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청년 정책’ 예산 80%가 ‘노인복지’…전문가 “청년 공감대 이끌 정책 대전환 필요”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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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6 10:22  |  수정 2026-08-18 09:24  |  발행일 2026-08-16
남구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안)’ 25일까지 주민 의견 수렴
2천127억원 규모 대형 계획 속 청년 관련 예산만 80% 달해
남구 20대 63% “떠나겠다”…실질적 주거·일자리 대책은 ‘미흡’
대구 남구 앞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 남구 앞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 남구청이 향후 5년간 인구 감소를 막고,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한 중장기 도시 발전 전략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안)'으로 구상한 3대 전략(저출산, 교육·정주, 청년)에 2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지만, 이중 청년 정책에 대한 예산 적절성과 효율성 부문에서 일부 문제점이 드러난 것. 총사업비 중 80%를 차지한 청년 정책 항목에 기존 노령층 복지 사업이나 반복 사업(국책 복지)이 대다수 끼워진 상황에서 정책 체감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대 63% "남구 떠나겠다" 아우성


대구 남구청이 2027~2031년 남구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안)을 통해 발표한 기본계획 추진전략 및 실천과제. 대구 남구청 제공

대구 남구청이 '2027~2031년 남구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안)'을 통해 발표한 기본계획 추진전략 및 실천과제. 대구 남구청 제공

대구 남구청이 진행한 2026년 투자계획수립 주민 의견조사 향후 3년 이내 타지역 이주 의향 연령별 현황.  대구 남구청 제공

대구 남구청이 진행한 2026년 투자계획수립 주민 의견조사 '향후 3년 이내 타지역 이주 의향' 연령별 현황. 대구 남구청 제공

대구 남구청에 따르면, '2027~2031년 남구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안)'(지난 11일 공고)에 대한 주민 의견을 오는 25일까지 수렴한다. 기본계획안을 살펴보면, 남구청은 향후 5년간 2천127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저출산 대응 △교육·정주 지원 △청년 도시 등 3대 도시 발전 전략을 수행할 방침이다.


이번 기본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청년'으로, 대도시형 인구전략 모델 개발이 목표다. 실제 전체 예산의 79.8%인 1천697억원이 '청년이 머무는 문화·일자리 매력도시' 전략에 집중 배정됐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고 싶어 하는 청사진을 그려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남구청의 이 같은 결정은 지역 청년들이 처한 현실과 맞물려 있다. 이번 기본계획에 담긴 남구청 자체 설문조사 결과, 20대 청년 응답자의 63.3%(60명 중 38명)가 "3년 이내에 남구를 떠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30대(50.7%·71명 중 36명)와 40대(50.6%·79명 중 40명) 역시 절반 이상이 남구를 떠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와 창업 인프라 부족에 주거 지원과 교육 여건 약화라는 이중고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남구 한 대학가에서 만난 김경호(24)씨는 "학교에 다니느라 저렴한 자취방 때문에 남구에 살고 있지만, 졸업 후 직장을 잡으면 이사를 하게 될 듯하다"라며 "구청에서 청년 도시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정작 체감되는 일자리나 주거 지원 정책은 잘 와닿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실질 청년 예산 저조…노인 복지 예산이?


대구 남구청 2027~2031년 남구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안)에 담긴 지방소멸대응기금 청사진은 인구감소위기대응센터 운영 명목의 전문가 자문료, 간담회 개최 등 기구 유지비로만 구성돼 있다. 대구 남구청 제공

대구 남구청 '2027~2031년 남구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안)'에 담긴 지방소멸대응기금 청사진은 인구감소위기대응센터 운영 명목의 전문가 자문료, 간담회 개최 등 기구 유지비로만 구성돼 있다. 대구 남구청 제공

