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TK가 살 길은 정치 개혁뿐!

  •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 |
  • 입력 2026-07-05 15:50  |  수정 2026-07-05 17:02  |  발행일 2026-07-06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TK는 지금 울고 있습니다. 아니, 분노하고 있습니다. 호남으로 간 800조 반도체 투자가 배 아파서가 아닙니다. 주민들이 믿고 세운 정치·행정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고장 나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는 것입니다.


485만 시도민들이 피땀 흘려 번 소득의 상당수를 세금으로 내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고위 공직자들을 먹여 살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대표자에게 자신의 주권을 위임하고, 그 대표자가 주민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유독 TK의 대표들만 일하지 않고 경쟁력도 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성경의 잠언 6장에도 일해야 할 자에게 게으름이 계속되면 빈궁(가난)과 곤핍(결핍)이 강도나 군사처럼 갑자기 찾아온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GRDP(지역내총생산)가 33년째 전국 꼴찌인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번 이재명정부의 호남 반도체 올인 발표는 TK에는 이미 예견된 참사였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6월 30일 KBS 대담에서 "결국은 국민의힘이 잘못해서 총선도, 지방선거도 지고, 대통령 선거도 지고, 이러니까 권력을 빼앗겨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정치·경제는 결국은 같이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국민의힘의 자업자득이라는 해석입니다. 유 전 의원의 진단처럼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은 국민의힘의 일탈, 무능, 부패에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은 간단합니다. 국민의힘과 TK가 옹립한 윤석열 대통령이 거듭된 실정으로 총선을 망쳤고, 무도한 불법 친위 쿠데타의 결과로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이재명정부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재명정부는 이에 반도체로 호남에 보은한 것이지요.


돌이켜보면, 국민의힘은 보수 세력을 도륙낸 포악한 칼잡이 검사를 영웅으로 포장했습니다. 시정(市政)에 전념해야 할 대구시장은 꽃다발을 들고 그를 마중나갔습니다. 약점이 많았던 윤석열은 김건희 방탄 국회를 위해 TK의원 대부분을 재공천하는 '선심'을 베풀었지요. 하지만 윤석열정권은 폭정과 무능으로 일관했고, 특히 TK에 기여한 것이 없었습니다. 대구·경북 통합에는 무관심했고, TK공항 국비 지원은 오히려 반대했지요. 당시 칼자루를 쥔 기재부 장관들이 모두 TK 출신인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였습니다. 지금 윤석열은 TK를 떠나지 않게 해달라는 청년들의 외마디 절규를 뒤로한 채 감옥에 들어가 있습니다.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제가 겪고 지켜본 국민의힘은 보수를 빙자한 기득권 카르텔에 가까웠습니다. 민주적이지도 않고, 윤어게인 추종 세력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주로 영남 출신으로 수면 아래서 권력을 좌우하는 실세들, 소위 '언더 찐윤(진짜 친윤)'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실 호남 반도체론(論)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영남일보 등 언론들이 이미 작년 세밑부터 경고한 바 있습니다. 호남 국회의원이 최태원 SK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기후환경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도 운을 띄웠지요. 하지만 국민의힘 TK 의원들은 수수방관하다가 정부의 공식 발표 후 냉방 에어컨이 돌아가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반대 성명서 한 장 읽었을 뿐입니다. 누구 하나 진정으로 책임을 느끼는 사람은 없어 보였습니다. 아니, 올해 상반기에는 무려 6명의 현역 의원들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느라 무척 바빴던(?) 탓도 있었겠지요. 난파선에서 보따리 챙기기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29일 호남 투자를 추인한 이재용, 최태원 두 회장에게 각각 90도 폴더 인사를 했습니다. 당초에는 큰절까지 생각했다고 합니다. 지역 차별의 아픈 경험을 가진 호남인들에게 이 광경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저도 순간 뭉클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한나라 한신(韓信)의 '과하지욕(胯下之辱)' 고사도 생각났습니다. 큰일을 위해 눈앞의 굴욕을 참고 견딘 이야기 말입니다. 과거 여러 보수 대통령들과는 달리, 이재명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무섭고도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임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가 아무리 TK 출신이라 하더라도 김부겸의 눈물마저 외면한 TK에게 일말의 마음의 빚이 있을 리 있겠습니까.


이제 TK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거 2016년 탄핵 당시 대구 현지 인사 1천386명이 대구가 나갈 길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뜻을 토대로 출간한 '대구,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다(2018년, 도서출판 살림터)'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 책의 결론은 TK 정치를 개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대구의 일당 독점 체제를 바꾸는 것입니다. 경쟁이 없는 정치가 지역의 발전을 막는 주된 원인인 만큼, 정치를 다양화해 지역경제에 성과를 내는 능력 있는 인물로 교체해야 합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충청권이나 인천이 대구, 광주보다 훨씬 더 발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업이나 스포츠계만 해도 실패한 CEO나 감독은 책임을 물어 경질합니다. 이번 호남 반도체 사건을 계기로 대구 정치권에도 일대 물갈이가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 어느 필자는 무능한 정치인에게는 '정치적 사약(賜藥)'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오명(汚名)을 씻어내는 일이 TK가 살아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근배 전남대 총장은 지난달 30일 광주를 방문한 이 대통령 앞에서 "이제는 우리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습니다. TK의 대오각성과 전화위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