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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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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5 <끝>] 강영석 상주시장 인터뷰
호국(護國)의 도시이자 전통적 농업 도시인 상주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를 발판삼아 첨단산업 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과학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의 저변 확대를 통해 국내 농업의 혁신 거점도시로 거듭난다는 목표도 세웠다. 영남일보는 이 같은 상주의 변화상을 조명한 '저력 있는 호국의 도시 상주' '무한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시리즈를 전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연재했다. 항몽·항일의 중심지였던 상주 호국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스마트팜·2차전지 등 상주 산업의 미래를 다뤘다. 또 천혜의 자연과 역사·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K-콘텐츠 도시'로의 성장 가능성도 엿봤다. 시리즈를 마치며 강영석 상주시장을 만나 지역 산업의 발전 방향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호국도시 걸맞게 군부대 유치 전력ICT 활용 미래농업 스마트팜 선도청년농업인 육성·정착도 적극 추진매년 20~30명 선발 최장 3년간 수당모자페스티벌·곶감축제 더 알차게"▶상주는 역사의 고비마다 나라를 지켜낸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호국 도시라는 자부심이 클 것 같다."상주에서 일어난 전투 중에서 화령장 전투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6·25전쟁 당시 수세에 몰리던 우리 국군이 화령장에서 대승을 거두며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전투 덕분에 북한의 남침이 지연됐고, 한국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또 상주에는 임진왜란 때 조선 중앙군과 왜병의 선봉 주력부대가 최초로 싸운 임란북천전적지라는 곳이 있다. 당시 800여 명이 호국 영령으로 산화했고, 선조는 상주 전역에 복호(부역의 면제)를 내려 그 뜻을 기릴 정도였다."▶호국 정신을 바탕으로 추진 또는 구상 중인 사업들이 있는지."상주 호국의 역사는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중요한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6·25전쟁 첫 승리의 역사적 공간은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으로 변모했고, 매년 9월 열리는 화령장전투기념행사도 올해 15회째를 맞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상주시는 군부대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상주는 호국 도시라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일 뿐만 아니라 사통팔달의 교통망, 넓은 면적, 다양한 지형 등은 군의 작전과 임무 수행에 최적지다. 대구 군부대가 상주에 온다면 인구 증가와 함께 지역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군상생타운 조성을 통해 교육과 의료 등 상주의 주거여건도 크게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령화, 일손 부족, 기후위기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있다. 지역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앞으로 농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농업으로 변화할 것이다. 상주도 이에 맞춰 농업의 미래를 준비 중이다. 이 중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가 있다.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체계적인 스마트 농업이 선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전문성을 갖춘 청년 농업인 육성을 비롯해 스마트팜 관련 연구와 실증분석도 이뤄진다. 스마트팜은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과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농업의 미래다.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 내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는 매년 50명 정도의 청년 농업인이 교육을 받으며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실제 농사를 짓고 있다. 상주시는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 교육 받은 청년농업인이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연계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청년 농업인의 교육, 주거, 창농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우리의 역할을 해나가겠다."▶지역 정착을 위한 청년 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상주시는 청년들이 지역에 들어와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창업형 후계농 및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통해 매년 청년 농업인 20~30명을 선발해서 최장 3년간 80~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해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또 최대 3억원의 융자 지원을 통해 농지와 시설하우스 등 영농기반시설 마련을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라 △청년농부 참여형 마을영농 육성사업 △청년농부 육성지원 △초보청년농부 멘토링지원 △청년농업CEO 농어촌진흥기금 지원 △청년농업인 커뮤니티 △청년농부 창농기반 지원 등을 통해 청년 농업인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상주시는 '청년의 상상이 실현되는 도시, 상주!'라는 비전 아래 청년 유입 증대, 청년 생활인구 확대, 청년 유출 방지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산업 다각화가 필요해 보이는데."상주시의 주요 시정 목표 중 하나가 '산업의 균형을 맞추는 경제상주'다. 비중이 높은 농업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2차, 3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상주시가 준비하는 미래 신산업은 전기차 등의 필수 부품인 2차전지다. 상주시는 2차전지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업인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이 입주한 청리일반산업단지와 그 주변인 공성면 용안리 및 평천리 일원을 묶어 2030년까지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200만㎡)를 조성할 계획이다.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관련 제조기업 집적은 물론, 산·학·연·관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는 2차전지 산업생태계를 모두 갖추는 것이 목표다."▶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앞으로 운영 계획이 있다면."지난 10월 처음 열린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축제기간 10만여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모자'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축제인 데다가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도 일찌감치 선정돼 사람들의 관심이 컸던 것 같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 축제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내년에는 더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또 내년 1월12~14일에는 상주곶감축제가 북천시민공원에서 열린다. 곶감축제는 세계모자페스티벌에 버금가는 상주시의 대표축제다. 단순히 농·특산물 판매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끝으로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지난 22일 상주시공공산후조리원이 문을 열었고, 내년에는 복합 상주시립도서관도 개관을 앞두고 있다.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내년에도 대내외 상황이 어려울 것 같지만, 시민과 동행하며 어려움을 잘 돌파하겠다. 또 상주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소홀하지 않겠다. 다가오는 2024년 갑진년 여러분께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며 함께 지혜를 모아갔으면 좋겠다."대담=박종진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정리=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 기자 zone5@yeongnam.com강영석 상주시장이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 활성화를 비롯한 지역 농업의 고도화와 더불어 2차전지 산업 육성 등 지역산업의 다각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6·(끝)] 윤경희 청송군수 인터뷰
경북 청송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고장이다. '산소카페'란 도시 브랜드처럼 청정한 자연환경에 더해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도 갖추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국제슬로시티(Slow City) 인증을 받으면서 국립공원까지 갖춘 국내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하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고 한발 더 나아가 삶의 조화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송이다. 영남일보는 이 같은 청송의 숨은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시리즈를 연재했다. 주왕산, 주산지, 절골협곡, 노루용추계곡 등 청송의 자연을 다양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덧붙였다. 또 아이스클라이밍, 산악자전거 등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포츠 환경을 살펴보고, 지역에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 유산도 조명했다. 시리즈를 마치며 윤경희 청송군수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역 문화·관광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이번 시리즈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청송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유구한 역사문화 자원을 갖고 있다.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주왕산국립공원을 비롯해 4만2천평에 달하는 '산소카페 청송정원' 그리고 송소고택과 객주문학관, 항일의병기념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관광축제'로 지정한 청송사과축제도 빼놓을 수 없는 문화 자원이다. 이번 시리즈는 이 같은 청송의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테마별로 분류·연재해 많은 이들이 '산소카페 청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청송의 다양한 콘텐츠를 재조명하고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지역에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 자원의 활용 방안은."청송군은 7~8년 전부터 지역 문화유산 등을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특히 생생문화재사업이나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 등을 통해 지역 학생들에게 귀중한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그 유산들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청송향교와 진보향교 등을 관리 운영하는 지역 유림들과 연계해 군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청송의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고 관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찾아갈 수 있고, 누구나 둘러볼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문턱'을 낮추는 일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청송에는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주왕산, 신성리 공룡발자국, 청송 꽃돌을 비롯한 다양한 지질유산들이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국제적으로도 희귀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5월 제주도를 제외하고 내륙에서는 첫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다.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지질공원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4년마다 지질유산의 보존, 교육관광 프로그램 운영, 지질공원 교류활동 등 다양한 분야를 다시 평가해 재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청송군은 지난해 있었던 평가에서 지역 인구감소 완화와 기후변화 대처라는 명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민·관이 함께 지질공원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집행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만장일치로 재인증이 확정됐다."경북도 주관 공모사업 최종 선정이색숙박시설 사업비 100억 확보한옥스테이 활성화 등도 추진 중'꼭지 무절단' 청송사과로 차별화청년빌리지 조성 정주 여건 개선역노화 산업 등 미래 대응 정책도▶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주왕산과 주산지의 독창적인 경관을 연계한 자연 관광을 비롯해 주산지 관광지 조성사업, 덕천·중평마을 한옥스테이 활성화 사업 추진 등 지역의 부족한 시설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아울러 경북도가 주관하는 '2023 경북형 이색숙박시설 조성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사업비 100억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청송의 아름다운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숙박시설을 조성해 '머무는 청송여행'의 동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청송사과의 역사가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경쟁력 유지 방안이 있다면."청송군은 사과품질 보증제 도입, 껍질째 먹는 사과·황금사과 개발 등 선도적인 정책을 통해 다른 지역 사과와 차별화를 이뤄냈다. 현재도 사과꼭지 무절단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꼭지치기 작업에 많은 인건비가 투입되고 있다. 앞으로 더 우려되는 것은 수확기에 인력난 심화로 일손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과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고용 현실이다. 사과꼭지를 자른 뒤 자국 내에 유통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일단 지역 내 농협 등 계통 출하 조직부터 시작해서 시장과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전국으로 확산하자는 취지로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문화·관광산업 외에 추진 중인 중점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2024년에는 체류 외국인들의 안정적인 보호와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외국인 임시 보호소 건립을 본격 추진할 생각이다. 또 지역에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여성교도소 등 공공기관을 적극 유치해 보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생명 공학을 연구하는 대구가톨릭대학과 협업해 'K-U시티 역노화 사업'과 같이 청송의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도 선제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청년들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청송 청년빌리지'도 조성 중인데 250여 세대를 건립해 청년들이 머물며 생활하는 청송으로 만들어 가겠다. '하나 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저를 비롯한 500여 명의 공직자, 그리고 2만4천여 명의 군민들이 모두 합심해 보다 더 살기 좋은 청송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끝으로 군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이번 시리즈 연재는 청송군의 여러 정책을 군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청송군의 발전과 군민들의 행복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많이 고민하겠다. 군민을 잘살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군수에게 부여된 의무이자 사명이다. 더 낮은 곳에서 더 열심히 뛰도록 하겠다." 정리=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윤경희 청송군수는 주산지 관광지 조성사업 등 시설 인프라 확충을 통해 '머무르는 관광'을 실현하겠다며 앞으로 문화·관광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5] 주왕산관광단지 민예촌과 도예촌 그리고 솔빛정원
