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앞산전망대를 찾은 한 시민이 시내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용 기자
30대 맞벌이 A씨 부부는 결혼과 동시에 대구 중구 남산동 아파트를 매수했다. 생애 첫 주택 구입으로, 대출금 3억원에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결혼 비용을 보탰다. 부부는 눈여겨보던 지역의 아파트값이 오르자 '지금' 매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사기 더 어려울 것 같은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매월 부담해야 할 이자와 원금이 부담스럽지만, 집값이 오르면 3~4년 후 상급지로 갈아탈 생각으로 결단을 내렸다.
대구 주택시장에서 30대 매수인 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일부 지역에서는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매매를 주도하는 세대가 40대에서 30대로 급격히 옮겨 가는 모양새다. 생애 첫 주택 매입에서도 30대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자산 가격 상승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포모(FOMO)' 현상이 30대의 주택 매수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 및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대구에서 30대가 매입한 아파트는 5천683건으로 전체 연령대 중 31.9%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 비중이 30%를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30대 비중은 2022년 24.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40대(23.5%)를 앞선 뒤 2023년 28.1%, 2024년 28.7%, 지난해 28.6%로 꾸준히 20% 후반대를 유지해 왔다.
30대의 주택 매수를 대구 구·군별로 살펴보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성구를 제외한 전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중구에서는 30대 비중이 지난해 45.9%에서 올해 50.7%까지 높아져 매수인 2명 중 1명은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 역시 30대 매입 비중이 해마다 높아져 2024년 27.9%에서 지난해 30.8%, 올해는 37.0%까지 치솟았다. 동대구로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신축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30대 매수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서구도 작년 31.5%에서 올해는 33.0%로 확대돼 역시 30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반면 수성구는 유일하게 40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40대는 32.0%로 30대(28.9%)보다 앞섰다. 타 지역과 비교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아 30대가 진입하기엔 상대적으로 문턱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다 자녀를 둔 40대가 선호하는 학군지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성구에서도 주택 매수자의 세대교체 바람 조짐은 나타나고 있었다. 40대 비중은 작년 33.5%에서 1.5%포인트 줄어든 반면, 30대는 27.4%에서 1.5%포인트 높아진 것.
9월 대구지역 집합건물 매수인 소유권이전등기 현황. 출처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이 같은 분위기는 생애 첫 부동산 구입에서 더욱 뚜렷하다. 전체 생애 첫 매수인 2명 중 1명 이상은 30대로 집계돼 30대가 대구 부동산 시장의 핵심 실수요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도별 생애 첫 매수인을 살펴보면 30대는 2021년 39.2%, 2024년 49.8%로 급증세를 보이다 2025년 마침내 50.6%로 절반을 넘어섰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52.6%로 집계돼 증가세가 지속됐다.
30대가 주택시장에 핵심 구매층으로 등장한 배경에 부모의 증여·상속자금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금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매입에 활용된 증여·상속자금은 6조8천797억원으로, 이 가운데 30대가 활용한 자금은 약 3조5천억원에 달했다. 전체의 절반(50.9%)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증여·상속자금을 기재한 30대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건수 역시 지난해 1만6천45건에서 올해 1~7월 벌써 2만113건으로 25.4% 증가했다. 이들의 평균 증여·상속자금은 1억7천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주택 매수에 나서는 30대가 금융권 대출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면서 부족한 자금을 부모 등의 증여·상속자금으로 메우는 경우가 많아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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