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불만에 관리비 갈등 누적…경산 아파트 폭발·방화, ‘입주민 갈등’이 부른 잔혹사인가

  • 최시웅·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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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3 21:12  |  발행일 2026-07-23
23일 경북 경산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서 방화 사건...8명 부상
주민 “주민대표 선거 후 관리비 지출 등 지속적 갈등 발생”
사적 영역 방치된 입대위 갈등, 강력범죄 비화 우려 제기돼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에 방화로 인한 폭발 추정 사고 현장이 출입통제되고 있다. 주민 등 8명이 화상을 입었으며 3명은 전신 중증 화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이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에 방화로 인한 폭발 추정 사고 현장이 출입통제되고 있다. 주민 등 8명이 화상을 입었으며 3명은 전신 중증 화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이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폭발 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70대 주민(피의자)의 범행 동기가 입주자대표회의(입대위)를 둘러싼 갈등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주민대표 선거를 둘러싸고 다른 입주민과 다툼이 잦았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아파트 커뮤니티 내 갈등이 강력범죄로 비화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70대 방화 용의자 입건…"입주민 간 대립 누적이 범행 원인"


23일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9분쯤 발생한 이번 화재폭발 사고와 관련, 주민 A씨(70대)를 현주건조물방화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수사 전담팀을 별도로 꾸렸다. 수사전담팀은 경북경찰청 소속 광역수사대·과학수사계 수사관과 경산경찰서 형사팀 등 총 36명으로 구성된다. 경찰은 A씨의 최근 행적과 범행 전후 행동으로 미뤄 그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불만이 쌓였고, 이날 범행도 이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고 당시 아파트 단지 내 CCTV 회로가 모두 손상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A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정황도 면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 아파트는 규모가 작아 주민대표가 관리소장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A씨가 평소 관리사무소의 아파트 운영 관리 문제를 두고 불만이 많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근 관리사무소 측의 비위 문제를 제기하며 새 주민대표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고, 이에 불만을 가져 현 주민대표를 비롯한 일부 입주민과 자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


입주민 최지윤(62)씨는 "어제(22일) 밤부터 A씨가 주민 몇 명과 관리사무소 주변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알고 있다. A씨가 내게 현 주민대표를 고발하겠다고 하더라"며 "오늘 범행 직전(8시 23분쯤) A씨가 내게 관리사무소로 오라고 했는데 가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관리소장을 맡았던 전임 주민대표 B씨가 관리비와 공사비 집행, 회계자료 공개 등에서 문제를 일으켜 주민들과 장기간 다툼이 있는 상황이었다"며 "현 주민대표가 선임된 후에도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주민들 간 대립이 누적된 게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모(68)씨도 "A씨가 전직 감사로 있을 당시에는 관리비가 13만~15만원씩 나왔는데, 새 대표가 당선된 후에 6만~7만원대로 반 이상 뚝 떨어져 주민들이 좋아했었다"며 "하지만 A씨가 관리비 지출이나 대표 자격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사고 전날에도 현 대표를 상대로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소란을 피웠다"고 전했다.


◆주민대표 선거 등 입주민 갈등이 끔찍한 범죄로


지역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입대위 등 사소한 주민 갈등에서 시작된 문제가 방화, 폭행, 흉기 난동 등 강력범죄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국 가구의 7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면서 아파트 관리비와 각종 공사 수주, 입대위 주도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갈수록 첨예해져 위험 수위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아파트 내부 갈등은 대부분 '사적 영역'으로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관할 지자체나 경찰이 초기 단계에서 개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식 수사나 법적 처벌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공권력이 사실상 방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셈이다.


대구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은 "50세대 안팎 소규모 아파트는 입주자대표가 사실상 관리업무까지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새로운 대표나 주민이 회계자료 공개와 관리비 사용 내역을 요구하면 기존 관리주체와 충돌하기 쉽다. 갈등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 방치되면서 주민 간 불신이 쌓이고, 사소한 문제도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대구한의대 박동균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최근에는 이웃 간 관계가 단절되면서 과거에는 대화로 풀었던 생활 갈등도 중대한 치안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며 "수개월 동안 고소·고발과 경찰 출동이 반복됐다면 이미 단순 민원의 단계를 넘어 위험 신호가 확실히 나타난 것이다. 주민자치회와 지구대·파출소,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한 사회 전반적으로 선제적 관리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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