주왕산 가는 길, 나지막한 산자락 아래 크고 작은 기와집과 초가집들이 고즈넉한 운치로 펼쳐져 있다. 당장에 창문 앞에서 어른거리는 달빛을 떠올린다.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서 가만가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소복소복 쌓이는 눈과 대청마루를 어루만지는 바람도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저 집은 송소고택의 안주인이 살던 집이다. 옛날 의병이었던 선비의 정자도 보이고 농부의 집과 도공의 움막도 있다. 커다란 기와집은 청송을 대표하는 백자와 꽃돌을 만날 수 있는 곳이고, 또 저 큰 기와집은 심수관가의 놀라운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토담 길이 집과 집을 잇고, 산자락을 따라 정원과 산책로가 이어지고, 고개를 들면 주왕산이 멀리 보인다. 이곳은 주왕산 관광단지다. 옛집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민예촌이 있고, 작품을 보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도예촌이 있고, 계절마다 새로워지는 솔빛정원이 한 곳에 있다. 봄날이면 붉은 개양귀비가 하늘거리는 곳, 가을날이면 색색의 코스모스가 넘치는 곳, 그곳 맞다.◆ 청송한옥 민예촌청송에는 수백 년을 내려온 아름다운 고택이 많다. 한옥의 멋을 놓치지 않으면서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등 현대적인 시설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주왕산관광단지 안에 자리한 청송한옥 민예촌이다. 청송에 산재한 고택을 재현한 공간으로 8개 동 28여 개의 방에서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다. 디딜방아가 있는 영감댁, 송소고택의 안채를 누려 볼 수 있는 정승댁, 누마루가 멋진 훈장댁, 외양간이 있는 교수댁, 도공의 집, 주막 등 저마다 개성이 우러난다. 방 안에는 머릿장, 반닫이 등 고가구를 배치해 예스러움을 더했다. 취사가 가능한 집도 있고 불가능한 방도 있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대감댁은 송소고택이 있는 파천면 덕천마을의 가옥 중 초전댁을 재현한 것으로 상류층 양반집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솟을대문을 지나 들어가면 마당이 나오고, 사랑채 문을 통과하면 'ㅁ'자형 안마당에 이른다.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까지 방이 여러 개 있고 각 채마다 화장실이 있다. 안채 방과 방 사이에는 넓은 대청마루가 있어 요즘 같은 계절엔 이불을 뒤집어쓰고 별 보기 좋겠고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낮잠 자기 좋겠다. 부엌에는 부뚜막과 가마솥, 맷돌, 소반, 찬장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영감댁은 'ㄱ'자형 건물로 안방과 사랑방, 자녀 방이 한 건물에 배치돼 있다. 마루로 연결돼 쉽게 오갈 수 있다. 영감댁의 특징은 디딜방아가 있다는 것. 쿵덕쿵덕 방아 찧는 흉내도 내 볼 만하다. 정승댁은 덕천마을 송소고택의 안채를 재현한 것으로 가운데 대청을 중심으로 방이 대칭으로 배치됐다. 대청마루에는 문이 달려 방처럼 사용할 수도 있고, 문을 들어 올려 처마에 걸면 탁 트인 마루가 된다. 뒷문까지 열면 바람이 통해 여름철에 시원하게 머물기 좋다. 마당이 넓어 다양한 놀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훈장댁은 진보면에 있는 송만정(松巒亭)을 재현한 집이다. 너른 대청마루와 두 개의 누마루를 가진 정자는 보는 순간 탄성이 터진다. 참봉댁과 생원댁은 농민이나 서민의 가옥 구조를 보여주는 집으로 방, 마루, 방, 부엌의 구조다. 교수댁은 청송읍 청운리에 있었던 고수성 가옥을 재현한 주택으로 전형적인 '□'자형 집이다. 그리고 별관이 있다. 청송백자를 빚는 도공들과 막일꾼들이 기거하던 집을 재현했는데 백자를 사러 온 상인들도 도공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집마다 생김이 다르고 개성이 있어 한 집 한 집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부분 기와집인데, 생원댁과 주막 등은 이엉을 정성스레 올린 초가라 정감이 간다. 청송을 대표하는 작가 김주영의 '객주'에 나올 법한 마당 넓은 주막도 있다. 아이들은 마당에 나가 투호 같은 전통 놀이를 하거나, 책을 꺼내 들거나, 동네를 뛰어다닌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토담을 따라 걷는 골목길이 운치 있다. 송소고택 안채·덕천마을 초전댁 등청송한옥 8개동 현대적 시설로 재현심수관가 도예 작품·청송백자 전시일반인 백자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민예촌 뒷산 '솔빛정원' 주왕산 조망◆ 청송백자 도예촌민예촌 옆에 자리한 도예촌에는 심수관도예전시관, 청송백자전시관, 전통 가마, 도예 공방이 한데 모여 있다. 심수관도예전시관은 임진왜란 때 남원성에서 일본으로 잡혀가 사쓰마 도기로 명성을 얻은 심수관가의 역사와 도자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도자 기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보선향로', 아이가 접시를 양손으로 받들며 앉아 있는 '당자상', 연꽃과 나비가 난무하는 큰 접시, 부채 모양의 향합, 사슴의 털까지 표현되어 있는 '부부 단풍 사슴상' 등 인간의 손으로 빚은 섬세한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백자전시관은 조선 후기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생활 자기였던 청송백자의 역사와 변천과정을 알 수 있는 곳이다. 또한 20세기 초반의 유물과 청송백자 기능보유자인 고만경옹의 재현작품 총 42점이 전시되어있어 청송백자의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청송의 수석과 꽃돌을 전시해 좋은 박물관도 있다. 수석계의 선구자 청강 남정락 선생이 평생을 모아 기증한 수석과 청송 꽃돌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수석의 고요한 아름다움과 생성의 비밀을 간직한 신비의 꽃돌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청송백자전시관 주변으로 사기움, 사기굴, 광산사무실과 주막까지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이곳에서 백자 체험이 이루어진다. 일반인은 물론 작가들로부터 청송백자를 제작하는 과정을 배우거나 전수 받기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 청송백자전시관 주변에 별도로 지은 체험 시설이다. 청송백자도자체험은 흙을 이용해 도자기를 만들고 그늘에 말렸다가 가마에 구워 작품이 나오는 전 단계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흙의 숨소리를 듣고 자연과 사람이 한 몸이 되는 체험이다. 특히 움집형태의 원형구조인 사기움은 원료의 분쇄에서 성형, 시유까지의 모든 공정을 완료할 수 있는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은 청송지역만의 독특한 구조로 옛 정송 사기장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청송의 문화유산이다. 주막은 등짐장수들이 청송백자를 먼저 확보하기 위하여 가마 앞에서 숙식을 하면서 기다리던 곳이다. 지금은 청송백자 거주 작가들의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청송 솔빛정원민예촌과 도예촌 뒷산은 청송 솔빛정원이다. 청송의 사계절과 선비정신, 도자문화예술 등 청송 고유의 세계가 깃들어있는 곳으로 청송마당, 예술의 뜰, 두메누리원, 향설원, 꽃마루원, 오월원 등 여섯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청송마당'은 정원의 시작을 알리는 만남의 장이다. 야외무대가 있는 '예술의 뜰'은 도자예술과 문화프로그램이 있는 정원이다. '예술의 뜰'에서 너른 언덕을 구불구불 오르면 '두메누리원'이다. 청송의 투박함과 자연성을 담은 정원으로 옆에는 작은 연못인 '물향기 마당'이 펼쳐진다. 이곳의 물이 너른 언덕 옆을 흘러 예술의 뜰로 간다. '향설원'은 청송의 너덜돌 등 자연소재와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진 정원이다. '꽃마루원'에는 온실이 있고 '소요의 뜰, 오월원'은 선비의 사색과 풍류를 상징한다. 서편 주차장 옆 청송마당을 기점으로 원점회귀해도 좋고, 민예촌 안내센터 쪽에서 오르거나 도예촌 사기굴 옆으로도 오를 수도 있다. 2021년에 조성되어 아직은 조금 휑한가 싶지만 눈 닿는 곳마다 소나무가 늠름하다. 따뜻한 계절에는 해당화와 인동초가 꽃을 피우고 망초도 지천으로 피어난다. 산책하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라는 정자도 있고, 고요히 흔들릴 수 있는 그네벤치도 있고, 신나게 점령할 수 있는 원두막도 있다. '청송의진'의 진중일기인 '적원일기'를 소개한 비석도 있다. "오랑캐의 괴수가 감히 천지에 떨치니/ 의리는 해와 달처럼 밝네." 대장 심성지의 시를 읊으면 솔빛정원에 내려앉은 초승달이 뜨겁게 느껴진다. 주왕산관광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멀리 주왕산도 조망된다. 민예촌의 어느 방에서 잠든 이른 아침, 바람이 문풍지를 흔들어 당신을 깨운다면 곧장 일어나 솔빛정원에 오르는 게 좋겠다. 그러면 저 멀리 운무에 싸인 주왕산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주왕산 관광단지에 위치한 청송한옥 민예촌은 지역의 고택을 재현한 공간으로 대감·영감·정승·훈장댁, 주막 등 다양한 형태의 전통 가옥 숙박 체험이 가능하다.민예촌 옆에 자리한 도예촌에는 심수관도예전시관, 청송백자전시관 외에도 전통 가마, 도예 공방이 한데 모여 있어 청송백자도자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화려하고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 주를 이루는 심수관도예전시관 내부 모습.청송 솔빛정원은 청송마당, 예술의 뜰, 두메누리원 등 여섯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경산 뉴 파노라마 .9·(끝)] 조현일 경산시장 인터뷰 "ICT융복합·첨단소재부품·의료·화장품산업 미래 성장동력 속도"
1980년대 주거지구 개발을 통해 대구의 베드타운 역할을 수행해 온 경산이 이젠 어엿한 모도시(母都市)로 성장하고 있다. 인구는 꾸준히 늘어 경북에서 셋째로 큰 도시가 됐고, 다양한 인프라 확충은 물론 주거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영남일보는 이 같은 경산의 변화상을 조명한 '경산 뉴 파노라마' 시리즈를 8차례에 걸쳐 연재했다. 경산의 정주 환경과 산업 생태계를 살펴보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미래 먹거리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또 경산의 문화·예술·관광 분야도 심도 있게 다뤘다. 시리즈를 마치며 조현일 경산시장을 만나 앞으로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들어봤다. ▶이번 시리즈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장장 4개월에 걸쳐 경산의 사회·산업·경제·문화·관광 등 각 분야를 자세하게 다뤄 꼼꼼히 챙겨봤다. 이처럼 깊이 있게 경산의 전반을 다룬 기사는 없었던 것 같다. 영감을 많이 받았다. 언론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시리즈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특히 경산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 부분도 좋았다. "▶경산지식산업지구 등이 들어서며 산업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미래 산업 방향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경산은 지금까지 섬유와 자동차 부품 산업에 의지해 왔다. 20년, 30년 후에는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할까. 투 트랙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하나는 전통 주력산업의 첨단고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다. 특히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우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또 하나는 산업구조를 첨단 신산업으로 바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경산은 창의와 혁신 환경이 어느 도시보다 뛰어나다. 경산에는 10개 대학, 170개의 학교 부설 연구소를 비롯한 연구기관이 집중돼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ICT융복합, 첨단소재부품, 메디컬, 화장품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경북 최대의 면적을 자랑하는 경산지식산업지구, 화장품 특화단지 등에 관련 첨단기업을 적극 유치할 것이다."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 지정 주력산업 첨단화 경쟁력 확보대학·연구소 창의 혁신 인프라 혁신벤처 중추役 유니콘파크이노베이션 아카데미와 시너지▶경산 유니콘 파크와 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활용 방안은."2025년 준공될 임당유니콘파크는 한국의 실리콘 밸리를 꿈꾸는 벤처창업도시 경산의 야심 찬 도전이다. 지식산업센터와 창업 공간이 함께 있는 복합공간으로 스타트업 기업부터 경쟁력을 갖춘 성장 벤처기업까지 혁신벤처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한민국 ICT 벤처창업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다. 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혁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교육프로그램이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기관인 프랑스 '에꼴42'의 경산 캠퍼스다. 국내에서는 서울에 이어 2번째이며, 전 세계에서는 50번째다. 청년 인재를 대상으로 교육생을 선발하여 첨단분야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키우게 된다. 경산시는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을 원하는 경우 임당 유니콘파크와 연계하여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인재와 교육의 도시 경산의 명품 아카데미로 만들도록 하겠다."▶경산 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농업 분야의 경쟁력과 앞으로 추진 방향은."경산은 금호강과 비옥하면서도 너른 들이 있어 예로부터 농업이 발달했다. 특히 대추는 국내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면서 맛과 품질면에서도 전국 으뜸이다. 종묘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경산은 전국 묘목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종묘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복숭아와 포도 역시 생산량이 전국 2위를 차지할 정도다. 경산은 대도시에 인접해 있고, 전국 각지로 이어진 교통망이 형성돼 있어 농산물 판매와 수송에도 유리하다. 시민 28만여 명 중 8%를 차지하는 2만2천여 명이 농업에 종사한다. 따라서 산업도시로의 도약 못지않게 농업 발전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다. 농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경산종묘산업특구 구축, 농산물안전분석센터 건립, 청년 농업인 육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추·종묘 등 농업발전 다각화 수도권 제외, 인구 증가 도시도시철 연장·종축 고속화 도로대도시+전원 삶 누리는 교통망4차산업혁명 시대 먹거리 대비 ▶산업 발전 외에 정주 환경 개선 노력도 중요해 보이는데. "경산은 도심 속 정원 같은 도시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역사와 문화, 수려한 자연을 한꺼번에 보고 느낄 수 있다. 