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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핫 토픽] 매너워터
'매너워터'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지.국가통계포털 KOSIS가 2020년에 발표한 '반려동물 보유 유형별 가구'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는 총 312만8천962가구로, 그중 '강아지'를 기르는 가구는 226만8천514가구다. 이렇게 수많은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고, 또 그 수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 이런 가운데 반려인과 비반려인은 서로 지켜야 할 규칙과 예절 등을 철저히 해서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반려동물을 기르는, 특히 '강아지'를 기르는 반려인이 지켜야 하는 예절에는 '펫티켓'이 있다. 펫티켓이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예절을 뜻하는 (etiquette)의 합성어로, 자신의 반려동물을 공공장소에 동반하거나 타인의 반려동물을 마주쳤을 때 갖춰야 할 예절을 말한다. 통상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거나 외출할 때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일컫는 데 사용된다. 이 펫티켓에는 목줄 또는 가슴줄 사용, 인식표 부착, 배변 봉투 지참 등이 있다. 필자는 이 중 '배변'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반려견이 '대변'을 보면 지참한 배변 봉투로 치워야 한다는 사실은 이제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비반려인들은 대변뿐만 아니라 '소변'에도 고통을 호소한다. 주로 얼룩이 지고 냄새가 나는 등의 이유다. 반려인의 입장에서는 이럴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매너워터'다.반려견이 산책 시에 '마킹'을 하며 소변을 누면 그 자리에 물을 부어서 씻어내는 행위가 새로운 펫티켓으로 등장했는데, 여기서 사용하는 물이 바로 매너워터다. 보통 작은 생수통에 담아가서 부어준다. 최근 젊은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물총'에 물을 담아 뿌리면 물 낭비도 적고 훨씬 편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물을 뿌리며 치우는 것이 마치 하나의 놀이문화처럼 느껴져서 재미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은 당연히 '내 새끼'니까 어떤 행동을 해도 사랑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비반려인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내 강아지, 내 고양이를 사랑하는 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 소수의 경우지만, 이유도 없이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손가락질하고 위협하는 행위를 하는 비반려인도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해야겠다.이렇게 서로 배려하다 보면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간극이 좁아지고 조화로워지지 않을까.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카레예츠의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카자흐스탄의 전 수도인 알마티까지 4천㎞를 날아가는데 6시간 정도 걸렸는데요. 1937년에 연해주에서 이곳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던 고려인들은, 열차에 실려 훨씬 더 먼 거리를 두 달 가까이나 이동했습니다. 알마티에서 국내선으로 1시간 반 거리의 크질오르다에 도착해서, 먼저 홍범도 장군님을 뵈었어요. 장군님을 마주하니, 작년에 국내에서 벌어졌던 소동 때문에, 더욱 송구스러웠습니다. 민족교육을 위해 애쓰셨던 계봉우 지사님께도 인사를 드렸어요.현지 고려인협회 회장단이 나와서 환영해 주셨습니다. 박 데니스 회장은 고려인의 피가 25%라는, 푸른 눈의 잘생긴 청년이었어요. 한국어도 고향도 모르지만, 밀양이라는 본관은 알았고 스스로 고려인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당시 소련 정부가 이곳으로 강제이주 시킨 이유에는, 이 지역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지요. 고려인들은 농사를 잘 짓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르다리아 강을 따라 고려인들의 집단농장인 콜호즈가 이어지고 있었다고 해요. 크질오르다에는 홍범도 거리도 있었습니다. 장군이 관리인으로 근무했던 고려극장은, 현재 지역을 위한 극장으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아쉬운 것은 1951년에 건립했던 비석의 행방을 현지 고려인들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슈토베는 알마티에서 차량으로 왕복 8시간이 걸리는 지역인데, 고려인들이 처음 도착했던 곳이지요. 그들이 최초로 정착했던, 지금은 공동묘지가 되어 버린 바슈토베 언덕을 찾았습니다. 허허벌판에 움집을 짓고 첫 겨울을 지내야 했던 곳이지요.알마티에는 '고려일보'가 있습니다. 1923년 '선봉'으로 시작하여, 강제이주 후에는 '레닌기치'라는 이름으로 전 소련 지역에서 배포되었던 유일한 한글 신문이었는데요. 요즘은 러시아어와 함께 발간하고 있습니다. 고려극장은 강제이주 후에 크질오르다에 처음 자리를 잡았다가 1942년에 우슈토베로 이동했지요. 1968년부터 알마티로 옮겼는데, '카자흐스탄 국립 고려 음악 및 코미디 극장'이 공식 명칭입니다. 최근에는 국가 최고의 위상인 아카데미로 지정되었다고 하네요. 이번 여행을 통해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몇 가지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고려인들을 흔히 카레이스키라고 하는데요. 이는 '한민족의'를 뜻하는 형용사로서, 고려인을 의미하는 경우에는 카레예츠가 맞다고 합니다. 고려인들 대부분이 사막 한가운데 내려서 토굴을 파고 살았던 것도 아니었어요. 그것은 소련공산당의 명령을 단 3개월 안에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과 무질서의 결과로, 극히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일이었답니다. 