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대구경북 대학들이 교육부의 '엇박자 행정'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글로컬대학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5년간 최대 1천억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대구와 경북에선 안동대·경북도립대 통합 모델인 경국대와 포스텍, 경북대, 대구한의대, 한동대, 광주·대전 보건대와 연합한 대구보건대까지 포함해 6개 대학이 선정됐다. 선정될 당시 엄청난 기쁨과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지금 대학 현장에선 '빛 좋은 개살구'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글로컬대학들은 공통적으로 예산집행의 비현실성, 행정의 불확실성, 과도한 평가 압박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균등 배분이 아닌 후반부로 갈수록 예산을 몰아주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1차 년도 50억원, 2차 100억원, 3차 200억원, 4차 250억원, 5차 400억원이다. 예산 지급 시점도 대학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3월이 아니라 9월 이후 연말이다. 대학이 교비로 먼저 집행하고 국비로 대체하는 기형적인 '외상 운영' 구조다. 국비가 줄면서 매칭으로 약정된 지자체 예산 집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예산 집행구조는 혁신을 시작해야 할 1~2차 년도에 예산이 부족해 대학들이 초기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한다. 대학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장기 프로젝트가 표류할 우려도 있다. 실제 교육의 질을 높이는 사업 대신, 보고서 상으로만 혁신에 집중할 수 있다. 평가 시스템도 문제다. 교육부는 S~D 등급으로 분류해 C등급부터 예산을 삭감하고 D등급(2회)은 퇴출시킨다. 탈락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예산도 환수한다. 자칫 글로컬대학들이 혁신적인 도전보다 '평가 점수 따기'에 급급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글로컬대학 행정의 불투명성이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됐다. 이재명 정부가 윤 정부의 '브랜드'를 순순히 이어갈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내세우고 있어 더욱 그렇다. 교육 예산이 한정돼 있어, 이재명 정부가 글로컬대학 예산을 조정하거나 성격에 변화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글로컬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꾀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글로컬대학을 지역 소멸을 막는 '파트너'로 대우하고 예산을 제때 집행하고 행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예산 집행구조도 바꿔 글로컬대학의 안정적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탈락과 환수로 압박하는 평가 시스템도 혁신과 성장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조진범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