아파트에서 문을 열면 풍요로운 녹색 들판이 펼쳐진다. 대도시와 전원의 삶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경산이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발달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옥산, 임당, 사동, 대임 등 대규모 주택지구가 있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대구와 경산을 연결하는 중산지구가 대표적이다. 편의시설과 같은 생활 인프라는 대도시 못지않으며, 깨끗한 환경과 쾌적함까지 갖추고 있다. 그렇다 보니 수도권을 제외하면 인구가 늘어나는 몇 안 되는 도시 중의 하나다. 경산시는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어 하는 명품 도시를 만드는 데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대구 도시철도의 연장, 경산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종축 고속화도로 건설을 조기 완공해 접근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또 남천, 남매지, 중산지 등 도심공원에 시민 힐링 공간을 확충하고, 안전 인프라 확충과 문화도시 경산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사업도 적극 추진할 것이다."▶끝으로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경산의 발전을 위한 구상과 준비, 미래 방향 설정은 끝났다. 이제부터 본격 속도를 내야 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첨단 신산업을 키워야 하고, 벤처창업을 꽃피워 경산을 또 다른 약속과 기회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전통산업의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인구 증가에 따른 도시 인프라 확충도 빼놓을 수 없다. 1년간 경산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가능성을 봤다. 시민을 섬기며, 시민이 행복한 경산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다. 가슴이 설레는 도시, 시민이 행복한 도시 경산을 꼭 이루도록 하겠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대담=박종진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정리=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조현일 경산시장이 지역 벤처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유니콘 파크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활용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4] 소헌공원과 찬경루
청송읍 앞으로 은빛 모래밭을 거느린 용전천(龍纏川)이 유유히 흐른다. 뒤로는 방광산(放光山)이 단단한 형세로 드리워져 있다. 지형이 곧 성(城)인 이 땅에 오래전 관아 건물들이 흩어져 있었고 지금은 청송의 주요 공적 건물들이 집중해 있다. 그 한가운데에 옛 객사와 누각 하나가 순정한 권위와 위엄으로 남아 있다. 이 일대를 '소헌공원'이라 부른다. 항상 개방되어 있는 주민들의 휴식 장소이자 각종 행사가 열리는 청송 군민의 문화공간이다. '소헌'은 조선의 제4대 왕 세종의 비 청송심씨 소헌왕후(昭憲王后)를 일컫는다. 객사와 누각을 짓도록 한 것은 세종이었다고 전한다.소헌공원 명칭 세종 비 시호서 따와전시회·음악회 등 청송문화 중심지1896년 운봉관서 청송의진 첫 창의찬경루, 소헌왕후·심씨 시조 기려◆ 소헌공원태종의 아들 충녕(忠寧)과 청송심씨 심온(沈溫)의 딸이 가례를 올린 것은 1408년이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418년 왕세자에 책봉된 충녕대군은 같은 해 태종으로부터 왕위를 양위 받아 즉위하고 심온의 딸은 왕비가 되었으니 바로 세종과 소헌왕후다. 세종의 즉위와 함께 소헌왕후의 고향 청송은 현(縣)에서 군(郡)으로 승격되었고 심온은 영의정에 올랐다. 그해 심온은 세종의 즉위를 알리기 위해 명나라로 떠나게 된다. 그가 떠나는 날, 거리는 왕의 장인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수레와 말이 도성을 뒤덮었다고 한다. 이 소문을 들은 상왕 태종은 다시 외척이 득세할 것을 염려했다. 결국 심온은 명나라에서 돌아오자마자 체포된다. 그는 불경죄로 처형되었고 재산은 몰수되었으며 아내와 딸은 관비가 되었다. 태종은 소헌왕후마저 해하지는 않았다. 비(妃)로서 내조의 공이 크고 많은 자녀를 낳아 왕실을 안정시켰다는 공을 인정한 것이었다.1422년 태종이 세상을 떠났다. 세종의 시대가 되었으나 소헌왕후의 집안은 복권되지 못했다. 세종은 청송군수 하담(河擔)으로 하여금 청송객사와 누각을 세우게 했다. 그리고 세종 10년인 1428년 청송객사 운봉관(雲鳳館)과 누각 찬경루(讚慶樓)가 건립됐다. 이후 세조 5년인 1459년에는 청송군에서 '청송도호부'로 승격되었다. 소헌왕후의 내향(內鄕)이라는 이유였다. 이후 청송은 도호부의 위상을 437년간 지켜오다가 1895년 갑오개혁 때 다시 군이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운봉관과 찬경루는 많은 일을 겪으며 중수와 중건을 거듭했다. 그들을 둘러싼 세계 역시 바뀌었지만 이 일대가 청송의 중심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청송군에서는 2004년 일대 부지에 대한 지표 조사와 발굴 조사를 하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운봉관과 찬경루의 복원과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0년 청송 군민과 출향인들을 대상으로 공원의 명칭을 공모했다. 그렇게 결정된 이름이 '소헌공원'이다.◆ 청송객사 운봉관'운봉'이란 '구름 속의 봉황'이라는 뜻으로 임금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객사는 조선 시대 조정에서 파견된 관리나 외국 사신들의 숙소였지만 중앙 정당은 왕의 전패를 모신 왕의 공간, 임금 그 자체였다. 그래서 객사는 어느 고을에서나 가장 중심된 곳에 가장 으뜸 되는 형식으로 지어졌는데, 정당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익사(翼舍)를 펼쳤고 정당의 지붕은 익사의 지붕보다 높았다. 이러한 형식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국의 읍치에 동일하게 적용되었으며 길 떠나 아무리 낯선 고을에 닿아도 객사가 자리한 곳이 바로 그 땅의 중심임을 알았다. 운봉관 역시 그러한 기본을 따르고 있다. 운봉관은 잡석을 쌓은 기단 위에 올라있다. 정면 3칸의 정당은 측면과 배면을 벽으로 감싸고 맞배지붕을 올렸다. 좌우 익사는 정면 5칸, 측면 3칸에 팔작지붕을 올린 건물로 온돌방과 대청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봉관은 숙종 43년인 1717년, 순조 12년인 1812년에 중건되었고 고종 8년인 1871년에도 중수했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단발령이 내려지자 이듬해 초봄 분연히 일어난 청송의 유생들은 운봉관에 모여 청송의진(靑松義陣)을 창의했다. 이후 운봉관은 1918년경 일제에 의해 정당과 서익사가 강제로 철거되는 수난을 겪었다. 청송도호부의 관아 건물들 역시 모두 훼손되었다. 동익사만 화를 면해 운봉관 현판을 달고 보존되었으며 한동안 청송면사무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현재의 운봉관은 2008년에 발굴조사와 고증을 거쳐 복원한 것이다. 운봉관은 경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찬경루운봉관의 평평한 마당은 용전천을 향해 서서히 기울다가 뚝 떨어진다. 그 절벽의 가장자리에 찬경루가 서 있다. 천의 맞은편에는 현비암(賢妃岩)이라 불리는 용머리 형상의 기암절벽이 솟구쳤는데 '현비'는 '어진 왕비'라는 뜻으로 이 또한 소헌왕후를 기리는 이름이다. 현비암의 등 뒤에는 보광산(普光山)이 우뚝하다. 보통 객사에 부속된 누는 조정 사신의 연회나 유생들의 시문회 장소로 이용되지만 찬경루는 조금 다르다. 찬경루는 보광산을 바라보고 있다. 보광산에 청송심씨 시조인 심홍부의 묘가 있다. 당시 관찰사인 홍여방이 쓴 기문을 보면 '소헌왕후의 덕과 어머니로서의 의표와 금지옥엽인 그의 후손들은 우리 조선 억만 세의 끝없는 복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이 누에 올라 그 옛터를 바라보니 우러러 찬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찬경루라고 명명한다'고 했다. 즉 '찬경'은 소헌왕후를 배출한 경사와 그 뿌리인 청송심씨 시조를 우러러 찬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용전천이 범람해 묘를 찾을 수 없을 때면 청송심씨들은 찬경루에 올라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찬경루는 정조 16년인 1792년 청송 군내에 큰불이 나 소실되었다가 이듬해 다시 세웠다. 지금의 찬경루는 그때 중건된 것으로 2008년에 중수하고 단청을 했다. 찬경루는 정면에서 보면 누각의 형태이고 뒤편에서 보면 단층에 가깝다. 정면 4칸, 측면 4칸에 팔작지붕 건물로 배면의 가운데 2칸은 온돌방이다. 방의 양측에 쌍여닫이 판문을 달았고 그 앞에 2단의 계단을 놓아 누상으로 오르게 했다. 나머지 14칸은 모두 우물마루를 깔고 정면과 측면에 계자난간을 이어 둘렀다. 온돌방의 기둥은 사각이며 나머지는 모두 둥근기둥을 세웠다. 세종의 여덟 아들이 어머니 소헌왕후를 위해 2칸씩 지었다고 전해진다. 누각 안에 '송백강릉(松柏岡陵)'이라 쓴 커다란 현판이 있다. 처음에는 소헌왕후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썼다고 전하며 화재 이후 청송도호부사였던 한광근의 아들 한철유가 안평대군의 글씨를 그대로 옮겨 썼다고 한다. 송백강릉은 '시경'에 나오는 '산과 같고 언덕과 같으며 산마루와 같고 구릉과 같다'는 구절에서 따온 말로 '송백'으로 표상되는 청송심씨의 지조와 후손들의 번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후 소헌왕후의 첫째아들은 문종이 되었고 둘째 아들은 세조가 되었다. 심온은 문종 때 복위되었고 소헌왕후의 동생인 심회는 세조 때 영의정에 올랐다. 이후로도 청송심씨 집안의 번영은 계속되었고 소헌왕후는 세상을 떠난 뒤 '선인제성소헌왕후(宣仁齊聖昭憲王后)'에 추상(追上)되었다. 조선의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찬경루에 올라 시를 읊었다. 서거정, 김종직, 송시열 등의 시가 전해지며 이심원, 홍성미, 황효원, 한광근, 양극선, 신익선 등의 시편이 누마루에 걸려 있다. 소박한 익공에 단청이 화려하고 평방 부리마다 피어난 태평화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찬경루는 나라의 보물이고 '소헌'은 청송의 중심에 있다. 이곳 소헌공원에서 충효캠프, 문학의 밤, 청소년문화마당이 열린다. 청송의병 추모 공연, 사회복지 박람회, 사진 전시회, 서화 예술 전시회, 인문학 콘서트 등 각종 음악회와 전시회가 펼쳐진다. 부처님오신날에는 봉축탑 점등 법회가 열리고 성탄이 다가오면 트리에 불을 밝힌다. 안평대군의 '송백강릉'과 홍여방의 '찬경'은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셈이다. 오래된 중심의 힘은 지금도 공공을 위한 중심으로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청송군 청송읍 용전천 변 소헌공원에는 세종의 명으로 지어진 객사 운봉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일제에 의해 크게 훼손됐으나 발굴조사와 고증을 거쳐 현재 모습으로 복원했다.세종의 여덟 아들이 어머니 소헌왕후를 위해 지은 찬경루.보광제각과 청송심씨사적비 뒤로 객사 운봉관이 보인다.소헌공원 한쪽에는 청송부사송덕비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2] K-콘텐츠 도시를 꿈꾸다
한국의 대표적인 농업도시로 유명한 상주는 오랜 농업의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역사문화 콘텐츠를 갖고 있다. 백두대간과 낙동강을 품고 있어 자연경관마저 수려하다. 지역 곳곳에 아름다운 비경을 숨겨놓은 곳이 바로 상주다. 상주는 천혜의 자연과 역사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K-콘텐츠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모자'라는 콘텐츠를 활용해 대규모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2편에서는 농업도시를 넘어 K-콘텐츠 도시로 도약을 꿈꾸는 상주에 대해 소개한다.◆삼백의 고장서 열리는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각양각색의 모자를 쓴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무대 배경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스크린에는 쉴 새 없이 화려한 이미지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크레인에 매달려 공중에서 무대로 내려온 배우들은 불꽃을 내뿜고, 수많은 드론들은 가을밤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드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하트·모자 등 모양을 그려내자 무대에서는 형형색색의 폭죽이 터지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지난 13일 저녁 상주 태평성대경상감영공원 일원에서 열린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개막식 주제공연의 풍경이다.올해 처음 시작된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이 지난 13~15일 사흘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첫 행사지만 포항국제불빛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등과도 견줄 만큼 대규모로 치러졌다. 국내에서 '모자'를 콘텐츠로 내세워 국제 행사를 연 것은 상주가 처음이다. 이색적인 이번 축제에는 무려 10만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축제 기간에는 '제11회 상주전국한우축제'도 같이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지난 13~15일 모자축제 10만명 다녀가…다양한 볼거리 큰 호응관광公 'K-컬처관광이벤트 100선' 선정 지속가능한 축제 기대천혜의 자연·풍부한 역사문화콘텐츠…'K-콘텐츠 도시' 급부상KBS·tvN 드라마 잇따라 촬영…관광명소·농특산물 널리 알려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 불린다. 쌀, 목화, 누에고치의 주산지로 명성을 얻었다. 지금은 목화 대신 곶감이 삼백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주는 아직도 누에고치를 이용해 만드는 전통섬유인 명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함창읍에 가면 함창명주테마파크와 함창명주박물관, 한국한복진흥원을 둘러보며 한국의 전통 복식문화를 한눈에 접할 수 있다. 한국인은 예부터 전통의복의 하나로 모자를 중요시해 왔다. 지금도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자를 생산하는 국가다. 이에 상주는 '모자'를 콘텐츠로 한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행사 전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된 것.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외국인이 즐길 수 있는 K-컬처 중의 하나로 당당히 인정받은 셈이다.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경북도와 상주시가 함께 주최하고, 상주시축제추진위원회와 한국한복진흥원이 공동 주관했다. 특히 '모자축제로 초대 Hat'과 '모돌이 도전 Hat' '세계모자 프린지페스티벌' '올해의 모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폐막식 일정 중 '올해의 모자'도 관중 호응도가 높았다. 축제장 내 큰 모자, 예쁜 모자, 특별한 모자 그리고 올해의 모자를 관객들의 현장 투표로 선정해 수상작을 가렸다.윤재웅 상주시 축제추진위원장은 "국내 최초 모자축제를 통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가고자 했다"며 "내년에는 올해의 축제를 보완해 지속가능한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농업 도시를 넘어 'K-콘텐츠' 도시로상주는 동쪽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서쪽에는 백두대간이 우뚝 솟아 있다. 명산과 큰 강을 품은 만큼 아름다운 명소도 많다. 낙동강을 따라서는 경천섬공원, 회상나루관광지, 경천대국민관광지 등 전망이 좋은 명소가 늘어서 있고,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과 상주자전거박물관 등도 위치해 주말이면 가족단위 여행객들로 붐빈다.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산줄기는 소백산을 거쳐 상주에서 속리산에 이른다. 속리산이라고 하면 충북 보은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 주요 봉우리인 천왕봉(해발 1천58m), 비로봉(해발 1천32m), 문장대(해발 1천54m) 등은 모두 상주에 속해 있다. 충북 영동과 상주의 경계를 이루는 백화산(해발 933m)도 관광 명소로 빼놓을 수 없다. 