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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독재자들의 허세
독재자들은 종종 강인한 지도자상을 각인시키기 위해 미디어 노출로 대중조작(大衆操作·mass manipulation)을 한다. 가장 유치한 대중조작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퍼포먼스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상의를 벗고 선글라스를 낀 채 말을 타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곤 한다. 외국을 방문하면 유도복을 입고 상대를 업어치기 하는 장면도 연출한다. 김정은은 백두산에서 백마를 타는 모습을 보이면서 백두혈통의 지도자상을 각인시킨다.이들의 행동은 자국민에겐 강력한 지도자상을 심어주고, 상대국엔 "우리에게 대들면 좋지 않다"는 신호를 주는 일종의 위력과시 이벤트이다. 독재국가들이 거친 말로 상대국을 비난하는 것도 상대를 겁박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비슷한 행동이 자주 반복되면 효과가 반감된다. "또 쇼하네"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알프스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꼬는 장면이 연출됐다.존슨 영국 총리 등은 "우리 다 함께 재킷을 벗을까. 푸틴보다 더 터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웃통을 벗고 말을 타자"는 조롱이 나왔다. 독재자들의 자기과시 내면에는 불안과 약함을 상쇄하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 그들이 최첨단 정찰위성에 포착되어 살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동선(動線)을 극비리에 부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자신의 신변보호에 지나치면 모든 것을 의심하는 편집증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화합과 안정이라는 공동번영의 장에 동참하는 열린 마인드가 아쉽다. 김신곤 논설위원
[자유성] 윤리경영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ESG 경영'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기업들은 사회공헌과 함께 윤리경영을 중요시했다. 특히 윤리경영은 국내 기업들이 2000년대 들어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 꾸준한 확산 추세를 보였다. 기업의 경영성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기업윤리 의식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잃으면 결국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공감대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포스코만큼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기업도 드물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993년 윤리강령을 만들었던 포스코는 2003년 6월 윤리 규범을 제정·선포하며 윤리경영을 본격 시작했다. 포스코가 윤리경영을 추진하게 된 큰 배경 가운데 하나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된 민족기업, 국민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또 지배주주가 없는 전문경영인 기업으로서 시장에 대한 우월적 지위 행사, 부패의 개연성이 크다는 오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도 인식됐다. 윤리경영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포스코가 최근 사내에서 발생한 여직원 성폭행 사건으로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코는 윤리경영 선포 이후 성희롱·폭력,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등 사내 윤리경영 캠페인을 계속 펼쳐왔다. 또 성 윤리 위반 등 4대 비윤리 관련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시행 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교육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 왔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윤리경영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부장
[송국건정치칼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에서 나오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사는 양산 평산마을은 진보진영의 성지(聖地)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야당 정치인들이 교대로 다녀온 뒤 근황을 전하고 소감을 밝힌다. 문 전 대통령 본인도 이미 '사저 정치'를 시작했다.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SNS에 올려 지지층에게 존재감을 알린다. 정치적 메시지는 담지 않는다고 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여전히 정치적 팬덤을 갖고 있는 인물의 모든 메시지는 정치적이다. 퇴임 전 '잊힌 삶'을 살고 싶다고 한 건 빈말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시골마을에서 생활 한복을 입고 흰 수염을 휘날리는 모습 자체는 분명 낙향해 초야에 묻힌 모습인데,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매우 요란하고, 앞으로 평산마을발 이슈들이 쏟아질 거란 예감도 든다.평산마을에서의 겉과 속이 다른 생활을 두고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고도의 자기방어 전략이란 해석마저 나온다. 산업부 블랙리스트와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연결된 의혹이 무수히 많다. 그 수사를 막으려고 임기 말에 무리하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했다고 보는 측도 있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하다가 4번 좌천당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그런 시각이 강하다. 