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반찬 리필 앞에 선 ‘사장님’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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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9 06:00  |  발행일 2026-02-09
반찬 리필 앞에서 멈춰 선 사장님들
인심으로 버텨온 장사, 계산이 먼저
무료 반찬의 관행이 흔들리는 이유
리필을 두고 시작된 사장들의 고민
버티는 장사, 인심에도 한계가 왔다
이지영 디지털팀장

이지영 디지털팀장

고물가 시대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의 한숨도 일상이 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왔다. 그 과정에서 자영업계의 지형도 달라졌다. 한 차례 구조조정을 거치며 경쟁력이 약한 가게는 정리됐고, 버틸 수 있었던 가게들만 남아 장사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비용 부담이 다시 불어나면서 이들마저 버틸 수 있을지를 다시 따지게 됐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반찬 유료화'를 둘러싼 투표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이익을 더 챙기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식자재 가격 부담은 커졌지만, 밑반찬은 서비스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던 문제가 결국 투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투표 결과는 엇갈렸다. 총 1천367명 가운데 찬성은 524명(38.3%), 반대는 843명(61.7%)이었다. 찬성 측은 식자재 가격 상승과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먹지도 않을 반찬을 잔뜩 가져가 남기는 걸 보면 비용을 받는 게 맞다", "국밥 하나 시키고 김치와 깍두기를 계속 리필하면 적자다"는 말들이 이어졌다. 반찬이 인심이던 시절을 버티기에는 원가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하소연이다.


돌이켜보면 낯선 장면도 아니다. 나 역시 국밥집 셀프바에서 김치를 여러 번 떠먹은 적이 있고, 고깃집에서 상추를 몇 번이나 더 달라고 한 기억도 있다. 배춧값과 상춧값이 올랐다는 걸 알면서도, 사장은 웃으며 내어줬다. "혼자 와서 국밥 하나 시켜 먹고 반찬을 계속 리필하면 적자다"라는 말이 이제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찬 유료화가 '인심 없는 가게'라는 인식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 식당은 원래 인심으로 장사하는 곳", "반찬값을 받기 시작하면 단골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영업자에게는 반찬 추가가 반복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손님들에게는 당연한 서비스로 여겨지는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보인다.


이런 논쟁이 불거진 배경에는 외식비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을 보면, 대구지역 김밥 가격은 지난해 1월 3천원에서 12월 3천250원으로 1년 새 8.3% 올랐다. 삼겹살은 같은 기간 1만7천598원에서 1만7천974원으로 2.1% 상승했다.


문제는 이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비용은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외식업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무료 반찬'이라는 관행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읽힌다.


씁쓸하다. 반찬은 인심이라는 말로 버텨온 한국 식당의 관행마저 고물가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대구에서는 이 변화가 더 뼈아프다. 가게 하나가 문을 닫으면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주변 상권과 지역 경제도 함께 흔들린다. 대구의 지역내총생산 성장률은 2024년 –0.8%, 2025년 –1.2%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0.8% 반등이 예상되지만, 전국 전망치 1.9%에는 한참 못 미친다.


반찬 유료화는 단순히 가격표를 붙일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다. 버틸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가를 묻는 질문에 가깝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더는 여유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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