높은 산과 골짜기는 수려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굽이치는 계곡과 폭포, 기암, 우거진 숲, 청량한 공기 등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상주는 유구한 농업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역사문화 콘텐츠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검지다. 공검지는 김제 벽골제와 밀양 수산제, 제천 의림지와 함께 삼한시대 4대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또 고대 상주 함창읍에 존재했던 고령가야의 흔적도 전 고령가야왕릉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외에도 후삼국시대 견훤이 지었다는 견훤산성, 고려시대 몽골제국의 침입을 막아낸 금돌산성도 일부가 여전히 존재한다.상주 도심에는 조선시대 경상도 전체를 관할하던 경상감영도 복원돼 있다. 감영을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한 곳은 상주가 거의 유일하다.상주시는 이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 콘텐츠를 널리 알리면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드라마나 영화 산업과 연계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영상물의 촬영지로 거듭나 K-콘텐츠 도시로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성과로 올해 8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가 상주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이 드라마에는 상주의 주요 관광지와 함께 농특산물이 등장한다.최근에는 상주에서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촬영도 마쳤다. 앞서 상주시는 지난 6월14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드라마 제작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앞서 2001년 10월부터 2002년 4월까지 50부작으로 방영된 MBC 드라마 '상도'도 낙동강회상나루관광지에서 주로 촬영됐다. 상도 촬영지에는 아직도 10여 개의 전통가옥이 남아있으며, 지난해 3월 드라마 세트장 일부는 상주주막으로 탈바꿈했다.상주는 K-콘텐츠 제작에 유리한 조건을 또 하나 갖추고 있다. 내륙 중심에 위치해 전국 어디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지나면서 나들목만 6곳에 달해 고속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서울, 대전, 대구 등 주요 대도시와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됨에 따라 상주는 새로운 물류 거점 도시로도 성장하고 있다.강영석 상주시장은 "상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주는 지역으로 각종 콘텐츠 제작에 좋은 장소"라며 "서울에서도 상주까지 2시간 이내 거리에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K-콘텐츠를 상주에서 제작하도록 유도해 전 세계에 상주의 명소와 농특산물을 알리도록 노력 하겠다"고 덧붙였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지난 13일 상주 태평성대경상감영공원 일원에서 열린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개막식 주제 공연 모습. 사흘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 축제를 즐겼다.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한지 조형물과 한지등이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드라마 '상도' 촬영지인 회상나루관광지에는 아직도 전통가옥 세트장이 남아있다.회상나루관광지에는 여행객들이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객주촌도 마련돼 있다.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0] 청송사과축제
청송의 꽃은 사과꽃, 청송의 특산물은 사과다. 강이 흐르는 들녘과 기우뚱한 산지가 죄다 사과밭이다. 봄이면 연분홍을 머금은 사과꽃이 청송의 천지를 뒤덮고 찬바람이 불면 붉은 사과, 황금빛 사과가 청송의 산천을 뒤덮는다. 청송 사과는 정말 달다. 한입 베어 먹으면 풍부한 과즙에 눈이 똥그래지고 살짝 감도는 산미에 온 몸이 상쾌해진다. 사과가 가장 맛있고 풍성한 11월이면 청송에서는 사과축제가 열린다. 청송사과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대표축제다.◆2023 제17회 청송사과축제2023년 청송사과축제가 11월1~5일 청송읍 용전천변 현비암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청송사과, 찬란한 금빛 향연'이다. 금빛은 일등 사과를 상징하는 금메달을 뜻한다. 또한 달고 아삭한 청송사과 '황금진'의 황금빛도 담겨 있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11년 연속 대상에 빛나는 청송사과의 명성을 확고히 다지고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잔치를 열겠다는 포부다. 청송사과축제는 2004년부터 청송 사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2013년부터는 매년 빠지지 않고 '경북도 최우수 축제'에 선정됐으며 2020~202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돼 전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발돋움했다.지난해 3년 만에 열린 제16회 청송사과축제는 4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대성황을 이뤘고 축제기간 5일 동안 161억원 이상의 직접 경제효과를 거뒀다. 특히 대면 축제에 앞서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축제를 먼저 열어 큰 관심을 끌었다. 축제에 대한 상세 정보와 관광 정보 등을 사전에 제공하고,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해 관심과 기대를 높이는 등 온라인 축제는 청송사과축제의 현장 관람객 유치를 확대하는 디딤돌이 됐다. 온라인축제에는 10만여 명이 참여했으며, 온·오프라인 축제의 연계 필요성과 시너지 등 대한민국 축제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올해 제17회 청송사과축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의 면모에 걸맞게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새로운 시도로 호응을 얻었던 온라인 축제를 올해 역시 오프라인 축제와 병행해 개최한다. 온라인 축제에서는 축제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물론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인 '꿀잼-사과난타' '도전-사과선별로또' '청송퀴즈' '박 터뜨리기' 등을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비대면 소통의 중요성이 높아진 축제 트렌드를 반영하고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자 축제의 글로벌화를 위한 적극적인 시도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축제는 개막 5일 만에 8만여 명이 방문하고 3만명 이상이 참여한 상태다.오프라인 축제장에는 청송사과 전시 홍보관, 청송사과 및 농 특산물 판매, 청송사과 깜짝 경매, 청송관광사진 공모전 작품 전시 등 다양한 전시, 판매, 체험 부스가 설치된다. 드론 라이트 쇼를 통해 청송사과축제의 성대한 개막을 알리고 축하공연과 재능기부 파트 공연, 원산지 표시 위반자를 의금부로 압송하는 시현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청송사과 퍼레이드, 청송 꽃줄 엮기 전국대회, 청송사과 깜짝 경매, 사과 왕 선발대회 등 군민과 관광객이 하나 되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외에도 하늘에서 풍선을 떨어뜨려 황금사과를 찾는 '만유인력-황금사과를 찾아라'와 만보기가 달린 방망이로 지퍼백 속의 사과를 두드려 잼을 만드는 '꿀잼-사과 난타' '도전-사과 선별 로또', 사과 방망이 체험, 사과 낚시 등 신나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연계 행사로는 청송문화제, 청송군민 노래자랑, 청송낙동정맥등반대회 등이 열린다. 특히 청송군은 최근 지역 축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먹거리 관련 특별대책을 마련하고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잔치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계획이다.지난해 첫 시도한 '온라인축제' 현장 관람객 유치 확대 디딤돌 올해도 온·오프라인 병행 개최내달 1~5일 용전천변 현비암서청송 꽃줄 엮기·사과왕 선발 등 관광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청송사과청송 땅은 82%가 산림이다. 전역이 해발 250m 이상인 내륙 산간지역으로 비가 적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연평균 일교차가 13.4℃로 높다. 풍부한 일조량은 사과에 고운 빛깔을 입히고 잎의 활발한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열매에 당분을 저장하게 만든다. 높은 일교차는 사과의 육질을 단단하고 치밀하게 만들고 당도를 더욱 높여 가두고 색깔을 깨끗하게 한다. 토양은 대체로 척박한 편이지만 사과 재배에는 적합해 과즙이 풍부하고 저장성도 뛰어나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을 바탕으로 청송사과는 이 지역의 주 작목으로 육성, 재배돼 왔다. 현재 청송사과는 부사 80%, 홍로 15%, 기타 품종 5% 정도가 재배되고 있으며 4천여 농가가 연간 6만여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수요 창출과 신규 시장 공략을 위해 청송군이 2018년부터 특화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는 황금사과가 바로 '황금진'이다. 시나노 골드 품종인 황금진은 높은 당도와 풍부한 과즙 그리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젊은 층에 특히 인기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브랜드를 가리는 시상식이다. 공정한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파악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2006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올해 18회를 맞이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 사과부문에서 청송사과는 대상을 차지했다. 11년째 연속 대상이다. 심사위원들은 소비자들이 청송사과를 최고 브랜드로 생각하는 이유를 사과 재배에 적합한 자연환경, 우수한 품질 관리, 앞선 재배 기술과 적극적인 판매 전략에서 찾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송사과는 자연환경에만 의지해 만들어진 브랜드가 아니다. 더 아삭하고 단맛이 나는 사과 재배를 위한 청송농민의 노력과 끊임없는 기술개발, 그리고 적극적인 홍보는 대한민국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대표 과일 자리에 청송사과를 올려놓았다. 청송군은 1994년 청송사과 상표등록, 2007년 청송사과 지리적 표시제 등록, 키 낮은 사과 묘목 도입, 친환경 저 농약 재배 기술, 과수 고품질 시설 현대화, 청송 황금사과 '황금진' 개발 등 상품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와 함께 대도시 시식 홍보행사, 직거래 판매지원, 청송사과 유통센터 운영, 청송사과 품질보증제 시행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의 높은 신뢰와 호응을 일으켰다.◆100여년 역사의 청송사과, 국내를 넘어 세계로청송군 현서면 덕계리 569. 청송에서 처음으로 사과가 열렸던 곳이다. 1924년 12월에 사과 묘목을 심었고, 어린나무는 자라 1931년 처음으로 사과 수확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사과나무를 심은 이는 독립 운동가이자 농촌계몽운동가였던 박치환 장로다. 1878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그는 1919년 만세운동을 벌이다 일본 경찰에 쫓겨 중국, 시베리아 일본 등지를 떠돌았다. 1924년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그는 일본에서 사과의 한 품종인 국광 10여 주를 들여와 고향 인근인 청송 현서면에 정착해 묘목을 심었다. 이후 그를 통해 사과를 맛본 사람들도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현서면을 넘어 현동, 안덕면 등지로 사과나무 군락지가 퍼져나갔다. 농촌계몽에도 힘쓴 그는 사과농사로 번 돈으로 동네 목욕탕을 지어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씻기고 머리를 깎아 주기도 했다고 한다. 박 장로 외에도 안덕면 복리에 살았던 신인수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일본에서 일하며 인근 사과농장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과에 관심을 가지고 사과 재배 기술을 익혔던 그는 1927년 600여 주의 사과 묘목을 가지고 귀국했다. 그리고 안덕면 복1리 교회 터 인근에 5천평 규모의 사과밭을 조성했다고 전한다. 지금도 청송에는 사과나무 고목이 몇 그루 생존해 있으며 여전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내년이면 청송에 사과나무가 뿌리를 내린 지 100년이다. 청송사과는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간다. 청송군은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수출길을 열고 청송사과 300t 수출 쿼터에 5년간 사과주스 무제한 수출을 승인받았다. 올해 5월에는 필리핀 현지 유통업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11t의 사과를 수출했다. 사과주스는 현재 필리핀과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하는 등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 청송군은 청송사과 수출량을 1만t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청송군 농산물 수출 촉진 지원 조례'를 만들어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해외수출용 포장재를 개발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지난해 청송읍 용전천변 현비암 일원에서 열린 제16회 청송사과축제 행사장 모습. 행사기간 40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청송사과축제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축제를 병행해 '꿀잼-사과난타' '도전-사과선별로또' '청송퀴즈' 등을 게임으로도 즐길 수 있다.축제장 한쪽에 마련된 사과로 만든 조형물.방문객들이 각종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호국 도시 '칠곡 화합·세계 평화 기원 콘서트' 대성황
세계인의 화합을 염원하는 '2023 칠곡군민 화합·세계 평화 기원 콘서트(칠곡 피스 뮤직 페스티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경북도와 칠곡군이 주최하고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콘서트는 15일 오후 4~9시 칠곡군 석적읍 칠곡보 생태공원 평화의무대에서 열렸다.김재욱 칠곡군수와 심청보 칠곡군의회 의장, 이승익 영남일보 사장을 비롯해 주민과 전국에서 온 나들이객들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제10회 낙동강 세계평화 문화 대축전 & 제14회 낙동강지구 전투 전승행사' 폐막 공연으로 진행된 이날 콘서트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이날치, 노브레인, 박정현, 다이나믹 듀오, 윤도현 밴드(YB) 등 정상급의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가을 정취가 선명하게 느껴지는 칠곡보 생태공원 야외무대에서 진행돼 관람객들의 호응도가 더욱 높았다.개회 선언과 함께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와 노브레인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열기를 뜨겁게 했다. 박정현은 가을의 감성을 노래로 전했다. 콘서트 후반부는 다이나믹 듀오와 윤도현 밴드가 맡았다. 콘서트 후에는 불꽃 쇼까지 펼쳐져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칠곡 주민 문미심(여·73)씨는 "가수들 공연과 불꽃 축제를 볼 수 있어 매우 즐거웠다. 낙동강 세계평화 문화 대축전을 비롯해 군민화합·세계 평화기원 콘서트의 준비가 잘된 것 같다"고 만족했다.이날 콘서트는 6·25전쟁의 아픔을 이겨낸 호국의 도시 칠곡 군민이 한마음으로 세계 평화를 기원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15일 오후 칠곡보 생태공원 평화의무대에서 열린 '2023 칠곡군민 화합·세계 평화기원 콘서트(칠곡 피스 뮤직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떠나요! 포항 전통시장 감성여행 .6 <끝>] 청하공진시장