그 후 고려인들은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농업 면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린 소수민족이 되었지요. 콜호즈와 '고본지'라 부르는 계절농업을 통해 성공한 고려인들은 점차 유라시아 전역으로 이주해 나갔습니다.현재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은, 전 인구의 0.6%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고려인협회의 회장들은 대부분 30~40대의 젊은 세대였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할 줄 모르고, 다른 민족과 혼인을 통해 외모가 다른 경우가 많아요. 고려인 박물관의 건립이 시급하다고 느꼈습니다. 강제이주 1세대들은 거의 다 세상을 떠났고 2세들도 고령이 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기억과 유물들을 보존하고 전시할 공간이 필요해요. 이들의 역사도, 우리 민족사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자유성] 부메랑 효과
정치와 경제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는 부메랑효과다. 어떤 행동이 행위자의 의도를 벗어나 불리한 결과로 되돌아 오는 것을 말한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78세의 트럼프가 81세의 바이든을 고령이라 인지능력도 떨어진다고 공격한 것은 먹혀들었다. 총기 피습 때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트'를 외치던 트럼프의 모습에서 고령 리스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바이든이 물러나고 올해 60세인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주자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고령 리스크는 이젠 트럼프가 안게 됐다. 해리스 측이 트럼프의 나이를 공격할 것이며, 바이든을 향해 던진 고령 리스크 공격이 트럼프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에 대한 정산 지연사태도 관련업계에서는 부메랑효과로 해석하고 있다.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인 큐텐의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해당 플랫폼 내 셀러(판매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구매한 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환불도 받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큐텐은 지난 2년 동안 티몬·위메프뿐 아니라 인터파크쇼핑·위시·AK 몰 등 5개 회사를 잇달아 인수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큐텐이 무리하게 외형을 키운 것이다. 무리한 확장이 결국 정산지연에다 환불까지 막히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보통 사람의 일상조차 부메랑효과가 나타난다. 오늘의 일이 내일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김진욱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美, 다시 트럼프 선택? 세계의 불행이다
바이든 후보 사퇴 당시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굳게 입 닫은 외교부 대신 중국은 관영 신화통신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 뉴탄친(牛彈琴)을 통해 짤막한 논평을 냈다."미국에서 역사적 대사건이 발생했다. 한 국가가 점차 자신감을 잃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내부가 찢어진 채 암투를 벌일 때는 바깥에 적을 만들고 책임 떠넘기기와 먹칠하기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더 치열하고 더 흥미진진한 싸움이 뒤에 남아있다는 것이다."G1에 맞선 G2의 시각이 투영됐을 터이고, 방점이 흐릿한 서술형 논조임을 고려하더라도 곱씹어 보면 꽤 많은 진실이 담겨 있다. 소련 해체 이후 미국은 30여 년간 세계 유일 패권 국가 자리를 고수하지만, 지금은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명분과 권위를 잃으면 자신감과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미국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이유를 친구 탓으로 돌리고 친구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라"고 압박까지 한다. 이 위험천만한 역주행이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란 구호 아래 자행된다. 이런 흐름을 목도 중인 중국이 "더 흥미진진한 싸움이 뒤에 남아 있다"라고 여유를 부렸다. 그 말속에 꽈리를 튼 음흉한 '중국몽'이 느껴진다.'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트럼프의 출현과 통치 스타일, 팬덤과 무관치 않다. 그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하고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의 등장으로 민주당이 결집하자 공화당 내부에서 "또 패배하면 내전이 있어야 할 것"이란 발언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민주주의에 적합지 않은 측근들에 둘러싸여 있다. 수많은 성 추문과 34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신실해야 할 '미국 내 복음주의자들과 보수 기독교인들에게 전례 없이 강한 지지를 받는 것'(AP)은 불가사의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자신을 메시아에 비교하는 것에 익숙'(가디언)할 정도로 비정상적 인격 소유자다. 21세기 최고의 과학기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우상화. 레이건이 백인 복음주의자들을 공화당으로 끌어들일 때만 해도 짐작조차 못 한 일이었다. 종교가 세속적 욕망에 오염됐던 중세 말기적 증상이 금세기 최강 미국에서 발현한 건 불길한 징조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같은 이기적 구호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모범과 세계 평화의 수호자 같은 미국의 오랜 이타적 정신의 회복에 있다.단숨에 1천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은 해리스가 민주당 후보로 대세를 잡았다지만 '트럼프 우세' 판도를 뒤집기는 녹록지 않다. 