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인구가 줄고 산업기반이 약화되면서 '축소도시'로 가고 있다. 대구시 전경. 대구시 제공
대구가 쇠퇴하고 있다. 인구와 청년이 줄어들고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전국 평균을 밑도는 해가 많았다. 특히 2020년 -1.1%, 2024년 -0.8%, 2025년 -1.3%로 세 차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도시쇠퇴가 심한 지역에 유독 빈집이 집중되는 등 도시 내부의 공동화 현상마저 나타나면서 대구가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축소도시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축소도시란 인구 감소와 함께 산업·경제 기반이 약해지고, 빈집과 유휴공간이 늘어 도시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영남일보는 올해 제81주년 창간을 맞아 이정은·박윤미·김민주 연구진이 2023년에 발표한 논문 '한국형 축소도시의 정의와 진단'을 비롯해 여러 관련 논문을 참고해 대구의 축소도시 징후를 점검해 봤다.
30년 뒤 대구 인구 얼마나 줄어드나
◆ 빨간불 켜진 인구 지표
먼저 인구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대구 인구는 2022년 237만 명에서 2052년 180만 명으로 58만 명, 24.3% 감소할 전망이다. 대구 시민 4명 중 1명가량이 30년 뒤 사라지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생산연령인구의 감소폭이 크다는 점이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168만 명에서 2052년 89만 명으로 79만 명(46.9%) 줄어들 것으로 추계됐다. 일할 사람과 소비할 사람이 빠르게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기업이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지역의 소비·주택 수요·세수 기반도 함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고령인구 비중은 빠르게 높아진다. 대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52년 42.5%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유소년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를 뜻하는 노령화지수는 534.9명,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유소년·고령인구를 합친 총부양비는 101.6명으로 추계됐다. 대구의 인구 문제는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현상이 아니라, 청년·노동력이 줄고 고령층 비중은 늘어나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재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구의 6~21세 학령인구는 2022년부터 2052년까지 절반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초·중·고교의 학급과 학교 운영, 대학 입학자원, 청년 노동력, 미래 주택·소비 수요가 동시에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대구와 수도권 청년 임금 격차
◆ 청년 감소·산업 기반 약화
청년 감소는 이미 현실이 됐다. 2023년 대구의 19~39세 청년인구는 58만5천 명으로 2015년보다 17.1% 감소했다. 청년인구 비중은 24.6%로 수도권의 28.3%보다 3.7%포인트 낮았다.
청년의 이동은 수도권 집중 구조를 보여준다. 2023년 대구 청년의 전체 순유출은 6천115명이었다. 수도권과의 이동만 보면 7천858명이 순유출됐다. 반면 영남권에서는 일부 순유입이 나타났다. 대구가 대경권·영남권의 중심도시 기능을 일부 유지하면서도, 수도권과의 경쟁에서는 청년을 빼앗기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청년들이 떠나는 배경에는 일자리와 임금 격차가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대구의 15~29세 청년고용률은 39.4%였다. 서울은 49.8%, 인천은 44.4%, 경기는 46.5%로 대구보다 높았다.
임금의 경우 월 300만원 이상 받는 대구 청년 취업자 비율은 34.4%로 수도권의 47.5%보다 13.1%포인트 낮았다. 대구 청년 취업자의 상용근로자 비중은 68.9%로 수도권보다 3.4%포인트 낮았다. 취업률뿐 아니라 임금과 고용 안정성에서도 대구 청년이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대구 실질 GRDP 현황
산업 기반 약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구의 실질 GRDP 성장률은 2020년 -1.1%, 2024년 -0.8%, 2025년 -1.3%로 세 차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3년에도 0.1% 성장에 그쳤다. 저성장을 넘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고용에서도 약세가 확인된다. 2025년 6월 대구 취업자는 122만2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천 명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2천 명, 건설업 취업자는 4천 명 줄었다. 실질 GRDP 역성장과 제조·건설업 고용 감소가 겹쳐 나타났다는 점은 대구의 산업·경제 기반이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구 빈집 현황
◆ 늘어나는 빈집과 줄어드는 인구 밀도
이러한 인구 유출과 산업·경제 기반의 약화는 물리적 공간의 쇠퇴로 이어진다. 이재홍·양성철 연구진이 2020년 발표한 'GIS 기반 빈집과 도시쇠퇴지역 간 상관성 분석'에 따르면 빈집 77.0%(1천952채)가 쇠퇴 1·2등급 지역에 분포했다. 구별로는 남구에 빈집이 508채로 가장 많았고, 동구 405채, 북구 371채 순이었다.
논문이 쇠퇴 지역으로 꼽은 곳은 서구 비산동·원대동1가, 북구 고성동1가·고성동2가·산격동 일대, 남구 대명동·봉덕동·이천동 일대, 달서구 송현동·감삼동 일대, 중구 남산동, 동구 신암동, 수성구 파동 등이다.
연구에서 빈집과 상관성이 높게 나타난 지표는 노령인구, 낮은 인구·가구 증가율, 인구 대비 종사자 수, 고차서비스업 종사자 수, 사업체·종사자 증가율, 노후 단독주택과 주거불량주택 등이었다. 즉 빈집은 사람과 일자리, 산업과 주거환경의 취약성이 겹친 결과란 의미다.
인구밀도가 줄었다는 연구도 있다. 조대헌 경북대 교수(지리교육과)와 이채현 연구진의 2023년 논문 '우리나라 도시축소의 공간적 특성 분석: 인구집중구역의 변화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2000~2020년 대구의 인구집중구역 안 인구는 18.9%, 인구밀도는 19.6% 각각 줄었다. 인구가 감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시가지 안에서도 사람이 빠져나가는 공간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구 미거주 주택 현황
◆ 빠르게 증가하는 미거주 주택
대구가 전국 광역시 가운데 미거주 주택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통계도 있다.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대구의 미거주 주택은 5만6천673호였다. 2019년 4만721호보다 39.17% 늘었다. 이는 서울과 6개 광역시, 세종을 합친 특별·광역·특별자치시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비교 대상 도시들의 평균 증가율은 약 10%였고, 인천은 26.56% 늘어난 데 비해 대전·울산·세종은 감소했다.
대구는 대학·의료·교통·상권이 집적된 인구 200만 명대 광역시다. 광역시는 일반적으로 고용과 생활서비스가 집중돼 주택 수요를 유지할 여력이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미거주 주택 증가율이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도시 내부의 주거 수요 약화가 구도심을 중심으로 공간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 복합적으로 악화될 도시 문제
이처럼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가 물리적 공간의 쇠퇴로 번지면 도시 문제는 더 복합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 사람이 줄고 소비와 일자리가 위축되면 상가와 주택 수요가 감소해 빈집·공실·유휴부동산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주거환경과 도시 경관이 나빠지면서 화재·붕괴·범죄 등 안전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버스·의료·교육·돌봄·문화시설 같은 생활서비스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인구와 사업체가 감소하면 지방세와 소비 기반은 약해지는 반면, 도로·상하수도·공공시설·노후 주거지 등 도시 기반시설의 유지·관리 비용은 동반 감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 불편과 지방재정 부담이 커지고, 정주 여건이 약해진 지역에서 다시 인구와 기업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다만 이를 근거로 대구시를 축소도시라고 규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축소도시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대구의 제조업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수 없고, 투자와 신산업 육성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과제는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빈집과 노후 주거지를 주거·창업·돌봄·문화공간으로 전환하며, 인구가 줄어드는 생활권의 교통·의료·교육·문화 서비스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될 전망이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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