포항 북구 동해대로 청하삼거리에서 청하로 빠져나간다. 첫 번째 버스정류장 이름은 '청하면 미남리', 땅의 이름이 그대로 정류장의 이름이다. 목이 좁은 길을 조금 달리자 양쪽으로 들이 넉넉히 펼쳐진다. 서정리 천을 가로지르는 청하교에서 교각만 남은 옛 다리를 본다. 무성히 자라난 갯풀들이 가을가을 몸을 흔든다. 마을이 가까워짐을 알리는 크고 작은 집들을 쓱 쓱 스치고, '청하파출소' 버스정류장과 진짜 청하파출소를 지나며 이제 읍내에 들어왔음을 자신한다. 커다란 정안씽크 공장의 외벽에서 낯익은 그림을 만난다. 빨간 등대, 바닷가의 집들, 언덕 위의 배, 청진3리 회관 2층의 윤치과, 한낮의 커피 달밤의 맥주 카페, 그리고 달빛 흐르는 바닷가에 앉아 있는 남녀의 뒷모습. 그들에게 하나하나 눈길을 주는 사이 옷장수 트럭을 지난다. 생활 잡화를 파는 난전이 새마을 금고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고 그 너머로 오색의 우산들로 뒤덮인 나지막한 광장이 열린다. 청하시장, 아니, 청하공진시장이다.고스란히 남아있는 '갯마을 차차차' 배경카메라 들고 시장 누비는 사람들로 북적백년 전엔 애국지사 만세운동 펼쳤던 곳상인들 대를 이어 시장 지키며 명맥 유지옛 정취 물씬·규모 작지만 볼거리 많은 곳◆ 청하공진시장2021년 여름 TVN에서 방영된 '갯마을 차차차'는 안방극장을 넘어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홍반장'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현실주의 치과 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만능 백수 홍두식(홍반장, 김선호 분)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렸다. 로맨스와 코미디에 풋풋한 갯마을 냄새까지 더해졌던 드라마는 다양한 연령층의 인기를 얻으며 초반부터 '저기가 어디야?'라는 폭발적인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곳이 여기다. '갯마을 차차차'의 주요 공간인 '공진시장'은 바로 이곳 '청하시장'이다. 입구의 탑 간판에 적힌 이름은 '청하공진시장'이다. 오래된 청하와 새로운 공진이 하나가 됐다.청하공진시장은 1일과 6일에 장이 열리는 5일장이다. 메인 시장은 두 개의 단층 상가에 두 개의 아케이드가 연접된 형태로 작은 규모다. 그 주변으로 광장이 넓고 거리를 따라 가겟집들이 늘어서 있다. 청하공진시장은 현재 90여 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라 한다. 공영 주차장은 지난 8월에 완공됐다. 주차 면수는 195면이다. 평일에는 휑해 보이지만 장날이면 많은 사람이 몰려온다. 과일, 생선, 건어물, 채소, 잡곡, 의류, 신발, 잡화, 닭, 오리, 개 등의 가축, 모종 등 각종 품목의 난전이 펼쳐지고 빨갛고 하얗고 파란 천막들, 까만 그늘막과 색동 우산들이 장터를 둘러싼 광장과 거리를 가득 메운다. 시장 상가는 몇몇 모서리 점포만 영업을 할 뿐 나머지는 거의 비워진 모습이지만 꽤나 너른 아케이드 공간은 각종 부스와 난전으로 채워진다. 호떡집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어묵과 순대, 호박전 등을 파는 포장 부스도 인기다. 새마을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부스에는 청하의 특산물이 진열돼 있다. 그중에서도 경북 1호 벼 품종인 '다솜쌀'은 청하면의 효자 상품이다. 처음에는 부녀회 기금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부심과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한다. 점심 무렵이면 잔뜩 펼쳐져 있던 난전들이 하나둘 정리를 시작한다. 청하공진시장은 아침 일찍 개장해 점심 무렵 파하는 전형적인 시골 5일장이다.◆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진시장의 풍경들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시장을 누비는 이들은 언제나 눈에 띈다. 전국에서 또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청하공진시장에는 드라마 속 공진시장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보라슈퍼'다. 드라마 속에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보라슈퍼는 마치 먼 옛날부터 이곳에 이렇게 자리한 모습이다. 우체통, 아이스박스, 튜브, 또또명당 제 818회 또또복권 1등 14억 당첨 홍보물 등 모두가 드라마 그대로다. 그러나 이제 보라 엄마 없는 슈퍼는 추억의 장난감과 아폴로, 쫀드기, 휘파람 소리 나는 사탕 등의 옛날과자를 판매하고 달고나 체험을 할 수 있는 가게로 바뀌었다. 바로 옆은 '공진반점'이다. 여전히 공진반점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는 지금 곰탕, 소머리 국밥, 콩나물 국밥 등을 파는 이가식당이다. 반점 뒤편으로 보라 아빠가 운영했던 '청호철물'이 보인다. 건물과 간판만 그대로 남아 있고 내부는 낚시, 잡화, 부품을 판매하는 가게로 바뀌었다. 문 앞에 작은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추억 사진 한 장을 담을 수 있는 예쁜 소품이다. 청하공진시장 아케이드 옆에 '오징어 탑'이 있다. 윤혜진이 동네 꼬마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다. 아케이드 입구에는 전직 가수 오윤이 운영하는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 카페 파사드가 서 있다. 파스텔 톤의 커다란 문과 푸른 덩굴이 내려앉은 카페의 모습은 가장 인기 있는 배경이다. 카페 안쪽 아케이드 공간은 드라마와 방문객들을 위한 기념 쉼터다. 주인공들의 모습과 방문객들이 남긴 메시지가 빼곡하다. 카페 정면 광장 너머로 '청하남선알미늄' 간판을 내건 건물이 보인다. 사실 저 건물이 애초 오윤의 카페로 쓰인 곳이다. 원래 새시 공장이었고 건물은 드라마가 끝난 뒤 원래의 모습과 쓰임으로 복귀했다. 처음 저 장소를 발견했을 때 마치 준비가 된 자연스러운 세트장 같은 분위기에 촬영진도 놀랐다고 한다. 카페 앞에서 주위를 휘 돌아보면 공진 문구완구, 공진 쌀 잡곡, 청호우유 간판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온다. 청하시장의 25곳 상가가 드라마 배경이 되었고 대다수 상인들은 길손으로 출연했다고 한다.◆ 백년 역사의 5일장청하면의 이름은 청하현에서 왔다. 옛 기록에 따르면 청하현은 고려 때부터 있었고 경주에 예속되어 있다가 조선 태조 때 감무를 두어 독자적인 고을이 되었다고 한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때 청하현의 현내면, 서면, 동면, 남면을 합해 영일군 청하면이라 하였는데 청하현의 소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유래 깊은 일대의 중심이라는 의미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3월의 만세 운동이 전국 각지로 번질 때, 11일과 12일 이틀간 청하장터에서 애국지사 23인을 선봉으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고 전해진다. 일본 경찰이 몰려와 총검으로 위협했으나 장날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만세운동에 동참, 5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함성이 청하장터에 울려 퍼져 그칠 줄 몰랐다고 한다.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의하면 청하의 만세시위는 2회, 참가 인원은 500명, 부상자 수 50명, 피검자 수는 40명이었다고 한다. 몇몇 자료에는 청하시장이 1920년대 중반 이후 정기시장으로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이전이라 여겨진다. 분명한 것은 꽤 큰 시장이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흘러 포항 시내에 시장이 들어서고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청하시장은 많이 축소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생을 시장과 함께해 온 주민들이 있고 대를 이어 시장을 지켜온 토박이 상인들도 있고 수십 년간 장날이면 찾아온 장꾼들도 있다. 이름난 맛집인 '시장식육식당'은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계란과 생닭을 판매해 온 장꾼은 청하장터를 드나든 지 30년이라 한다. 씨 마늘과 모종, 생강 등을 판매해온 상인은 30년이 훌쩍 넘었다는데 손님들은 그녀를 '농사 선생님'이라 한다. 이제 막 귀농했거나 농사 초보인 손님들은 그녀에게 모종 심기부터 작물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배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먼 곳의 소식을 듣고 이웃을 만나고 또 배우는 곳이 청하 장터다. 이렇게 100년이 흘러왔다. '청하가는 길'이라는 노래가 있다. 재일교포 2세인 '아라이 에이치'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고향인 포항 청하면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45분여의 서사로 풀어낸 곡이다. '이제사 왔냐고 내 고향이 두 손 벌려서 기뻐하며/ 반가이 맞아주는 기분이 나는/ 사랑스런 대지에 바람이 불어/ 혼자서 걸어가는 청하의 길/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나는 간다.' 그의 한국 이름은 박영일이다. 그는 또 이렇게 노래한다. '마을을 나서니 나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바다/ 저 바다 이름은 영일만이래/ 나의 이름도 영일이라 같은 이름이란 걸 처음 알았네.' 1995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그해 일본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됐다. 이 노래는 하나의 청하아리랑이다. 시장 곳곳에 혜진과 홍반장의 얼굴이 가득하다. 서로 정반대의 성격과 현실 속에서 부조화와 조화를 공감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카메라를 치켜든 청년들이 장터를 누빈다. 그들 곁으로 100년의 시간이 흘러간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공동기획:포항시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위치한 청하공진시장 전경. TV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로 유명세를 타면서 시장 이름도 바뀌었고,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드라마 속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보라슈퍼.드라마 속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보라슈퍼.공진반점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는 곰탕과 국밥 등을 판다.오징어탑
[경산 뉴 파노라마 .8] 뛰어난 정주 여건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던 경산에 대규모 주거지역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대부터다. 1992년 옥산1지구(51만㎡)를 필두로 옥산2지구(1993년·33만㎡), 임당지구(1998년·42만㎡), 사동1지구(2000년·60만㎡), 사동2지구(2008년·93만㎡), 신대·부적지구(2009년·45만㎡), 하양지구(2019년·48만㎡)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대규모 주거지역 개발로 경산시 인구는 꾸준히 늘어 2018년 26만명을 돌파했다. 경북에서 셋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급성장한 것이다. 경산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살기 좋은 도시'를 꿈꾸고 있다. '경산 뉴 파노라마' 8편에서는 갈수록 개선되고 있는 경산의 정주여건에 대해 소개한다.◆쾌적한 환경을 갖춘 주택지구들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 3번 출구를 나와 동쪽으로 300m만 걸어가면 오른편에 신도시가 나온다. 전체 면적이 축구장 11개 정도(24만여 평)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다. 높게 솟은 고층 아파트 사이로 병원과 식당, 대형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을 비롯해 공원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깔끔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전형적인 신도시, '중산제1지구'의 모습이다.중산제1지구는 큰 저수지인 중산지를 가운데 두고 원형으로 조성 중에 있다. 중산지 주변은 근린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성암산(해발 472.3m) 자락에 위치해 매우 친환경적인 공간이다. 대형마트와 인접해 있고 소방서와 초등학교도 품고 있다. 앞으로 공공도서관과 학교들이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다. 중산제1지구는 전체 면적 중 주거용지는 2.29%에 불과하다. 준주거용지(26.19%)를 합쳐도 30%가 안 된다. 나머지 45.93%는 공원과 녹지, 광장, 주차장, 학교, 공공청사, 공공업무시설 등 공공시설용지다. 이 외에 문화 및 집회시설(0.80%)과 사회복지시설(1.31%)도 기타시설용지로 들어간다.위치적 조건도 뛰어나다. 서쪽에는 대구 사월지구, 동쪽으로는 경산 정평·중산지구와 경산 옥산2지구, 남쪽으로는 경산 옥산1지구가 인접해 있다. 즉 대구와 경산을 잇는 주거밀집지역의 중심지다. 그만큼 교통 편의성과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 정평역과 인접해 있고 남서쪽으로는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동쪽으로는 경부선 철도가 지난다. 교육, 환경, 교통, 시설 등 수준 높은 생활을 위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중산제1지구 계획인구 2만1천여명공원·병원·학교·대형마트 들어서경산대임공공주택지구도 조성 추진2025년 완공되면 1만124가구 입주교통인프라 확충 등 정주여건 개선도시철 연결·종축고속화도로 추진경산 중산동 일원에 시가지조성사업으로 조성되고 있는 중산제1지구 사업은 전체 면적 80만5천759.4㎡, 총사업비 7천282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도시 개발 프로젝트다. 장래 계획인구만 2만1천342명(9천279가구), 경산 전체 인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중산제1지구는 1999년 12월 시가지조성사업 상세계획구역으로 결정되며 사업이 추진됐다. 이듬해 1월 시가지조성사업 상세계획이 마련됐고, 2005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공사가 하나둘 마무리되고 있다. 1단계 사업에 이어 2-Ⅰ단계, 2-Ⅱ 단계 사업도 각각 2017년, 2021년에 완공된 것. 마지막으로 남은 2-Ⅲ 단계 사업은 202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경산의 대규모 주택지구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임당역 북쪽 경산 대평동과 임당동 일원에 '경산대임 공공주택지구'를 조성 중에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체 면적은 167만3천141㎡로 중산제1지구의 두 배에 달한다. 완공되면 1만124가구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갖게 된다. 경산대임 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은 2025년 1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경산시의 다양한 정주여건 개선 노력지난해 7월 취임한 조현일 경산시장은 5대 시정 목표 중 '살고 싶은 도시환경'을 첫째로 내세울 만큼 정주여건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관련 공약만 22가지다.그 가운데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교통 인프라 확대다. 실제 경산시는 '경산전철시대 조성'과 '종축고속화도로 건설'을 5대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전철시대 조성은 대구도시철도 1, 2호선을 진량으로 연장해 두 노선을 순환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 대구도시철도 3호선 경산 연장도 포함돼 있다.대구와 경산은 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 연결은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대구도시철도는 1998년 5월 1호선(진천~안심·24.9㎞), 20015년 10월 2호선(문양~사월·28.0㎞), 2015년 4월 3호선(칠곡경대병원~용지·23.95㎞)이 완전 개통됐다.대구도시철도가 경산까지 연장된 것은 2012년 9월이다. 2호선 경산 연장구간(사월~영남대·3.3㎞)이 개통되며 대구도시철도는 경산까지 운행에 돌입했다. 2호선에 이어 1호선도 경산 연장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12월 말이면 안심~하양 구간이 정식으로 개통된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안심~하양 연장은 안심역에서 경산 하양읍 하양역까지 8.89㎞를 잇는 사업이다. 전체 구간 중 0.7㎞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상으로 건설된다. 정거장은 대구 동구 사복동, 하양읍 부호리, 하양읍 금락리 등 3곳에 들어설 예정이다.사업이 완료되면 안심에서 하양까지 10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해진다.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호산대 등에 다니는 학생들과 진량산단 등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교통 편의성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종축고속화도로 건설은 쉽게 말해 경산을 남북으로 잇는 도로망을 만드는 것이다. 경산시는 이 사업을 통해 △청통와촌IC 연결도로 △경산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 △국도 대체도로(남산~하양) △국도 대체도로(남천~남산) △남천 하이패스IC를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해 지역 핵심 교통망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내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물류산업 경쟁력도 한층 향상시킬 수 있다.이외에도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도 다채롭다. 대표적인 것이 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과 경산향교 주변 도시숲 조성, 주민참여 도시재생사업 추진 등이다. 경산하수처리장 고농도 악취방지시설 구축, 탄소중립·친환경버스 도입,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 설치, 가축 분뇨 배출 제로화 시스템 구축 등은 친환경적인 주거환경을 위한 정책이다.경산시는 또 반려동물 인구 1천만명 시대를 맞아 대구대 안에 유기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행복동물복지 치유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장동훈 경산시 도로철도과장은 "대구도시철도 2호선에 이어 1호선까지 경산 연장이 이뤄지면 주민들의 교통 편의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외에도 경산의 숙원사업인 대구도시철도 추가 연장과 종축 고속화도로 건설 등도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 기자 zone5@yeongnam.com경산 중산 제1근린공원 너머로 고층 아파트가 늘어선 '중산제1지구' 모습이 보인다. 대구와 경산을 잇는 주거밀집 지역의 중심지에 위치한 중산제1지구는 깔끔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중산제1지구에는 병원, 학원, 음식점 등 상업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중산제1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조성된 수생 비오톱(생태 정원).경산 중산 제2근린공원 내 거울연못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1] 농업 혁신 거점도시
