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 넘긴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법적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 강승규·최시웅·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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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01 21:28  |  발행일 2026-10-01
대구시 “광장 사용권 인정 의미”…국가철도공단 판결문 검토 후 대응
TK 박정희 동상 9기…구미·경주·청도·포항·대구 곳곳에 설치
“산업화 공 기려야” vs “공공장소 동상은 신중해야”…시민·단체 찬반
법원이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한 철거 청구를 기각한 1일 오후 시민들이 박정희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법원이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한 철거 청구를 기각한 1일 오후 시민들이 박정희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동대구역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둘러싼 1심 소송이 대구시의 승소로 끝났지만, 시와 국가철도공단 모두 즉각적인 후속 조치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판결문을 토대로 법리를 다시 살핀 뒤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철도공단의 항소 여부에 따라 법적 공방이 2라운드로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구시는 이번 판결에서 그동안 주장해온 동대구역 광장 사용권이 인정됐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대구시 자치행정과 윤수진 민간협력팀장은 "그동안 주장한 광장 사용권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승소 직후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윤 팀장은 "확정판결이 아닌 만큼 판결문을 받는 대로 법리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며 "현재 판결문을 토대로 입장을 정리 중이며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승소했지만 곧바로 환영 입장을 내기보다 판결 이유를 세밀하게 살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소송이 동상 한 기의 철거 여부만을 다룬 게 아니라 동대구역 광장의 사용·관리 권한과 시설물 설치 범위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향후 국가철도공단이 항소할 경우 2심에서도 같은 쟁점이 다시 다뤄질 수 있다.


패소한 국가철도공단도 말을 아끼고 있다. 공단 측은 "현재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판결문을 토대로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히거나 판결에 반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공단으로서도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1심 재판부가 광장 사용권과 동상 설치 행위를 어떤 법리로 판단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심으로 갈 경우 동상 존치 문제를 넘어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는 권한 범위가 다시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변수는 국가철도공단의 항소 여부다. 공단이 항소하면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이어진다. 시도 1심 논리를 바탕으로 다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공단이 항소하지 않으면 1심 판결은 확정된다. 이 경우 동상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사실상 일단락된다. 시가 주장해온 광장 사용·관리권 역시 향후 동대구역 광장 운영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구시 산격청사 전경. 대구시 제공

대구시 산격청사 전경. 대구시 제공

"산업화 업적 기려야" "동상까지 세울 일인가"…박정희 동상 판결에 엇갈린 시민 반응

법원이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철거 청구를 기각한 1일, 대구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산업화 성과를 기리는 상징물로 남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평가가 엇갈리는 정치인의 동상을 공공장소에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동대구역 광장에서 만난 정자영(71·동구 신암동)씨는 판결을 반겼다. 정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과오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업적도 많이 남겼다"며 "동대구역은 외지인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동상을 보며 역사를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대구가 고향으로 현재 호주에 거주한다는 오상윤(45)씨는 "박 전 대통령이 잘한 일도 있지만 잘못한 일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고 동상까지 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전두환씨 동상까지 세우는 것 아니냐"고 했다. 오씨는 매년 한 차례 정도 한국을 찾는다고 했다.


서문시장에서도 의견은 갈렸다. 애견용품점을 운영하는 이영수(53)씨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기여한 대통령인 만큼 산업화의 공은 인정하고 기려야 한다"며 "철거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백모(46)씨도 존치에 무게를 뒀다. 그는 "우리나라가 잘사는 데 큰 역할을 한 대통령이다"며 "그 공을 기억하는 동상을 두고 법적 분쟁까지 벌일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상섭(75)씨는 업적을 평가하는 것과 동상 건립은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이씨는 "박 전 대통령의 공은 인정하지만 국민이 평가하고 기억하면 될 일"이라며 "화분을 놓고 조경을 잘 꾸며 외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반응도 엇갈렸다. 이날 오전 대구지법 인근에서는 동상 철거에 반대하는 단체가 집회를 열고 존치를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장춘태(56·서구 평리동)씨는 "작은 동상 하나를 세운 것이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광주에는 김대중 대통령 동상도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반면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강금수 정책기획팀장은 "개인이 존경하는 것과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 공공장소에 동상을 세우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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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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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웅

현장의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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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사회1팀 조윤화 입니다. 중구 동구 시민단체 복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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