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경북 의성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예정부지를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대구 군위군 소보면 도산1리 마을에서 모내기에 앞서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TK공항(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건설 사업이 6·3 대구시장 선거에서 최대 변수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모내기 행사' 참석차 대구 군위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TK공항 지원을 시사하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1조원 자금 확보와 특별법 개정을 꺼내들며 호응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노골적 선거 개입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크게 반발하면서 대구지역 선거가 격랑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대구 군위군 소보면을 찾아 농민들과 모내기 행사를 함께했다. 소보면은 인근 의성군 비안면과 함께 TK공항이 들어설 예정지다. 이 대통령은 대구시·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TK공항 사업 추진 경과를 보고받은 뒤 "재원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업 장기화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 규모와 재정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현장 관계자들에게 꼼꼼히 물었다.
행사 후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TK공항은 도심 군공항(K-2) 이전을 통해 주민의 오랜 불편을 해소하고 국가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사업 장기화로 인한 재정 부담과 각종 리스크가 지방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문제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군 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최초 사례인 만큼, 관계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 주길 당부했다"고 적었다. 이는 재원 조달 문제로 수년째 답보 상태인 TK공항 사업의 책임과 부담을 중앙정부가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관권선거'로 규정하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언석(김천) 원내대표는 2016년 총선 직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민주당이 '선거 개입'이라며 맹비난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이) 누가 봐도 명백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을 언급하며 선거 행보를 기획한 청와대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법적 조치에 착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구시장 후보 간 인식 차이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부겸 후보는 같은 날 SNS를 통해 "대통령의 관심에 대구시장의 의지를 포개면 일 추진이 훨씬 쉬워진다"며 "1조원을 사업 착수비로 우선 확보해 놓고 당론으로 법 개정도 약속드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방문과 언급에 대해 여당 후보가 구체적인 정책과 재원으로 '공조'를 확인한 것이다.
추경호 후보는 이 대통령의 TK공항 지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추 후보는 "대구시민이 원한 건 국가 주도 추진에 대한 책임 있는 결단인데, 정작 대통령은 수박 겉핥기식 방문으로 안타깝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의식한 영남권 마실(방문)이 계속된다면, 이번 선거는 오만한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16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와 달구벌 관등놀이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나란히 앉아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6·3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들은 이날 지역 주요 행사장을 돌며 유권자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꺼내든 '공항 카드'가 최근의 판세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던 김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에 반발한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최근 박빙 양상으로 좁혀진 상태다. 영남권 핵심 숙원 사업인 TK공항을 고리로 보수결집 흐름에 맞불을 놓으려는 여당의 '반전 카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TK공항은 대구에서 단순 SOC 사업을 넘어서는 정치적 의제로 평가된다. 도심 군공항 소음 해소라는 시민생활과 직결된 문제임과 동시에 영남권 거점공항이라는 미래 성장축이란 의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TK공항 의제는 향후 예정된 TV토론회 등 양자 맞대결 무대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의 전폭적인 공조체제를 내세워 '실천력'을 부각하려는 김 후보와, 알맹이 없는 '관권선거'이자 '공수표'라며 날을 세울 추 후보 간의 치열한 프레임 공방이 토론회를 통해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김 후보는 TK공항특별법 개정을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복기왕 의원을 캠프로 초청했으며, 복 의원은 향후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9~2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에 참석한다. 일각에선 TK지원에 대한 추가 언급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향후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실질적인 지원 여부가 대구시장 선거전의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치·선거 컨설팅업체 엘엔피파트너스 이주엽 대표는 "선거구도가 막판으로 갈수록 혼전 양상을 띠기 때문에 여당이나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대구·경북 지역에 표를 얻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표심을 얻기 위해 좀 더 실효적이고 효과적인 지원 방안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러한 행보가 지역 민심에 어느 정도 호소력을 가지고 먹혀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김부겸인물론' 효과에다 집권 여당으로서의 이점이 함께 작용한다면 막판까지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혼전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TK공항 건설은 대구 도심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통합 이전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군위·의성 공동후보지 선정, 특별법 제정 등 대부분 절차는 마쳤지만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특별법에 명시된 '기부 대 양여'라는 사업 구조 방식 때문이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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