미국이 다시 트럼프를 선택한다면 미국의 불행이고 세계의 재앙이다. 대한민국에도 어떤 지옥문이 열릴지 모른다. '트럼프 리스크'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일주일 만에 28조원 증발했다고 호들갑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호전적 이기주의자는 역사의 조연에 그쳐야 한다. 그런 자, 그런 국가가 위대하게 되는 건 전례도 없고 정의에도 반한다. 11월 대선 이후 미국은 그전의 나라가 아닐지 모른다. 미국의 보통 사람들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지치고, '정치적 올바름'에 신물이 나 있다니 슬픈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트럼프는 한국의 안보 따윈 관심도 없다. 요행을 바라서도 안 되고, 희망 고문도 소용없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목전에 왔다. 논설위원이재윤 논설위원
[취재수첩] 독도명예주민증 발급률 기대 이하
독도가 2005년 일반에 개방된 이후 누적 방문객이 올해 안에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북 울릉군 독도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2005년 3월 독도가 입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되면서 일반에 전면 개방된 이후 19년간 누적 방문객이 289만8천여 명을 넘어섰다. 특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응해 우리 고유영토 독도에 대한 굳건한 주권 수호 의지를 보여주는 독도 명예주민증을 발급받은 독도 방문객 수도 1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상반기 기준으로 11만3천264명이 독도를 방문했으며, 이 중 7천740명이 독도 명예주민증을 발급받았다. 독도 명예주민증은 2010년 발급을 시작한 이후 올 6월까지 11만8천586명이 발급받았고, 그중 외국인도 2천225명에 이른다. 독도 명예주민증은 울릉군이 독도의 영유권 수호 의지를 다지고, 독도 사랑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독도를 직접 방문하거나 여객선을 타고 독도를 선회한 국내외 방문객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2010년 첫 발급 이후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하며 지난해에는 총발급자 수가 처음으로 10만명을 기록했다. 그 이후에도 국민의 관심은 꾸준히 증가해, 단 한 해 만에 약 2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국민의 독도의 영유권 강화에 관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같은 증가에도 실제 독도 명예주민증 발급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독도를 찾은 방문객은 76만9천636명인데 반해, 같은 기간 동안 독도 명예주민증 발급자는 5만1천441명이다. 발급률이 겨우 6.6%에 불과하다. 이는 독도를 찾는 많은 방문객이 여전히 이 제도에 대해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4년도 외교청서'를 통해 다시 한번 독도가 역사적·법적으로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 역시 기존 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일본의 독도 침탈야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직접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곧 독도를 지키고 사랑하는 첫걸음이다. 많은 국민이 한 번쯤은 꼭 독도를 찾아보고, 또 독도 명예주민증을 발급받아 함께 독도 수호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인식을 널리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정용태기자〈경북부〉 정용태기자〈경북부〉
[박규완 칼럼] 국민 눈높이 비켜가는 '예외'들
# 성역은 있다"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누누이 강조한 이 말, 한비자의 성어 '법불아귀'의 주해(註解)라 해도 괜찮겠다. 김건희 여사의 검찰청사 공개 소환 원칙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장의 바람은 무산됐다. 검찰총장 보고 없이 수사팀 독단으로 대통령경호처 보안청사에서 김 여사를 조사한다? '용산'과 서울중앙지검의 직거래가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야당은 "검찰의 출장 서비스"라며 공세를 폈고, SNS엔 검찰을 조롱하는 '콜검'이란 조어가 나돌았다. 여당과 서울중앙지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때의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권 박탈을 총장 패싱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원석 총장의 거듭된 지휘권 복원 요구를 박성제 법무부 장관이 거절했다.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을 교체하는 법무부 인사 때도 이 총장은 배제됐다. 검찰총장 패싱의 복선(伏線)을 미리 깔았던 형국이다. 김건희 여사는 전직 대통령들도 피해가지 못한 검찰청 포토라인을 유유히 비켜갔다. 무소불위 '여사의 힘'이다. 패싱 당한 이원석 총장의 술회엔 가시가 돋쳤다. "대통령 부인 조사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애모 증후군'이 여전히 검찰을 배회한다. # 코미디 같은 장면김건희 여사의 최측근 유모 행정관의 "깜박했다"는 말은 '개그 콘서트' 그랑프리 감이다. 조만간 밈(meme)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반환하라고 지시했는데도 깜박하고 이행하지 않았다나. 김 여사 역시 비공개 검찰 조사에서 "명품백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깜박 행정관'과 입을 맞춘 모양새다. "명품백을 돌려주면 대통령기록물 횡령"이라던 여당의 친윤 의원만 머쓱해졌다. 코미디 아류의 멘트라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도 뒤지지 않는다. 휴대폰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나. 그의 견장에 달린 별 두 개의 무게가 고깝다. 전쟁 나면 암구호인들 기억하겠나. 