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두류공원 대구대표 도시숲] 숲길 사이로 쏟아진 사랑, 굽이굽이 돌아와 성당못에 머물다

  • 류혜숙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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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22 14:42  |  수정 2026-05-22 17:52  |  발행일 2026-05-22
대구대표 도시 숲. 금봉산 서쪽 끝자락과 두리봉 사이 옴푹 내려선 땅이다. 숲을 대각선으로 가르며 메타세쿼이아 길이 널찍하게 뻗어 있다. <류혜숙 전문기자>

대구대표 도시 숲. 금봉산 서쪽 끝자락과 두리봉 사이 옴푹 내려선 땅이다. 숲을 대각선으로 가르며 메타세쿼이아 길이 널찍하게 뻗어 있다. <류혜숙 전문기자>

못을 둘러싼 울창한 수목들 속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다. 유모차의 아기부터 벤치의 노인까지, 전 연령을 아우른다. 사람은 나무아래에서 어쩌면 그렇게 조그맣게 되는지. 아이는 거의 누운 자세로 하늘을 마주보고 있었고 키 큰 나무들의 둥그런 우듬지로부터 쏟아지는 정겨운 사랑을 담뿍 받고 있었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1초, 2초, 5초 쯤 되는 영원의 시간이 흘렀고 혹여 울음을 터뜨릴까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기온은 높았지만 신선한 바람이 불어 쾌적한 낮이었다.


두류공원 성당못과 부용정. 대구문화예술회관 뒤 금봉산 마루금이 동쪽으로 뻗어 83타워가 서 있는 두류산으로 이어진다. 일대 전체가 두류공원이고 대구에서 제일 큰 공원이다. <류혜숙 전문기자>

두류공원 성당못과 부용정. 대구문화예술회관 뒤 금봉산 마루금이 동쪽으로 뻗어 83타워가 서 있는 두류산으로 이어진다. 일대 전체가 두류공원이고 대구에서 제일 큰 공원이다. <류혜숙 전문기자>

◆ 두류공원 성당못


못의 가장자리를 따라 동그랗게 이어지는 데크길에는 경쾌하고 성실하게 걷는 사람들이 있고 또 누군가는 물속을 들여다보며 진지하다. 나는 데크길의 6시 지점에서 반 시계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성실하지도 진지하지도 않고, 조금 회상에 젖어 두리번대며 걷는다. 못 위의 정자는 부용정이다. 창덕궁 비원에 있는 부용정을 본떴다. 한밤중이면 머리 푼 여인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소문이 있었다. 오래전 잠시 퍼졌던 얘기다. 정자로 연결되는 석조 무지개다리는 삼선교다. 경주 청운교를 본떴다. 옛날에는 다리 입구에 잉어 밥 상인이 있었다. 다리에서 밥을 던지면 씨름선수 종아리만 한 잉어들이 화르르 몰려들었었다. 수면 가득 수련이다. 완연한 오후라 꽃은 드물다. 잉어들은 수련 아래서 낮잠이라도 자는가. 이따금 숲으로부터 사람들의 목소리가 은은하고 고요하게 울려 퍼진다.


부용정 지붕 위로 석산처럼 솟은 건물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이다. 1990년 즈음 개관했다. 중 고등학교에서 가보기를 독려할 만큼 당시 큰 이슈였다. 덕분에 샤갈을 처음 보았다. 회관 앞 반듯하고 널찍한 도로는 묘기 자전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의 아지트였고 주말이면 보따리 장사꾼들이 모자나 티셔츠 따위를 바닥에 펼쳐놓고 팔았다. 맙소사, 그때 산 천 원짜리 모자를 아직 갖고 있다. 문화예술회관 뒤에 슬렁슬렁 펼쳐진 산은 금봉산이고, 남쪽에 단독으로 선 산은 두리봉이다. 금봉산 마루금은 동쪽으로 뻗어 83타워가 서 있는 두류산으로 이어진다. 금봉산과 두류산 사이에 8차선 두류공원로가 관통하면서 두 산은 확실히 분리되어 버렸지만 여전히 일대 전체가 두류공원이고 대구에서 제일 큰 공원이다.