최근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대대적인 검찰 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권 주변을 수사했던 검사들을 전진 배치한 일도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검찰과 문 전 대통령의 숨바꼭질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과 노무현 전 대통령 진영이 벌인 공방이 떠오른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내려가 오리농사를 짓고 있는 사이에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서울 여의도의 측근 국회의원들이 "정치탄압"을 주장하며 저항선을 쳤다. 그래도 검찰의 대면 조사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국민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대형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민망한 모습이 연출됐다. 문 전 대통령이 그런 꼴을 당하진 않아야겠지만 새로 포진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다. 검수완박 입법의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속전속결 수사에 나설 태세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에서 나오라고 하는 건 사법리스크 때문이 아니다. 우리나라엔 전직 대통령 문화가 없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우리 헌정사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낙향한 건 새로운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지만 재임 중 있었던 일로 실패했다. 문 전 대통령은 두 번째 낙향한 전직 국가지도자다. 낙향한 의미는 뭘까. 다 잊고 이젠 은퇴다? 이룰 거 이뤘으니 이제 국민보다는 내 삶이 중요하다? 5년 동안 국민을 위해 봉사한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하면 다음 정부의 국민 생활이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을 끄는 일이 과연 올바른 자세일까. 정권의 이념적 성격은 달라도 국민은 같은 국민이다. 재임 중 자기편 국민만을 위해 봉사한 대통령이 아니라면 퇴임 후에도 모든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가령 윤석열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에 장애가 되고 있는 전임 정부의 알박기 인사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재임 중엔 임기가 끝나는 자리의 뒤를 잇는 인사가 불가피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새 정부에 큰 부담을 준다면 각자 대승적 차원에서 거취를 결정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몸은 평산마을에 있어도 좋지만 전직 대통령의 역할은 국민 모두와 함께 해야 한다. 그러면 평산마을의 시위꾼들도 할 일이 없어진다.서울본부장서울본부장
[하프타임] 군민이 빛나는 달성
'엄친아'. 엄마 친구 아들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뜻은 집안 좋고 성격이 밝은 데다 공부도 잘하고 인물도 훤한 모든 면에서 뛰어난 남성을 의미한다. 10여 년 전 '골방환상곡'이라는 제목으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에서 유래됐다. 만화 속 엄마의 잔소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인 "엄마 친구 아들은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 들어갔다는데, 넌 뭐냐"라는 대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 엄친아가 대구 달성에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전국 243개 광역·기초단체장 중 최연소(만 40세)로 당선된 최재훈 달성군수다. 최 군수는 엄친아를 가히 넘어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사람인 '사기(詐欺) 캐릭터(character)'에 가깝다. 부족한 부분을 억지로 찾으려고 해도 못 찾겠다. 공부는 잘했다. 대건고를 수석 졸업한 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고, 연구 중심 공립 대학교인 영국 요크대에서 사회정책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치 경력도 짧지 않다. 만 31세인 2012년 윤재옥 국회의원실에서 정치에 입문한 뒤 2014년 만 32세에 대구시의원 달성군 제2선거구에 출마해 최연소 시의원에 당선됐다. 그 후 추경호 국회의원 보좌진에서 지역 현안을 챙겼다. 여기에 187㎝의 훤칠한 키에 출중한 외모, 축구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 재력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추 경제부총리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다.이 정도 스펙이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당선 이후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한 모습을 보여 대단하고 놀랍다. 이제 남은 건 지역 발전을 위해 온 힘을 쏟는 일뿐이다. 최 군수는 취임식에서 군민들 앞에서 분명 약속했다. '군민이 빛나는 달성'을 위해 4년 동안 분골쇄신(粉骨碎身)하고, 본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과도 차별을 두지 않겠다고. 그리고 소통을 바탕으로 성과 내는 공무원이 우대받는 공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약속만 잘 지킨다면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 최고의 단체장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4일부터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지역 사회에서 최 군수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만큼 각종 현안을 잘 챙겨야겠다. 부디 군민들의 묵은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민선 8기 4년이 되길 바란다.강승규 사회부기자
