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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미나리가 제철인데…
미나리가 한창이다. 청도, 팔공산 등 대표적 미나리 산지에서는 제철 맞은 미나리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나리는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꽃이 피는 늦여름과 겨울 이외에는 수시로 수확이 가능하다. 맛과 향이 뛰어난 것은 물론 강장, 이뇨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관심이 집중된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봄에 돋아나는 보드라운 미나리는 맛이 일품이다. 삼겹살과 먹어도 좋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어도 감칠맛 있다.책 '약이 되는 산나물 들나물'에서는 미나리를 근성있는 식물로 평가하고 그 근성을 한겨울 추위를 극복한 데서 찾는다. 진흙탕에서도 때 묻지 않고 자라나는 심지,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 가뭄에도 살아남는 강인함, 겨울철 칼바람과 대결하는 결기가 미나리 특유의 맛과 영양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겨우내 추위에 떨어진 입맛을 미나리가 살짝 돋아줄 즈음 영화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골든글로브는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상이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며 정착하는 한 한인가정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았다.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던 제이컵(스티븐 연)과 아내 모니카(한예리) 부부는 농장을 일구기 위해 아칸소주로 이주하고,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건너온다. 이때 순자가 가지고 온 게 미나리 씨다. 그의 말처럼 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먹을 수 있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먹고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순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민자 가족의 삶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미나리에 대입해 보여준다. 3일 국내 개봉된 이 작품이 지난해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기생충'과 같이 아카데미에서도 쾌거를 거두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뻔한 부실공사에 30조? 당장 멈춰라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일주일 됐다. 일주일 동안 궁금한 게 있었다. 대구경북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막으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다. 솔직히 그 의지가 의심스러웠다. 의지만 있다면 가덕도신공항을 막을 수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연동되는 문제여서가 아니다. 뻔한 부실공사에 30조원 쏟아붓는 부조리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전문가 모두가 반대한 일이다. 비전문가 정치인이 우격다짐 밀어붙인 특정지역 특혜법이다. 가덕도는 외지인과 오거돈 일가의 투전(投錢)으로 점령된 지 오래다. 땅값이 25배나 올랐다. 돈은 국민 세금으로 내고, 개발이익은 이들이 향유하게 생겼다. '가덕도신공항이 국가대계'(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면, 대한민국의 국가대계는 사상누각이다. 진짜 문제는 이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강은미 정의당 비대위원장) 다행히 '실제'와 '명분' 모두 완벽히 대구경북의 편이다. 이런 적 별로 없었다. 명분 싸움에서는 일방적 승리를 거두는 중이다. 오죽했으면 부산·울산·경남의 지역민조차 절반 이상이 '잘못된 일'(리얼미터)이라 했겠는가.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막을 법적·절차적 근거는 차고 넘친다. 국토부·국방부·해수부·환경부·법무부 등 관련 부처 모두 반대했다. 예타 문턱조차 넘기 쉽지 않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감옥 갈 각오하지 않으면 예타 면제 못 한다. 비용 대비 효용을 따지면 답이 없다. 정확한 비용추계 한번 없었다. 사전타당성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공역 중첩, 난공사, 대규모 매립 및 환경파괴, 부등침하 우려를 모른 척할 수 없다. 부등침하 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국토부) 수준이다. 매립 공사에만 6년 이상 걸린다는데 무슨 수로 2030년 개항하겠나. 수면 아래로 66m 매립하고 수면 위로 40m 이상 쌓아 올려야 한다. 성장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다. 4년 전 프랑스 공항 설계 전문가들이 '최하위'라고 판정내린 사안이다. 이 모든 절차를 무시한 가덕도특별법은 가히 '올마이티(almighty·전지전능한) 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 현장에서 "2030년 이전 완공 위해 국토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장관을 닦달한 건 어처구니없다. 