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직전, 대구·경북 경기 살아나고 있었다

  • 이지영·이나영
  • |
  • 입력 2026-05-03 07:29  |  수정 2026-05-03 07:55  |  발행일 2026-05-03
매출 대구 5.50%·경북 4.72% 증가…의료대란 후 정상화 영향
도소매·외식 등 서민 자영업은 정체…회복은 의료·교육에 집중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 영남일보 분석 결과 대구 중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 합산 매출이 9.94% 늘어 8개 자치구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이나영 기자>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 영남일보 분석 결과 대구 중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 합산 매출이 9.94% 늘어 8개 자치구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이나영 기자>

중동전쟁이 터지기 석 달 전. 대구·경북 경제에 회복 신호가 보였다. 계엄 사태 이후 1년 넘게 가라앉아 있던 매출 그래프가 위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자영업 전 업종으로 번지지는 못했다. 병원과 학원에는 환자와 학생이 몰린 반면, 슈퍼마켓과 정육점, 생선가게 앞에는 손님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 대구 5.50%·경북 4.72% 매출 증가


영남일보가 국세청 '지역 경제지표'에 담긴 50만 건 규모의 카드·현금영수증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대구의 카드·현금영수증 합산 매출은 1년 전보다 5.50% 늘었다. 경북은 4.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3.59%)을 대구는 1.91%포인트, 경북은 1.13%포인트 웃돌았다. 물가 상승분을 걷어낸 실질 매출도 대구 3.50%, 경북 2.56%로 두 지역 모두 플러스였다. 명목이든 실질이든, 자영업 경기는 분명히 살아나고 있는 신호였다.


<그래프=생성형 AI>

<그래프=생성형 AI>

회복은 비수도권에서 시작됐다. 17개 시도 가운데 상위권은 비수도권 광역도·광역시가 차지했다. 제주가 8.52%로 1위, 부산 8.16%, 세종 7.08% 순이었다. 대구는 6위, 경북은 11위에 올랐다. 서울만 -0.22%로 유일하게 뒷걸음질했다.


대구의 회복은 한 번 반짝하고 끝나지 않았다. 12월 5.45%, 1월 5.59%, 2월 5.46%. 석 달 내내 5%대를 유지했다. 계절 특수나 일시적 반등으로 보기에는 흐름이 일정했다.


경북은 회복세이긴 했지만, 안정적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12월 5.43%로 시작했다가 1월 1.22%까지 주저앉은 뒤 2월 7.79%로 다시 뛰었다. 1월 둔화는 경기 부진이 아니라 설 명절이 옮겨간 통계 효과로 보였다. 지난해 1월 29일이었던 설이 올해는 2월 17일로 밀리면서, 작년 1월에 잡혔던 명절 매출이 올해는 2월로 옮겨갔다. 경북 정육점 매출이 1월 -24.29%에서 2월 +98.80%로, 생선가게가 1월 -12.39%에서 2월 +60.02%로 한 달 만에 반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12월과 2월을 묶어 보면 경북도 회복은 회복이었지만, 대구만큼 단단하지는 않았다.


◆ 의료·교육은 살아났지만 도소매는 제자리


회복은 교육과 의료 등 고가 필수 지출에 몰렸다. 3개월 합산 실질 매출 기준 대구는 의료 8.94%, 교육 9.49% 늘었다. 경북도 의료 5.40%, 교육 9.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건·교육 물가는 1% 안팎에 머물렀다. 가격 인상이 아닌 실제 병원과 학원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다. 의료 매출 반등은 의료대란 정상화의 효과로 풀이된다.


대구·경북은 의료대란 충격이 전국에서 가장 컸던 지역 중 하나다. 지난해 1월 대구 전공의 출근율은 3.0%로 17개 시도 가운데 최저였다. 대구·경북 20개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지원율도 5.4%에 그쳤다. 1년 6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이 지난해 8월 봉합되고 9월부터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하면서, 미뤄졌던 진료와 수술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처리됐다. 공백이 컸던 만큼 반등 폭도 다른 지역보다 큰 것이다.


