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슬아슬한 정상회담, 트럼프 추켜세운 이재명 등
26일 새벽(한국시간) 미 백악관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간 정상회담은 역대급 긴장의 연속이었다. 회담 2시간 40분전, 트럼프는 예의 SNS를 통해 기선제압용 발언을 던졌다. 트럼프는 "한국에서 숙청(purge) , 혁명(revolution) 처럼 보이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린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서울의 교회와 미군 기지 급습(압수수색)도 감행됐다"고 언급했다.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 도를 넘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를 만나 그같은 공세를 직간접적으로 잘 비켜나고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도 "소문이고 오해가 있었다"고 농담을 던졌다. 아슬아슬했던 대화의 물줄기를 돌려놨지만 찜찜한 구석이 없지는 않다. 트럼프가 한국내 민감한 정치 상황을 자신이 주시하고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은 외교적 결례다. 이 대통령이 사실상 강요된 해명을 해야 한 점도 그렇다. 중국 봉쇄를 목표로 한 미국의 압박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않은 점은 성과라 하겠다. 우리로서는 한숨 돌려 시간을 벌게 됐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이 트럼프의 역할을 한껏 부각시킨 것은 기분 맞추기식 발언을 넘어 전략적 포석을 잘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가 'Peace maker(평화 중재자)'가 되면 나(이재명)는 속도조정자(Pace maker)가 되겠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트럼프가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참석을 상기시키고, 심지어 이 대통령과 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도모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한 것은 의외의 성과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홀대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고, 굴욕적 대화로 역대급 외교참사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관세협상과 조선, 반도체 협력, 농산물 추가개방 이슈에서 큰 잡음을 잠재우고 정상회담을 마친 점은 성과라 하겠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협력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서 한·미·일 삼각 협력에서 미국의 의심을 상당부분 제거한 것은 평가돼야 할 것이다. ◈ 장동혁이 이끄는 국민의힘…극한대결로 가선 안돼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받은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가 됐다. 정계 진출 3년만에 제1 야당의 대표가 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우선 국민의힘을 혁신시킬 것이란 기대다. 탄핵정국 때 국민의힘은 내부 갈등만 드러낸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역할도 못하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혁신이다. 장 대표는 "당을 혁신하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대표 수락연설 때 했던 말을 반드시 실천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제1야당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장동혁 호(號)'의 국민의힘이 정부여당과 강경 투쟁만 하는 것은 경계할 부분이다. 그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 내리는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을 향해 성원에 부응하겠다는 정치적 수사이겠지만, 취임한 지 3개월도 안된 대통령을 끌어 내리겠다는 발언을 듣는 일반 국민은 불편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과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끌어 내리겠다고 맞서니, 보는 국민이 불안하다. 정 대표의 배타적 태도와 장 대표의 강경 메시지는 당내 결속을 다지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국가 운영이라는 더 큰 틀에서 보면 위험한 신호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에 따른 국정 혼란과 사회적 갈등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지금처럼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들이 산적한 상태에서 여야가 대치만 거듭한다면, 풀어야 할 민생의 매듭은 더 단단하게 엉킬 뿐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강경 발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립하는 세력을 설득해 타협점을 찾는데서 나타난다. 지금은 '대결의 정치'가 아니라 '책임의 정치'가 필요한 시기다. ◈ 노인 빈곤 심각한 한국, 그 평균에도 못 미치는 대구경북 한국 노인빈곤율은 3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한국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38.3%)이 OECD 회원국 평균의 2.4배에 이르는데도 노인빈곤율이 이처럼 높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2019∼2023년 5년간 자살한 65세 이상은 1만8천44명으로 하루 10명꼴이었다. 자살률 역시 OECD 회원국 중 1위인데 노인 빈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노인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그만큼 힘들다는 신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공·사적 연금 수급자 수는 863만6천명으로 전년 대비 5.6%(45만4천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수급액은 69만5천원으로 전년 대비 6.9%(4만5천원) 늘었다. 연금 수급자와 수급액 모두 증가세이지만 은퇴 후 연금으로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대구경북지역 어르신의 연금 수급액은 평균보다도 적다. 대구지역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급금액은 69만3천원이다. 경북은 63만9천원으로 전남·충남·인천에 이어 전국 네 번째로 적다. 반면 수급자는 전국 평균을 웃돈다. 향후 노인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인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놓은 한국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고통을 외면해서 되겠는가. 노인 빈곤 문제는 국가가 앞장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논설실기자 ynnews@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