[월요칼럼] 윤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의 동행은 불가능한가
임기를 1년 남짓 남겨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명운을 좌우할 당 윤리위원회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윤리위는 오는 7일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소명을 듣고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미 당내 이준석 고립화가 심화되면서 '이준석 아웃'을 예단하는 정치권 목소리가 넘친다. 여기에는 정치에서 필수적인 말싸움에서 받아치기 잘하고, 아이디어도 많은 등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자기중심적 언행'에 여의도 정치권이 느끼는 피로감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필자를 포함해 남을 먼저 의식하며 살아온 6070세대 등의 기성세대에게 그는 처음 접하는 '신(新)인류'이다.그런데 그런 그를 보수우파 진영 지지자가 선택해 대표주자로 밀어 올렸다. 그리고 '이준석'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새로움을 갈구하는 시대정신은 대선 승리의 한 축이 되었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내로남불, 공정으로 상징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버텨주는 구도에 '이준석 정신'이 합쳐져 국민의힘은 어부지리로 권력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구도에서 이 대표가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준석 사건'의 본질은 당내 세력을 확장하려는 자들의 권력다툼 과정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준석을 내치면 그를 지지하던 2030들이 대거 이탈해 다음 총선이 힘들 것"이라고 진단한 부분을 주목한다. 이 대표에게 위법행위가 있고 그것을 처리할 수단이 있다면 법대로 하면 된다. 이 대표 스스로 물러서지 않는데 강제로 당 대표에서 퇴진시키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위원장 지적대로 2030세대 뿐만 아니라 많은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과거의 낡고 배부른 '꼰대당'으로 회귀했다고 여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내부 분란을 일으키고 돌출 언행을 해서 여권이 어지럽기는 하지만, 어쩌면 이런 이질적인 요인이 중간층을 국힘에 묶어두는 요인일 수도 있다. 국정운영에서 일사불란 지원하는 집권당이 국익에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 과정에서 이미 보았다. 아울러 이 대표가 팬덤을 가진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그를 인재풀 속에 담아두는 것이 보수진영의 미래를 위해서 유리하다고 본다. '이준석 대체재'는 쉬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겠지만 윤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와 함께하는 정치를 택하는 것은 어떨지. 윤 대통령은 국힘의 내부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집권 초기 '윤심'이 정국의 모든 것을 좌우함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기에 하는 고언이다. 시간은 결코 집권 세력의 편이 아니다. 어떤 정권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권력의 반대편에 서는 사람이 늘어나고 대개 국정 지지율은 떨어진다. 그러니 차기 총선은 지난 6·1 지방선거보다 한층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여소야대를 바꾸려 한다면 '이준석 변수'를 살려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에 한 표 던진다. 차제에 이준석 대표에게도 한마디. 이제 곧 불혹의 나이다. 앞으론 '겸손'을 장착하고 매사 한 템포 늦춰 무르익은 정치를 하길 바란다.이영란 논설위원이영란 논설위원
[미디어 핫 토픽] 오르는 물가와 밥상에 오른 사료
밥상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4인 가구가 지출한 식비(식료품+식대)는 월평균 106만6천902원으로, 1년 전보다 9.7% 늘었다. 식당 등에서 외식비로 지출하는 식대는 1년 만에 17.0%나 올랐다.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한 주 벌어 한 주 먹고살던 그때나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이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아주 큰 숙제다.2010년대 초 유행어랄까, 많이 쓰던 말이 있었는데 '인간사료'다. 양 많고 값싼 대용량 식품을 '사료'로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간사료는 종류마다 다르지만 보통 1만원으로 3㎏ 정도 살 수 있었다. 건빵이나 '누네띠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냉동볶음밥이나 시리얼·오트밀 등 식사 대용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점점 바뀌어 가는 추세다. 지난해 한 편의점 업체에서 대용량 과자를 출시하며 마케팅 일환으로 인간사료 콘셉트를 갖고 왔다. 가성비를 재치 있게 표현하고자 했겠지만 당황스러웠다. 감수성이나 공감 부족 이런 것을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업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기자도 인간사료를 먹곤 했다. 대학교에 다닐 때, 좁은 방에서 인간사료를 먹던 그때가 생각나 처량해졌다. 그때의 인간사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서까지 과자를 먹으며 끼니를 때울 수는 없어 비교적 저렴한 학식을 먹었다. 식당에서 의례적으로 내어주는 밑반찬은 잘 먹지 않고 주문한 '메인 디시'만 먹는 편인데, 그때는 식탁에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다 비웠다. 생활고가 따로 없었다. 인간사료를 먹던 당시 식습관은 과장을 조금 섞어 연명(延命)에 가까웠다. 의료기관에서 따로 검사는 하지 않았지만, 가장 건강해야 할 20대 초중반에 영양상태가 최악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지금껏 살면서 입원한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해였다.아직 엥겔지수가 높지만 그래도 먹고살 만한 밥상 앞에 앉아 있다. 밥상물가가 치솟으니 엥겔지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식비를 낮추는 것이 지출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요즘도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은 월세와 각종 생활비를 내느라 인간사료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좁은 방에서 인간사료를 집어먹는 이들이 있을까 머리가 더부룩하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자유성] 블랙베리(BlackBerry)