임 전 사단장 구명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VIP는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눙쳤다. 황망한 둘러대기다. 그는 나중에 "VIP는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라고 정정했다.# 또 전 정부 탓수미 테리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정보분석관이 간첩죄로 기소되자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의 전문가를 솎아내고 아마추어들을 기용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하지만 공소장에 적시된 수미 테리의 혐의는 박근혜 정부 때 9건, 문재인 정부 12건, 윤석열 정부 때 20건이다. 지난 2년은 '윤 정부 띄우기'가 주요 과제였다. 작년엔 외교부 청탁으로 워싱턴포스트에 윤 대통령을 추키는 칼럼을 기고했다. 더욱이 윤 정부 출범 후 정권 실세들이 국정원에서 점령군 행세하며 간부를 물갈이하지 않았나. 지난해 미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때는 어찌 했나. 동맹 간의 일이라며 항의 한 번 하지 않고 덮지 않았나. 퉁치는 방법도 몰랐단 말인가.성역을 만드는 검찰은 전혀 공화국답지 않고, 해괴한 변명은 괜히 짬짜미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실력 있는 정부는 전 정권 탓을 하지 않는다.논설위원논설위원
[자유성] 인종차별 발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는 선수와 관중의 인종차별적 언행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기로 유명하다. 최근 토트넘의 로드리고 벤탕쿠르가 동료인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본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가시지 않는 탓인지 토트넘 아시아 투어 명단에서 빠졌다. '산소 탱크' 박지성도 EPL 시절 인종차별의 모욕을 피하지 못했다. 한때 박지성 응원가로 울려퍼졌던 '개고기 송'엔 인종과 문화에 대한 편견이 담겨 있었다. 그래도 열렬한 응원가였기에 너그럽게 들어줄 만했다. 2013년 한 에버튼 팬은 박지성을 향해 "칭크(chink)를 쓰러뜨려라"고 소리쳤다. 이 일로 그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칭크'란 '찢어진 눈'이란 뜻이다. 서양인이 동양인을 비하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얼마 전 TV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박명수가 인도의 현지인으로부터 '코리아 칭챙총'이라는 말을 들어 논란이 됐다. '칭챙총'은 중국인의 말은 모두 똑같이 들린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동북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표현이다. 최근 울버햄튼의 황희찬이 이탈리아 구단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로부터 '재키 챈'이라는 말을 들었다. 재키 챈은 홍콩 배우 성룡의 영어 이름이다. 이 또한 유럽인이 아시아인을 조롱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손흥민은 그런 황희찬의 SNS에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이 설 곳은 없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지구촌 인간사(人間事), 상호 존중의 가치가 지켜진다면 여하한 차별 논란도 없을 게다. 그 게 옛날 도덕 시간에 배운 '인류공영(人類共榮)'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 아니겠는가. 이창호 논설위원
[영남타워] 한동훈 대표의 TK 사랑은 '행정통합'부터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4월 총선 이후 급물살을 타면서 2026년 7월 통합대구경북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는 양측이 구상한 통합 로드맵을 이달 내 시·도 합의 공동안으로 도출하고, 8월 정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9월 시·도의회 동의를 얻어 10월 관련 특별법을 국회에 상정한다는 복안이다.하지만 공동안 마련 전부터 대구시와 경북도가 다소 이견을 보이면서 당초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시·도가 특별법안 초안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경북 북부지역 발전 방안에 대한 시·도 입장 일부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핑퐁게임 양상도 보이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가 초안으로 준비 중인 북부지역 발전 방안은 모두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상보다 파격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지만, 당사자인 북부 지역민들은 통합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예천군의회와 안동시의회에 이어 11개 시·군의회 의장들로 구성된 경북북부지역시·군의회의장협의회에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이들은 현재 추진 중인 TK 통합 과정이 지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과 진행 중인 통합 계획이 대구로의 자원 집중화 현상을 초래해 오히려 지역 내 격차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경북 북부지역은 대구와 합치지 않고 강원도와 합류해 '강원남도'까지 새로 만들겠다는 극단적인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TK 통합이 포괄적인 지역 사회 참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또 하나는 경북도가 TK 통합의 가장 큰 핵심 사안으로 강조하는 자치권과 특별재정을 통한 재원 확보 문제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3일 도청 간부회의에서 재차 TK 통합에 따른 자치권 확보와 재정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중앙집권제 사고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자치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편리한 교통망 확충 등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통합지자체가 중앙에서 더 많은 권한을 이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TK 통합을 통해 규모를 키워 후손들에게 세계 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곳을 물려줘야 해 통합 재정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변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날 국민의힘 새 대표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압도적 지지로 선출되면서, 당 차원의 TK 통합 지지가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기간 중 본인의 적극적인 의사에도 후보 4명 중 유일하게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 도지사와의 만남이 불발됐다. 