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1일 오후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월요시장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벽치기 유세'를 2016년 총선 이후 10년 만에 다시 선보이고 있다. 장태훈기자 hun2@yeongnam.com
허공을 향해 내지르던 10년 전의 독백이 마침내 온전한 대화로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1일 2016년 총선 이후 10년 만에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벽치기 유세'를 다시 선보였다.
과거 아파트 담벼락을 향해 베란다 창문 하나가 열리길 간절히 기다리며 홀로 외쳤던 그가 다시 마이크를 잡자, 이번엔 시민들이 먼저 발걸음을 멈추고 곁을 내어줬다. 이날 오전 발생한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고의 참담함 속에 유세는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하고 엄숙하게 진행됐지만, 현장을 에워싼 대구의 바닥 민심 온도는 묘하게 뜨거웠다. 보수의 심장부에서 10년 전 묵묵히 두드렸던 그 벽이 허물어지고 전통적인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샤이 김부겸'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날 오후 2시30분, 김 후보는 대구 남구 인근 관문상가시장 맞은편에 도착했다. 김 후보가 오기 전 선거운동원들의 응원 소리만 울려 퍼질 때만 해도 현장에는 묘한 적막이 흐르는 듯했다. 시민들은 모른 척 지나치거나 멀리서 흘깃 눈길을 줄 뿐, 대구 특유의 무뚝뚝한 공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김 후보가 전면에 나서 마이크를 잡고 유세를 시작하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멈추고 김 후보의 연설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후보는 "그동안 쌓아온 모든 인맥과 자산을 총동원해 대구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대구의 아들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의 진정성 어린 연설이 이어지자 조용하던 군중 사이에서 "김부겸"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행 중이던 차량의 창문을 내리고 김 후보를 향해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유세가 진행될수록 김 후보 주변으로는 점점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1일 오후 대구 남구에 위치한 관문상가시장 인근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벽치기 유세'를 2016년 총선 이후 10년 만에 다시 선보이고 있다. 장태훈기자 hun2@yeongnam.com
유성하(여·50·달서구)씨는 "우리 가족 대부분이 김 후보를 지지한다"며 "과거 홍준표 시장 시절에는 입 밖으로 민주당을 선택한다는 말을 잘 꺼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대구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 역시 현장의 반응을 체감한 듯 취재진을 향해 "과거에 벽치기 유세를 할 때와는 대구 민심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오후 3시20분쯤 달서구 월요시장에 도착한 김 후보는 대전 사고를 의식해 시종일관 조심스럽고 묵직하게 연설을 이어갔다. 김 후보가 잔잔한 어조로 연설을 시작하자 상인들과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대다수 시민들은 환호를 하며 열광하기보다 김 후보가 한마디 던질 때마다 가만히 박수를 치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이후 오후 4시쯤 김 후보는 달서구 본리롯데캐슬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섰다. 그는 선거 차량 위에서 광장이나 전통시장처럼 북적이는 청중 대신 웅장하게 솟은 아파트 외벽을 향해 홀로 마이크를 잡았다. 김 후보가 청중의 유무와 상관없이 아파트 벽을 바라보며 연설을 시작하자, 베란다 창문이 열리고 단지 내 주민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부터 학부모, 인근 상인들까지 유세 차량 주변을 에워쌌고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김부겸 화이팅"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주현(44·달서구)씨는 "주변 민심은 이미 국민의힘으로부터 많이 돌아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대구에서도 정말 크다"면서 "저는 이미 사전투표 때 김 후보를 찍었다"고 전했다. 최모(여·48·달서구)씨도 "이번에는 진짜 김 후보가 될 것 같다. 대구 분위기가 이전 선거와는 완전히 딴판"이라며 달라진 공기를 전했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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