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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개혁특위에 불참한 의사들, 국민은 안중에 없나?
의료개혁을 논의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회의를 갖고 출범했다. 특위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같은 의사단체들도 인정한 사안들을 논의하게 된다. 그런데 의정(醫政)갈등의 대척점에 있는 대한의사협회나 전공의협의회가 불참했으니 반쪽 특위로 시작한 셈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방침을 대학 자율 모집으로 변경했는데도, 의사단체들은 증원 백지화 요구에서 한발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사들은 집단행동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의료개혁특위가 출범하는 날, 전국 의대 교수들은 병원과 진료과별 사정에 따라 사직을 시작했다. 동시에 '빅5' 병원 등 주요 의대 교수들은 주 1회 외래 진료 및 수술을 중단하는 방안을 결정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가 "5월이 되면 경험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 병원의 도산과 파산, 의대생들은 1년간 사라지고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은 의사를 건드리지 말라는 겁박처럼 들린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의사들의 고집에 국민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의대 증원은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이다. 환자 곁을 떠나면서, 많은 국민을 의료 불안에 떨게 하면서 의사들이 얻고자 하는 것이 의사들 주장처럼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 상태가 이어지면 정부가 의사 면허취소 등 강경한 대응을 하더라도 의사 편을 들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의사단체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특위는 성과를 낼 수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의사단체들은 특위에 합류하길 바란다. 의대 증원 반대 주장도 특위에서 하면 된다.
[사설] 하염없이 미뤄지는 국민연금개혁, 누구 책임인가
국민연금 개혁안이 갈 곳 모르게 표류하고 있다. 국민여론 수렴 취지로 발족한 시민대표단의 개혁안은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회 국민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설문조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대체로 찬성했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 혹은 13%로 올리자는데는 동의했다. 문제는 받는 연금인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여부이다. 시민대표단은 올리자는 안을 더 선호했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보험료율을 올리면 기금 고갈시기를 2070년대로 늦출 수 있지만, 소득대체율까지 올리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장기 누적 적자를 2천700조원 증가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을 너무 높게 잡은 정보를 시민대표단에게 학습시켜 '복지 논리'에 치우친 잘못된 결론이 도출됐다고 비판한다. 재투표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사실 국민연금 개혁안은 복잡한 변수와 이해충돌에 갇힌 사안이다. 출범 당시 낙관적으로 설계된 장기계획은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출생인구마저 세계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여기다 국민의 복지 혜택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 이율배반적 여론도 존재한다. 결국 이는 정부와 국회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다. 작금의 정치권 상황을 보면 21대 국회가 남은 한 달 안에 결론을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6월 출범할 22대 국회는 이른 시일 내 연금특위를 재구성하고 그동안 도출된 전문가 진단과 시민대표단의 여론을 종합해 개혁안을 정리정돈해야 한다. 미룬다고 해서 더 이상적인 안이 도출되지도 않을 것이다.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동결하거나 최소폭으로 인상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지혜로운 대안이다.
[사설] '0%대 성장' 벗어난 한국, 민생경제 회복이 최대 과제
한국 경제가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수출과 내수가 동반 성장하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2년여 만에 0%대 성장률을 넘어선 것은 의미 있는 신호다. UBS를 비롯한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최근 일제히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0.1~0.3%포인트 더 높인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불안한 국제정세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리스크가 상존해 추세적 성장인지 반짝 반등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2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다. 9분기 만에 최고치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럴 만도 하다. 2021년 4분기 1.4%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2년여 만에 1%대 성장률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0.6%)에 비해선 두 배 이상 '깜짝' 성장했다. 부문별로는 IT 품목 위주의 수출(0.9%↑), 의류·음식 등 민간소비(0.8%↑), 건설투자(2.7%↑) 등 민간영역에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2.5% 증가해 GDP 성장률을 상회한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1분기 성장률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도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수치상 호조는 일반 국민의 체감경기와 온도차가 크다. 특히 고물가·고금리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 가계는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대출 연체율이 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건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경제성장의 온기를 민생으로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
[사설] 전 국민 대상 현금 살포보다 서민층 지원 우선돼야
이재명발(發)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1인당 25만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지원금이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인 만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며 벼르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에서도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하지만 여권 입장에선 총선 압승으로 더욱 힘이 세진 제1야당 대표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여야가 민생회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타협점을 모색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이 대표 주장처럼 민생지원금의 긍정적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현금 혹은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비 진작과 골목상권 활성화에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 더 큰 문제는 13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이다. 민주당은 코로나 팬데믹 때처럼 추경으로 해결하면 된다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2020년 846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1천127조원까지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경기 불황 탓에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올해 법인세만 해도 27조원이나 덜 걷힐 전망이다.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온 만큼 뭉칫돈 지출을 줄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도 책임 있는 야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지금 전 국민에게 용돈 정도를 준다고 해서 민생이 얼마나 나아지겠나. 그보다는 불경기 속에서 고물가, 고금리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층 지원에 집중하는 게 맞다.
