023년 3천662명이었던 지역 검정고시 응시자 수는 2024년 3천792명이었고, 지난해 4천34명을 기록했다.
차상로 학문당 진학소장은 "9등급제일 때는 내신 점수가 조금 부족해도 다음 시험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5등급제에선 역전할 여지가 사실상 없다"며 "최상위권 학생들은 내신 관리에 더 목을 맬 수밖에 없고, 실패 시 자퇴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법이 점차 느는 추세"라고 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도 자퇴생 증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다만 대입 선발 기준에서 학생부 이력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어, 성적만을 고려한 입시 준비는 한계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내년 수능이 선택과목 없이 통합형 평가로 변화하면서 한동안 자퇴 인원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성구 한 고교 교장은 "현재 대입 제도는 5등급제와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기 위한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며 "최상위 대학 및 학과는 수능 성적을 포함해 학생이 고교생활을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한 기록을 점점 더 보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현재는 자퇴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다시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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