여기에 TK 의원 중 보기 드물게 보좌진까지 파견하며 한 대표를 지원했던 김형동 의원의 지역구는 TK 통합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는 안동·예천이다.하지만 한 대표를 당선자로 만들어 준 선거인단 득표율 62.65%는 대구·경북 당원 절반 이상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제가 앞장서서 더 경청하고 더 설명하고 더 설득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의 마음도 챙기겠다"고 한 수락 연설처럼, 국민의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한 한 대표의 첫 단추는 TK 통합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다.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자유성] 오컬트 열풍
지난 2월 개봉돼, 오컬트(occult·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하거나 초자연적 현상) 장르로는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 이후 관련 업계에 부는 오컬트 바람이 거세다. 이를 주제 또는 소재로 한 영화나 다큐멘터리, 심지어 예능까지 유의미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소비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컬트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불확실성과 불안함이 커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단면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오컬트 영화는 세계적으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1968년 '악마의 씨'를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고, 구마의식을 다룬 '엑소시스트'(1973년)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하나의 대중 장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멘'과 '서스페리아' 등이 맥을 이었다. 국내에서는 이장호 감독의 '너 또한 별이 되어'(1975년) 이후 '검은 사제들'(2015년)과 '곡성'(2016년)이 각각 540만명과 680만명을 돌파하면서 만만찮은 마니아층 확인과 함께 존재감을 과시했다.이젠 오컬트가 스크린을 넘어 OTT로 진출, 예능과 다큐 등 다양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남녀 MZ 점술가들의 관찰 연애프로그램 '신들린 연애'가 한때 '나는 솔로'를 제치고 주간 1위에 올랐고, 추리 예능으로 분류되는 '미스터리 수사단'과 다큐 '샤먼: 귀신전' 등이 회를 거듭할수록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무섭고 두렵고 공포스러움의 대상이었던 사후세계를 비롯, 혼령과 무속·접신 등이 보다 친근한 포맷과 젊은 감각으로 가공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장준영 논설위원
[동대구로에서] 관치 금리의 역습
전혀 예상치 못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여파가 내 통장 잔고를 갉아먹게 될 줄이야. 근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알아보면서 탄식만 새어 나왔다. 대출금리 2%대는커녕 3% 중반대도 힘들다는 심사 결과에 쓴웃음만 지어졌다. 불과 한두 달 새 앞으로 부담해야 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출 금리는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시장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은행채 금리 인하는 물론 코픽스 금리도 연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이후 변동이 없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하될 거라는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엇박자, 문제 발생 후 뒷북 관리, 지나친 시장 개입의 가능성을 간과했다.시중은행들은 연일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산 금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마다 한 달에 2차례나 금리를 올리는 등 앞다퉈 인상 랠리를 벌이는 중이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따른 조치다.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심상찮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한 달 새 5조3천억원이 늘었다.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늘어난 가계대출 대부분은 주담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놓치면 안 된다는 '패닉 바잉'과 '영끌'이 재현되는 모양새다.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내수 부진 장기화 우려에 금리 인하를 꾸준히 주문해 왔고, 밸류업 유인책·신생아 특례대출·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연기 등이 맞물린 여파다. 올 초 월평균 2천 건대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된 3월 두 배로 늘어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대출증가의 주범으로 은행권을 지목하고 간섭할 일이 아니다. 