블랙베리는 캐나다의 리서치 인 모션(RIM)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휴대폰이다. '원조 스마트폰'으로 불린다. 회사 이름도 아예 블랙베리로 바꿀 정도로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점령했다. 강력한 보안성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등 해외 정상들이 즐겨 사용했고, 할리우드 셀럽들도 애용했다. 블랙베리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는 쿼티(QWERTY) 자판이었다. 블랙베리가 마지막까지 고집했던 아날로그 형태의 자판이다. 휴대폰의 절대강자였던 블랙베리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올해 세계적 전자제품박람회인 '소비자가전박람회(CES)' 개최 하루 전날 자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블랙베리가 영남일보 CEO아카데미에 등장했다. 대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지난달 28일 '팬덤 경제학에서 배우는 한국 정치의 과제'라는 강연을 통해 팬덤 경제의 실패 사례로 블랙베리를 언급했다. 또 블랙베리와 애플을 비교하며 민주당이 블랙베리의 길에 발을 들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극성 지지층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팬이 떠나면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30%로 내려갔다. 블랙베리는 대중의 개방성, 다양성, 보편성을 반영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정치계도 기존의 전략 한계를 인식하고 다양성, 개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민주당의 '팬덤 정치'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배타성과 폭력성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그나마 '태극기 부대'와의 결별을 통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이 다양성과 개방성으로 재무장할 것인지 주목된다. 조진범 논설위원
[자유성] 탈원전 청구서
3분기 적용될 전기요금이 연료비 조정단가 분기 상한 폭을 넘겨 인상되자 마침내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란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요금을 억눌러온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것.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액이 11조원이다. 지난 5년간 한전 부채는 41조원 늘었다"고 주장했다.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탈원전 영향은 2024년 이후에나 나타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원전을 대신해 추진한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수년 후 영향이 나타남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더욱 큰일 아닌가. 발전 단가가 훨씬 비싼 LNG 발전소 등이 본격 가동되면 큰 폭의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말과 다름없다.정승일 한전 사장은 최근 적자 책임을 묻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문에 "문 정부 5년 동안 요금 인상을 열번 건의했으나 단 한 번만 승인받았다"며 적자 책임을 전 정부에 떠넘긴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제대로 분석해 볼 수 없었다"고도 했다. 얼마나 무책임한 발언인가. 구멍가게도 이런 허술한 분석으로 문을 열지 않는다. 더구나 그는 앞서 전기 요금을 관장하는 산업부의 차관으로 근무하지 않았던가.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탄생한 전남 나주의 한전공대(에너지공대)도 논란이다. 부실한 한전은 여기에도 수천억 원을 쏟아부어야 할 상황이다. 시행령 개정으로 인상된 전기 요금이 이 대학 운영비에도 쓰일 수 있게 됐다. 정치논리에 의한 잘못된 에너지 정책의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 꼴이다. 박윤규 논설위원
[영남타워] 대구와 구미 그리고 삼성의 투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삼성·SK 등 대기업이 향후 5년간 투자하겠다는 금액은 1천조원에 이른다. 삼성이 투자하겠다는 금액은 450조원으로, 이 중 300조원은 반도체 분야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이 삼성의 투자 혜택을 최우선으로 받을 것 같다. 그렇다면 삼성은 대구와 경북에도 투자를 할까. 필자는 명분과 이득, 모두 충분하다고 본다. 대구는 삼성의 고향이다.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가 출범한 곳이 대구다. 삼성상회가 있었던 중구 인교동 부지는 삼성기념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삼성상회 건물은 북구 침산동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복원돼 있다. 건물 내부는 예전 삼성상회 때의 자재를 다시 사용해 과거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안타깝게도 삼성상회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삼성상회 복원 기념식 등 관련 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는 아니지만, 그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 때보다 우호적이다. 