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AI시대의 기본소득

  • 김진욱
  • |
  • 입력 2026-02-09 06:00  |  발행일 2026-02-09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논설위원

경북 영양군 주민에게는 이번 달부터 매달 20만원어치의 지역화폐가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지급된다. 영양군은 전국 10개 지역에서 정부가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지역 중 한 곳이다. 의성군 주민들은 올해 1인당 30만원의 '재난 기본소득 지원금'을 받는다. 작년 3월에 발생한 초대형 산불과 이상기온에 따른 농업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군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서다.


경북 울진군은 1인당 30만원(차상위 계층 및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최대 40만원), 대구 군위군은 1인당 54만원의 '민생안정 지원금'을 올해 지급한다. 군민의 자산 규모나 소득 수준 그리고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민생안정 지원금은 기본소득과 같은 개념이다.


대구·경북처럼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은 기본소득이란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다. 기본소득은 진보진영의 정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행정에서는 기본소득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기본소득이 이념을 넘어 현실로 와 있다는 의미다. 특히 AI(인공지능)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가장 자본주의적 인물과 국가가 기본소득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 소득이 없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일론 머스크는 몇 년 전부터 "AI는 대부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며,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다"고 했고, 오픈AI의 최고 경영자인 샘 올트먼은 기술 발전의 사회적 안전망이 기본소득이라고 강조해 왔다. 빌 게이츠는 AI 시대의 기본소득 재원으로 로봇세를 제안하고 있다. AI로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도 AI 확산에 따른 불평등에 대처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면서 미국에서의 기본소득 논의는 각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국의 제이슨 스톡우드 투자부 장관은 AI 확산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영국이라는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기본소득이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추진 중인 이유 역시 AI가 인간 대신 일을 하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실업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근로 의욕 부진 때문이 아니다. 로봇이 인간 대신 일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일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까지 똑같은 금액을 줘서는 안 된다는 기본소득 반대론자의 주장이 AI 시대에는 맞지 않다.


AI 시대의 기본소득은 시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안전장치에 가깝다. 기본소득으로 소비가 이뤄져야 기본소득 재원을 부담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존재하고 성장할 수 있다. 기술 개발로 생산성이 폭증하는 시대에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대한민국 사회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기본소득을 새로운 사회 규범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이념의 틀 안에 가두려는 보수 일각의 움직임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당헌·당규에 적시된 기본소득 조항을 삭제할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20세기의 논리로 AI 시대를 진단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더 심도 있게 논의하길 바란다.



기자 이미지

김진욱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