▶시리즈를 시작하며저력 있는 역사도시 상주가 시대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를 발판삼아 첨단산업 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과학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 농업의 저변 확대를 통해 국내 농업 혁신 거점도시로 거듭난다는 목표도 세웠다. 양질의 일자리가 넘치는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 지속 가능한 성장이 보장된 도시, 앞으로 상주시가 만들어나갈 미래 모습이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격주로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면적 42.7㏊ 스마트팜 2021년 완공청년창업보육센터·실증단지 등 갖춰교육·경영·창농·주거 원스톱 지원농업 인구 2만6천명 전국 일곱번째지난해 농특산물 30여개 나라 수출상주는 예로부터 한국 농업의 중심이었다. 일찍이 벼농사와 양잠업이 발달했고, 지금도 배와 포도 등 다양한 농특산물이 전 세계로 수출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조성되면서 국내 농업 혁신의 최전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리즈 첫 편에서는 상주 농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소개한다.◆ 농업 혁신의 중심 스마트팜 혁신밸리상주 동쪽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낙동강 사이 사벌국면 일원에는 한국 농업의 미래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면적만 42.7㏊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스마트팜이다. 상주시는 2018년 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남 밀양과 함께 전국 4대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선정된 바 있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2021년 12월 준공됐다. 2021년 9월 청년창업보육센터를 시작으로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A동, 실증단지, 혁신밸리 지원센터,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B동, 청년농촌보금자리,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C동이 잇따라 완성됐다. 내년에는 문화거리 등이 추가로 들어선다. 국내 스마트팜 혁신밸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는 농업과 관련한 교육, 경영, 창농, 주거까지 농업인에게 필요한 지원이 원스톱(One-Stop)으로 이뤄진다. 그중에서도 스마트 농업 교육이 핵심을 이룬다. 첨단 기술과 정보통신을 활용한 농업 기술의 확대·보급을 위해서다. 최근 세계 농업은 각종 센서를 이용해 농축산물의 생장, 생육 단계부터 온도·습도·CO2 등의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병충해 등의 피해를 막는 것은 물론 네트워크, 분석 소프트웨어, 스마트기기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노동집약형 산업이자 자연 환경에 의존성이 높은 한계를 극복 가능하기 때문이다.스마트팜 전문인력 육성은 청년창업보육센터가 도맡고 있다. 청년창업보육센터는 경영실습장(1.91㏊)과 이론실습장(0.17㏊) 등 2.27㏊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현장 위주의 실습을 통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매년 만 18세 이상~39세 이하 청년 52명이 스마트 농업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첨단 농업기술은 이미 입소문이 났다. 미래 농업에 관심 있는 다양한 기관·단체들이 찾아와 견학 명소로 자리매김한 상태다.임대 경영도 혁신밸리의 주요 기능이다. 임대형 스마트팜의 온실 규모만 12.75㏊에 이른다. 5.75㏊는 청년을 위한 임대형 스마트팜이고, 나머지 7㏊는 기존 농업인에게 임대하고 있다. 임대형 스마트팜은 온실과 히트펌프, 양액시스템, 지열펌프, 축열조, 폐양액 회수저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임대기간은 최대 3년이다.스마트팜의 주요 재배작물은 딸기, 토마토, 멜론, 오이다. 이외에도 농업용 로봇, 병해충 연구, 플랜트 수출이 특화전략으로 설정돼 있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실증단지에는 시설재, 기계장치, 농업로봇, 병해충 진단 솔루션 등의 일을 하는 기업, 기관, 대학, 연구소 등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선 스마트팜 제품과 기술의 품질을 향상시켜 사업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스마트팜 재배 작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실증단지가 맡고 있는 셈이다.혁신밸리 지원센터도 주요 시설 중 하나다. 지원센터 1층에는 R&D 라운지, 오픈강의실, 실증장비실, 카페 및 식당이 위치한다. 2층은 빅데이터센터, R&D연구실, 공용제작실, 회의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에는 청년 농부를 위한 주거지원 시설도 갖춰져 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만 18~39세 청년 가구에게는 '청년농촌보금자리' 입주 자격이 주어지는데 월 임대료가 8만원~24만원, 보증금은 500만원~2천200만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더욱이 청년농촌보금자리에는 공유형 주방과 북카페, 공동육아실 등이 있는 커뮤니티센터도 마련돼 있어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 거주기간은 2년 단위로 최대 6년. 상주 농업의 혁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근처인 상주시 모동면에 한국미래농업고등학교가 문을 연 데 이어 2026년 하반기에는 경북도농업기술원이 사벌국면으로 이전한다. 인재 양성과 농업 기술 향상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국내 농업 혁신을 이끌고 있는 상주경북 서북쪽 내륙에 위치한 상주는 낙동강 상류를 끼고 있어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난해 일찍부터 농경과 목축이 발달했다. 넓은 평야, 적당한 강우량, 풍부한 일조량 등은 상주 농업 발달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더욱이 백두대간의 도움으로 자연재해마저 적었다.천혜 환경을 바탕으로 상주는 농업의 고장으로 이름났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농업이 꽃피었다. 삼백은 본래 쌀, 목화, 누에고치를 뜻했는데 지금은 곶감이 목화를 대신하고 있다. 조선 전기 경상도 전체를 관할하던 경상감영(慶尙監營)이 위치해 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 상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상주는 현재도 농가 수, 농업인구, 농지면적 등 모든 지표에서 전국 탑 10에 드는 농업도시다. 상주 전체 면적은 1천254.78㎢으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여섯 번째로 넓고, 농지면적 역시 2만4천849㏊로 전국에서 여섯 번째 규모다. 농가는 1만2천582가구로 전국에서 네 번째, 농업인구(2만6천146명)는 일곱 번째다. 상주의 감 생산량은 전국 1위며 쌀과 배, 시설오이, 양봉 등의 생산량은 경북 1위다. 현재 상주의 농특산물은 쌀, 곶감, 사과, 포도, 배, 복숭아, 오이 등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상주의 한 해 농업 총생산액만 1조원이 훌쩍 넘는다. 경북에서 농특산물 수출이 가장 많은 상주는 한국 농특산물 수출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베트남과 미국 등 30여 개 나라에 모두 372억원어치(4천564t)의 농특산물을 수출했다. 상주 농특산물 수출을 이끄는 품종은 포도(151억원·736t)와 배(111억원·3천73t)다.상주시는 농특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2017년부터 해외 주요 도시에 상주시 해외 홍보관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홍보관은 뉴질랜드, 대만, 베트남, 독일, 프랑스, 몽골, 홍콩 등 7개 국가의 10개 도시에 모두 12곳이 운영되고 있다.상주시는 2025년까지 '농산물 종합물류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각지에 흩어져있는 노후화된 도매시설을 모아 15만㎡ 규모의 자동화 종합물류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상주시는 농특산물 집하, 패키징, 공판 등 전통적인 공판장의 기능에 유통, 교육, 문화 기능까지 더할 예정이다.상주시는 매년 엄청난 규모의 농업·농촌 예산을 집행하며 농업을 지원한다. 올해 상주시의 농업·농촌 예산은 2천억원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2026년까지 4년 동안 스마트 농업 육성, 농촌 소득작물 발굴, 청년농업 활성화 등에 모두 1조원이 넘는 농업·농촌 예산을 편성해 투입할 심산이다. 김영록 상주시 농업정책과장은 "기존 농업 분야별 지원사업을 보강하고 스마트 농업 등 첨단농업 육성사업을 적극 발굴해 청년 농부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농업 혁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 기자 zone5@yeongnam.com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업보육센터 교육생들이 경영형 실습온실에서 딸기모종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면적만 42.7㏊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지능화 농장이다.실증단지와 유리온실 등을 갖춘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전경.스마트팜 혁신밸리 직원이 빅데이터관제실 상황판을 보고 있다.매년 가을이면 상주 곳곳에서 곶감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7] 청송의 아름다운 등산코스
언젠가 가을 삼자현을 넘어 청송으로 들었을 때, 탄성조차 삼키게 하는 세상 때문에 애달팠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산행(山行)이라는 시에서 '멀리 가을 산 위로 돌길이 비껴 있고/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보이네/ 단풍 든 숲의 저녁 경치가 좋아 수레를 멈췄더니/ 서리 맞은 잎이 봄꽃보다 더 붉다.'라고 했는데, 그 가을 주왕산에서 두목의 이름 위에 내 이름을 얹고 싶었다. 산 오르기 참 좋은 계절이다. 가만 청송자연휴양림을 걸어도 좋고, 신성계곡을 쉬이 흘러도 좋겠지만, 고단하고 부단히 산을 올라 큰 숨을 푹푹 내 쉬는 것이 오늘은 조금 더 좋겠다. 알다시피, 큰 숨은 몸에 좋다.5.3㎞ 주왕계곡 대표 탐방코스 꼽혀대전사~주봉~후리메기삼거리 코스탐방로 잘 정비 초보자도 산행 가능난이도 높은 가메봉코스 동해 조망얼음골 출발 등산로 가족산행 적당◆ 주왕산의 등산 코스, 편안하게 또는 약간 고되게주왕산에는 등산 코스가 많다.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추천하는 코스는 7개나 된다. 그러나 금은광이, 후리메기, 가메봉 등의 분기점을 활용해 조금 더 길게 혹은 조금 더 짧게, 조금 더 편안하게 혹은 조금 더 멋지게 새로운 코스를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다. 첫 번째는 주왕계곡 코스다. 대전사에서 주방천 계곡을 따라 용추협곡과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를 지나 내원동 옛터까지 이어지는 5.3㎞ 코스로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주왕산국립공원의 대표 탐방코스로 용추폭포까지는 유모차나 휠체어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용추폭포에서 내원동 구간에는 돌길이 많지만 목재 데크나 교량 등이 설치되어 있고 기울기가 완만해 운동화로도 가능하다. 절구폭포는 등산로에서 살짝 이탈해 200m 정도 들어가야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보통 용연폭포까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를 따라가는 탐방객이 다수다. 대전사에서 자하교까지 1.3㎞는 맨발로 걷기에 좋고 발 씻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수달래가 피어나는 봄과 단풍이 물드는 가을을 최고로 꼽지만 사계절 멋있지 않은 날이 없는 길이다. 두 번째는 주봉코스다. 주왕산 산행코스 중 가장 일반적인 코스로 잘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대전사에서 '주봉 마루길' 따라 주봉, 칼등고개갈림길, 후리메기삼거리를 지나 주방계곡으로 내려오는 10.1㎞ 길로 4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계단으로 오르며 시작하는 경사진 길이라 다소 힘들 수 있지만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가면 어렵지 않다. 주봉에서 후리메기까지는 내리막과 계단이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주방계곡에 닿으면 조금의 수고를 더해 용연폭포와 절구폭포를 만나는 것이 좋겠다. 울창한 숲길이라 여름과 가을을 추천한다. 세 번째는 장군봉 금은광이 코스다. 대전사에서 장군봉, 금은광이 삼거리에서 용연폭포, 주방계곡으로 내려오는 11.8㎞ 길이다. 기암을 바라보며 가파른 데크길을 오르며 시작한다, 장군봉까지는 2㎞로 급경사의 암벽 길이라 난도가 높다. 늦가을의 이른 새벽, 아직 사위가 어두울 때 출발한다면 장군봉 가는 길에 광활한 구름바다를 볼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 깊고 넓은 운해를 보려고 미리 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진 기암과 주봉의 산세를 탁 트인 시야로 감상할 수 있다. 장군봉에서 금은광이 능선 구간은 두어 차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주로 평탄하다. 오솔길 양쪽으로 아름다운 숲이 우거져 있어 봄의 연두가 특히 아름답다. 금은광이 삼거리에서 용연폭포 구간은 내리막길로 무릎을 잘 보살펴야 한다. 네 번째는 가메봉 코스다. 대전사에서 후리메기 삼거리까지는 주봉코스의 하산 길과 동일하다. 그러나 후리메기에서 가메봉까지는 난이도 '매우 어려움'으로 주왕산 산행 코스 중에서도 가장 험난하고 고된 길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천천히 치고 올라가 가메봉 정상에 닿으면 힘들었던 기억은 완벽하게 사라진다. 만추의 날이면 낭떠러지 아래로 보이는 절골의 모습에 숨이 턱 막힐 것이고 화창한 날이면 저 멀리 보이는 영덕 바다에 탄성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기상 여건에 따라 광활한 운해도 볼 수 있다. 대전사에서 가메봉까지는 7.2㎞로 약 4시간 5분 소요된다. 왕복 8시간이 넘으니 출발과 하산 시간을 잘 계획해야 한다. ◆ 주방계곡으로 수렴되는 긴 길들다섯 번째는 절골 코스다. 