그래서 삼성상회 내부가 공개되는 날도 머지않아 올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삼성의 대구 투자가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대구 투자를 위해서는 대구사회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대구시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 임원이 최근 필자에게 한 말이 인상적이다. "대선 주자급인 홍준표가 대구시장으로서 삼성에 무슨 말을 하면 삼성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대구사회는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탄신 100주년이던 2010년, 대대적인 기념행사로 삼성에 감동을 줬던 경험을 이미 갖고 있다.국내 대기업의 1천조원 투자 계획 발표 이후, 경북도는 향후 5년간 100조원 투자 유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경북도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100조원 안에 삼성 투자가 포함된 것은 분명하다. 지역으로는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이 있는 구미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삼성전자 구미공장은 한때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면서, 구미경제뿐 아니라 경북경제의 상징이었다. 한때 1만명이 훨씬 넘던 근로자 수가 8천500여 명으로 줄었다. 자동화로 생산인력은 줄어든 반면 R&D와 품질개선을 위한 고급인력은 크게 늘었다. 구미공장이 단순 생산보다는 R&D와 품질개선 공정이 더 중요한 시설로 진화한 것이다. 고급인력이 구미로 와야 구미공장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구도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구미공장의 한 간부가 필자에게 했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삼성전자의 구미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대구를 끼고 가야 한다. 대구의 교육·문화 인프라를 구미가 활용하지 않으면, 서울의 고급인력을 구미로 데려올 수 없다."대구에는 삼성의 과거가 있고, 구미에는 삼성의 현재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야 미래가 있다. 대구와 구미가 잘 어우러져야, 삼성의 미래를 대구와 구미, 나아가 경북에서 볼 수 있다. 삼성의 미래를 대구경북에서 본다는 것은 지역발전의 큰 축이 형성됐다는 뜻이다. 7월1일 취임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장호 구미시장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일 중의 하나는 삼성의 미래를 지역에서 보게 만드는 것이다.김진욱 중부지역본부장김진욱 중부지역본부장
[박규완 칼럼] "국민을 추앙해"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늠하기 위한 지표다.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산해 산출한다. 5월 우리나라 경제고통지수는 8.4. 21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달 실업률은 3.0%로 작년보다 낮았다. 오롯이 물가의 '거침없는 하이킥'이 경제고통지수를 높인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디스인플레이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회는 민생을 외면한 채 목하 파업 중이다. # 정치도 복합위기작금의 경제상황을 다들 복합위기로 진단한다. 한데 여의도 쪽을 보니 정치도 복합위기다. 국회는 후반기 원(院) 구성도 못하고 4주째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치킨게임을 벌이는 저들에겐 국민고통지수 따윈 안중에 없다. 여야 알력과 대립 원인은 복합적이다. 법사위원장 자리와 '검수완박' 관련 소송, 사개특위 구성 등이 맞물려 있어서다. 파업과 태업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인식 결여도 심각하다. 20대 국회 때도 석 달 넘게 의정활동을 멈추지 않았나. 파업을 해도 세비가 따박따박 통장에 꽂히기 때문인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뒤집기,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이재명 의원과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윤석열 정부의 칼날도 국회 파행에 영향을 미쳤을 법하다.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는 더 아쉽다. 정치는 '밀당(밀고 당기기)'과 거래다. 빅딜이 불가하면 스몰딜이라도 하면서 접점을 넓혀가야 하는데 지금은 아예 노딜 국면이 지속된다. 반전(反轉) 없는 대척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이 수십 건 예정돼 있다니 아연할 따름이다. 여야 원내 사령탑의 언설도 막장을 치닫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원 구성 협상조건으로 이재명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일 터. 마타도어 아니면 오리발이다. # 개그 같은 '심(心) 정치' "하도 윤심·박심을 팔아 내심 걱정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지방선거 후에 한 말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김은혜 전 의원에게 패한 후 "권력의 뒤끝 대단하다.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라며 윤심 개입을 기정사실화 했다. 윤심(윤석열), 문심(문재인), 명심(이재명), 박심(박근혜)은 여전히 정치권을 배회한다. 때론 선거와 정책 이슈의 방향타가 되기도 한다. '심(心) 정치'는 보스 정치, 계파 정치의 산물이다. 보스 의중(意中)이 후보 공천이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게 '심 정치'의 본질이자 폐해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6·1 지방선거에서 '윤심 마케팅'을 펼친 이유이기도 하다. 왜 '심 정치'에 미혹될까. 