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반도체는 호남에, 소비는 영남에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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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3 16:23  |  수정 2026-09-23 22:42  |  발행일 2026-09-24
경제팀 이남영 기자

경제팀 이남영 기자

"돈 되는 반도체는 호남에 주면서, 돈 쓰는 유통업체는 왜 대구경북에 몰아넣습니까?"


최근 지역 경제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나온 말이다. 표현이 다소 거칠지만, 이번 정권의 행보에서 대구경북 경제계가 느끼는 박탈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정부는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생산시설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 협력기업까지 묶은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호남에는 반도체 공장 하나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와 기업,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산업 기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호남권의 생활 수준이 크게 높아질 거란 기대감이 지역민 사이에서 돌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이미 대구경북에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규모 유통업체가 입점해 있고, 대형 유통공룡 3사 역시 2030년 내로 프리미엄아울렛 출점을 공표한 상황이다.


지역에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설 때마다 '투자 유치'라는 이름이 붙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따라온다. 물론 유통업체의 투자 역시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생산·연구개발 분야의 대규모 투자와 소비를 끌어내는 유통 투자의 성격이 같을 수 없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기관, 전문인력이 따라붙는다.


실제 산업통상부가 최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에 제출한 '지역별 반도체 관련 기업 분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경(대구·경북)권은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의 6.1%가 위치해 있어, 서남권(광주·전남·전북, 2.6%)보다 기존 산업 기반도 두텁다.


해당 자료는 2024년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하지만, 지역별 기업 분포는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정부의 설명을 고려하면 지역에서 "왜 우리는 미래 산업 투자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느냐" "TK패싱이 아니냐"는 질문은 나올 수밖에 없다.


지역균형발전은 전국 곳곳에 단순 투자액을 나눠 적어놓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는 생산과 연구개발,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 산업을 배치하고, 다른 지역에는 소비시설만 늘린다면 숫자상 '지방 투자'는 늘어도 지역이 체감하는 미래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반도체는 호남에, 소비는 영남에". 이 말이 단순한 지역의 푸념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와 정치권, 대구시가 답해야 한다. 대구경북에는 앞으로 무엇을 만들고, 어떤 기업을 키우고, 어떤 청년을 붙잡을 것인가. 지역이 원하는 것은 돈을 쓸 곳만 늘어나는 도시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이 커지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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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영

지역에 먼저 다가서는 따뜻한 기자로 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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