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노알라’, 아이들 일상에 퍼진 비하
주말 오전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아들이 말다툼을 벌였다. 기침 소리에 '부엉'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였다. 처음에는 왜 이게 다툼이 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특정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들이 사용한 단어는 이른바 '일베 용어'다. '일베'는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줄임말이다. 이곳에서는 특정 정치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표현이 놀이처럼 소비된다. '운지', '노알라', '부엉' 등이 대표적이다. '운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방식을 비틀어 만든 표현이고, '노알라'는 얼굴 이미지를 합성해 희화화한 단어다. '부엉' 역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장소인 부엉이바위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이 표현들은 청소년 사이에서 밈처럼 퍼져 있다. 대화 중 추임새처럼 붙이고, 의미도 이해하지 못한 채 습관이 되어 반복하고 있다. 문장 끝에 '~노'를 붙이는 말투도 같은 맥락이다. 경상도 사투리 어미를 차용해 특정 인물과 지역을 동시에 희화화하는 방식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입 경로는 일부 게임 유튜버와 온라인 콘텐츠다. 자극적인 표현과 빠른 호흡의 영상이 결합되면서 청소년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생각 없이 따라 하고, 반복 사용하면서 익숙해진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다. 게임 공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올해 초 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가상공간이 만들어졌다. 봉하마을을 배경으로 한 맵에 부엉이바위를 연상시키는 구조물이 등장하고, 캐릭터가 특정 장면을 반복 재연했다. 채팅창에서는 비하 표현이 쏟아졌다. 해당 콘텐츠는 현재 삭제됐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캐릭터 이미지를 프로필이나 이모티콘으로 변형해 계속 사용하고 있다. 남의 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집 안에서도 일상이 되고 있었다. 아이들의 대화 속에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아이들을 불러 앉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그냥 대통령', '전 대통령'이 전부였다. 화를 내기보다 설명해주고 싶었다. 노 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너희가 함부로 조롱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영화 '변호인'을 함께 봤다. 초반에는 가벼운 장면에 웃음을 보이며 팝콘을 먹던 아이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말이 줄었다. 불법 구금과 고문, 공권력의 폭력성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표정이 바뀌었다. 극 후반, 변호사들이 집단으로 변론에 나서는 장면에서는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제야 묻는다. "엄마, 이 변호사가 노무현 대통령이야?" 그동안 장난처럼 쓰던 표현의 대상이 누구였는지 비로소 이해한 표정이었다. 별도의 설명보다 한 편의 영화가 더 빠르게 인식을 바꿨다. 이내 '잘못했습니다'가 따랐다. 깊이 반성하는 눈빛이었다. 청소년 사이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이 의미 없이 반복되고 있다.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 채 단어만 따라 쓰는 경우가 많다. 표현은 빠르게 퍼지지만,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그대로 둘 일은 아니다.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짚어줄 필요가 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