당심과 민심에 미치는 보스의 영향력, 보스에 권력이 집중되는 구심력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시선은 보스를 향할 뿐, 국민은 장기판의 졸(卒)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 정치인 국민의 상전인가그리스의 정치 포퓰리즘이 빚어낸 경제 파탄, 한순간의 춘풍처럼 왔다가 사라진 '아랍의 봄'은 민주주의가 잉태하고 있는 퇴행적 현상을 농축해 보여준다. 장기 공전하는 여의도 역시 정치 퇴행의 현장인가보다. 본업을 팽개치는 국회의원들의 심리는 어떤 상태일까. '아~ 몰랑' 아니면 '케세라 세라'? 존 로크는 "정치인은 시민의 권한을 위임 받은 대리인일 뿐"이라고 했다. 한데 대리인이 황제급 특혜를 누리면서 파업과 정쟁을 일삼는다? 이게 대의민주주의 실체라면 우리는 그 제도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계급이익에 휘둘린 민주주의는 사악하고 무능한 정치체제로 타락할 수 있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경고가 홍심을 찌른다. 괜찮은 드라마나 영화는 명대사를 남긴다. "고백 할까요? 사과 할까요?"(태양의 후예).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베테랑).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부당거래). "나 돌아갈래"(박하사탕). "완벽하게 행복해"(별에서 온 그대).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명대사는 "나를 추앙해"였다.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이거다. "국민을 추앙해" 논설위원
[동대구로에서] 대구시민은 '봉'인가
250만명을 유지하던 대구 인구가 올 들어 240만명선마저 무너지면서 지역 안팎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인구 유출이 심각성을 더하면서 '대구'라는 도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대구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대구사람'이라는 데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구'라는 이미지가 '패배' '소외'라는 단어와 조금씩 연결되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다른 지역을 방문했을 때 선뜻 대구사람이라고 말하기를 멈칫하는 내 모습을 본 적도 있다.이유가 뭘까. 며칠 전 잠이 오지 않아 한 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누군가의 '대구사람은 봉'이라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 MB정부 때부터일까. 대구경북 출신이 연이어 10년 가까이 대통령을 역임하면서도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외 아닌 소외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집이 있는 포항 흥해를 지나는 고속도로는 아직도 없다. 경북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은 포항~영덕 구간은 여전히 국도만 있을 뿐이다. 12년 전인 2010년 이 전 대통령 임기 당시 추진됐던 고속도로는 당시 야당의 '형님(이상득 의원) 예산' 주장에 밀려 이제야 공사가 시작됐다. 그 사이 부울경(PK)과 호남, 충청에는 고속도로와 서해안 교각이 무수히 건설됐다.이어 집권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계적 공항 전문기업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평가 결과,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밀양이 가장 앞섰지만 PK 정치권을 의식,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미군의 성주 사드 기지 배치만을 고려한 채 K2군공항 이전을 바랐던 대구시민들의 염원은 아랑곳없이 대구공항·K2 통합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것도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라 국비 한푼도 투입되지 않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은 고려도 하지 않은 채.ADPi의 영남권 신공항 평가 당시 꼴찌를 했던 가덕도 신공항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와 과반 의석수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치밀한 전략으로 전액 국비 14조원이 투입되는 공항으로 건설된다.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상황이 이러함에도 대구시민들의 국민의힘 사랑은 남다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은 물론 8개 기초단체장 모두를, 지난 총선에선 12개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을 국민의힘 소속으로 뽑았다. 한 번쯤은 지역 정치권이, 국민의힘 수뇌부가, 대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75.1%)를 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를 챙겨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더이상 '봉'이 안 될 것이라고.대구시정을 4년간 이끌 새 시장(市長)이 이틀 뒤면 취임한다. 시민들 사이에선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도 홍준표 시장 당선인이 대구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주길 바라는 모습이 역력하다. 비록 대구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구사람인 홍 당선인도 대구시민이기에 '봉'이 되기는 누구보다 싫을 것이다.임성수 사회부장임성수 사회부장
[자유성] 실버존
