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64조 원' 오지급과 주식 프리마켓(넥스트레이드)에서 발생한 삼성전자 하한가 사태는 국내 금융·자산시장의 취약한 시스템을 여실히 드러낸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빗썸은 지난 6일 직원 실수로 비트코인 62만 개(시가 64조 원)를 오지급했으며, 10여 분간 정상 거래가 이뤄지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일부 고객이 이 물량을 급히 매도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10% 이상 급락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문제가 심각한 건 회사 측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4만2천여 개에 불과한데도, 어떻게 이보다 12배 많은 62만 개가 개인에게 지급될 수 있었으며, 실제 매매가 이뤄져 30억원 가량이 현금화됐다는 점이다. 세계 비트코인 발행량의 2%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 서류상으로 만들어진데다, 이 '유령 비트코인'이 정상 거래됐다는 사실은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엄중한 사안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 통제, 관리 시스템에 구조적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감독기관도 '소 잃고 외양간을 못 고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으로 주식 112조원 어치를 잘못 지급했고, 일부 직원이 이를 급하게 매도한 탓에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 시스템 점검 등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앞서 이날 주식 프리마켓에선 개장 직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두산에너빌리티, 기아 등 우량주들이 느닷없이 하한가를 기록, 시장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기도 했다. 아무리 거래 물량이 많지 않은 프리마켓이지만, 시가총액 1천조원 급의 삼성전자의 하한가 급락은 시장의 신뢰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있다. 하지만, 프리마켓 운영사인 넥스트레이드 측은 이번에도 뚜렷한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이 운영사는 그동안 잦은 '가격 널뛰기' 현상에도 현행 시초가 결정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6월부터 주식 거래시간이 하루 12시간으로 연장돼, 프리 및 애프터마켓의 가격 왜곡 현상이 더 잦아지는 등 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자산 거래소의 취약한 시스템 탓에 지금처럼 가격 급변동을 부르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된다면 시장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될 수 없다. 주식과 대체자산이 국민의 주요한 자산증식 수단으로 떠오른 마당에 이를 방지할 정교한 시스템 구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행정을 더는 용납해서는 안된다.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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