<그래프=생성형 AI>

<그래프=생성형 AI>

서민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도소매는 회복의 흐름이 더뎠다. 명목 매출은 대구 4.48%, 경북 3.14% 늘었지만, 실질 매출은 대구 1.11%, 경북 -0.22%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가 각각 3.33%, 3.37% 올랐다. 매출 증가분의 대부분이 가격 인상인 셈이다. 슈퍼마켓·정육점·생선가게에서 소비자가 쓴 돈은 늘었지만, 사실은 물가가 오른 만큼 더 지불한 것이었다. 손님이 더 와서가 아니라, 물건 가격이 올라서 매출이 오른 착시였다.


대구의 한 꽃집 앞에 꽃이 진열돼 있고, 주인이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 <이나영 기자>

대구의 한 꽃집 앞에 꽃이 진열돼 있고, 주인이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 <이나영 기자>

음식업중앙회 대구지부 관계자는 "매출이 오른 것은 맞지만 경기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가와 객단가가 오른 데다 정부 지원금 사용분까지 매출로 잡히다 보니 숫자만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배달앱 수수료에 식재료비, 인건비, 공과금까지 같이 올라 손에 쥐는 게 늘었다고 말할 처지가 못 된다"며 "그때만 해도 그래도 희망은 있었는데, 중동전쟁 이후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석유·플라스틱 원자재 수급까지 흔들리면서 요식업 현장은 다시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인구 많은 곳일수록 회복 약했다


경기는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대구는 고가 소비 거점 구군이 회복을 끌었고, 경북은 22개 시군 모두 매출이 늘었다. 다만 경북에서도 인구·산업이 몰린 도시일수록 회복이 약했다. 구미(2.92%)·경산(2.63%) 같은 산업 거점 도시가 경북 평균(4.72%)을 밑돌았다.


<그래프=생성형 AI>

<그래프=생성형 AI>

대구에서 3개월 합산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중구였다. 9.94%로 1위에 올랐다. 서구 8.12%, 수성구 8.05%가 뒤를 이었다. 구군별 회복에는 지역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교육 도시' 수성구는 교육업이 15.80% 늘어 8개 자치구 중 1위였다. 영남대병원이 있는 남구는 의료업이 16.91%로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경북대병원이 있는 중구도 의료가 14.92% 증가했다. 서구는 도소매가 12.67%로 두 자릿수 늘어 서민 상권 회복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대단지 입주가 잇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새로 들어온 가구의 생활용품·식료품 소비가 매출에 반영된 것이다.


반면 인구가 가장 많은 북구(3.53%)와 달서구(3.34%)는 대구 평균(5.50%)을 밑돌았다. 두 자치구에 대구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산다는 점에서, 대규모 주거지의 회복은 오히려 더뎠다. 경기 회복이 있었지만 시민 다수의 일상에는 닿지 못했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회복은 의료·교육 등 고가 지출이 이끌었을 뿐, 서민의 생활 소비까지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군위군은 -12.82%로 9개 자치구·군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했다.


대구의 한 간식 가게에서 상인이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이나영기자>

대구의 한 간식 가게에서 상인이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이나영기자>

경북은 22개 시군이 모두 매출이 늘었다. 단 한 곳도 마이너스가 없었다. 특히 의성군이 눈에 띄었다. 15.73%의 성장률을 보이며 1위에 올랐다. 지난해 3월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옷가게·곡물가게·식료품가게 등 생활·복구 관련 업종이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산불 복구 자금 유입이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박사는 "대구·경북의 의료·교육 소비 회복은 경기가 호전됐다기보다 위축됐던 소비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실질적 회복이 되려면 외식·관광·숙박 등 소상공인 중심 업종 매출이 함께 살아나야 한다. 특정 업종에만 소비가 몰린 지금 상황을 전반적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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