이곳은 옛날 성댕이, 상댕이 또는 상당이라 불렸던 동네다. 못은 1760년경 대구판관 김노가 조성했다는데, 일각에서는 고려 때부터 있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성당못 자리가 장차 임금이 태어날 명당이라고 해서 나라에서 집을 짓지 못하도록 못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못은농업용 저수지였고 물은 금봉산, 두리봉 등 주변 야산에서 흘러나왔다. 1910년 성댕이는 성당동(聖堂洞)이 되었고 못은 성당못이 됐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1월에 '제1회조선빙상경기'가 열렸으니 아주 큰 못이었다. 성당못 일대는 1965년 공원으로 결정되어 1977년부터 개발됐다. 지금과 같은 규모로 본격적으로 바뀐 것은 1984년이다. 그 때 못의 약 7할이 매립되어 주차장과 '로라장'이 됐다. 지금 성당못의 물은 낙동강 물이라 한다. 강물은 강정취수장에서 관로를 타고 두류정수장에 모였다가 금봉산 물탱크로 보내져 성당못으로 유입된다. 못물은 세 곳에서 빠져나가 금봉산 자락에 실개천으로 흐르는데 이 물길을 따라 흐르는 길이 '두류 여울길'이다. 실개천은 다시 성당못으로 돌아와 대명천으로 흘렀다가 성서를 굽이돌아 낙동강으로 간다. 순환이다.


대구대표 도시 숲의 생태연못. 대단히 아름다운 수양버들은 원래 이곳에 살던 나무들이고 그 너머 봉우리가 두리봉이다. <류혜숙 전문기자>

대구대표 도시 숲의 생태연못. 대단히 아름다운 수양버들은 원래 이곳에 살던 나무들이고 그 너머 봉우리가 두리봉이다. <류혜숙 전문기자>

대구대표 도시 숲의 정원. 원형 파고라를 중심으로 삼색버들과 분홍 찔레장미, 붉은보라의 일본조팝나무, 삼색버들과 에메랄드그린, 무늬 비비추 등이 정원을 이룬다. <류혜숙 전문기자>

대구대표 도시 숲의 정원. 원형 파고라를 중심으로 삼색버들과 분홍 찔레장미, 붉은보라의 일본조팝나무, 삼색버들과 에메랄드그린, 무늬 비비추 등이 정원을 이룬다. <류혜숙 전문기자>

대구대표 도시 숲의 데크 스탠드. 주변으로 데크 경사로와 계단이 이어져 두리봉 아랫길로 연결된다. 원래의 경사지형이 엿보인다. <류혜숙 전문기자>

대구대표 도시 숲의 데크 스탠드. 주변으로 데크 경사로와 계단이 이어져 두리봉 아랫길로 연결된다. 원래의 경사지형이 엿보인다. <류혜숙 전문기자>

◆ 대구대표 도시 숲


금봉산 서쪽 끝자락과 두리봉 사이 옴푹 내려선 사각형의 땅에 이름도 거창한 '대구대표 도시 숲'이 있다. 예전에는 검은 염소가 멀뚱히 서있고 층층이 작은 밭들이 점령한 가파르고 거친 땅이었다. 어느 날 미술관 건립 터로 낙점되면서 한동안 대구를 술렁이게 했고, 이후 봄의 유채꽃과 가을의 코스모스로 잔잔히 사랑받았다. 그곳에 2019년부터 4년간 공을 들여 숲을 조성했다. '미세먼지 저감 및 열섬현상 완화'를 위한 '바람길 숲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두류공원에 조성된 도시숲이다. 숲을 대각선으로 가르며 메타세쿼이아 길이 널찍하게 뻗어 있다. 그 오른쪽에 대왕참나무 길과 생태연못, 초화류 정원이 펼쳐지고 그 왼편에는 데크 스탠드와 운동기구, 정자 등이 자리한다. 눈이 번쩍 뜨이는 대단히 아름다운 수양버들은 원래 이곳에 살던 나무들이라 한다.