[사설] 영수 회담 안건 줄다리기? '의대 증원'이 제1 의제다
국가 원수 간 정상회담도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 회담이 왜 이리 어렵나. 그저께 양측간 첫 실무 협의가 40분 만에 끝났다고 한다. 회담 의제는 물론 회동 날짜, 다음 실무 협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니 실망스럽다. 한술에 배 부를 순 없지만, 양측 신뢰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이날 안건 테이블에 올려진 의제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25만원 지원', 각종 '특검'과 '특별법', 대통령의 '사과' 등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 곁가지 '정치 이슈'로 줄다리기하다가 정작 '민생'을 놓치고 있다.지금 국민에게 무엇이 가장 중하고 다급한가. 파국을 맞은 의료 현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는 의제에서조차 빠진 것 같다. 우리 정치가 얼마나 국민 관심사와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의사들은 의대 자율 증원과 오늘 출범하는 의료개혁특위 모두를 거부했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오늘로 꼭 한 달째다. 민법은 고용계약 해지 의사를 밝힌 뒤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한다. 현장을 떠난 전공의를 설득할 마지막 보루가 의대 교수 아닌가. 이들이 한술 더 떠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주 1회 셧다운'을 감행한다고 발표했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가 닥쳤다.의정(醫政) 갈등 해결은 영수 회담이 마지막 기회다. 각 대학이 내년도 모집 규모를 확정하는 시기도 임박했다.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의대 증원'의 가닥을 잡아 의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게 국정 책임을 공유하는 정치 지도자의 바른 덕목이다. 죽음으로 내몰린 국민을 고통에서 건져내는 일보다 시급한 게 어디 또 있겠나.
[사설]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는 명분과 실리에 부합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도시 경주가 유치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회원국의 인구는 전 세계 40%, GDP는 61.5%, 교역량은 50.4%를 차지한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유럽을 제외한, 내로라하는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는 국제적 명성과 함께 상당한 후광효과를 누린다. 이 때문에 경주는 2021년 전통적·문화적 당위성과 경호·보안·운영능력 최적지임을 내세우며 유치 의사를 당당하게 밝혔다. 2025년 11월로 예정된 APEC 정상회의에는 각국 정상 및 각료는 물론, 경제인과 언론인 등 6천여 명이 참가할 전망이다. 외형도 그렇지만, 질적으로도 매력적인 대규모 국제행사다. 시·도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등에 업고 있는 경주시는 최근 외교부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고 막판 스퍼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경주·인천·제주의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최도시 선정은 5월 중 서면심사와 현장실사를 거쳐 6월쯤 확정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경쟁 중인 인천과 제주 역시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경주만이 갖고 있는 역사와 전통은 추종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에너지장관 회의(2005년)와 교육장관 회의(2012년) 등 이미 APEC 관련 대규모 행사에다, 세계물포럼(2015년)과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2017년)까지 굵직한 국제행사를 깔끔하게 치른 경험도 있어 운영능력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경주 개최는 지방시대를 주창한 정부의 의지를 가늠케 할 수도 있는 만큼 외교부 실사단의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사설] '가장 시끄러운 도시' 대구, 경각심 높여야 오명 벗는다
대구가 '소음의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이 지난해 전국 7개 특별·광역시별 병원·학교·주거지역을 대상으로 환경소음도(자동측정망)를 측정했더니, 대구가 평균 70.62㏈로 가장 높았다. 7년 연속 '가장 시끄러운 도시'로 낙인 찍힌 것. 70㏈은 지근거리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전화 벨 소리 또는 TV 시청에 방해되는 수준의 소음치다. 이만하면 대구에선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고, 심할 경우 잠을 이루기도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소음 공해가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상 방해는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각종 집회 확성기(70~90㏈)는 장기간 집중 노출 시 심혈관 질환을 부를 수 있다. 도시 소음의 대표적 요인인 자동차 경적(100~110㏈)은 일시적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전투기 이착륙 소음은 120㏈이니 고통의 강도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공동주택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갈등은 폭행·살인 등 강력 범죄까지 낳고 있다. 소음 공해가 단순히 개인 삶의 질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 결과를 놓고 '자동측정망 표본이 적은 데다 공사장·공항·도로 소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수치'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사 방법에 다소 한계가 있었더라도 대구가 해마다 '소음 공해 대표 도시'로 평가되는 점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관련 법규를 다시 살펴 주요 소음 유발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자체·시민 모두 소음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 운전자들이 '자동차 경적 안 누르고 과속 안 하기'만 실천해도 소음 공해는 크게 줄어든다.