공직자들이 또 감사받고, 검찰에 불려가고, 재판정에 서는 비극을 되풀이하려는가.괴물이 된 선거용 특혜법. 중단해야 한다. 일은 그저 이뤄지지 않는다. 너무 늦지 않게 전열을 정비하고 의지를 모아야 한다. 당장 가덕도 길목마다 법적·절차적 그물망을 촘촘히 쳐야 한다. 누가 하겠는가. 여론은 우리 편인데 나설 사람이 없다. 눈 씻고 찾아도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국회의원밖에 없다. 우리의 약점은 부족한 정치역량. 정치적으로 풀려 하면 실패한다. 부·울·경에 말려든다. 세가 밀리니 정치적으로는 이길 수 없다. 대선 공약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넣는다고? 한 번 속고도 또 속으면 바보다. '가덕도 주고 실리 챙기자'는 구상은 잘 됐는가. 닭 쫓다가 지붕 쳐다보는 신세 됐다. 그 열패감이 이번 사달로도 부족했나. 어쩌다 '대선공약' 받아냈다고 치자. 그 공약이 정말 실현되리라 믿는가. 칼자루 쥔 부·울·경 정권의 선의에 통합신공항 운명을 맡기는 꼴이다.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멤버로 이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국민의힘 송언석(김천) 의원이 예견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대선공약' 모두 여의치 않다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 관철을 위해 끝까지 싸우되 '여의치 않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대구경북은 어떤 플랜B를 가지고 있나.논설실장논설실장
[박규완 칼럼] 불공정의 화룡점정 '가덕도 특혜법'
"24시간 운항 가능한 관문공항이 필요하다." 2017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후보가 날린 멘트다. 이 말 속에 가덕도 신공항의 복선(伏線)이 깔려 있다. 24시간 운항? 김해공항은 민군 겸용공항이어서 24시간 운항이 불가능하다. 관문공항? 김해공항은 확장해봐야 관문공항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엔 가덕도 신공항의 밑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었던 거다. 2018년 정부의 예타 면제사업으로 선정된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는 가덕도 인근까지 연결된다. 가덕도 신공항 구상이 장기적 포석이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가덕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퍼즐은 완성됐다. 특별법은 일반법과 충돌할 때 우선 적용되는 만큼 일반법보다 상위법이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에 적용되는 군공항 이전 특별법은 기존 법령의 장애를 받지 않는다는 특별법의 취지만 살렸을 뿐 내용이 곡진하고 정갈하다. 하지만 가덕도 특별법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비 국가재정 지원 등 온갖 특혜를 다 담았다. 31개 법안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특별법 11조는 압권이다. 그야말로 '가덕도 특혜법'이다.가덕도 특별법을 구체화한 시기도 미묘하다. 4·7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 부산의 표심(票心)을 얻으려 했다는 건 상식이다. 더 내밀한 공작 논리가 엿보인다. 2년 전쯤 가덕도 특별법을 꺼냈다고 가정해보자. 대구경북의 대응은 당연히 영남권 신공항 원점 재검토였을 터. 꼴찌 등급 가덕도를 위한 특별법이 가당키나 했겠나. 한데 지금은 밀양 신공항을 주장하기엔 대구경북신공항이 너무 멀리 와버렸다. 속된 말로 '빼박 캔트'다. 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상황. 영남권 신공항 입지 원점 재논의가 대구경북의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동력을 얻지 못한 이유다.선거를 겨냥한 정치공학의 공력은 신묘하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입지 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았던 곳이 어엿이 특별법 날개를 달다니. 최소 10조원, 최대 28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한다는 의미다. 'Well begun is half done'이란 서양 속담이 있다. 우리 속담 '시작이 반이다'와 비슷하지만 더 합리적이다. 잘 준비된 시작이라야 한다는 뜻이다. 한데 가덕도 특별법은 사업의 골격도 정하지 않은 채 날림으로 급조했다. '묻지마 입법'의 전형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역사상 가장 정치공학적 인프라로 기록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 역시 고도의 정치행위다. "선거 운동"이란 야당의 비난에 청와대는 "오래전 정해진 일정"이라고 반박했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 불륜을 '부적절한 관계'로 순화하는 것처럼. 이런 걸 점잖은 말로는 윤색이라 하고 저급하게는 마사지한다는 표현을 쓴다. 미리 정해졌더라도 선거 밑이라면 취소했어야 마땅하다. 하기야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 행위와 편법이 이번뿐이랴.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차원이 다르다. 남부권 신공항, 제2 관문공항의 백년대계를 뒤틀었기 때문이다. 한 언론의 지적대로 가덕도 특별법은 '선거가 만든 괴물'이다. 게다가 가덕도 이슈는 4·7 보선 한 번으로 끝나는 일과성 이벤트가 아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내년 대선을 포함해 신공항 완공 때까지 10년간 우려먹을 수 있는 득표(得票) 화수분이다. 개항 후에 공치사하는 재미는 또 얼마나 쏠쏠할까.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선 '가덕을 위한, 가덕에 의한, 가덕의' 선거가 이어질 것이다. 가히 불공정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논설위원논설위원