실버존을 모르는 시민이 의외로 많다. 스쿨존이라면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금세 알아챈다. 실버존은 노인보호구역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양로원과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등 노인 통행량이 많은 곳에 설치된다. 노인보호구역을 지나는 차량은 시속 30㎞ 이하로 서행해야 한다. 당연히 주정차도 금지된다.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보행사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해마다 50% 후반대를 차지한다. 지난해 OECD 발표를 보면 한국의 노인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8명으로, 회원국 평균(7.6명)에 비해 2.6배 이상 많다. 2020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인 보행자는 1천342명으로, 만 13세 이하 어린이 보행자 사망자 24명에 비해 무려 56배다.하지만 실버존 수는 스쿨존의 고작 10%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지정된 곳조차 교통안전을 위한 시설은 전무하다. 스쿨존엔 감시카메라가 있지만 실버존에는 아예 없다. 실버존 내 교통사고의 경우 스쿨존과 달리 가중처벌 규정도 없다. 법적으로 노인복지시설이 있을 경우 실버존으로 지정할 수 있을 뿐 그 외 지역은 지정이 어렵다. 노인이 주고객인 전통시장조차 실버존으로 지정받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노인 대부분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어린이 못지않은 교통약자다. 노인이 보호받기는커녕 교통사고 위험에 내몰려서야 될 일인가. 지난해 노인 인구는 857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7%다. 이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국회는 실버존 관련법 규정을 스쿨존 수준으로 정비하라.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전리품
공직 선거에서 승리한 측의 최대 전리품은 인사권이다.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600여 개의 자리에 대한 인사권이 있고 비공식적인 영향력까지 합치면 2만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선거에서 이긴 측이 모든 공직이나 정부 투자기관, 공기업 등의 주요 자리를 차지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전 정권 인물로 치부되거나 그 당시 임용됐던 인사들의 거취가 정권교체기마다 논란이 된다.최근 국민권익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장의 국무회의 불참이 정가의 화제가 됐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관례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왔던 이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발탁된 인사들로 윤석열 정부가 물러나라는 간접적인 의사표시로 국무회의 참석 불필요 통보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스스로 용퇴하지 않은 데 대한 압박이다. 중앙정부보다 기관이나 임명할 공직이 적기는 하지만 각급 자치단체에서도 단체장 교체기에는 비슷한 양상이 벌어진다. 특히 현직 단체장이 패한 지역에서는 지방 공기업이나 산하 기관·단체장은 좌불안석이다. 물러나자니 법에서 규정한 임기가 남았고 버티자니 자치단체장의 압박이 심상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일부이기는 하지만 선거에서 이긴 자치단체장 당선인이 논공행상하면서 '살생부'가 떠돌기도 한다. 누구누구는 어느 쪽 사람이어서 쳐내야 하고 공직자 누구는 한직으로 보내야 하고, 어떤 인물을 승진시켜야 한다는 등 이긴 자들의 잔칫상에 나온 말이다. 아무리 승자독식이라지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나치게 선거의 기여도에만 의존하는 인사를 하면 화합이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은 분명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월요칼럼] 금리인상 후폭풍이 두렵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서의 CEO(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겠다"고 최근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다이먼은 "연방준비제도(Fed)가 9조달러(약 1경1천600조원)라는 한 번도 겪지 못한 양적 긴축을 시작했다"며 "역사책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뭔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한 세대 동안 경험하지 못한 경제 지표들이 연일 쏟아진다. 지금 위기보다 닥칠 위기가 더 무섭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마치 폭풍전야 같다.위기의 근원은 물가다. 각국은 물가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4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9%대로 34년 만에 가장 높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1년 만에 최고치다. 영국도 41년 만에, 캐나다는 39년 만에 가장 높다. 한국도 5.4%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우리나라 엥겔계수(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와 경제고통지수(체감 물가상승률+실업률)가 각각 21년 만에 가장 높게 나왔다. 생필품 및 외식 물가가 치솟은 탓이다. 슈바베 계수(가계지출 중 주거비 비율)도 급등했다. 그만큼 국민 삶이 나빠졌다는 방증이다.각국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낸다. 급등하는 물가를 잡는데 금리 인상만큼 효과적인 것은 아직 없다. 미국은 34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두 번 연속 가파르게 올렸지만 아직 기준금리는 1.5~1.75%.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기준금리가 4~7%는 돼야 한다는 연준 내부 자료가 공개돼 충격적이다.미국 금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해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 한국은행 기준 금리는 1.75%. 미국이 7월 빅스텝이나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한 만큼 우리 역시 가파르게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껏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출 금리가 연 30~40%대에 이르던 IMF 외환위기의 망령이 떠오르는 것은 기우(杞憂)일까. 당시 하루 100여 개 기업이 도산하고,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졌다. 