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인생의 황금기는…
국민의힘 경북 의성군수 공천을 받은 최유철 후보는 이번이 다섯 번째 군수 도전이다. 의성의 보수적인 정치 지형을 감안할 때 그는 4전5기로 군수가 된 인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나이는 올해 72세다. 초선 군수로는 많은 나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지만, 의성에서는 그런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의성은 올해 2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9.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72세를 많은 나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최 후보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국힘 대구 동구청장 우성진 후보의 나이는 67세다. 구청장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차례씩 고배를 마셨지만 다시 도전에 나서 공천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초선 구청장 후보로는 많은 나이라는 평가를 받았겠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대구 역시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 후보 정치인생의 황금기도 이제 시작선에 섰다. 올해 70세인 재생에너지 사업가 A 씨. 당초에는 추진 중인 프로젝트만 마무리하면 은퇴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시대와 RE100(재생에너지 100%) 흐름 속에서 재생에너지 수요가 확대되고, 정부 정책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그에게 용기를 줬다. 70세가 되면서 삶의 황금기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노년에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 106세인 철학자 김형석이 자신의 저서에 적었던 '60~75세가 인생의 황금기'라는 말은 유명하다. 이 말은 한 세기를 넘게 사는 현인 김형석 같은 '아주 특별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로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특별한 사람들'에게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보통의 사람에게는 여전히 '가난한 노년'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노년에 누리는 인생 황금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다른 흐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생이 길어지고, 건강 수명이 늘어나며, 사회적 역할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인생의 후반부를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청춘은 인생의 황금기'라는 말은 유효하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불변의 진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젊은 시절은 빛나지만 거칠다. 가능성은 넘치지만, 책임과 경쟁에 묶여 있다. 여유와 성찰도 부족하다. 하지만 대비가 돼 있다면 60대 이후의 삶은 다를 수 있다. 직업적 의무에서 벗어나고, 타인의 평가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 축적된 경험과 통찰 위에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 열린다. 인생의 황금기는 나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조건과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다. 과거에는 그것이 청춘 시절에 집중돼 있었다면, 지금은 점점 뒤로 이동하고 있다. 인생의 후반부에 더 깊고 단단한 황금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 사회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노년을 빈곤과 고립으로 보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 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