절골분소에서 대문다리와 가메봉을 거쳐 대전사로 하산하는 장장 13.5㎞ 길로 7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보통 대문다리까지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이 많고 가메봉 코스에서 절골로 내려가는 산행 꾼도 있다. 여섯 번째는 월외 코스다. 달기약수로 유명한 월외리 탐방지원센터에서 노루용추계곡과 달기폭포, 너구마을을 지나 금은광이 삼거리를 통해 장군봉, 대전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너구마을 입구까지는 시멘트 포장길로 멋진 풍경과 함께 설렁설렁 걸으면 된다. 너구마을을 지난 뒤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그다지 힘들지 않은 산길이 1시간 정도 이어지다 금은광이 삼거리를 바로 앞에 두고 오르막이 시작되고 이후는 장군봉 코스와 겹친다.일곱 번째는 갓바위 코스로 주왕산국립공원의 신규 탐방로다. 영덕의 달산면 용전리 갓바위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소원성취의 전설을 가진 갓바위, 주왕산국립공원의 동쪽 끝자락인 대궐령, 청송과 영덕의 경계인 왕거암을 지나 내원마을에서 주방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길이다. 총 13.3㎞로 갓바위탐방지원센터에서 대궐령까지 경사가 심한 편이고 전체 거리가 멀어 숙련된 성인이 적절한 장비를 갖추고 시간을 철저히 계산해가며 산행해야 한다. 갓바위와 대궐령 전망대에서는 영양과 영덕 일원의 풍력발전단지가 조망되고 날씨가 좋으면 동해까지 보인다. 대궐령에서 왕거암으로 가는 길은 동해를 바라보며 걷는 원시림이다. ◆ 청송 얼음골에서 출발하는 가벼운 등산청송 얼음골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도 있다. 첫 번째는 해월봉 코스로 얼음골 주차장에서 돌탑봉, 해월봉, 구리봉으로 간 뒤 원구리마을로 하산해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산행 거리는 약 5.5㎞이며, 3시간 안팎 걸린다. '여기는 청송 얼음골입니다'라는 입간판을 지나 데크길을 10m쯤 가면 등산로 입구다. 얼음이 언다는 잣밭골 너덜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고 여름에는 폭포, 겨울에는 거대한 인공 빙벽장이 되는 높이 60m의 암벽도 내려다보인다. 원구리 마을로 내려와 계곡의 징검다리를 건너 도로를 만나 들머리였던 얼음골 주차장까지 1.5㎞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위험한 구간이 없어 가족 산행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얼음골~해월봉 코스 외에도 영덕의 옥계계곡 상류까지 이어지는 코스, 도등기마을까지 이어지는 코스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는 무장산 코스다. 얼음골 주차장에서 시작해 국화마을, 무장산 정상 갈림길, 632m 봉 데크 쉼터, 국화마을, 무장산 정상 갈림길, 청송 얼음골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을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산행 거리는 약 5.7㎞에 시간은 2시간 30분 안팎이 걸린다. 주차장에서 도로 건너편에 '울진장씨 묘도입구' 비석 왼쪽의 계단이 무장산 입구다. 활엽수와 소나무가 주종을 이뤄 삼림욕장을 걷는 기분이다. 굵은 소나무의 허리춤에는 일제강점기와 1960~1970년대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 남아 있다. 엄청난 크기의 데크 쉼터가 펼쳐지는 곳이 632m 봉이다. 이곳이 무장산 정상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진짜 정상은 쉼터에서 약 200m 더 가야 한다. 삼각점이 있는 진짜 정상을 밟는 일은 선택이다. 하산은 국화마을로 향하는 경사 급한 길이다. 도로에 내려서면 '산소 카페 청송군' 광고판이 반긴다. 오른쪽에 청송 얼음골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과 인공폭포가 있고 주차장은 왼쪽으로 15분 거리다. 4월 사과꽃 필 무렵이면 부남면에서 얼음골까지는 꽃길이다. 여름에는 얼음골의 서늘한 진가를 경험할 수 있고 가을에는 단풍과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들이 반짝거리며 겨울에는 거대한 빙벽을 마주할 수 있다. 어느 때든 산행 후 얼음골의 약수 한잔은 보약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청송 대전사~주봉~칼등고개갈림길~후리메기삼거리~주방계곡으로 이어지는 '주봉 코스'에는 전망대가 갖춰져 있어 주왕산의 장군봉과 기암, 연화봉, 병풍바위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주왕산 주봉 정상부 모습. 대전사와 2.3㎞ 떨어져 있다.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7] 검마산자연휴양림과 수비능이버섯축제…울창한 숲·시원한 계곡…별천지를 거닐다
지나는 버스정류장마다 반딧불이가 올라앉았다. 첩첩산중의 공기와 바람으로 아침마다 세수를 하는 듯 그 얼굴들 모두 환히 깨끗하다. 영양의 동북 끝인 수비면에 들어서는 길이다. 면 소재지에서 동쪽 구주령으로 향하는 88번 국도에 오른다. 곁은 밭이고 사위는 산인 10리길. 촌락은 대개 멀리서 포복한 듯한데, 마을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외딴집들이 박자를 서두르면 어느덧 신원2리가 길옆으로 바짝 다가온다. 집들을 관통해 좁은 임도를 따라 오른다. 초저녁부터 어둠에 싸이고 밤이면 별 비에 젖는 길이니 부디 이 산에 들 적에는 환한 대낮에 오시는 것이 좋겠다. 끝 모르는 길에 심장 소리 쿵쿵 울리다 저 앞에 강돌로 기둥을 세우고 나무줄기 걸쳐놓은 입구를 보고서야 큰 숨을 쉰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이다.◆검마산자연휴양림우선 팔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공기가 달다. 울창한 활엽수와 노송의 골짜기다. 빛은 활엽과 침엽의 바람길에 고여 눈 닿는 자리마다 청량함뿐이다. 검마산(劍磨山)은 태백산 지맥이 동쪽으로 내려와 백암산으로 뻗어가는 가운데에 솟아 있다. 산세가 가파르고 꼭대기에는 바위만 있는데 정상부의 석골(石骨)이 마치 칼을 빼 든 것 같은 형상이라 하여 검마산으로 불린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은 그 북서쪽 계곡에 펼쳐져 있다. 골짜기에는 맑고 차가운 계류가 흐르고 물길 따라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 데크, 바비큐장, 취사장, 물놀이장, 샤워장 등이 오밀조밀 자리한다. 야외교실과 종합운동장, 등산로와 산책로, 삼림욕장, 숲속 도서관과 목공예체험 교실 등도 조성되어 있다. 시설물들은 소박하고 정감이 넘쳐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오직 숲뿐이다. 구역면적은 7천866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1천명, 최적 인원은 600명이다. 1997년에 문을 열었으며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한다.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산림문화휴양관이 보인다. 2층 건물로 19㎡ 크기의 4인실 객실이 16개 있다. 은하수, 오로라, 쥬피터, 오리온,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베가, 귀뚜라미, 반딧불이 장수하늘소, 고추잠자리, 주목,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 객실 이름이 영양답다. 복도는 1970년대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객실 문을 열면 리모델링되어 산뜻한 방과 깨끗하고 뽀송뽀송한 침구류에 씩 웃게 된다. 에어컨과 테이블, 접시와 컵 등의 각종 주방 물품과 냉장고, 정수기 등이 갖춰져 있다.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도 있는데 세면도구와 수건은 개인 지참해야 한다. 신선놀음하기 좋은 장기와 바둑판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숲으로 꽉 찬 창이다. 야영장은 두 곳으로 최대인원 6인인 13㎡의 데크가 24면 마련되어 있다. 전기사용이 가능(600W 제한)하고 온수도 유료로 사용할 수 있다.이 가운데 휴양관 7개 객실과 야영장 9면이 반려견 동반시설이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은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는 휴양림으로 이름 높다. 야영장 옆에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전용 놀이터가 있고 산림욕장 내에는 반려견 숲 놀이터와 전용 그네, 해먹, 자작나무 가마 등이 있다. 진심이 느껴지는 다정한 공간들에 견주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산책과 숲속 명상을 통해 견주와 반려견의 유대감을 높이고 신뢰를 다지는 '댕댕이와 함께 떠나는 숲속 여행', 견주와 반려견의 관계를 성숙시키는 '오늘, 나 반려견의 반려인이 되다' 등의 체험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을 완료하고, 놀이터 외 장소에서는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기본 준수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계곡물 소리와 숲의 바람 속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숲속도서관에 다양한 장르의 책이 4천권이나 있다. 고로쇠 수액 채취, 표고버섯 재배, 목공예와 야생화 화분 만들기 등의 체험도 진행한다. 숲 해설을 요청하면 하늘말나리, 나비나물, 며느리밥풀꽃, 도둑놈의갈고리, 수까치깨, 산여뀌, 주름조개풀, 옥잠난초 등의 야생화와 귀한 상황버섯, 광대버섯, 가지버섯, 운지버섯, 싸리버섯, 테두리 방귀버섯 등 작고 이름도 재미난 숲의 생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산책로도 여럿이다. 입구에서 산림욕장까지 이어지는 숲 해설 코스가 있고 산림욕장에서 약수터를 거쳐 내려오는 숲 탐방로와 검마산 정상까지 오르는 3.56㎞의 등산로도 있다. 계절마다 아름다워지는 나무들과 곧게 뻗은 붉은 몸의 소나무들로 수다한 산. 검마산은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루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특히 휴양림 내의 송림은 '미림(美林)'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 산림욕장 위쪽에 도성사 절터가 있다. 조선 중기 이전에 경파당 스님과 신계단 스님이 창건 및 중흥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성사가 창건되면서 마을이 형성되어 옛날에는 절골 또는 사동리(寺洞里)라 했다 한다. 꽤 번창했다는 절은 19세기 말 폐사의 길을 걸었고 스님이 떠난 자리는 골짜기의 주민들이 작은 제당을 쌓아 지켰다고 한다. 지금은 오래된 부도와 최근에 세운 두 칸 법당이 그 자리를 지킨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터다. 조선 중기의 선비 문월당 오극성은 사찰을 방문한 뒤 '검마산에서 노닐며'라는 시를 읊었다. '티끌 세상을 벗어나 도방을 찾으니/ 마치 신선이 사는 곳에 이른 듯한데/ 우거진 고목에 그윽한 꽃이 피니/ 걸음마다 가벼운 노을이 좁은 길에 펼쳐지는구나./ 구름이 짙게 낀 곳에는 검은 표범이 숨고/ 높이 솟은 봉우리에는 푸른 새가 나는데/ 평생토록 부질없이 구름 낀 산을 동경하여/ 다시 가을바람을 기다리니 하늘이 서늘하구나.' 검마산 자연휴양림을 거닐면, 옛사람의 정취와 오늘의 정취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수비 능이버섯축제수비면은 해발 600m가 넘는 산들이 대다수인 산간벽지다.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반딧불이생태공원, 천문대가 있는 지역이 바로 수비면이다. 이 청정 오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준다. 쉽게 툭 내주지는 않지만 성심을 들이면 귀한 것들을 선사한다. 그중 하나가 능이버섯이다. 능이버섯은 야생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버섯이다. 토양은 물론 기후, 습도, 온도가 맞아야 자랄 수 있기에 아직까지 인공재배는 불가능하다. 순수 자연산 야생버섯인 만큼 생장 환경이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수비지역의 능이는 식감과 향이 뛰어난 최고급 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대도시 공판장에서도 최고상품으로 쳐준다.지난해 10월 수비면 발리리 체육공원 일원에서 제1회 '수비능이버섯축제'가 열렸다. 단 이틀의 축제기간 동안 5천여 명의 관광객과 소비자들이 축제장을 찾았으며, 능이버섯을 중심으로 송이버섯과 묵나물, 영양 특산물인 영양고추, 수비면의 토종 고추인 수비초 등 각종 지역 농산물의 구매가 이어져 20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특히 능이백숙, 능이무침, 수비두루치기, 수비약식 등 능이버섯으로 만든 음식들이 인기가 높았다. 축제에는 매년 10월마다 열리는 수비면의 가을 제천행사인 '수비무천제'와 주민 한마당이 펼쳐졌고 주민과 방문객들이 어우러진 '사랑줄다리기', 대박을 기원하며 박을 터트리는 '수비대박마당' 등 각종 볼거리 놀 거리도 풍성하게 진행됐다. 올해 제2회인 '수비능이버섯축제'가 10월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수비면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귀한 수비능이를 한 곳에서 잔뜩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개막 축하 공연과 풍물난장이 흥을 돋우고 다양한 이벤트 게임과 농산물 대박 경매도 열린다. 맥주 빨리 마시기, 농부들의 패션쇼, 능이 요리대회, 수비면민 노래자랑 등 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지는 프로그램도 넉넉하고, 능이버섯의 맛을 알리는 능이 막걸리 페스티벌과 능이라면 나눔 시식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능이버섯은 갈참나무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갈참나무는 단풍잎을 가을 늦게까지 달고 있어 '가을참나무'란 뜻에서 이름 붙여졌단다. 능이버섯은 가을에만 채취할 수 있다. 그래서 생으로 된 능이버섯은 제한된 동안 그것도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가을이다. 능이버섯은 가을의 맛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영양군, 국립검마산자연휴양림, 한국지명유래집.영양의 동북 끝인 수비면에 위치한 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뤄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야영데크를 비롯한 캠핑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19㎡ 크기의 4인실 객실 16개를 갖춘 산림문화휴양관.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5] 국제슬로시티
자연이 깨어나는 시간에 함께 깨어난다. 자연이 잠드는 시간에 함께 잠든다. 시간이 특별히 선사한 흙과 돌로 그릇을 빚고, 지구가 각별히 내어놓은 푸른 것들로 음식을 만든다. 솔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잔잔한 윤슬과 힘찬 물여울에 마음을 빼앗기며, 충과 효, 의와 예와 덕과 같은 오래 이어져 온 정신을 소중히 여긴다. 세상의 가치들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와중에도 자연과 전통의 가치는 온전히 남았고 욕망과 소리, 빛, 시간과 분위기는 낯익지만 익숙한 그 무엇과도 같지 않다. 이러한 고장을 세상 사람들은 '슬로시티(Slow City)'라고 부른다. 푸른 소나무의 땅, 청송은 국제 슬로시티다. 산촌형 슬로시티 작년 세번째 인증송소·송정고택 품은 덕천충효마을 다양한 숙박·체험 프로그램 운영중평선비마을 솔밭 힐링하기 좋아솔누리느림보길, 청송 속살 잘 간직◆국제 슬로시티 청송국제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시작한 '느린 마을 만들기' 운동이다. 1986년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어 느림과 빠름, 농촌과 도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전 지구적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슬로시티의 슬로(Slow)는 단순히 패스트(Fast)의 반대가 아니다. 이는 개인과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재인식하고, 여유와 균형 그리고 조화를 찾아보자는 의미다. 이는 결코 현대 문명을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위해 현대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슬로시티는 전통문화와 자연환경, 지역 예술을 지키고자 지역민이 참여하는 지역 공동체 운동이다. 지역 특산물 및 전통음식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속도 경쟁이나 양적 성장보다는 자연의 걸음에 발 맞춰 나가자는 운동이다. 현재 전 세계 33개국 291개 도시가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되어 있으며, 한국도 청송군을 포함한 17개 지방자치단체가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되어 있다. 청송은 2011년 자연이 아름다운 주왕산면과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파천면을 대상으로 국제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2017년에는 슬로시티의 거점지역이 청송군 전역으로 확대되어 재인증을 받았고 2022년 세 번째로 재인증되었다. 