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조문국박물관 상상놀이터 '고대의 성'에서 어린이들이 탁본 체험을 하고 있다.
씨름·가마싸움 전통민속놀이 소개
모래 속 유물 발굴 '고고학자 체험'
야외무대 '박물관은 살아있다' 공연
놀이·체험·휴식 복합문화공간 진화
매주 수요일 8개 문화예술단체 참여
주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의성 금성면으로 들어서면 알싸한 마늘 향이 먼저 여행객을 맞이한다. 6월 중에 수확하는 의성 마늘은 땅 속에 알알이 여문 풍요로움을 뿌리내린 채, 땅 밖으로는 푸른 기세를 뻗쳐 올린다. 기운찬 생명력을 선언하는 초록의 깃발과도 같다. 그 생생한 초록빛은 다른 모습으로 뻗어나가 금성산 자락에 펼쳐진 고분군으로 이어진다. 푸른 들판 위로 신비의 고대국가 조문국의 역사가 하나둘 위용을 드러낸다. 능선과 능선이 이어진 곳에 의성조문국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풍경만으로도 여행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데 급기야 신비한 역사까지 담고 있다.
그러나 이곳 박물관을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고 알리는 역사적 공간으로만 생각한다면, 자칫 하나만 즐기고 둘은 놓치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편하게 쉬고, 신나게 즐기고, 집중해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곳곳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된 의성조문국박물관과 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의성. 예년보다 이르게 더위가 찾아온 지금, 아이부터 어른까지 시원한 곳에서 하루 종일 체험을 즐기고 싶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의성의 문화 프로그램에 시선을 돌려 보자.
의성 조문국박물관 가족문화체험실. 연중 다양한 상설 체험이 진행되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인기다.
◆놀이를 발굴하다…가족이 함께 즐거운 체험
의성조문국박물관은 조문국의 유물을 만날 수 있는 전시관 이외에도 다양한 부속시설을 갖추고 있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의 왼쪽에 위치한 민속유물전시관은 2005년에 폐교된 옛 금성초등학교 조문 분교를 리모델링한 무료 관람 시설로, 가족 단위의 체험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옛 폐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폐교 전 학교에서 사용했던 풍금과 낡은 책상,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교과서와 책가방이 보인다. 엄마·아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로 술술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추억을 재현한 재미있는 사진을 남겨봐도 좋다.
2층 전시실에는 씨름과 줄다리기, 연날리기, 기마 싸움 같은 전통 민속놀이를 소개한 전시관을 만날 수 있다. 놀이에 대한 아이들의 상상력이 한껏 자극됐다면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가족문화체험실'을 찾는다. 주말에 한해 '골목길 놀이 세트'를 무료로 대여하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최대 3시간까지 박물관 앞마당에서 신나게 놀 수 있다. 팽이치기, 윷놀이, 제기차기, 고누놀이 등을 통해 스마트폰 화면으로 놀던 아이들이 실제 몸을 움직이며 웃고 뛰어노는 방법을 배운다. 마음이 맞으면 박물관에서 마주친 다른 가족과 함께 윷놀이로 선의의 경쟁도 펼칠 수 있다.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 토요일에는 가족문화체험실에서 가족 참여형 만들기 프로그램인 '주말엔 박물관'이 운영된다. 매월 새로운 주제의 만들기 체험과 함께, 체험 주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도 간단히 들어볼 수 있다. 6월에는 유물이 지닌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해 보는 '블루투스 오디오 스피커 만들기' 체험이 마련된다.
주말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는 날에 박물관을 찾아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가족문화체험실에서는 연중 다양한 상설 체험이 진행되며, 소정의 체험비만 내면 종이탈 만들기, 블록 동물 만들기, 나무 입체 퍼즐 만들기 등 5세부터 12세 어린이에게 적합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가족문화체험실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상상놀이터 '고대의 성' 입구. 거대한 공룡 조형물이 아이들을 맞는다.
