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하루 매출 평일의 10배…방문객도 3~5배 이상 폭증
산지직송 신선함에 보는 재미…인근 7천세대 압도적 수요
지원사업 선정 쇼핑 편의성 높여…대형마트도 이기지 못하고 철수
대구시 '(오일)장' 지도. <대구시 제공>
대구서 유일하게 '목요장'이 서는 신매시장.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선 도심 속 전통시장이다. 일주일 중 장날 하루 매출이 나머지 엿새 매출을 웃돈다. 목요일마다 뜨거운 화력을 내뿜는 도심 속 시장의 생존 비결은 무엇일까. 전통시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초밀착(하이퍼로컬) 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온라인 쇼핑이 유통업계를 쥐고 흔들지만, 수십 년간 내려온 '장날'의 위력은 여전히 유통플랫폼에서 강력하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매시장처럼 대구 도심에 '오일 장'이 살아있는 곳은 9곳이다. 반야월종합시장(1·6일), 불로전통시장(5·10일), 서변중앙시장(2·7일), 군위시장(3·8일), 동구목련시장(1·6일), 칠곡시장(1·6일), 신매시장(목), 현풍도깨비시장(5·10일), 화원시장(1·6일)에서는 여전히 '장'이 선다. 이들 시장은 대구에서 최소 30년이 넘게 장날의 명맥을 잇고 있다. 과거 '장날'은 대도시처럼 상설시장이 설 만큼 특정 지역 구매력이 발달하지 못해 장꾼들이 일정 주기로 이동하며 시장을 연데서 비롯됐다.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관문시장 등 대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시장은 매일 장이 서는 '상설시장'으로 변모했지만, 외곽 지역은 주변 농촌에서 직접 재배한 물품을 들고 나오는 정기적인 장날의 수요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불로전통시장이 대표적 사례다. 대구와 영천, 청송을 잇는 길목에 있어 농산물 집산지 역할을 한다. 반야월시장과 칠곡시장 역시 경산·영천 방향과 칠곡·안동 방향의 관문이었고, 군위·현풍·화원시장은 대구에 편입되기 전부터 독자적인 읍내 경제권의 중심지로 역할을 했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을 보면 신선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이 급증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소통하며 구매하는 '경험 소비' 갈증은 여전하다.
지난 23일 오전 장날인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이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도심 속 시장의 매력…'신매시장'의 목요일 장
지난 23일 찾은 수성구 신매시장은 입구부터 상인들과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날은 도심 속 오일장인 '목요장'이 서는 날이다. "물건 함 보고 가이소" "신선한 제품이 가득합니다". 상인들은 저마다 제품을 자랑하느라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적인 시장과 비슷한 풍경이지만 '장날'인 이날은 유난히 들썩였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목요일마다 장날이 열리는 이 곳은 노점상(장꾼)만 60여 명에 달한다. 신매시장 상설 점포가 182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물리적 면적이 최대 1.5배 정도 확장되는 효과를 낸다.
남편과 함께 신매시장을 방문한 장세영(여·29·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는 "평소에는 대형마트를 이용하더라도 장날이면 꼭 신매시장을 들른다. 저렴한 제철 식재료를 구할 수 있고, 장날로 북적이는 전통시장치고 깔끔한 동선과 비교적 넉넉한 주차공간, 쏠쏠한 구경거리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덕에 평일 방문객 대비 장날 방문객은 3~5배 이상 폭증한다. 신매시장상인회에 따르면 장날에는 최소 1만5천명, 명절 등 주요 행사가 있는 때면 3만명까지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자연스레 장날이면 상인들의 손길도 바빠진다. 상인들은 장날 하루 매출이 평일의 10배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귀띔할 정도로 상인들 사이에선 일주일 매출의 성패가 이날 결정될 정도다.
32년째 신매시장에서 식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황귀늠(여·67)씨는 "장날만 되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너무 많은 고객이 방문해 정신이 없다. 손님들이 오면 시장도 활력이 넘치고 매출도 잘나오니 상인 입장에선 반가운 상황"이라며 "다른 시장에 비해 많은 손님이 방문하고, 매주 장날이 열리다보니 제품 순환율이 좋아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히 제공할 수 있는 게 신매시장의 장점"이라며 미소지었다.
목요장처럼 시장에 사람이 몰리는 데는 이곳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골목형 시장이나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지정받아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백정현 신매시장상인회장은 "전통시장을 포함한 오프라인 매장은 앞으로 살아남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매시장은 2016년 골목형 시장, 2017년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되는 등 자구책 마련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매주 열리는 '장날'도 신매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평소에는 장날만큼 손님이 적어 고민도 많다. 손님들이 많이 올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모든 상인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전 장날인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이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마트가 밀렸다'…저렴하고 신선한 식재료는 시장의 '저력'
신매시장은 1995년쯤 장날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장꾼들이 신매광장에 모여 물건을 판매한 것이 시초다. 이후 신매시장은 대구 유일의 목요장으로 자리잡았다. 특유의 '장날' 경쟁력은 인근 '유통 공룡'과 전쟁에서도 승리할 정도다. 2000년 7월, 시장과 불과 수백 미터 거리에 문을 연 월마트 시지점은 2006년 이마트 시지점으로 간판을 바꿨지만 이 마저도 2018년 자취를 감췄다.
신매시장의 가장 큰 무기는 압도적인 배후 수요다. 시장 반경 1㎞ 이내 30~40여개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 시장 반경 500m로 범위를 좁히면 15개 안팎의 아파트가 자리한다. 인근 단지들은 대부분 500~1천세대를 넘는 아파트로, 전체 7천 세대 인구수로는 2만명에 육박하는 소비자층을 갖고 있다.
신매시장 '장날'이 살아남는 배경은 '제품의 선순환 구조'에 있다. 대형마트나 상설시장과 달리 인근 농민들이 '장날'에만 직접 재배한 채소나 과일을 들고 나오면서 '할머니 장터'와 같은 신뢰도가 형성됐다. 장날에 산지 직송된 농산물은 마트 물류 시스템보다 유통 단계가 짧아 가격과 신선도 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목요일이 장날이라는 공식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켜 마트 세일기간보다 더 강력한 집객 효과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장날 산지에서 직송되는 농산물은 마트 물류 시스템보다 유통 단계가 짧아 가격과 신선도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다.
이숙희(여·61·대구 수성구 신매동)씨 역시 "신매시장은 '도심속 전통시장'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동네주민 뿐 아니라 다른 지역 방문객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요즘 도심 속에서 접하기 어려운 '장날' 풍경을 구경도 하고, 신선한 먹거리도 구매하러 오는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덕에 신매시장은 인근 주민들뿐만 아니라 수성구 범어동, 달성군 가창, 동구 반야월, 경산 자인 등 먼 거리에서도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 시장이 있는 동네 주민들도 신매시장의 '장날 매력'에 빠져 차량으로 30분 거리를 달려올 정도다.
신매시장 인근 주민 A씨는 "수성구 지산동에 사는 지인은 인근에 시장이 있음에도 목요장이 열리면 큰 백팩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신매시장에 장을 보러 온다. 장날에만 접할 수 있는 농산물과 먹거리를 잔뜩 장보기 위해서라고 한다"며 "상인들과 이야기해보면 더 먼 지역에서도 신매시장의 '장날'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제법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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