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부부 되면 오히려 손해” 혼인신고 미루는 신혼부부들

  •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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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20 19:35  |  수정 2026-05-21 14:35  |  발행일 2026-05-20
혼인신고 ‘필수’에서 ‘선택’으로 인식 변화
지난해 신혼부부 5쌍 중 1쌍 신고 미뤄
“사실혼, 상속권 없어 법적 보호 한계”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부부'. 사회·경제적으로 공동생활을 함께 하며, 상호 협력·보호 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를 법제화한 제도는 '혼인신고'다. 부부란 제도적 신분과 지위가 부여돼 법적 가족관계가 형성된다. 결혼에 대한 서로간의 확신을 매조지하는 마지막 절차인 셈이다. 그러나 '서류상 부부'를 잠시 거부하며 임시적으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 같은 트렌드는 최근 신혼부부 사이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주요 원인은 '집'이다. 부부 소득에 따라 주거 정책에 제한을 두는 '결혼 패널티'가 발목을 잡은 것. 영남일보가 부부의 날(5월21일)을 맞아 결혼 후 혼인신고를 미루는 '전략적 사실혼'을 택한 대구지역 신혼부부들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직접 들어봤다.


◆신혼부부 5쌍 중 1쌍 혼인신고 1년이상 미뤄


20일 오전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카페에서 사실혼 상태로 지내고 있는 김은경(가명·28·대구 동구 효목동)씨 부부가 혼인신고를 미루게 된 이유에 대해 취재진에게 말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20일 오전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카페에서 사실혼 상태로 지내고 있는 김은경(가명·28·대구 동구 효목동)씨 부부가 혼인신고를 미루게 된 이유에 대해 취재진에게 말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지난달 결혼식을 올리고 남편과 시부모님 댁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김은경(가명·28·대구 동구 효목동)씨는 당분간 혼인신고를 할 생각이 없다. 아직 뚜렷한 주택 마련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법적 부부가 됐다가 추후 주택청약이나 대출 등 각종 금융 혜택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부부 소득이 합산돼 정부의 저금리대출 자격 기준에서 멀어지게 된다"며 "언제 내 집 마련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를 안고 서류를 합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장 서류상 남남으로 살아가더라도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은 전혀 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을 봐도 제도적 페널티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중에 아이를 낳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시점이 오면 (혼인신고를)하자고 합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구 중구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박성호(가명·43)씨는 2021년 8월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혼인신고 '도장'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난해 11월에야 찍었다. 부부 모두 공무원인 탓에 맞벌이 소득을 합치면, 디딤돌 대출 등 정부의 저리 정책 대출 소득 기준을 훌쩍 넘길 수밖에 없어서다. 박씨는 "공무원은 9급끼리 결혼해야 겨우 정부 대출 기준에 맞을까 말까 한 구조"라며 "법적 부부가 되는 순간 저금리 대출이 막혀 집을 구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혼인신고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들 부부가 서류상 '남남'을 유지한 채 2022년 첫아이를 출산했을 당시 박씨는 직접 구청을 찾아 출생신고를 했다. 엄마가 신고하면 미혼모로 등록돼 절차가 복잡해지지만, 아빠가 신청하면 혼인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간소한 절차 후 출생신고가 가능해서다. 이후 부부는 각자 미혼 상태에서 생애 최초 대출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법적 부부가 됐다. 박씨는 "자산 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월급은 정해져 있는데 제도적 페널티 때문에 굳이 비싼 이자를 낼 이유는 없다"며 "요즘 세대에게는 도덕적 명분보다 가계 경제를 지키는 사실혼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출 땐 부부합산 소득기준 개인의 2배 등 현실화 필요"


혼인신고 1년 이상 미룬 건 수. 국가데이터처 메타데이터(신고연도,신고월,실제결혼연도,실제결혼월 분석) 토대로 ai 생성

혼인신고 1년 이상 미룬 건 수. 국가데이터처 메타데이터(신고연도,신고월,실제결혼연도,실제결혼월 분석) 토대로 ai 생성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5~39세 기혼남녀 500명(남녀 각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결혼 인식 조사 토대로 AI 생성.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5~39세 기혼남녀 500명(남녀 각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결혼 인식 조사 토대로 AI 생성.

20일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결혼 후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룬 신혼부부는 2021년 2만8천92쌍(전체 혼인신고 부부 중 14.6% 비중), 2022년 2만9천348쌍(15.3%), 2023년 3만2천486쌍(16.8%), 2024년 4만2천273쌍(19.0%), 지난해 4만7천96쌍(19.6%)으로 '전략적 사실혼' 관계가 수년간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혼인신고를 유예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단연 '내 집 마련'이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5~39세 기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 결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로 꼽은 답변 중 '미혼 상태가 신혼집 마련에 유리해서'가 1위(56.8%)를 차지했다.


일례로 주택도시기금의 대표적인 저리 상품인 '디딤돌 대출'은 시중은행보다 금리(연 2.85~4.15%)가 낮아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미혼자는 소득 상한이 연 7천만원인 반면, 혼인신고를 마친 신혼부부는 합산 8천500만원으로 제한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각자 연봉이 4천만원만 넘어도 대출 대상에서 자격을 잃게되는 셈이다.


전문가는 혼인 여부라는 형식적 기준이 아닌 자산 수준을 중심으로 금융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은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집값은 낮을지 몰라도 정책 대출 기준은 전국에 공통 적용되다 보니, 신혼부부들이 체감하는 내 집 마련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라며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듯 신혼부부의 주택담보대출 시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개인 기준의 2배 수준(연 1억 4천만원 등)으로 상향하거나, 부부 중 소득이 낮은 배우자의 소득 일부(30~50%)를 공제해 주는 등 실질적인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선 혼인신고를 유예하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만큼, 이에 따른 법적·제도적 사각지대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률혼과 달리 사실혼은 민법상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아 관계가 파탄날 경우 재산분할이나 권리 관계를 입증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정의' 김설 변호사는 "민법상 배우자의 상속권은 혼인신고가 되어 있는 법률혼 배우자만을 한정적으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교제하며 동거한 수준으로는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당사자 간 결혼한 사이라는 합의가 있어야 하고, 결혼식이나 웨딩촬영 등 부부공동생활을 영위했다고 볼 만한 '혼인의 실체'가 확실히 존재해야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의 재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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