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김혜원 관장이 복식문화관 건립 등 박물관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김 관장은 복식문화 특화 역량을 강화하고 시민과 가까운 문화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현덕기자
지난 8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혜원 국립대구박물관장은 대구박물관이 시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도심 속 박물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과 직장·학교 이외에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제3의 공간'으로 박물관의 역할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건립 30년을 넘긴 시설의 관람환경을 개선하고, 2028년 말 완공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복식문화관을 새로운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콘텐츠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김 관장은 대구경북 불교문화의 특성을 새롭게 발굴하고 알리는 것도 임기 중 과제로 꼽았다. 영남일보는 지난 12일 김 관장과 만나 국립대구박물관의 현재와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들어봤다.
▶취임 전 밖에서 봤을 때와 직접 운영해보니 무엇이 가장 달랐나.
"이전에는 관심 있는 유물이나 특별전이 있을 때 단편적으로 봤는데 와서 일하게 되니까 박물관의 성격이나 주변 상황, 현황을 조금 더 종합적으로 파악하게 됐다. 개선해야 할 문제들도 보이고, 문화 콘텐츠와 기관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차별화해 두각을 나타낼지도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관람객 수가 절대적인 평가는 아니지만 지난해 대구박물관 관람객이 74만 명이었다.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수 순위에서 100위 정도가 80만 명 수준이다. 하나의 참고자료로 보면 상당히 잘 자리 잡고 있는 박물관이라고 생각한다."
▶시설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은.
"30년 전에 지은 건물이어서 현재 기준에 안 맞는 부분이 있다. 경사로가 굉장히 급하다든지 관람객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점이 있고 노후화된 부분도 있다. 계속 보수하고 관리했지만 조금은 큰돈을 들여 개선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관람객들이 왔을 때 쾌적한 관람환경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임 직후 고민했던 대구박물관의 방향성에는 답을 찾았나.
"'도심 속 박물관'이라는 성격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3의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집과 직장 이외에 사람들이 교류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주요 공간으로 대구박물관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교육이나 프로그램도 더 다양화하고 강화해야 한다. 어린이박물관, 강연 공간, 대강당, 교육실 등 공간적 조건도 굉장히 좋다. 전시만 보고 가는 곳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함께할 수도 있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오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경주박물관과는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보나.
"대구박물관의 장점은 도심에 있다는 것이다. 경주박물관은 경주시민들도 사랑하지만 외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속 박물관으로 볼 수 있다. 대구는 도심에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 박물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주민이나 가족 단위, 주변 학교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찾고 있다."
▶대구미술관·간송미술관 등 지역 문화기관과의 협력은 어떻게 생각하나.
"대경권의 전시 기능을 가진 기관들과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공동 주제를 정하고 서로 홍보하고 있다. 올해는 기후·환경 같은 공통 주제를 가지고 각 기관의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가을에 저희가 고대 유물에 있는 나무와 관련한 전시를 하는데 수목원에서도 홍보해주겠다고 했다.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접점들이 있다. 간송미술관이나 대구미술관과도 우선 뭘 같이 하자는 것보다는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해서 확실히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협력하고 싶다."
▶대구박물관은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지적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세계적인 보물이나 명품 문화재가 반드시 있어야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유익한 시간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구박물관에도 고고 유물, 불교미술품, 역사자료, 복식 등 굉장히 좋은 자료들이 많다. 이걸 요즘 사람들이 잘 수용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금관이나 동검을 보고도 '이런 게 있었느냐'고 감탄하는 분들이 있다. 오히려 알려지지 않아서 가능성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관람객에 맞는 전시 방식은 어떤 것인가.
"요즘은 전시를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경험한다고 한다. 모든 상설전시를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만 관람객의 경험을 설계한 공간을 효과적으로 넣으면 훨씬 재미있고 새롭게 볼 수 있다. 복식문화관이 만들어지면 기존 전시실 하나가 비기 때문에 상설전시실도 개편할 계획을 잡고 있다."
▶복식문화관은 어떤 콘텐츠로 차별화할 생각인가.
"장기 운영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여서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대구박물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앙박물관에서 서양미술 전시를 꾸준히 하면서 기존 박물관 관람객뿐 아니라 미술관에 가던 사람들이 박물관에 오기 시작했고, 그 사람들이 상설전시도 함께 보면서 관람객층이 확대됐다. 복식문화관도 해외의 인기 있는 복식 전시 등을 통해 새로운 관람객을 유입하고, 그 사람들이 대구경북 문화까지 접하도록 할 수 있다고 본다. 인기 디자이너나 오래된 브랜드의 역사, 신발 같은 소재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너무 상업적으로 가지 않도록 하고 디자인의 역사, 옷의 역사, 사회 변화와 연결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의 섬유·패션산업과도 연결할 생각인가.
"산업이나 제조업과 직접 연결하기보다는 박물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대구박물관이 관광지로 자리 잡으면 도시 활성화나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한국 전통복식에 관심을 가진 국내외 사람들이 '대구박물관에 복식이 있으니 보러 가자'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성공에서 대구에 적용하고 싶은 부분은.
"중앙박물관이 성공한 요인 중 하나는 굉장히 대중에게 가까이 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환경과 콘텐츠, 소통 방식을 만들었다. 설명문 하나도 저희가 편한 방식이 아니라 듣는 사람들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도 활용하고 홈페이지, 외부 배너 같은 홍보도 어떻게 해야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작은 것들 하나하나를 바꿔나가려고 한다."
▶취임 후 새롭게 추진하려는 것은.
"관람환경 개선에 관심이 많이 간다. 딱 왔을 때 '웰컴'하는 분위기, 사람들이 반겨주는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박물관 입구 뜰이나 중앙홀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직원들과 보고 있다. 제가 5월에 왔기 때문에 올해 주요 사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기존 사업을 하면서 대중 친화적인 요소를 강화하고, 내년 계획부터 제가 생각하는 방향을 더 담아가려고 한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우선 당면 과제인 복식문화관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또 저는 불교미술 전공이기 때문에 대구경북 불교미술의 중요성을 조금 더 알리고 싶다. 대구경북에는 신라, 통일신라뿐 아니라 그 이후까지 이어지는 사찰문화와 자원이 굉장히 많다. 부석사나 팔공산의 여러 사찰처럼 오랜 전통이 있는데 '대구경북 불교미술은 어떤 성격인가'라는 질문으로 묶어 정리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 성격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다."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