가계대출이 급작스레 늘어나는 원인을 해결해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뿐이다. 시중은행을 옥죄면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옮겨가 가계 신용 위험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자 비용보다 더 큰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아무리 막아도 대출은 일어난다.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의 엇갈린 행보는 금융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진다. 시장 금리 하락 속 대출 금리만 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예대금리차만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쉽게 돈을 벌고,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그만큼 줄어든다. 결국 현시점에선 은행만 배를 불리고 있는 셈이다.지나친 시장 개입은 수도권 외 지역의 피해도 부추긴다. 지역 부동산 상황은 수도권과 전혀 다르다.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집값은 0.39%(누적) 올랐지만 전국 기준으로는 0.44% 떨어졌다. 대구를 포함한 5대 광역시(부산·광주·대전·울산)의 경우는 1.12%나 하락했다. 아파트 가격은 격차가 더욱 크다.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가 강화될수록 지역 부동산 경기는 냉랭해지고, 경기 침체도 장기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금융정책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계를 넘어 기업과 국가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그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은 손발을 맞춰 다양한 변수에 빠르면서 유연한 대처 능력을 보여야 한다. 통화정책의 독립성만큼 금융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다.박종진 정경부 차장박종진 정경부 차장
[하프타임] 愛民(애민) 실천하는 동네 의사 구자현 원장
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료 윤리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서약이다.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 "인종, 종교, 국적, 사회적 지위에 관계 없이 모든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다" 등 이 서약은 의사들에게 윤리적 지침을 제공한다.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사태가 어느덧 5개월을 넘겼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상황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의료 인력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됐고,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선진국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의사 수를 더 늘리고 있다.의대 증원은 필수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사 윤리와 의료 서비스의 질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해 보인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 수요도 늘어나게 되며, 이로 인해 국민건강 보험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나아가 건보재정 악화로 의료민영화 논의를 앞당기는 시발점이 되고, 의사 교육 질 저하를 걱정한다.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내 집에서 의원'이라는 독특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자현 원장의 사례는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구 원장은 환자들이 직접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 진료만 한다. 억대 연봉을 받던 종합병원장 자리를 박차고 왕진만 하는 동네 의원을 지난 5월 포항 북구에 개원했다. 그는 팬데믹을 거치며 노약자와 장애인들의 건강권이 심하게 훼손되는 의료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지역사회와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 끝에 의원을 개원했다고 한다. 하루 다섯 명에서 많아야 열 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이윤 추구는커녕 함께 일하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를 겸임하는 부원장의 월급 맞추기도 어렵다.그의 개원은 단순히 병원을 찾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 이상이다. 진정한 의사 윤리를 실천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구 원장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만성질환 및 중증환자, 장애인, 노약자 등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환경과 조건을 고려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의 모습은 의료 윤리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나 의료 인력 증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인간적인 접근과 윤리적 결단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좋은 예이다.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논의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숫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다. 