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앞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영남일보 DB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철거 위기를 넘기면서 대구·경북(TK) 곳곳에 세워진 그의 동상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판결은 동대구역 동상 하나의 존치 문제를 넘어, TK에서 이어져 온 박정희 기념사업의 의미와 공공 공간 활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현재 확인되는 TK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모두 9기다. 경북에 8기, 대구에 1기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는 상모동 생가 인근과 모교인 구미초등학교에 각각 전신상이 서 있다. 청도 신도마을과 포항 문성리 새마을운동 관련 기념시설에도 동상이 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관광역사공원에는 박 전 대통령을 형상화한 동상 2기가 설치돼 있다.
초기에는 박 전 대통령의 생애나 주요 정책과 직접 연결된 장소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격이 달라졌다. 기념 공간이 대학과 도청, 역 광장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경산 영남대는 2024년 10월 교내 천마아너스파크에 높이 2.5m 규모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대학 측은 박 전 대통령을 학교 설립자로 기념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동상 제작과 설치 비용은 영남대 동문 출신 개인이 전액 기부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도 대형 동상이 들어섰다. 높이 8.2m 규모다. 민간 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건립을 주도했다. 동상 뒤에는 박 전 대통령의 주요 업적과 사진 등을 담은 배경석 12개도 설치됐다.
대구에서는 동대구역 광장이 대표적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재임 당시 추진한 박정희 기념사업의 하나로 2024년 12월 높이 3m의 동상이 세워졌다. 동대구역은 대구의 대표 관문이다. 시민뿐 아니라 외지인도 많이 오가는 곳이다. 박정희 기념 공간이 특정 역사 현장을 넘어 도시의 대표 공공 공간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와 성격이 달랐다.
이 같은 흐름은 박정희 동상을 둘러싼 논쟁의 성격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나 새마을운동 유적지에서 그를 어떻게 기념할지가 주된 쟁점이었다. 최근에는 도청과 대학, 역 광장 같은 공공 공간에 전직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문제가 논쟁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구시 동인청사 전경. 대구시 제공.
찬반도 뚜렷하다.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와 새마을운동 성과를 지역의 역사적 자산으로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유신체제와 인권 문제 등 상반된 역사적 평가가 존재하는 만큼 공공 공간에 동상을 세우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영남대와 경북도청, 동대구역 동상 건립 과정에서도 이런 논쟁이 반복됐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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