[자유성] 문경사람입니다
"저도 문경사람입니다." 지난달 전국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 대상자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여러 말끝에 나온 이야기다. 출입이 통제돼 전화 인터뷰에 응했던 한 요양병원장이 "숨이 트인다. 활동 제약이 풀렸으면 좋겠다"라는 심정을 밝히면서 '문경사람'임을 강조한 것이다. 문경에서 태어나 '그래여~ 안 그래여~'등의 사투리를 쓰는 토박이가 아니라 문경에 근무하면서 주민등록을 문경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문경시 인구는 지난해 말 7만1천406명으로 1년간 836명이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한 달간 487명이 줄었다. 7만명선이 무너질 위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경시는 최근 1천가구 2천명 인구증가를 목표로 세웠다. 몇 년 전부터 '문경사랑 주소 갖기 운동'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문경시민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문경시는 요즘 '문경愛 살면 문경 주민등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각종 기관이나 기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주소 이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요양병원장의 '문경사람' 언급은 문경시의 행정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이처럼 다양한 인구 늘리기 정책으로 문경시의 인구는 지난 2월 한 달 공공기관이나 학교 등의 신규 인사이동과 신입생 등 주소 이전으로 700명 넘게 문경으로 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주소를 옮기면 끝나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귀농과 귀촌으로 늘어나는 인구도 맹점이 있다. 인구 재생산이 되는 젊은이들은 수도권으로 몰려가고 인생 이모작을 이루려는 세대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작은 자치단체에서는 인구절벽의 실정이 거의 비슷하다. 국가 차원의 지방소멸 대책 수립이나 수도권 대학의 지방 이전 등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스타를 동원해 혼자 사는 것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방송들의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가뜩이나 낮은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비혼주의자, 독신주의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화의 방임이라는 지적이 높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영남타워] 문재인의 나라에 대구·경북은 없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4대강 사업 재판이라는 우려와 망국 사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장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정치인들의 탐욕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찾아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며 가덕도 특별법을 강조했다. 반면 대구·경북의 미래라고 읍소했던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은 좌초됐다.경북 영덕과 울진에 건설 예정이던 원자력발전소들도 정부의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건설이 중지되거나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원전에 기대고 살고 있는 이 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지역민들의 울분이 청와대와 여의도까지 퍼져나갔으나, 그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코로나19 사태가 처음 시작되던 지난해 초에는 정부 여당이나 진보 성향의 극렬 지지자들에 의해 대구·경북이 봉쇄해야 할 땅이 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역병에 걸려 접촉하지 말아야 할 존재가 됐다. 이들은 대구·경북과 국민의힘을 동일시해가며 근거 없는 비하와 막말을 쏟아냈지만 여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나서 자제를 당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극렬 지지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구·경북민을 짓밟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같은 국민에게조차 손가락질받는 이런 모습은 과거 대구·경북이 중심이 된 정권의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일방적 매도와 무시는 잘못됐다. 