푸른 솔의 고장 청송은 지역의 특색을 살린 산촌형 슬로시티다. 경관이 수려한 주왕산과 주산지, 선조의 생활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덕천마을과 중평마을, 전통문화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청송백자와 천연 염색, 전통 한지, 옹기까지 다양한 매력이 넘친다. 청송은 2015년과 2021년 모범적인 슬로시티 운동을 추진해온 도시에 수여하는 '슬로시티 어워드'를 수상했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명소 또한 산촌형 슬로시티 청송의 가치를 더해 준다. ◆덕천충효마을 덕천충효마을은 조선시대 만석꾼이란 호칭으로도 모자라 이만석꾼이라 불렸던 송소(松韶) 심호택(沈琥澤)의 자손들이 사는 마을이다. 조선 500년 동안 정승이 열셋, 부마가 넷, 왕비 넷을 배출한 청송심씨의 본향이기도 하다. 마을은 심씨 자손들이 가꾸는 단정하고 기품 있는 고택으로 가득하다. 그 중심에 송소 심호택이 무려 13년에 걸쳐 지은 송소고택이 자리한다. 한때 방이 아흔아홉 칸이나 됐다는 이 대저택은 오늘날 숙박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연중 3~4회 고택음악회가 열린다. 송소고택 왼쪽에 이웃한 송정고택은 심호택의 차남 집으로 1914년에 지어졌다. 마루에 걸려 있는 오우당(五友堂) 편액은 의친왕의 글씨고, 독립 운동가 철기 이범석 장군이 종종 찾아와 머물렀다고 한다. 송정고택 뒤편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은 철기 장군이 거닐던 산책로다. 큰 소나무 아래 기대서서 내려다보면 덕천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에는 항일의병장 소류 심성지가 후학을 가르쳤던 소류정과 재실인 경의재, 창실고택, 청송심씨 찰방공 종택 등이 고즈넉이 자리하며 골목과 골목을 연결하는 토석담이 특히 아름답다.송소고택 옆에는 간단한 음료와 지역 농산물로 만든 국수를 내는 '덕다헌'이 있다. 도자기 작가님이 운영하는 카페 '백일홍'은 최근 마을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핫플레이스다. 마을 입구에는 염색 체험장과 '심부자밥상'이 자리하고 마을의 공동 쉼터인 '공마당'은 문화장터로 이용된다. 다도교육과 한옥체험을 겸하고 있는 '청원당'은 옛날 심씨 문중의 예절과 고사, 덕 등을 가르치던 '세덕사'로 화재 후 방치되었던 것을 새 단장한 곳이다. 덕천마을에는 고택 여섯 곳에서 숙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절 교육이나 염색하기, 도자기 만들기, 떡메치기, 고추장 만들기, 윷놀이와 제기차기, 연날리기, 민화 그리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막 세수를 한 듯 깨끗한 동네를 걷다 보면 느릿느릿 소곤소곤 말 없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것은 오늘에 전해지는 오래된 이야기, 현재를 사는 오래된 사람들의 이야기다.◆중평선비마을용전천 변에 자리한 중평선비마을은 신숭겸의 후손들이 사는 평산신씨 집성촌이다. 조선 전기에는 합강에서 살다가 임란 후 신한태(申漢泰)가 중평리로 이거해 종택을 짓고 집성촌을 이뤘다. 마을에는 평산신씨판사공파종택과 서벽고택, 사남고택 등 오래된 집들이 반듯하게 남아 있고 후세 교육을 위해 지은 서당과 효행이 남달랐던 물촌 신종위 선생의 영정을 모신 영정각, 선비들이 시회를 열던 서벽정 터, 북극성 또렷한 별자리 바위 등이 곳곳에 자리한다. 중평마을 서쪽 끝자락에 검소하게 자리하고 있는 제실 미산당은 숨은 듯 다리쉼하기 좋은 장소다. 마을 안 용전천을 바라보는 산기슭에는 사양서원이 위치한다. 신숭겸의 12세손인 문정공 신현을 주벽으로, 그의 아들 문훤공 신용희와 고려말 학자 운곡 원천석을 봉안하고 있다. 매년 향사를 봉향하고 수시로 유학 강론이 열린다. 서원 내 사당은 화해사(華海祠)로 편액은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이다. 중평마을 회관 앞에는 오래된 연자방아가 놓여 있다. 마주하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의 건물은 옛날 술이 익어가던 양조장 터다. 그 곁으로 한적한 담장들이 앞서 걸어가는 고샅길은 밤시골 마을길이다. 밤시골 지나서는 솔 향 가득한 연화봉 올레길이 이어진다. 마을 초입에는 잘생긴 소나무가 빼곡한 중평솔밭이 펼쳐진다. 수령 200 년이 훌쩍 넘는 우직한 소나무 80여 그루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솔밭에는 30여 동의 텐트 설치가 가능하고 바로 앞으로 용전천이 흘러 낚시나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솔잎 사이로 햇볕이 반짝거리며 부서지는 한낮도 좋지만, 이른 아침 진한 솔향기를 맡으며 자욱한 안개에 휩싸인 소나무 숲의 흑백 풍광 속을 걷다 보면 번다한 삶이 잠시나마 까마득해진다. ◆솔누리느림보길과 외씨버선길솔누리느림보길은 주왕산면의 하의리와 상의리, 부일리와 주산지리리 등 주왕산 주변 마을을 연결한 길이다. 전체 7개 구간, 총연장 14.5㎞ 정도 된다. 1구간은 하의교에서 주왕산삼거리까지 2㎞ 코스다. 주방천을 따라 주왕산 기암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2구간은 주왕산삼거리에서 주왕산주차장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3㎞ 코스로 걸출한 거벽인 기암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며 주방천 하류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3구간은 주왕산삼거리에서 나기평저수지로 이어진 1.8㎞ 코스다. 수수한 마을 풍경을 따라 완만한 길을 오르면 산자락 사이에 숨겨진 저수지가 나타난다. 4구간은 나기평저수지에서 부일리 세골로 연결된 3㎞ 코스다. 전체 코스에서 보면 산행에 가까운 구간이지만 아주 쉬운 난이도의 산행길이다. 5구간은 부일리 세골에서 윗세골로 거슬러 오르는 1.5㎞ 구간이다. 야산에 둘러싸인 마을길로 사과밭이 주변 가득하다. 6구간은 윗세골에서 부일리 저수지까지 800m로 사과밭이 꾸준히 이어진다. 7구간은 윗세골에서 상이전 마을로 연결되는 약 2㎞ 코스로 고개를 넘는 산길이다. 고갯마루에 전망대가 있고 내려서면 주산지 앞의 상이전마을이다. 솔누리느림보길은 청송이라는 이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길로 평가된다. 외씨버선길도 청송과 그 일대를 잇는 대표적인 명소다.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 군을 연결하는 외씨버선길은 1길에서 13길까지 나누어져 있으며 이 중 1길부터 3길까지가 청송에 위치해 있다. 1길은 '주왕산달기약수탕길'로 주왕산국립공원의 주왕계곡과 월외계곡에 이르는 18.5㎞의 길이다. 2길은 '슬로시티길'로 청송읍의 운봉관에서 출발해 찬경루, 전통시장, 덕천마을을 거쳐 신기리 느티나무에 이르는 10.5㎞의 길이다. 3길은 '김주영객주길'로 신기리 느티나무에서 수정사를 지나 객주문학관까지 16.6㎞ 이어진다. 청송의 길들에는 추운 날씨와 큰 일교차를 견디느라 늦게 자라는 청송사과와 깊은 땅속에서 솟아나는 달기약수, 기다림의 맛인 장(醬)과 술, 청송의 원시림에서 자라난 것들로 만든 음식들이 있다. 또한 청송백자와 전통옹기, 전통한지와 천연염색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이 분포해 있고. 전통을 지켜나가는 마을들이 있다. 매일 새로워지는 오래된 자연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이 길들에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철기장군길에서 내려다 본 덕천충효마을 전경. 조선시대 만석꾼이란 호칭도 모자라 '이만석꾼'이라 불렸던 송소 심호택의 자손들이 살고 있다.청송 중평선비마을 초입에 이르면 수령 2백년이 훌쩍 넘는 우직한 소나무 80여 그루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중평선비마을에는 사남고택을 비롯해 평산신씨판사공파종택과 서벽고택 등 오래된 집들이 반듯하게 남아 있다.청송 외씨버선길 2길은 '슬로시티길'로 운봉관에서 출발해 찬경루, 전통시장, 덕천마을을 거쳐 신기리 느티나무로 이어진다.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4] 주산지와 절골계곡
면은 부의 동쪽이라 부동면(府東面)이라 했고, 마을은 배나무밭이 넓어 이전리(梨田里)라 했다. 지금 면은 주왕산에 기대 있어 주왕산면, 마을은 주산지가 있어 주산지리다. 주왕산 별바위골 끝자락에 아름다운 주산지가 있다. 물은 별바위에서 계곡을 따라 흘러내려 와 주산지에 머물고, 주산지는 울창한 수림에 안겨 동그마니 하늘을 열고, 물속에 뿌리내린 왕버들은 수액으로 가득 찬 가지를 뻗어 하늘을 어른다. 주산지가 만들어진 것은 300년도 더 전이라는데, 지난 세월 주산지는 마른 적이 없었다.◆주산지주산지라는 이름은 저수지의 동쪽 주왕산면 내룡리의 고개인 주산재(주산령, 注山嶺) 정상부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가두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주산이라는 이름은 주아산(注兒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 이름은 신증국동국여지승람에 나올 만큼 오래되었는데 주산지 동쪽에 있는 해발 745m의 봉우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바로 그곳에 별바위가 있다. 별바위 서쪽 아래 해발 400m 즈음의 계곡을 막아 물을 가둔 것이 주산지다. 별바위에 단풍이 들면 용이 승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주산지는 경종 원년인 1720년 8월에 착공돼 이듬해 10월에 준공됐다. 저수지 축조에는 월성이씨 처사(處士) 이진표(李震杓)의 공이 컸다고 한다. 주산지 입구 바위 위에 이진표의 공적을 기리는 비석이 서 있다. 전면에는 '이공제언성공송덕비(李公堤堰成功頌德碑)' 즉 '이 공의 제방축조 성공을 기리는 송덕비'라 새겨져 있고 '1771년 시월에 세우다'라는 건립일이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정성으로 둑을 막아 물을 가두어/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한 조각 돌을 세운다'라는 시가 더해져 있다. 후면에는 송덕비를 세운 이들의 이름과 착공일과 준공일, 그리고 노역자가 66명이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주산지리 사람들은 매년 양력 4월이 되면 산신과 주산지를 만든 선조에게 감사를 표하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주산지에서 산신제를 지낸다.산책로가 주산지의 절반을 감싼다. 맑게 그늘진 길이다. 주산지 둘레에는 굴참나무, 굴피나무, 망개나무 등이 자란다. 일대의 울창한 숲은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솔부엉이, 제327호인 원앙, 제330호인 수달, 고라니, 너구리 등이 살고 있는 야생동물서식지 특별보호구역이다. 주산지에는 팔뚝만 한 잉어와 붕어 등 토종어류가 오래전부터 살고 있는데 옛날에는 강태공들이 계절마다 몰려들었다고 한다. 주산지를 처음 축조했을 때 주위는 1천180척으로 약 357.6m, 수심은 8척으로 2.4m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주산지의 규모는 제방 길이가 63m, 높이가 15m이며 못의 동서 길이는 약 200m, 남북으로는 약 100m, 깊이는 평균 7.8m, 최고 10m 정도다. 만수 면적은 2.8㏊이고, 저수량은 10만8천t이나 된다. 1931년에 현재 규모로 증축되었고, 1983년에는 둑 확장 공사를 했다. 2013년에는 노후된 사통(斜桶) 부분을 교체했는데, 사통은 수위 조절을 위해 경사면에 설치한 장치다.1720년 주산지 착공해 이듬해 완공300여년간 한번도 물 마른 적 없어저수지 입구에 이진표 공적비 세워주왕산 남동쪽 자락 3.5㎞ 절골계곡가을이면 만산홍엽 탐방객 인산인해주산지는 지난 300여 년간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른 적이 없을 정도로 풍부한 수원을 보유하고 있다. 주산지가 마르지 않는 것은 주왕산의 지질 구조 때문이다. 주왕산의 몸통을 이루는 암석은 화산재가 굳어진 아주 단단한 응회암이다. 이러한 주왕산 응회암층 위 고도 500m 이상에는 퇴적암과 안산암질의 용암이 쌓여 있다. 이는 주왕산의 큰 몸체가 만들어진 후 퇴적의 시간이 있었고 다시 화산이 분출했음을 의미한다. 상부층인 퇴적암과 응회암은 빈 공간이나 틈의 비율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을 머금은 뒤 조금씩 흘려보낸다. 이것이 주산지의 수원이다. 주산지의 바닥은 주왕산 응회암 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물을 가두는 그릇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주산지의 물은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다.주산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1세기에 들어 영화와 광고, 드라마 등에 등장하면서 골짜기의 저수지가 세상에 드러났고, 이후 주산지는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물속에 뿌리내린 고목들이다. 주산지에는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여 그루가 물속에 자생하고 있다. 숲속에서 다른 나무와 경쟁하지 않고 어릴 때부터 빠르게 성장해 수백 년을 유유히 살아왔다. 1983년과 2013년의 공사 때 주산지의 물을 모두 뺐지만 왕버들의 생육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수령이 300년 이상 된 왕버들은 신화적이고 물안개가 내려앉는 새벽녘의 풍경은 그저 먹먹하다. 옛날 한여름이면 버들 그늘에 앉아 호수에 발을 담그곤 했다고 한다. 그러면 여름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버들가지에 앉아 온종일 울어대는 꾀꼬리 소리를 들었다고도 한다. 아름다운 주산지는 2013년 3월21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05호로 지정되었으며 2017년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24개 명소 가운데 하나다.◆절골계곡주산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절골 계곡이 있다. 주왕산의 남동쪽 자락이다. 절골은 옛날 계곡 깊은 곳에 운수암이라는 절이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때는 골의 이름도 운수동이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문인 권이복은 '깎아 세운 듯한 암벽이 좌우에 병풍처럼 나열되어 저절로 십리돌병풍을 형성하였다. 십 리 길이 끝나는 곳에 평탄한 언덕이 하나 있으니 바로 운수암이 위치한 곳이다'라고 했다. 절은 사라지고 그 이름도 오래 잊혔지만 근래에 다시 살아났다. 절골계곡 탐방로는 '구름과 물을 벗 삼아 걷는 길, 운수(雲水)길'이다. 운수길에 들어선 지 몇 걸음 만에 옛사람이 말한 십리돌병풍을 실감한다. 벼랑 높고 골 깊은 협곡이다. 단애들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끝 모르게 이어진다. 고요하고 맑아 절로 깊은 숨을 쉰다. 절골계곡은 주왕산 응회암지대에 형성된 협곡이다. 응회암은 식으면서 수축되어 단단해지고 동시에 수축할 때 발생하는 힘이 수직의 규칙적인 절리를 형성한다. 대기나 물에 시달린 절리의 면이 어느 날 뚝 떨어져 내리면 단호한 단애를 남긴다. 이러한 낙하는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탐방로는 자연스럽게 계곡을 따라 간다. 일부 구간에 목재 데크와 다리가 설치돼 있지만 대개는 개울과 나란히 자갈길을 걷고 때로는 징검다리로 얕은 여울을 건넌다. 절골을 흐르는 물은 주산천(注山川)이다. 주산천은 이리저리 굽으면서 제 몸 닿는 곳마다 흔적을 남긴다. 물길의 가장 깊은 곳을 연결한 선을 '최심하상선'이라 한다. 물은 굽이져 흐르고 최심하상선은 양쪽 기슭에 번갈아 나타난다. 이 선이 인접한 곳은 침식을 받아 깊은 소를 만드는데 절골에는 폭이 3~8m인 소가 20개 정도 있다. 소가 깊어지는 동안 그 맞은편에는 모래나 자갈 등이 초승달 모양으로 쌓이는데 이러한 퇴적지형을 '포인트 바'라고 한다. 우리가 소풍처럼 자박자박 걷는 물가의 자갈길은 대개 이러한 초승달 지형이다.계곡을 거슬러 오를수록 산세는 순해지고 주변 풍광은 깊이를 더해간다. 아껴 거닐고 싶은 그윽함이다. 절골로 합수되는 또 하나의 물줄기인 신술골 입구를 스쳐 지나면 운수암이 있었다는 너른 터가 나온다. 30년 전만 해도 화전민이 살았다고 하는데 사람이 살던 흔적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계곡이나 기암절벽보다 숲의 기운이 더 짙어지고 머지않아 대문다리에 닿는다. 신술골에서 대문다리까지는 일본잎갈나무, 신갈나무,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가을이면 만산홍엽으로 인산인해가 된다. 탐방지원센터에서 대문다리까지 3.5㎞를 보통 절골계곡이라 한다. 주왕산 절골계곡은 2016년 제 1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했고, 또한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명소 중 하나다. 내내 꿈같은 그 길을 떠날 적에는 가만 귀 기울여 볼 일이다. 그러면 등 뒤에 곧추선 계곡이 외친다. '갑시데이~'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참고=청송군. 청송 유네스코지질공원. 한국지명유래집. 문화재청.주산재에서 내려온 물을 가두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주산지 전경.청송 주왕산 별바위골 끝자락에 위치한 주산지는 물속에 왕버들과 능수버들이 자생하고 있어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또한 주산지는 독특한 지질 구조 덕분에 수백 년간 물이 마르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주산지에는 산책로와 함께 주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주산지 축조를 주도한 이진표의 공적을 기리는 송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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