대우, 한보, 기아, 쌍용 등 공룡 그룹이 무너졌고, 은행과 증권·보험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살인적 금리를 못 견딘 탓이다.최근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과 부채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한계기업 도산과 가계 파산이 속출할 수 있다.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현 기준 금리에도 집값은 하락하고, 주식과 가상화폐는 폭락을 거듭한다. 이른바 '영끌족'과 '빚투족'의 비명이 들린다. 소득으로 이자 갚기에 급급한 '이자 푸어'도 늘어난다.2020년 기준 한계기업 비중이 15.3%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다. 한은은 이들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도산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최근 냈다. 지난 IMF 때와 2008년 금융위기가 주로 정부와 기업에 충격을 가져온 일시적 이슈라면 이번엔 부채나 대출이 많은 가계에 피해가 집중되는 장기적이고 구조적 위기다. 그만큼 처방이 어렵다. 그럼에도 위기에 강한 힘을 발휘하는 대한민국의 저력에 희망을 걸어본다. 그리고 믿고 싶다.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말을.박윤규 논설위원박윤규 논설위원
[송국건정치칼럼] 윤석열 정부의 이준석 먹구름
정진석→안철수→배현진→장제원. 윤석열 대통령 취임(5월10일) 이후 한 달 반 사이에 집권당 대표 이준석이 크게 싸웠거나 싸우고 있는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다. 정진석은 여당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새까만 후배에게 "추태" 소리를 듣는 봉변을 당했다. 안철수는 이준석의 성에 안 차는 인물 두 명을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에 추천한 대가로 '공동정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배현진은 이준석이 급조한 '혁신위'를 문제 삼다가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를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장제원은 그런 이준석을 향해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고 질타했다가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거 같다"라고 위협을 받았다. '간장'은 이준석에게 우호적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간 철수'(간을 보는 안철수)라는 조롱과 '장제원'이란 이름을 합친 은어다. 이준석이 2011년에 '박근혜 키즈'로 처음 정치판에 등장한 이후 그와 싸운 인물들을 열거하면 끝이 없다. 놀라운 건 상대가 모두 같은 진영 사람들이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권에 안착해 대선후보가 되고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도 줄기차게 몽니를 부렸다.이준석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나 독특한 정신세계를 분석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의 상황을 방치하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을 집권 세력이 잘 헤아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초반부터 어렵게 국정을 이끌고 있다. 정국은 다수 야당의 견제로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차질을 빚는 바람에 인사청문회조차 마무리 못 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로 경제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 시절 일어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실 공방으로 신구정권이 크게 충돌하고 있다. 정부로선 '검수완박' 법안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전임 정권과 이재명 의원 주변을 둘러싼 수사도 서둘러야 한다.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집권당 대표는 집안싸움만 한다. 역대 정권마다 초기엔 청와대와 여당의 협조가 절대 필요한 까닭에 대통령과 당 대표의 정례회동이 추진됐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엔 강재섭 대표와 격주 정례회동, 박근혜 대통령 때는 황우여 대표와 월례 정례회동이 합의됐다. 나중에 흐지부지됐지만 정권 초반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호흡 맞추기가 그만큼 중요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준석 측과 대통령실은 두 사람이 최근 비공개 회동을 했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 중이다. 회동도 국정 현안 논의가 아니라 이준석의 윤리위 징계를 앞둔 셀프 구명 활동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이준석은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성 접대를 받았고, 최근에 증거인멸 교사를 했다는 의혹으로 윤리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사실일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패했다며 탄핵에 동참했던 이준석도 '박근혜 비대위' 위원 출신이란 이력을 내세워 호가호위했던 셈이다. 성균관대 교수인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의 딸로, 박근혜 비대위에서 이준석과 함께 위원을 지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선 당무감사위원장도 역임했다. 징계 심사를 하면서 '성 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함께 셀프 구명을 위해 당무를 팽개치고 내부 갈등을 조장한 점도 충분히 살필 정도의 정무적 판단력이 있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 중 징계 사유 첫 번째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다.서울본부장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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