[사설] 민주당이 거론하는 총리 후보, 협치에 부합한다
민주당 중진들이 차기 총리로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국민의힘 의원을 연이어 거론하고 있다. 친명계 좌장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2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주 의원에 대해 "유연하고 정치력도 있는 분"이라며 "(국무총리를)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박찬대 의원도 2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주 의원 총리설과 관련, "주호영 의원이 그래도 성정은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긴 하다"며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21일 '주 의원이면 총리로 적합하다'는 익명의 민주당 의원 말이 한 언론에 보도되면서, 민주당발(發) 주 의원 총리설은 시작됐다. 물론 '총리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어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게 없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아무리 거대 야당이라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총리를 추천하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추천하는 행위만 놓고 보면 정치적 협치의 한 방편이다. 4·10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야당과 협치하라는 것이다. 협치의 시작은 대통령실 비서실장 교체와 차기 총리 인선이다. 국회 동의 절차가 없는 비서실장 임명에 대해 야당은 소통하라는 민심을 읽지 못한 것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런 만큼 차기 총리는 야당의 동의를 받을 인물이어야 한다. 동시에 중량감이 있으면서 국민의힘 정서와도 충돌되지 않아야 한다. 주 의원은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 주 의원은 이번 총선 때 대구에서 당선되면서 6선 고지에 올랐다. 당이 위기에 처할 때 여러 차례 대표권한대행을 맡아 보수정치를 지켜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사설] 막바지 다다른 21대 국회, 민생법안 이대로 뭉갤 건가
21대 국회가 다음 달 29일 막을 내린다. 지난 4년은 그야말로 허송세월이었다. 여야가 정쟁으로 날밤을 새우느라 정작 국회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무엇보다 입법 성적이 너무 초라하다.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 2만5천건 중 처리 법안은 9천450여 건(35%)에 불과했다. 결국 나머지 1만6천여 개 계류 법안은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이 중에는 양곡관리법, 채 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 외에도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 및 경제법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21대 국회가 끝까지 민생 현안을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이번 국회에서 이미 처리됐어야 할 법안도 적지 않다. 최우선으로 꼽히는 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다. 하지만 여야가 발의한 3개 법안 모두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시설은 6년 후 포화 상태가 된다. 최악의 경우 원전 발전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지 오래다. 이처럼 중대하고도 시급한 국가적 현안을 국회가 손 놓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또한 지난해부터 시행돼 소상공인과 영세업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산업기술 유출 방지, 푸드테크산업 육성,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에 대한 민생 법안도 회기 내에 매듭짓기를 바란다.한 번 폐기된 법안을 다시 살리는 건 쉽지 않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22대 국회는 역대급 여소야대여서 정쟁으로 인한 파행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막바지에 다다른 21대 국회가 최소한 민생법안만큼은 뭉개선 안 되는 이유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사설] 尹·李, 채상병法 받고, '25만원' 접고, 고준위法 합의하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 회담 준비를 위해 양측이 어제 실무회동을 가졌다. 영수 회담은 이르면 내일~모레쯤 열릴 것 같다. 만시지탄이다. 회담 의제에 대한 양측 입장 차는 뚜렷하지만, 접점을 찾아가는 기준은 분명하다. '민의'와 '민생'이다.민주당이 요구하는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과 채 상병 특검법부터 장애물이다. 국민 눈으로 보면 답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채 상병 특검법은 추진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이게 협상의 안건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은 현실을 솔직히 반영한다. 실체 규명에 대한 민의가 워낙 크고 야 6당 모두 법 추진 의사가 강력하다. 민주당 홀로 이를 접기 불가능하다. 오히려 대통령이 민주당에 앞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는 건 어떨까.영수 회담은 '퍼주기 공약'을 주고받는 흥정의 자리가 아니다. 민주당의 '1인당 25만원' 지원에는 13조원이 필요하다. 여론도 썩 우호적이지 않다. 고물가 속 현금 살포가 불가피한 '반(反)민생' 정책을 조건으로 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추경 편성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먼저 거두는 게 순리다.여야 모두 간과하는 게 있다.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이다.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 일보 직전이다. 2030년부터 저장시설 포화로 국내 원전이 차례로 멈추게 된다. 원전 10대국 중 한국만 부지 선정을 못 하고 있다. 법 통과가 되더라도 가동까진 50년 걸린다. 22대 국회까지 미룰 일 아니다. 원전 최대 집적지 대구 경북이 가장 절박한 사안이다.