대구·경북을 짓밟는 것이 당장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선거에서 이기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지금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패권정치의 '편 가르기'다.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면 국민을 이간질하고 갈라놓는 일을 눈도 깜빡이지 않고 해내는 패권정치는 대한민국을 병 들이는 암적인 존재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관용은 사라지고, 다른 정치성향을 지지하는 사람을 배척하며 나라를 둘로 쪼개고 있다.180석 거대 여당의 오만과 부모 형제도 갈라놓는다는 '이념의 다름' 앞에 보수와 야당 지지자는 대한민국의 앞날을 함께 미래를 열어갈 사람이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존재이고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됐다. 미국에서도 극단적인 당파주의는 커다란 문제다. 2017년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정치적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39%였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그래서 가족과 절연했다'고 답했다. 이보다 앞서 2012년 조사에서 민주당원의 3명 중 1명이, 공화당원은 2명 중 1명이 '다른 정당 간 결혼'을 금기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대구·경북=야당·보수'인 지금, 여당·진보 지지자가 사돈을 맺으려할까? 한발 더 나아가 여당과 진보의 극렬 지지자들에게 '우리하고 생각이 너무 다른 대구·경북을 대한민국에서 제외시켜버리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뻔하다. 이런 마당에 극렬 지지자들의 댓글 한 줄에 목숨 걸고 매달리는 이 정부와 여당이 대구·경북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들을 내어줄 리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대통령 취임 당시 말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치와 이념성향이 다르더라도 보듬고 가는 '하나의 나라'인지 나와 생각이 다르면 배척하고 버리는 '쪼개진 나라'인지.전영 경북부장전영 경북부장
[동대구로에서] 創業(창업)과 守成(수성)
그럴 일은 추호도 없겠지만 갑자기 그런 상상을 좀 해봤다. 안중근 같은 자객이 작심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한날 한시에 저격했고 그게 성사됐다면? 과연 그 자객은 어떻게 처벌되어야 할까? 물론 법리적으로는 전·현직 국가수반 살인죄로 법정 최고형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관전 포인트는 최고형이 아니다. 그 송사가 남길 숱한 갈등 스토리다. 누군 친북촛불의 심장, 또 누군 5·18원흉을 처단했다 할 것이다. 어떤 자는 저기압과 고기압이 사라진 하늘 같아 속시원하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권력은 '터미네이터'처럼 다시 자가복원된다. 태양이 그림자를 남기듯 권력은 인간에겐 숙명 같은 존재다. 그건 죽지않고 영원히 변이만 된다. 변이 바이러스랄 수 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은 항상 흑백논리·도덕·이상적이다. 그건 우리 인간 역시 친권력적인 동시에 반권력적인 탓이다. 대한민국의 본질은 뭔가. 세상의 패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일 수도 있다. 정치인은 이런저런 빅데이터 정보와 자기 가치관을 버무려 뭘 주장한다. 상인들은 장사가 잘 되면 괜찮은 나라, 파산하면 망할 나라라 할 것이다. 청년백수에겐 꿈의 존재인 공무원. 평생 정해진 날 월급이 들어온다. 안정되고 무난한 세상이라 여길 수 있다. 그들은 어느 순간 지동설이 아니라 천동설 세상에서 살아도 된다고 믿는다. 대한민국은 '팩트'가 아니다. 그건 하나의 이념이랄 수 있다. 국민·민주주의·정의·평등도 그렇다. 그래서 권력은 그런 용어에 집착한다. 증명할 수도 반박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닌 탓이다. 수요와 공급의 틀 속에서 살아가는 경제권력이 절대권력을 전복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구조 때문이다.권력은 공유를 표방하지만 실은 독점이다. 그래서 필요악이다. 권력은 특수욕망체. 집권하면 천문학적 국가 예산을 판돈처럼 이리저리 쪼개 나눠줄 수 있다. 그런 예산이 재선용 미끼로 악용되기도 한다. 권력은 스스로를 통제하고 부정할 수 없으니 각종 부정은 필연이다. 권력장악을 '창업(創業)'이라고 한다면 그걸 지키는 건 '수성(守成)'이다. 정치권력의 수성은 불가능하다. 선거 때문이다. 경제권력의 수성 또한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 때문에 어렵다. 그렇게 잘 나가던 일본 기업도 이젠 세계 10위권 안에 못 든다. 정치권력은 경제권력과 한때 공생했다. 이젠 유튜브 같은 최상위포식자 때문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 경제권력의 수성법은 뭘까? '정치헌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헌금 대신 기부가 대세다. 기부는 정치권력에 덜 휘둘리고 각종 세금혜택, 그리고 언론의 주목 등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묘수다. 최근 카카오의 김범수, 그리고 배달의 민족 김봉진 회장이 수조·수천억 원이란 거액을 기부키로 했다. 이건 제조업 시대가 IT스타트업 시대로 이동한다는 징조다. 돈을 많이 버는 것, 그건 삶의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은 기부에서 구현된다는 의미다. 부자들은 이제 돈 버는 자랑 대신 나누는 자랑으로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서민들은 배는 아프지만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하지만 명심하자. 공짜는 없고, 아무리 기부가 많아져도 사는 건 영원히 어렵다는 것을.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자유성] 폐비닐이 기름 된다
