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 늪에 빠진 대구시...영남일보 댓글 분석으로 본 ‘소통 부재’와 ‘세금 낭비’

  • 노진실·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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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5 09:51  |  수정 2026-07-27 09:37  |  발행일 2026-07-25
댓글 11만2천184건 분석…수요조사·공론화 빠진 하향식 행정
눈덩이 된 ‘매몰비용’ 143억 프러포즈존, 억지 강행에 세금줄줄
단명한 ‘파워풀 대구’ 슬로건…도입 이어 철거도 ‘이중 낭비’
대구시 동인청사 벽에 붙어있는 파워풀 대구 스티커가 반쯤 떨어져 있다. 그 뒤로는 대구시의 오랜 브랜드 슬로건이었다가 민선 8기에 사라진 컬러풀 대구가 보인다. 노진실기자

대구시 동인청사 벽에 붙어있는 '파워풀 대구' 스티커가 반쯤 떨어져 있다. 그 뒤로는 대구시의 오랜 브랜드 슬로건이었다가 민선 8기에 사라진 '컬러풀 대구'가 보인다. 노진실기자

경제학에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는 용어가 있다. 이미 지출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에 연연하다가, 장래의 더 큰 손실을 막지 못하고 잘못된 투자를 지속하는 비합리적인 현상을 뜻한다.


대구시 등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에서도 이러한 매몰비용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주로 사업 초기 단계에서 면밀한 계획 수립과 수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초래되는 부작용이다. 매몰비용은 시민 여론 수렴을 하지 않은 사업일수록 크다.


영남일보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재임 당시 강행된 2대 주요 사업인 '신천 프러포즈존'과 '슬로건 교체'에 대한 대규모 온라인 댓글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지자체 행정이 매몰비용의 늪에 어떻게 빠져드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분석은 두 사업이 진행된 2022년7월1일~2025년4월10일 사이 이들 사업과 관련된 네이버 뉴스 기사와 유튜브 영상에 달린 원본 댓글 11만2천184건을 수집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후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댓글 1건씩 찬반 입장과 구체적인 반대 사유를 세밀하게 분류했다. '파워풀대구' 슬로건 교체(1천297건)와 '신천 프러포즈존'(1천78건) 관련 댓글은 전수 분석을 진행해 여론의 향방을 추적했다.


온라인 댓글 분석 결과, 두 사업 모두 추진 당시 '예산 낭비'와 '실효성 부족'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시민 의견은 정책 결정 과정에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


◆ 겉치레에 치중한 '파워풀 대구' 슬로건 교체


대구시청 내부에서 시정비전으로 소개된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와 붉은 점퍼를 입고 있는 도달쑤 캐릭터. 노진실기자

대구시청 내부에서 시정비전으로 소개된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와 붉은 점퍼를 입고 있는 도달쑤 캐릭터. 노진실기자

대구시 슬로건 '파워풀 대구'의 끝맺음에는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 2022년 7월, 대구시는 브랜드 슬로건과 시정 슬로건으로 나뉘었던 대구시 슬로건을 '파워풀 대구'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공원 안내판과 공공 차량 등 민선 8기 대구시 전역을 '파워풀 대구'가 뒤덮다시피 했기 때문에, 민선 9기가 들어선 지금 '파워풀 대구'의 폐기 및 철거, 교체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간다.


22일 영남일보 취재 결과, 대구에서는 이달 초부터 '파워풀 대구'의 흔적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당장 동대구역 인근 고층건물 옥상에 있던 간판 문구도 붉은색의 '파워풀 대구'에서 다른 디자인과 문구로 최근 교체됐다. 대구시청 입구 간판에서도 '파워풀 대구'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대구 전역에는 아직 '파워풀 대구'가 많이 남아 있다.


대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영역을 표시하는 것처럼 대구지역 곳곳에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라는 슬로건을 표시해 시각공해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민선 8기 대구지하철 1호선 동대구역에 설치된 전광판에 파워풀대구가 적혀있다. 동대구역은 시민들은 물론 외지인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다. 노진실기자

민선 8기 대구지하철 1호선 동대구역에 설치된 전광판에 파워풀대구가 적혀있다. 동대구역은 시민들은 물론 외지인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다. 노진실기자

이처럼 시민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추진된 공공사업은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왔다. 최근 대구시는 대구만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담은 도시브랜드 슬로건 지정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시정구호와 도시브랜드를 다시 분리해 새로운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찾겠다는 것.