체험을 마치고, 의성조문국박물관의 유물 전시를 둘러봤다면 박물관의 오른쪽에 위치한 상상놀이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입구부터 거대한 공룡 조형물이 아이들을 반긴다. 상상놀이터는 '유물 발굴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이 어떻게 발굴되는지 체험을 통해 느껴보는 공간이다. 1층 '고대의 성' 코너로 들어서면 유물이 파묻혀 있는 발굴 현장이 나오는데, 장화와 모자를 착용하고 모래 속 유물을 직접 찾아볼 수 있다. "진짜 발굴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반응이 꽤 재미있다. 직접 유물을 찾아보고, 스탬프를 찍고, 탁본 체험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고고학자가 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나도 학예사' 코너에서는 발굴된 유물이 어떻게 복원되는지 배울 수 있어 직업 교육도 가능하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상상놀이터 '모험의 성'에는 볼풀장과 정글짐, 에어포켓 등이 갖춰져 있다.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선물한다.
같은 층에 마련된 '모험의 성' 코너에는 볼풀장과 정글짐, 에어포켓 등이 갖춰져 있어,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즐거운 놀이공간을 선사한다. 체력이 좋은 아이들과 달리 부모들은 체력이 고갈되는 순간이 오는데,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 2층의 북카페를 추천한다. 숲속의 공간에 들어온 듯 편안한 색감으로 꾸며진 북카페에서는 아이들이 동화책을 읽거나 혹은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이 책 속에 빠져 있는 동안 달콤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놀기에 충분하다.
◆박물관은 마당도 즐겁다…공연과 물놀이장
안과 밖이 모두 즐겁다면 다시 찾는 박물관이 될 수 있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을 주말에 다시 찾게 되면 재미있는 공연들을 만날 수 있다. 주말 박물관의 마당은 신나는 공연장이 된다. 그늘 천막이 쳐진 야외무대에서 '박물관은 살아있다' 프로그램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버블 앤 매직쇼, 코미디 서커스 등의 재미있는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앞에는 전통 연 만들기, 입체 거북선 만들기 등의 체험 부스도 운영이 된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5월 2일부터 9월 26일까지 총 7회에 걸쳐 열리는데, 6월의 빅벌룬쇼 부터 어린이 DJ, 양철 인간 등 다채로운 공연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공연과 야외 프로그램을 즐기다 배가 고프면 박물관 뒤편에는 무인 매점에서 간식이나 간단한 컵라면을 즐기는 작은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하루 종일 지루할 틈이 없는 박물관 여행은 7월과 8월이 되면 더 익스트림해진다. 시원한 물놀이장이 개장하기 때문인데, 주차장도 넓고 5천 원 이하로(의성 군민은 50%할인) 입장료도 저렴해서 부담없이 물놀이하기 좋다. 아이들은 벌써 7월을 기다리는 눈치다.
역사와 놀이. 교육과 휴식. 문화와 여행이 하나의 동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의성조문국박물관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하루를 보내는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의성 조문국박물관 상상놀이터 민속유물전시관. 유물들이 어떻게 발굴돼 전시되는지 체험으로 알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수요일이 기다려지는 의성…'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올해부터 의성조문국박물관은 수요일도 특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북문화재단이 추진하는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4월부터 11월까지(8월은 제외) 매주 수요일마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은 문화시설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문화정책 사업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해 지역 문화시설을 거점으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 1억 원의 사업비가 국비로 지원되고, 30회에 걸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사업이 진행된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은 지역 내 8개 문화예술 단체가 참여하는 8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의성요(도자기), 무원칙주의(막걸리), 두두랩(직조·음악), 빛과 그림 아트(공룡 체험), 디어그라운드(꽃꽂이), 손길(목공) 등이다. 박물관 프로그램을 지역화하는 첫 시도이기도 하다. 지난 4월에는 93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모티브로 한 구연동화 및 공룡 쿠키 만들기 체험을 진행해 관심을 받았다.
5월에는 청년층 및 직장인을 위한 야간 문화 프로그램으로 전통 짜맞춤 기법을 활용한 장부목 행거 만들기를 진행했는데, 우리 목공예의 매력과 전통 기술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6월에는 의성 수제 막걸리를 배우는 양조 수업이 이어진다. 의성조문국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은 '조문국 시공간 미션 어드벤처'를 5월 한 달간 운영했다. 목표 인원이었던 500명을 조기 돌파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박물관 전시실을 탐험하며 의성의 역사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조문국의 역사를 품은 박물관은 이제 의성의 현재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고분군에서 시작된 여행은 전시와 체험으로 이어지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부모들은 잠시 쉬어가며, 주민들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만난다. 가족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여행에 나선 김에 역사와 문화도 즐기고 싶다면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이 있는 의성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의미 있는 하루가 성큼 다가올 것이다.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의성조문국박물관>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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