[사설] 전임의 병원 복귀 움직임…사태 해결 시그널 될까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대학 자율로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도록 한 타협안을 내놨지만, 의사들은 요지부동이다. '증원 백지화' 없이는 어떤 대화나 협상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단체는 오는 25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참여도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병원을 떠났던 전임의(펠로) 복귀가 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이를 의정갈등 사태 해결의 시그널로 보긴 이르지만 의료공백 해소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전국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전임의 계약률은 55.6%였다. 수도권 '빅5' 병원은 57.9%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대구권 전임의 상당수도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초기 전임의 계약률은 30%에 머물렀다. 후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동참해 병원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국 의대교수들의 사직이 예고되는 등 의정갈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전임의 복귀율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다.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부담감과 함께 정부의 의대 교수 1천명 증원 방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유가 어쨌건 전임의의 병원 복귀 행렬이 이어지는 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병원에 남아 고군분투하느라 '번아웃(탈진)' 상황까지 몰린 의료진에게는 천군만마가 될 것이다.전임의 복귀를 바라보는 의사 사회의 시각은 곱지 않겠지만 배신자 낙인을 찍어선 안 된다. 정부가 한발 물러선 만큼 의사들도 유연한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 환자를 볼모 삼아 정부를 완전히 굴복시키겠다는 건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뿐이다. 그건 국민이 용납 못 한다.
[사설] 경영악화 위기 대구 택시업계…과잉공급 해소 시급하다
아직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택시를 잡기 힘든 경우는 여전하지만, 손님을 기다리느라 승강장에 줄지어 대기 중인 택시가 부쩍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대구지역 택시가 공급과잉이라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법인택시업계가 최근 감차 실시 등 공급조절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최고 수준의 과잉공급 상태인 대구택시의 총량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운송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인해 업계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택시는 총량제 적용을 받는다. 공급과잉 방지를 위해 지역별로 총량을 설정하고 이를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지자체별로 2005년부터 교통량 정밀조사를 통해 5개년 계획을 수립, 시행 중이다. 제4차 택시 총량제 적용 기간이 올해 종료되는 대구의 경우, 4차 용역 수립 당시 택시면허는 1만6천232대였다. 적정 대수 1만757대에 비해 33.7%(5천474대)가 많았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16.3%는 물론, 10%대에 머문 부산이나 광주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2016년부터 6년간 1천248대를 감차했지만 2022년부터는 일시 중단됐다.택시가 많으면 고객입장에서는 일단 편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적정 대수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 고유가에 차량가격·임금 등이 인상되면 경영은 악화되기 마련이다. 한계에 이른 업계에 도산이 잇따르면 운수종사자의 생계 위협에다, 결국은 시민 불편으로 이어진다. 택시산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적정 대수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과잉으로 판단된다면 감차를 포함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사설] 정치연단에서 커피축제까지, '동성로 르네상스'가 대구의 부활
동성로는 대구를 대표하는 공간이다. 역사성과 함께 패션 유행의 첨단을 달리며 전국적인 명성을 떨쳐왔다. 지금도 전국 최대 상가 밀집지역이다. 대구 읍성의 동쪽 성(城)이란 명칭에서 유래하듯 근대 한국사회의 한 축을 형성한 곳이기도 하다. 부도심이 확장되기 이전, 대구 사람들은 모두 동성로로 몰려들었다. 반면 근년 들어 유동인구가 줄고, 청년층 중심의 거리로 국한되면서 활력이 떨어졌다. 한때 동성로를 상징했던 대구백화점이 문을 닫은 것이 단적인 예다.대구시가 홍준표 시장체제로 전환하면서 '동성로 르네상스'를 부르짖고 있다. 도심의 융성 없이는 도시 전체의 발전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사실 동성로는 보석 같은 자원을 갖고 있다. 6·25 전란 통에 피란온 문화예술인들의 둥지였고, 세계적 조명을 받는 길고 긴 근대골목을 보유한 지역이다. 경상감영공원에다 2천년 역사의 달성토성(달성공원)도 인근에 자리한다. 외국 관광객이 가장 먼저 둘러보는 곳도 동성로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동성로 관광특구에 심혈을 기울이는 배경이기도 하다.도시의 융성은 특정 정책 하나로만 성공할 수 없다. 문화·경제·정치의 모든 요소들이 가미돼야 한다. 동성로는 정치인의 단골 유세현장이자 버스킹의 무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청소년은 물론 장년층도 옛 기억을 추억할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영남일보가 23~24일 양일간 '동성로 28 아트스퀘어'에서 커피의 선도도시인 대구를 반추하고, 동성로에 향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펼치는 '제6회 대구 커피&베이커리 축제'도 그런 일환이다. 올 연말 개통될 대구권 광역철도도 구미와 경산을 비롯한 주변 도시와 일일 생활권을 형성하면서 동성로 활력에 힘을 보탤 것이다. 대구의 얼굴, 동성로의 부활은 어쩌면 대구의 비상을 여는 첫 단추일지 모른다.