어떤 의료인을 양성할 것인지, 그들이 어떤 윤리적 기준을 지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더 많은 의사가 구자현 원장처럼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가치를 실천하며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따뜻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의료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 본질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사들의 윤리 의식이 중요하다. 구자현 원장의 '내 집에서 의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더 많은 의사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필요를 먼저 고려하는 의료를 실천하기를 기대해 본다.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자유성] 새마을
얼마 전 수도권에 사는 사람을 만나 대화 중 "이 업무는 자치단체 새마을과(課)라는 부서에서 맡아서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아직도 새마을이라는 말을 쓰느냐"라며 구시대적인 유물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일반 시민들로서 행정에 관심이 없거나 연관되지 않으면 '새마을'을 모를 수 있지만, 가끔 뉴스를 통해서라도 '새마을'이라는 단어를 듣지 싶은데 일부 국민이지만 이러한 평가를 하고 있다는데 뭔가 개운치 않았다.새마을운동은 발상지인 경북에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새마을회를 통해 활발하게 봉사에 나서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등 우리나라 대표 정신운동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행정안전부의 '새마을발전협력과'라든지, 경북도의 '새마을봉사과', 문경시의 '새마을체육과' 등 정부에서부터 자치단체까지 이 운동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최근 행락철을 앞두고 새마을 단체들이 유원지 주변 청소와 꽃밭 가꾸기를 했다. 열무김치를 어려운 이웃에 나눠줬다는 소식도 들렸다. 명절이면 마을 입구 청소부터 도로변 정비까지 새마을회를 비롯한 각종 관변 단체 회원들의 손길이 자신들의 고장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이들이 대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봉사 차원에서 땀을 흘린다. 도와주지는 못해도 이들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잘살아보세'를 외치며 시작한 새마을운동은 이제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 보전, 지구촌 공동번영 구현'을 목표로 글로벌 정신 운동이 됐다. 그 바탕에는 새마을 지도자들과 부녀회원들의 따스한 마음이 있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취재수첩] 봉화의 무너진 일상
"좋은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게 유일한 낙인 동네에서 우째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모르겠니더." 봉화 내성4리 경로당 인근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던 할머니들은 한숨을 쉬며 침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기자를 보자 손사래를 치며 "할 말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런 반응들은 충격에 빠진 지역 분위기를 말해 주고 있다. 각종 '독극물 테러'에서부터 '음독설''원한' '불만' '치정'뿐만 아니라 단순 '사고설'까지 온갖 추측성 소문이 나돌면서 봉화 지역 전체를 패닉에 빠뜨리고 있다. 초복을 맞아 내성4리 경로당에선 연중행사로 여름철 보양식을 다 같이 먹었다. 경로당 회원 40여 명은 인근 식당에서 오리불고기로 점심을 먹고 경로당에 들러 잠시 쉬었고 이후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들 중 4명이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복통 등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틀 후에는 또 한 명이 같은 증상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소식에 경로당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다. 기자가 만난 경로당 할머니들은 한결같이 "우리 할매들 괜찮냐"며 치료를 받는 이웃 걱정을 먼저 할 정도였다. "그동안 큰 다툼 한번 없이 서로 잘 챙겨주며 지내왔는데 말이 안 된다"는 반응도 보였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인되지 않은 온갖 추측성 소문이 돌면서 할머니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걱정했다. "지금까지 함께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 하루아침에 이게 무슨 꼴인겨"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일상이 무너진 것이다. 지난 농약 사건이 재소환되기도 했다. 2015년 상주와 2016년 청송, 2018년 포항에서 발생한 이른바 '농약사이다' '농약소주' '농약고등어탕' 사건들이다. 이중 청송 사건은 용의자로 특정된 이가 음독자살하면서 의혹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지금까지도 주민들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경찰은 대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현재는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용의자 특정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로당의 특정 용기에서 살충제 성분까지 확인한 경찰은 관련자들을 상대로 탐문 조사를 이어오는 등 사건 전모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결과가 요구되고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지난 청송 사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며, 봉화 지역을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선 이 방법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황준오기자〈경북본사〉 황준오기자〈경북본사〉
