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는 "감각하는 순간을 의식적으로 자주 만드는 것이 뇌를 평생 젊게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본인 제공>
백세 시대라는 축복 뒤에는 '나를 잃어버리는 병'인 치매에 대한 공포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나이가 들면 뇌 쇠퇴를 당연한 순리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현대 뇌과학은 뇌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스스로를 재조직하는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을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 뇌는 쓰기 나름이며, 평생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후각을 중심으로 치매 기전을 연구해 온 세계적 권위자인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가 지난 11년간 영남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묶어 신간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감각의 뇌과학'을 펴냈다. '향기 박사'로도 통하는 문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뇌 성장을 이끄는 핵심 자양분은 바로 '일상의 감각'"이라며 "오감을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자극을 꾸준히 경험할 때 뇌 신경망은 끊임없이 깨어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 머리를 사용하는 방식이 바뀔 뿐이다. 젊을 때는 습득이 빠르지만, 어른이 되면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깊이 생각하는 '지혜의 뇌'로 성장한다"고 부연했다. 그에게 '늙지 않는 뇌'의 비결과 치매를 이겨내는 감각의 과학에 대해 들어봤다.
신간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감각의 뇌과학'
▶'뇌를 젊게 유지하는 비결이 코끝과 손끝에 있다'고 했다. 지적 활동보다 코끝과 손끝을 자극하는 감각 자극이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
"둘 중 하나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감각 자극이 뇌에 원재료를 공급한다면, 지적 활동은 그 재료를 지식과 지혜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다만 오감, 특히 코끝(후각)과 손끝(촉각)을 강조하는 이유는 코와 손이 뇌 전체를 가장 광범위하고 깊게 자극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거의 100%가 기억력 감퇴 전에 후각 상실을 겪는다는 사실이 놀랍다.
"후각은 기억·감정과 깊이 얽혀 있다.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이 시작될 때 독성 단백질이 가장 먼저 쌓이는 곳이 바로 이 후각 신경과 관련된 뇌 부위다. 인지 기능이 정상인 단계에서도 이미 후각 시스템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억 감퇴보다 후각 상실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다."
▶후각을 이용한 치매 조기 진단의 전문가로서, 인류가 치매라는 공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저희 연구진은 치매 이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시점에 콧물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등의 바이오마커를 분석해 치매 위험군을 선별하는 기술을 확보해 가고 있다. 비침습적인 이 방법이 임상에 자리 잡는다면, 수년에서 10년 앞서 치매를 예측할 수 있고 조기 발견 시 발병을 억제하거나 진행을 극적으로 늦출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치매는 통제 불가능한 불치병이 아니라, 조기에 발견해 품위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다가올 것으로 확신한다."
▶뇌 건강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감각 루틴'을 제안한다면.
"네 가지 전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후각 훈련'이다. 매일 아침 커피향을 오른쪽, 왼쪽 코를 번갈아 막고 맡으며 자가 점검을 하라. 양쪽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면 주의 신호다. 아침·저녁으로 네 가지 향(장미, 레몬, 민트, 계피 또는 생강)을 10초씩 맡되 12주마다 향을 바꿔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면 좋다. 둘째는 '기본 습관'으로, 뇌가 독성노폐물을 씻어내는 숙면(7~8시간)과 장-뇌 축을 살리는 고섬유질 식사, 유산소 운동이 중요하다. 셋째는 뇌의 운동·시각·언어 영역을 동시에 자극하는 '손 글씨 필사'이며, 마지막은 뇌 회로를 전방위로 가동해 뇌 염증을 낮춰주는 '타인과의 눈맞춤 대화'다. 고립된 뇌는 퇴화하고, 연결된 뇌는 회복한다."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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