코로나19와 동행한 지도 1년이 넘으면서 골칫거리가 하나 늘었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면 딸려오는 엄청난 폐비닐 때문이다. 겉봉투에 모두 싸서 버릴 때 지구를 오염시키는 것 같아 괜스레 죄책감마저 든다. 봄을 맞은 농촌에는 시커먼 폐비닐이 동네 어귀 집하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미처 치우지 못한 비닐이 논밭을 뒹굴고 있어서 흉물스럽다. 비닐은 자연분해에 수백 년이 걸리며, 해양오염 장본인인 인간 입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두려움마저 든다. 게다가 지난해 상반기 동안 비닐사용량이 전년 동기보다 15%나 늘었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이 와중에 낭보가 들려왔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최근 폐비닐에서 고품질의 기름을 뽑아내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한다. 400~500℃로 가열된 반응기에 잘게 자른 폐비닐을 넣으면 열분해 과정을 통해 기체가 발생하며, 이 기체를 식히면 중질유나 경질유를 채취하는 원리를 응용한다. 석유에서 원료를 추출해 비닐을 만드는 과정을 역(逆)으로 이용했다. 1t의 폐비닐에서 600ℓ(540㎏)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 공정에 사용되는 폐비닐의 경우 따로 씻을 필요가 없어서 오염된 비닐이라도 분쇄하기만 하면 공정에 바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름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찌꺼기도 다른 시설이나 반응기의 열에너지 원료로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다. 일석삼조에 다름없다. 이 반응기를 통해 하루 약 2t의 폐비닐을 처리할 수 있으며, 2년 후엔 하루 10t 규모의 처리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 연간 폐비닐 배출량이 약 200만t이니, 이런 규모의 처리시스템을 약 5천 기만 갖추면 전량 처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폐비닐 무게 기준으로 약 54%의 경제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니 상용화 가치가 충분하다. 또 환경오염을 막는 무형의 비용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공식 발표인 만큼 신뢰가 간다. 연구진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매실나무
어느 해 이른 봄. 고교 교사이기도 한 시인이 매화가 만발한 전남 광양시 매화 마을을 찾았다. 매실 명인 홍쌍리 여사로부터 매화와 매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시인이 물었다. "이 나무 이름은 매화나무가 맞나요, 아님 매실나무라 해야 되나요?" 대개 꽃이 피었을 때는 매화나무로, 열매가 달려 있을 때는 매실나무로 부른다. 꽃이나 열매를 전제로 하지 않을 때는 이야기의 주제에 따라 혹은 화자가 비중을 두는 쪽을 따라 이름을 부르는 경향이 있다.이처럼 나무의 이름을 특정하기 모호한 경우가 종종 있다. 산에 가면 자주 만나는 근육질의 서어나무의 경우 '어'를 넣어야 할지 빼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수 있다. 'ㅡ'와 'ㅓ'를 구분하는 데 애를 먹는 영남 사람들에게 음나무는 강적이다. 필자의 주변에는 음나무보다는 엄나무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 ㅡ와 ㅓ를 명확히 발음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가시가 많고 봄에 새순을 나물로 먹는 그 나무의 이름을 그냥 엄나무로 확신한다.국가표준식물목록이라는 게 있다. 국립수목원과 한국분류학회가 식물의 이름을 통일하기 위해 구성한 국가식물목록위원회가 정리한 목록이다. 이에 의하면 매실나무·서어나무·음나무가 표준이다.매화는 옛날부터 조상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아 왔다. 사군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맨 앞에 불려진다. 매화가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그 나무의 희소성과 나이 들수록 아름다움이 더해짐, 그리고 꽃봉오리가 오므라져 있는 자태 때문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렇게 깊은 뜻까지 헤아리다 보면 매화를 즐기기 어렵다. 부담만 된다. 그리고 매화와 벚꽃을 구별해 내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이육사 '광야')라고 했으니 추울 때 피는 꽃은 매화, 따뜻할 때 피는 것은 벚꽃이라 생각하면 편하다.전국에 매화가 한창일 때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불구하고 아득한 향을 발하는 이때만큼은 매실나무를 매화나무라 부르고 싶다. 그런들 무슨 흠이 되랴.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송국건정치칼럼] 위험천만한 대통령의 습관성 선거 개입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의 성 추문으로 인해 막대한 국고를 들여 실시하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 가덕도 해상에 배를 띄워놓고 신공항 마케팅을 벌였다. 