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지방소멸 막는 햇빛연금
#1. 전남 신안군은 우리나라의 소멸 고위험 지역 56곳 중 하나다. 그런데 2년 연속 인구가 늘었다. 작년 말 신안군의 인구는 3만8천173명으로, 전년보다 136명 늘었다. 2023년에도 179명 늘었다. 이 때문에 신안군은 소멸 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신안군의 인구증대 비결로는 '햇빛연금'이 첫 번째로 꼽힌다. 신안군은 2018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정책을 마련해,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의 주민에게 발전(發電) 이익을 나눠주고 있다. #2. 경기 포천시의 '마치미' 마을은 33세대가 2023년 협동조합을 결성한 뒤, 경기도의 자금을 지원받아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었다. 올해부터 참여 주민들에게 발전 이익을 배당했는데, 1월 배당금이 약 20만 원이다. 앞으로 연금처럼 매달 배당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천시의 어느 마을도 같은 방식으로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해, 매달 16만원 가량을 참여 주민에게 배당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경기 RE 100 마을 사업'으로 불린다. 그래서 주민들은 RE 100이 무슨 뜻인지 알고, RE 100 때문에 햇빛연금을 받는다고도 좋아한다. 'RE 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인 캠페인이지만, 참여기업들은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구글·애플·벤츠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선도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KT 등 국내 대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RE 100을 실현하려면 납품받는 제품도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것이어야 하기에, 대기업 협력업체들도 자연스럽게 RE 100을 따라가고 있다. 당연히 재생에너지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전력수요가 많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에 각국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올해 150M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계획인 KT는 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발전소뿐 아니라 인·허가를 받은 사업자와 접촉하며 재생에너지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구매 시장에 뛰어들면 수요는 폭증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의 재생에너지 구매를 겨냥한 민간 전력거래사업자까지 등장했다. 재생에너지 확보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RE 100 시대가 된 것이다. 필자는 RE 100 시대에 경북에도 재생에너지를 지방소멸 방지의 매개체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신안군의 햇빛연금과 경기 RE100마을 사업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귀농·귀촌 정책과 연계하고 주민참여형으로 운영한다면, '태양광 연금'과 '바람 연금'으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경북의 시·군에 사람이 모여들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영농형 태양광사업을 권장하는 정부의 정책도 연금처럼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어야 농촌인구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각 지자체는 정착 보조금 지원 등의 지방소멸 대책을 펴 왔지만, 여전히 지방 소멸은 진행형이다. 재생에너지로 기업경쟁력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방소멸 방지책으로 활용하겠다고 발상을 전환하면 가시적 결과는 머지않아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김진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