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억 쏟아붓고도 ‘텅 빈’ 첨단 연수원… 대구 메디시티, ‘운영비 0원’에 발목 잡히나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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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7 00:53  |  발행일 2026-05-17
10년 끈 국책사업, 정작 2027년 가동 위한 운영비는 복지부 문턱 못 넘어
국시원 CBT 시험장 유치 논의…연간 6만~10만명 방문 기대
첨복단지 연구개발에 교육·평가 기능 더 할 핵심 인프라
10일 대구 동구 첨복로 일대에 들어선 의료기술시험연수원 전경. 지난 4월 준공된 이 시설은 보건의료인 교육·평가와 국내외 의료진 연수 기능을 담당할 대구 메디시티 핵심 인프라로 조성됐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10일 대구 동구 첨복로 일대에 들어선 의료기술시험연수원 전경. 지난 4월 준공된 이 시설은 보건의료인 교육·평가와 국내외 의료진 연수 기능을 담당할 대구 메디시티 핵심 인프라로 조성됐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10일 찾은 대구 동구 첨복로 의료기술시험연수원. 지난 4월 준공된 이곳 대형 강당에는 수백 석 규모의 객석이 가지런히 놓였고, 전면 대형 스크린은 당장이라도 교육 영상이 재생될 듯 밝게 켜져 있었다. 실습실에는 이동식 베드와 훈련 장비들이 줄 맞춰 배치됐고, 첨단 수술실에는 수술대와 모니터, 병상 위 실습용 마네킹까지 완벽히 갖춰졌다. 문을 열 준비가 끝난 새 시설처럼 보였지만, 곳곳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짙었다. 8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의료인은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없다.


대구 '메디시티'의 핵심 인프라로 기대를 모았던 의료기술시험연수원이 준공 직후부터 암초를 만났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번듯한 건물을 지어놓고도, 정작 이를 가동할 운영비를 확보하지 못해 자칫 '유령 시설'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016년 사업 수립 이후 10년 만에 결실을 본 대규모 국책 사업임에도, 시설 조성 효과를 교육·평가 기능으로 이어갈 재원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마친 준공은 건물 공사가 끝났다는 의미일 뿐 본격적인 가동과는 거리가 멀다. 연수원은 이달 중순경 사용 승인을 받은 뒤에야 직원들이 입주해 사무실을 개소할 수 있다. 이후 내부 장비 반입 등을 거치면 실제 가동은 오는 10월쯤에나 가능하다. 그나마도 올해는 정상 가동이 아닌 '시범 운영' 형태에 그칠 전망이다.


이 같은 파행의 근본 원인은 사업 초기 설계 단계에서의 예산 누락 등 행정적 실책에 있다. 당초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와 사업 계획 수립 당시 공사비 항목에 시범 운영 예산을 포함했어야 했으나, 이를 놓치면서 준공 후 운영 주체가 예산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대구시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케이메디허브)은 지난해부터 국회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운영비 반영을 적극적으로 호소해왔으나, 주무 부처인 복지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반영되지 못했다. 결국 올해 하반기 운영에 필요한 약 5억 원(추정치)의 예산은 케이메디허브가 기존에 보유한 자체 예산을 '돌려막기' 식으로 투입해 겨우 메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15억 원 수준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시와 케이메디허브는 내년도 본예산 확보를 위해 다시 국회와 복지부 설득에 나설 계획이지만, 중앙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 의사가 이어질 경우 800억 원대 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10일 대구 동구 첨복로 일대에 들어선 의료기술시험연수원 전경. 지난 4월 준공된 이 시설은 보건의료인 교육·평가와 국내외 의료진 연수 기능을 담당할 대구 메디시티 핵심 인프라로 조성됐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10일 대구 동구 첨복로 일대에 들어선 의료기술시험연수원 전경. 지난 4월 준공된 이 시설은 보건의료인 교육·평가와 국내외 의료진 연수 기능을 담당할 대구 메디시티 핵심 인프라로 조성됐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연수원 운영의 성패를 쥘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과의 협력마저 '반쪽짜리'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당초 대구시는 국시원 인프라 안착을 통해 연간 최대 10만 명의 의료 인력이 대구를 찾는 파급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국시원은 현재 연수원 5층 일부를 임차해 '컴퓨터화 필기시험(CBT)장'으로만 사용하는 방안을 재단과 협의 중이다. 핵심 기관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아니라 단순 '셋방살이' 임차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운영 주체가 아닌 임차 방식으로 후퇴하면서, 대구 의료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던 당초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825억 원대 국책 사업이 준공 후에도 표류하는 모습은 과거 운영비 확보 실패로 '유령 시설' 전락과 소송전을 겪은 전남 진도(진도항 배후지 수산물 복합단지)나 전북 남원(함파우 아트밸리 및 모노레일·집라인)의 사례와 판박이다. 건축비(국비)는 따왔지만 유지비(운영비) 대책은 전무한 '매칭 펀드' 사업의 고질적인 폐단이 대구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송정흡 전 경북대병원 교수(예방의학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가적 인프라를 갖춰놓고도 운영비가 없어 가동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보건 의료인의 질 향상과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안정적인 예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 총장직무대행·경영학 박사)도 "국책 사업에서 하드웨어 구축에만 치중하고 소프트웨어인 운영 예산 확보를 소홀히 한 것은 전형적인 행정의 비효율"이라며 "800억 원이 넘는 매몰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운영 주체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재원 마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케이메디허브 한 간부는 "올해는 재단 자체 예산을 활용해 하반기 장비 도입과 시범 운영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내년 본예산 확보를 통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 한 간부 역시 "내년부터는 국회와 복지부를 통해 운영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계속 협의할 계획"이라며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인 교육·평가 인프라인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0일 대구 동구 첨복로 일대에 들어선 의료기술시험연수원 전경. 지난 4월 준공된 이 시설은 보건의료인 교육·평가와 국내외 의료진 연수 기능을 담당할 대구 메디시티 핵심 인프라로 조성됐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10일 대구 동구 첨복로 일대에 들어선 의료기술시험연수원 전경. 지난 4월 준공된 이 시설은 보건의료인 교육·평가와 국내외 의료진 연수 기능을 담당할 대구 메디시티 핵심 인프라로 조성됐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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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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