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와 열정이 쌓이는 중’…대구 해커톤 현장을 담다
"예쁠 때 찍자! 지금이 가장 정상일 때니까" 해커톤에선 원래 폐막 때 단체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참가자들이 이틀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행사. 그래서 모두가 "가장 정상적이고 예쁠 때"를 택했다. 결과는 만족. 아직 웃고 있는 얼굴들을 봐선, 역시 옳은 결정이었다. "출발 방식은 달라도 목적지는 하나!" 누구는 현장에서 막 받은 로봇 키트를 뜯어 조립부터, 누구는 이미 준비해온 키트를 꺼내 코딩부터 시작했다. 방식은 달라도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팀들. 정답은 없다. 저마다의 스타일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레이스가 펼쳐졌다. "사장님도 신난 현장, 열기에 덩달아 즉석 공약!"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에 감탄한 손인락 영남일보 사장님. "추가 상을 만들어야겠다!"며 현장에서 즉석으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로봇이 말을 안 듣는다? 다시 시작하면 되지!" 로봇이 갑자기 멈추었다. 당황은 잠깐. 계명대 4학년 팀은 곧바로 "으샤으샤! 다시 하면 돼"라며 작업을 처음부터 재개했다. 실망보다는 웃음, 포기보다는 도전. 이 팀,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청춘들이다. "로봇이 굳이 해야 할까? 그냥 내가 하지!" 팀 이름부터 귀여운 '1학년들'. 로봇이 큐브 맞추는 작업을 설계했지만, 한 친구가 직접 나섰다. 결과는 1분도 안 걸린 "큐브 완성!" 옆에서 따봉 날리는 팀원의 표정이 말해준다. 이미 이들은 이 무대를 즐기고 있다. "23시간째, 복도는 최고의 침대" 벽에 기대 잠든 참가자들. 누군가는 소파에 몸을 맡기고, 또 누군가는 강의실 책상에서 쪽잠을 잔다. 23시간의 열정 끝에 찾아온 소중한 휴식. 복도의 소파와 차가운 벽마저 포근하고 달콤한 꿈을 선물한다. 하지만 아직 20시간 이상이 남았다. "중학교 동창들의 재결합, 목표는 환경!" 참가자 중 유일한 유닛 팀은 중학교 동창들. 한 친구가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을 하며 떠올린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예상 밖의 적수 등장. 페트병을 구분하는 카메라가 말을 듣지 않는다. 로봇보다 더 까다로운 이 '말썽쟁이 카메라'에 맞서, 이들의 진짜 승부가 시작됐다. "세계가 함께한 이 순간, 엘살바도르도 주목했다" 대구 참가자들의 화면이 세계 여러 도시와 나란히 송출됐다. 파리, 뉴욕, 뮌헨, 튀니지, 브라질, 그리고 대구. '로봇 해커톤'이라는 이름 아래 연결된 글로벌 네트워크. 엘살바도르 정부 공식 계정에도 포착됐다. 대회는 지금, 전 세계와 함께 뛰고 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