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선거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출발은 정책 경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이번 선거를 '누가 대구 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의 비전 경쟁으로 가져가자"고 제안했고, 산업 전환과 지역경제 회복을 중심에 두자는 문제의식도 분명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 역시 기계·금속·자동차부품·섬유 등 기존 제조업에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해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며 정책 경쟁에 호응했다. 대구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미래 산업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지방선거다운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래서 두 후보의 공약이 유사한 부분도 있다. AI와 로봇 기반 산업 전환, 미래 모빌리티 육성, 제조업 고도화 등 대구 경제의 체질 개선 필요성이 그렇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가 자신들의 SNS를 통해 정책 차별성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정책 경쟁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중앙당 차원에서 지방선거를 정치대결로 끌고 가고 있어 안타깝다. 지역발전 전략 대결은 뒤로 밀리고 정치대결만 부각돼, 지방선거의 본질이 흐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프레임을, 국민의힘은 '조작 기소 특검법' 이슈를 부각하며 대척점을 키운다.
김부겸 후보가 직접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추 후보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추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총리 출신인 김부겸 후보를 겨냥해, 문 정부 시절의 TK 홀대론, 행정통합 문제, 조작 기소 특검법에 대한 김 후보의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한다. 대구시장 선거가 중앙 정치의 연장전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중앙 정치 이슈가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지역 문제 해결 능력을 검증할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대구시장 선거가 다시 그런 익숙한 대립 구도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정치적 쟁점이 선거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대구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면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는 분명하다. 제조업 기반은 흔들리고 있고 산업 구조 전환은 더디다. 청년 인구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대구 경제는 더 이상 선언적 구호나 정치적 대립에 머물 여유가 없다.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해법이다. 후보들이 내놓을 해법이 유권자가 선택할 기준이어야 한다. 정쟁이 아니라 대구경제 살리기 해법 경쟁이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중심이 돼야 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