남구청이 지역 청년 문제에 팔을 걷어붙인 것과 달리, 사업적 실효성에 대한 문제의식도 공존한다. '청년 전략' 정책 총예산(1천697억원)의 83.3%(1천414억원)가 기존 보건복지부 국·시비 매칭 사업인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등으로 채워져 있어서다. 청년 정책 사업비 대부분이 지방소멸대응기금이나 지자체 자체 신규 예산이 아닌, 매년 들어오던 중앙부처 연례 보조 예산으로 채워진 셈이다. 특히, 기본계획 총예산(2천127억원)을 재분류해 보더라도 노인 공공일자리(66.5%), 주거 지원(12.7%), 건물 신축(9.6%) 순으로 책정된 상태라 청년층에게 직접 투입되는 순수 예산은 저조한 편에 속한다.


이처럼 청년 정책들의 사업 규모가 대체적으로 작은 편에 속한다는 점은 지역 청년들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로도 인식될 수 있다. 현재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 기업 유치·육성에 책정된 예산은 연 2천만원(인구감소지역 기업지원 특례보증 이차보전)에 불과하다. 이밖에 △미혼남녀 만남 청년캠퍼스(연 2천만원) △청년 자격증 응시료 지원(연 3천만원·연 300명 대상) △청년 외식업주 위생 컨설팅(연 2천만원·연 20개소) △청년 외식업소 주방 환경개선(연 2천만원·연 10개소) 등 각종 청년 대책들도 소액 사업이 주를 이뤘다. 그나마 예산 규모가 큰 사업은 구직 단념·은둔 청년을 위한 '청년 도전 지원사업(연 7억9천만원)' 등이다.


더군다나 이번 기본계획에선 지자체가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자율적으로 기획·투입하는 핵심 재원인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활용성마저 둔화한 상태다. 전체 계획안에서 기금 반영액은 단 15억원(전체 예산의 0.7%). 이마저도 '인구감소위기대응센터 운영' 명목의 전문가 자문료, 포럼 개최 등 행정·용역 기구 유지비로 집행된다.


남구청 이남현 인구총괄과장은 "기본계획을 3대 전략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노인 일자리가 불가피하게 청년 전략 쪽으로 배치됐다. 의견 수렴 기간인 만큼 수정을 검토하겠다"며 "청년만을 위한 사업은 별도로 수립 중인 '청년친화도시 기본계획'에 따로 모아서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구 여건상 대기업이나 양질의 일자리를 유치하기엔 부지도, 예산도 부족하다"며 "남구 청년들에게 자부심과 정체성을 심어줘 같이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칫, 청년 불신 자초…'기민한 자치' 대전환해야"


경북대 행정학부 하혜수 교수. 경북대 제공

경북대 행정학부 하혜수 교수. 경북대 제공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재정적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만큼 청년들에게 불신·불안감을 주지 않는 근본적인 주거·일자리 대책 시행으로 실질적 공감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칫, 청년 도시 조성을 표방한 '실적 부풀리기'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청년 문제 해결을 더 멀어지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어서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부)는 "차라리 중앙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저출생·고령화 대응 계획'이라고 솔직하게 공표하는 편이 좋다"며 "청년 사업 대다수가 노인 관련 국책 복지 예산으로 채워진 상황에서 청년층의 실망이 클 수 있다. '예산 착시'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구청이 인구 기본계획과 청년 계획을 따로 구분한 점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을 내놨다. 하 교수는 "남구처럼 재정 자치 역량이 열악한 소규모 지자체에서 인구 기본계획과 청년 계획을 따로 쪼개 행정력을 집중하겠단 점은 행정 낭비"라며 "종합계획을 세울 때부터 청년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실행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소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책 대전환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하 교수는 "청년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주거·육아·고충을 디지털·AI 수단으로 일상적 숙의(熟議)하고, 이를 즉각 정책이나 주민투표로 연결하는 '기민한 자치단체'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내 목소리가 남구를 바꾼다'는 실질적 효능감을 제공하는 것만이 떠나가는 청년들의 발길을 돌릴 유일한 열쇠"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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