브랜드 슬로건은 시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 선호도 조사 등을 거쳐 후보안을 마련한 뒤 올해 10월 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기존에 사용됐던 '컬러풀 대구'와 '파워풀 대구'도 함께 포함해 검토된다.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파워풀 대구'는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에 따른 폐기와 교체비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등에 확인 결과, 육교 현판을 예로 들면 '파워풀 대구'가 표시된 현판 24곳이 교체될 경우 약 7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 밖에도 '파워풀 대구'가 적힌 수많은 시설물의 교체 및 정비 비용은 억 단위가 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다만, 시설물마다 관리 주체가 다른 만큼, 일괄적인 교체비용 추산은 쉽지 않다고 시는 설명했다.


대구시 강연근 도시디자인과장은 "만약 새로운 도시브랜드가 지정된다면, 새 브랜드 마케팅과 기존 슬로건 교체비용 등이 수반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워풀 대구' 슬로건 교체 사업이 진행될 당시, 뉴스 플랫폼에서는 반대 여론(네이버 뉴스 기준 반대 56.9%)이 거셌다. 반대 사유 1위(24.7%)는 '예산 낭비'였다. 시민들은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쓴다"며 일침을 가했다. 진정한 민생회복(우선순위 지적 5.9%)보다 단체장의 흔적 남기기용 간판 사업에 세금이 매몰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컬러풀이나 파워풀이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컬러풀·파워풀보다 대구 경제부터 챙겨줬으면 좋겠다. 대구는 아직도 1인당 GRDP가 전국 최하위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 조롱거리 된 '신천 프러포즈존', 사업 전면 수정


지난해 2월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 기공식이 열렸다. <대구시 제공>

지난해 2월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 기공식이 열렸다. <대구시 제공>

'신천 프러포즈' 사업도 대구시의 대표적인 매몰비용 사례로 꼽힌다.


대구시는 2024년 6월 총사업비 110억 원을 투입해 신천 대봉교 인근에 수상공원인 '신천 프러포즈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인들의 약속을 상징하는 반지 모양의 링 구조물을 세우고, 러브로드와 프라이빗 이벤트룸, 미디어파사드 등을 갖춰 전국 선남선녀가 모여드는 낭만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전임 시장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가족의 행복을 꿈꿀 수 있는 도심 속 수상공원을 설치해 특색있는 프러포즈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국 선남선녀들의 프러포즈 명소로 만들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사업비 규모는 물가 상승분 반영 등으로 현재 143억 원으로 불어났다.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해당 사업이 추진될 당시의 관련 댓글(1천78건)을 분석한 결과, 반대 의견이 무려 89.6%에 달해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시민들이 꼽은 주요 반대 사유는 역시 '예산 낭비(30.6%)' 였고, '실효성 의문(30.5%)'도 높은 비율로 나왔다. 대구시는 지난해 2월 기공식을 결국 강행했다.


"요즘 세상에 멋지고 좋은 장소가 없어서 프러포즈를 안 하고 결혼을 안 했겠냐", "무려 110억 원을 들일 사업인지 모르겠다" 등 사업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민선 9기 대구시는 해당 사업을 계속 이어간다.


대구시 신천개발과 김상민 과장은 "전체 면적의 2%에 불과한 프러포즈 공간으로 인해 사업 전체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면서 "문제가 된 프러포즈 공간 대신 실내 쉼터, 강 조망 테라스, 어린이 놀이터 등을 갖춘 진정한 시민 휴식 공간으로 콘텐츠를 전면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대구시가 프러포즈 조성 사업 강행에 앞서 시민 여론 수렴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대구 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프러포즈존 조성은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 시민 의견 수렴에 대해서는 계속 지적해왔던 부분"이라며 "매몰비용으로 볼 수 있지만 수십억 들여 공사를 반 이상 했는데 허물 수는 없는 것이겠고,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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