노랑 꽃창포가 피어난 연못가에 두 남자가 열띤 대화중이다. 정원의 원형 파고라에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부인이 쉬고 있다. 삼색버들과 분홍 찔레장미, 붉은보라의 일본조팝나무, 삼색버들과 에메랄드그린, 무늬 비비추 화분과 키 작은 석조물들에 둘러싸여 있는 정원은 우수에 찬 미인의 모습이다. 바로 옆 수양버들 아래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다. 무언가 편 가르는 소리가 웅성웅성 나더니 윷가락 던지는 소리 들린다. 육각 정자에도, 사각 파고라에도 사람들이 있다. 나무 그늘마다 돗자리를 펴고 앉거나 누운 사람들의 미세하고 작은 움직임을 느낀다. 숲은, 숲 보다는 정원 같다. 대구시는 2027년 두류공원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반도지는 두리봉 아랫길과 성당못 사이에 숨은 듯 자리한다. 한반도 모양이라 반도지(半島池), 연못 안 작은 섬은 대구다. <류혜숙 전문기자>

반도지는 두리봉 아랫길과 성당못 사이에 숨은 듯 자리한다. 한반도 모양이라 반도지(半島池), 연못 안 작은 섬은 대구다. <류혜숙 전문기자>

반도지는 두만강 즈음에서 안경다리를 통해 성당못과 연결된다. 안경다리는 사실 이름 없는 다리다. 물에 비친 모습이 안경 같아서 슬쩍 그리 부른다. <류혜숙 전문기자>

반도지는 두만강 즈음에서 안경다리를 통해 성당못과 연결된다. 안경다리는 사실 이름 없는 다리다. 물에 비친 모습이 안경 같아서 슬쩍 그리 부른다. <류혜숙 전문기자>

◆ 두리봉 아랫길


'대구대표 도시숲'의 데크 스탠드 옆으로 난 램프를 오르면 성당못 서편 두리봉 아랫길이다. 딱. 딱. 딱. 딱. 바둑돌 놓는 소리 대단하다. 딱따구리가 떼로 와도 이기지 못할 거다. 단호하고, 머뭇대고, 기세에 찼다가 소심해지는 그 소리가 영화처럼 좋다. 길 따라 운집한 사람들이 수백 명은 될 듯하다.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선 사람들, 두 손을 무릎 사이에 끼우고 앉은 채 모든 것을 들여다보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 조심스럽게 기가 죽는 모습들, 서로 나누는 짧은 안부들이 또한 좋다. 강돌로 장식한 기둥을 가진 파고라와 오래된 두리봉 화장실은 옛 모습 그대로다. 두리봉 화장실 옆에 있던 산장 같던 매점은 가림막에 싸여 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사랑해 밥차'는 주변을 물청소 중이다. 문화예술회관 끝에서 성당로로 이어지는 이 길을 나 혼자 두리봉 아랫길이라 부른다. 기원길이라 부를 때도 있고 산장길이라 부른 적도 있고 '반도지'길이라 부르기도 한다.


반도지는 두리봉 아랫길과 성당못 사이에 숨은 듯 자리한다. 한반도 모양이라 반도지(半島池), 연못 안 작은 섬은 대구다. 언제, 왜 만들었는지 아무도 모르고 성당못 데크길에도 속하지 못한 작고 외로운 못이다. 반도지는 부산 기장 즈음에서 성당못과 수로로 연결되고 두만강 즈음에서 안경다리를 지나 성당못과 연결된다. 외로운 자리지만 순환의 고리에 엮어 있다. 안경다리는 사실 이름 없는 다리다. 물에 비친 모습이 안경 같아서 슬쩍 그리 부른다. 제주도 자리 즈음에 거북이 한 마리가 꼼짝 않고 있다. 오호, 남생이인가. 아무래도 두류공원은 십 수 년 만에 내가 다시 보러온 것을 기뻐하는 듯하다.



>>여행정보

대구도시철도 1호선 서부정류장역에 내리면 가깝다. 1번 출구로 나와 약 688m, 도보로 10분 이내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달구벌대로 성서방향으로 가다 두류네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두류공원로, 두류공원네거리에서 우회전해 약 500m 가면 오른쪽에 공원 주차장이 아주 넓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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