[사설] 대구 순종 황제 동상 철거,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대구 중구 달성공원로 8길에 설치돼 있는 순종 황제 동상이 이번 주에 철거된다. 지난 17일 중구청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가 역사 왜곡 논란을 종식시키는 한편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종 어가길 조형물을 철거키로 결정한 것이다. 순종 동상은 설치 때부터 친일 행위를 미화한다는 주장과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목소리가 맞섰다. 2017년 중구청은 70억원을 투입해 수창동에서 인교동에 이르는 2.1㎞ 구간에 순종 어가길을 조성하면서 2억원이 들어가는 동상도 설치했다. 어가길은 1909년 순종이 대구를 다녀간 것을 재현해 달성공원 일대를 테마거리로 만든 것이다. 순종은 일본의 강압에 못 이겨 대구·부산 등지를 순회했는데, 그곳에 동상을 만드는 것은 친일행위를 미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드셌다. 동상 설치 당시의 중구청은 다크 투어리즘이라며 비판에 대응했다. 다크 투어리즘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보존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 400만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대표적인 장소다. 그런데 어가길은 참상이 벌어졌던 공간이 아니라 일본이 우리에게 행했던 수많은 강압 행위가 벌어졌던 장소 중 하나다. 다크 투어리즘의 옷을 입혀 관광의 소재로 활용하려는 취지는 이해된다. 하지만 세금을 투입하면서까지 동상을 설치한 것은 다크 투어리즘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다.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동상 설치 및 철거까지 6억원의 세금을 낭비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일이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설] 내달부터 '진짜' 코로나 엔데믹, 방심은 늘 경계하자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다음 달부터 최하위 단계인 '관심'으로 하향 조정된다. 확진자 급감과 변이 바이러스 부재 등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19일 열린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병·의원 등에 적용돼 온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완전히 사라진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앙방역대책본부 등 관련 조직도 해체된다. 실로 얼마 만인가. 무려 4년 4개월 만이다. 이제 모든 방역 규제가 없어진, 명실상부한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대'를 맞게 됐다. 지난 세월 우리가 겪은 '전염병의 공포'는 끔찍했다. 코로나 팬데믹 앞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도 확인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역시 위기에서 강했다. 코로나19 초기 봇물 터진 듯한 확산세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많은 불편을 감수한 채 정부 방역정책에 협조했다. 의료진은 몸을 사리지 않고 치료에 헌신했다. '대구-광주 병상 나눔'으로 대표된 지역 간 온정도 기억에 남을 만하다. 이 모든 게 '리얼(real) 엔데믹'을 이끈 원동력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K-코로나19 대응'이라며 칭찬한 이유다. 전면 노마스크 등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개인위생 수칙(손씻기·양치질 등)은 성실히 지킬 필요가 있다. 마스크는 질병 예방 효과가 있는 만큼 자율적 착용은 권할 만하다. 아울러 국민 건강을 위해 '아프면 쉬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 가령, 독감에 걸렸다면 적어도 하루 이틀 정도는 쉬었다 출근(등교)하는 게 옳다. 방역 당국도 향후 또 다른 팬데믹 도래에 대비해 매뉴얼을 상시 점검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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