[박재일 칼럼] 트럼프의 미국, 죽어가는가
오래전 미국에서의 경험이 떠오른다. 2004년 현지 연수 시절인데 미국인들은 정치에 참 열성적이라고 느꼈다. 대통령 선거 시즌, 마치 우리의 국경일 태극기처럼 집집마다 지지 팻말을 내걸었다. '부시(공화당)에게 투표를' '존 케리(민주당)와 희망을'. 승용차에 후보 얼굴도 부착해 달린다. 이런 예도 접했다. 오하이오주(州) 클리블랜드의 유력 지방신문인 플레인딜러가 하루는 1면 사고(社告)를 냈다. "편집국 간부들이 투표를 했다. 조지 부시 8표 대(對) 존 케리 8표. 따라서 플레인딜러는 이번 대선만큼은 특정 후보 지지를 공식화하지 않겠다." 신기했다. 하긴 한국처럼 뒤로 밀면서, 겉으로는 중립인 척하느니 차라리 솔직한 민주주의이다.많은 국내 평론가들이 인용해 이젠 식상한 듯하지만, 2018년 하버드 대학의 레비츠키와 지블랫 두 교수가 출간한 'How Democracies Die'(민주주의는 어떻게 죽어가는가)란 책은 사실 트럼프 때문에 저술됐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과거 대통령은 상상못할 발언과 행동으로 주목받았다. 사법부 조롱, 극단의 미국 중심주의, 총기 옹호, 경쟁자에 대한 비하로 얼룩졌다. 자신을 반대하는 언론을 아예 적(enemy)으로 불렀다. 주한미군 철수, 방위비 10배 인상 협박은 그의 돌출 발언 중대목록에 들어가지 못한다. 두 교수는 트럼프가 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한다고 규정했다. 트럼프의 등장속에 미국 민주주의는 비실비실 힘을 잃어 가고 있고, 이는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선 중국, 터키, 러시아 같은 나라를 닮아간다고 했다. 그 예견은 들어맞았다. 2021년 1월6일, 미 의사당 폭력 사태는 충격이었다.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바이든 승리에 승복할 수 없다며 난입해 벌인 전대미문의 폭거였다. 쿠데타의 후진국도 아닌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이 흔들린 역사적 장면이었다. 트럼프는 폭력을 옹호했다. 탄핵까지 거론됐다.세계는 일찌감치 증오와 혐오의 정치시대로 접어들었다. 유튜버 같은 제3미디어는 확증편향, 아는 것만 알고 믿는 것만 보라고 부추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권 교체의 플랫폼이던 미국식 양당 정치는 양극화로 변질됐다. 점잖은 중산층의 지지 팻말은 거리로 뛰쳐 나왔다. 양측 지지자들은 노상에서 서로 저주를 퍼붓는다. 언론사는 고민스러운 편집국 투표의 시대를 접고, 진영의 칼날을 세운다. 기자는 심판관을 넘어 경기장에 난입한다.모든 걸 한방에 날려 버렸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걸 게다. 오른쪽 귀에 큼직한 반창고를 붙인 트럼프가 지난 18일 공화당 전당대회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 나섰다. 그는 득의만만했다. 특유의 독설은 줄이고, 분열을 치유하자고 했다. '미국을 위대하게'를 뒤로하고 '미국을 하나로'를 외쳤다. 저격 사건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시민들은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답한다. "신(god)이 트럼프를 다시 한번 쓰게 하려나 보네요." 트럼프도 신의 덕으로 내가 인생을 덤으로 살게됐다고 한다. 반전은 민주당으로 비화됐다. 바이든의 후보 사퇴가 초읽기에 몰렸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나는 이 대목에서 '역설'을 느낀다. '총알 한방'으로 모든 혼돈이 정리되고, 후보자는 신의 선택을 받는다? 그렇다면 새로운 저격수의 등장은 다시 모든 걸 뒤엎을 수 있는가. 아메리칸 드림, 민주주의의 꽃이던 미국 정치의 풍파가 너무 극적이다. 미국식 민주주의는 진짜 죽어가는가.논설실장논설실장
[자유성] 양치기 소년이 된 주민대피령
예측이 어려운 게릴라성 폭우가 이어지며 전국 곳곳에서 비 피해가 속출한다. 정부는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중호우가 예상될 때마다 산사태 취약지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있다. 중앙 정부의 지시는 말단 면사무소까지 전달되고 공무원들이 담당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을 대피시킨다. 주민들은 산사태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마을회관 등으로 몸을 피한다.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뿐. 걸핏하면 내려오는 대피령에 주민들의 불만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기껏 마을회관에서 불편을 참고 견뎠는데, 산사태는커녕 비도 얼마 내리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지내는 불편은 너무 크다. 주민들은 "수십 년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비가 이보다 더 내렸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왜 요즘 들어 호들갑이냐"는 반응이다. 대피지시에 응하지 않거나 응했다가 임의로 귀가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2011년 16명이 사망한 우면산 산사태에서 보듯 산사태는 지방의 산골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지질학자들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골짜기 보다 택지개발·태양광 설치 등이 이뤄진 개발지역에서 산사태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진단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대피는 시골에서만 이뤄진다. 정부가 도시지역 주민들보다 촌로들의 생명과 안전을 더 중시하기 때문인지, 일상을 포기하고 좁은 마을회관에서 여럿이 지내는 불편을 도시민들은 못 견뎌도 촌사람들은 감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후진국적인 주민대피령을 언제까지 남발할 것인지 정부는 밝혀야 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실마리 안 보이는 의대 증원 갈등
의대 정원 증원 청원 5만 명 돌파…'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운영 중단
보도의 그 후, 뉴스 후(後)
반월당·봉산·두류 지하도상가 점포 '일반경쟁입찰'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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