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물 먹을 때인데”…저수율 10%에 농심도 타들어간다

  • 장성재·남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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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3 21:36  |  발행일 2026-08-13
경주 내남면 논 1천287㏊…출수기 맞은 벼농사에 가뭄 직격탄
안심2리 논바닥 갈라지고 관정도 고갈…“평년 절반 건져도 다행”
박달지 저수율 10%…관정·양수기 돌리며 버텨
13일 경주시 내남면 박달지의 저수율이 10%까지 떨어지면서 물이 빠진 저수지 가장자리의 바닥이 넓게 드러나 있다. 장성재 기자

13일 경주시 내남면 박달지의 저수율이 10%까지 떨어지면서 물이 빠진 저수지 가장자리의 바닥이 넓게 드러나 있다. 장성재 기자

"벼가 지금 물을 실컷 먹어야 할 때인데, 물이 없으니 논에서부터 바짝 말라갑니다."


경주시 내남면 용장4리에서 4만평이 넘는 벼농사를 짓는 오형식 내남면이장협의회장은 요즘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논에 물을 대며 버티고 있다. 오 회장은 "벼가 이삭을 패는 출수기라 물을 많이 필요로 한다"며 "물을 제때 대지 못한 곳은 벼가 말라 타들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13일 경주시 내남면에 따르면 지역 농경지는 논 1천287㏊, 밭 583㏊다. 주요 농업용 저수지인 박달지는 지난 12일 기준 저수율이 10%까지 떨어졌다. 형산강이나 저수지 물을 끌어올 수 있는 곳은 그나마 낫지만 안심2리와 화곡2리 등 산간·고지대 농경지의 물 사정은 심각하다.


13일 경주시 내남면 덕천1리의 한 논에서 오랜 가뭄으로 벼가 누렇게 변하며 타들어가고 있다. 장성재 기자

13일 경주시 내남면 덕천1리의 한 논에서 오랜 가뭄으로 벼가 누렇게 변하며 타들어가고 있다. 장성재 기자

안심2리에서는 이미 논바닥이 갈라지고 벼 생육이 떨어지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김하영 안심2리 이장은 "계속 물을 제대로 대지 못해 벼가 정상적으로 크지 못하고 있다"며 "관정 6곳 가운데 1곳은 이미 고갈됐고 나머지도 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지금 비가 와도 예년보다 수확이 20% 정도 줄 것으로 본다"며 "비가 더 늦어지면 평년의 절반 남짓만 건져도 다행"이라고 했다.


행정에서도 관정과 양수기를 동원해 급한 곳부터 물을 공급하고 있다. 강호지 내남면 부면장은 "형산강이나 저수지 물을 끌어올 수 있는 지역은 그나마 낫지만 산골 쪽은 바짝 마른 논도 있다"며 "지금까지는 물을 끌어다 대며 버티고 있지만 비가 계속 오지 않으면 피해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뭄은 경주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지역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34%로 평년 62%, 지난해 같은 기간 79%에 크게 못 미친다. 생활용수원인 덕동댐 52.8%를 제외하면 농업용 저수지 평균은 26%에 불과하다. 안강 하곡지는 8%, 내남 박달지 10%, 화산곡지 12%, 강동 왕신지는 20%까지 내려갔다.


6~7월 강수량이 평년의 28% 수준에 그친 데다 마른장마와 폭염까지 겹친 영향이다. 경주시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예비비 33억원을 편성했다. 13일 현재 하상굴착 190곳과 간이양수장 80곳을 설치·가동하고 관정과 양수장 45곳을 보수했다.


또 양수관로 8㎞를 새로 연결하고 하상관정 15곳을 설치해 부족한 농경지에 지금까지 4만5천여㎥의 물을 끌어다 댔다. 외동과 감포, 건천에서도 하천 굴착과 양수시설 설치가 이어지고 있다.


영천 북안면 용계리 신화지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영천시 제공

영천 북안면 용계리 신화지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영천시 제공

영천지역도 최악의 가뭄과 폭염으로 용수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 영천의 올해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45% 수준에 머물며 생활·공업용수는 가뭄 '경계' 단계, 댐 수자원은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폭염과 마른 장마가 지속되면서 농촌현장과 광역 용수공급 체계 전반이 바짝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농업·공업 용수 공급 기지인 보현산댐의 저수율은 예년 평균(73%)의 4분의 1수준인 15.8%까지 떨어졌다. 영천시 오미동 삼귀지 등 관내 저수지의 평균 담수율도 4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지역 전체 논 면적의 11.8%에서 '물 마름 현상'이 발생했다.


영천의 한 과수원에 과일 표면이 검게 타들어 가는 햇볕 데임 피해를 입은 복숭아가 걸려있다. 영천시 제공

영천의 한 과수원에 과일 표면이 검게 타들어 가는 햇볕 데임 피해를 입은 복숭아가 걸려있다. 영천시 제공

저수지 하류 논밭 상황은 더 참혹하다. 한창 알을 여물며 푸르러야 할 벼들은 물길이 끊겨 잎 끝부터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일부 과수 농가에서는 강한 햇볕에 과일 표면이 검게 타들어 가는 '햇볕 데임(일소)' 피해와 수분 부족으로 과육이 줄어드는 '축과' 현상이 관찰됐다.


논에서 만난 농민 김모(68)씨는 "벼가 한창 물을 먹고 자라야 할 시기인데 물 구경을 못 하니 한 해 농사를 통째로 망치게 생겼다. 물 한 방울이 피눈물 같다"며 절박한 심정을 호소했다.


광역 용수 공급망도 흔들리고 있다. 포항·경주·영천 주민 46만명과 포항철강산단에 물을 대는 영천댐의 저수율은 32.8%로 떨어져 주의 단계에 접어들어서다. 하천 유량 감소로 포항 형산강 하구에 바닷물이 역류하는 염분 피해가 발생하면서 영천댐의 비상 용수를 대체 공급하며 버티는 실정이다.


아울러 안동 임하댐의 현재 저수율은 42.1%로 가뭄 '주의' 단계다. 이에 따라 임하댐에서 도수로를 통해 물을 공급받는 영천댐 역시 추가 가뭄 우려가 커지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천시와 한국농어촌공사 영천지사는 가용 장비를 총동원해 비상 급수 작전에 돌입했다. 관내 농업용수 관정 589개를 24시간 풀가동하고, 취약 지역에는 임시 양수기와 수중 펌프를 긴급 설치했다. 메마른 하천 바닥에 웅덩이를 파 고인 물까지 농경지로 밀어 올리는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에서 내려온 특별교부세 5억원은 이미 읍면동에 배정됐다. 영천시는 이에 더해 약 15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추가 편성해 선제적인 가뭄대책 수립에 나설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기후변화로 상시화된 가뭄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댐 재준설이나 광역 물 저장고 확보 등 중장기적인 물 안전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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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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