코로나 시국에 국민은 묶어놓고 선거 지원 하러 수행원과 경호원들을 대거 수행시켜 굳이 부산까지 가야 했느냐 등 여러 논란이 있다. 그중에서도 눈을 의심케 하는 가장 뻔뻔한 장면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의 등장이었다. 두 사람은 문 대통령을 수행하며 현장 브리핑까지 했다. 내년 대선까지 겨냥해 "부·울·경은 하나다"를 외치는 건 그들의 주특기인 갈라치기가 또 시작됐구나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등장인물을 보면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지독하게 염치가 없는지 두렵기조차 하다.김경수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1·2심에서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심은 1심과 달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특검이 반발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따라서 김경수는 여전히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피고인이다. 2017년 대선 때 여론을 조작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도록 한 혐의가 풀리지 않은 셈이다. 당시 김경수의 공(功)을 문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송철호도 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이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 표명 이후 청와대의 7개 부서가 총동원된 사건으로 기소된 13명 중 한 명이다. 현직 야당시장(김기현) 하명 수사, 경선 후보 교통정리, 청와대 산(産) 공약의 혜택을 몽땅 받았다. 울산 부정선거 사건은 수사가 완결되지도 않았다. 작년 4·15 총선 전 수사가 한창일 때는 변호사와 교수단체가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했다며 탄핵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던 사건이다.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 두 사람을 관권 부정선거 논쟁이 일어날 게 뻔한 부산행에 수행시키고 브리핑까지 맡긴 문 대통령은 무감각한 걸까. 그냥 부·울·경이 함께 가야 할 운명이니 아무 생각 없이 부른 걸까. 아니면 치밀한 계산을 한 걸까. 아무리 여론이 떠들고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판결해도 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라는 메시지라도 주는 걸까. 어느 쪽인지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습관화됐다는 점이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제주도지사를 빼고 싹쓸이한 2018년 지방선거 전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우연히' 잡혔다는 건 그렇다 치자. 야당이 참패한 작년 4·15 총선에서 코로나 포퓰리즘이 판을 칠 때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선거 전날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추경안 처리를 기다리지 말고 지원금을 준다는 사실을 미리 통보해주고 신청을 받으라"고 깨알 지시를 내렸다.습관화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4월의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뿐 아니라 내년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에서도 아무 죄책감 없이 정권 차원의 선거농단이 벌어질 게 뻔하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두고 보지 않겠다"라고 엄포만 놓는다. 이번에 탄핵 카드든 뭐든 만지작거리지만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대통령의 습관성 선거 개입은 여론의 흐름과 사법부의 판단을 반드시 거쳐야 할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이다.서울본부장서울본부장
[자유성] 20대 엄마와 비극
지난달 10일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의 엽기적인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숨진 여아의 사망 원인은 미상으로 뼈가 부러진 흔적은 없다'라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20대 엄마가 딸을 장기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살인,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방임), 아동수단법 위반(아동수당 부정수령), 영유아보육법 위반(양육수당 부정 수령)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이틀 전 8일에는 전북 익산에서 생후 2주된 친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부부가 구속됐다.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 숨지기 전까지 14일간 수시로 폭행을 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두 사건 용의자 모두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사라져 가는 20대 부모라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엄마가 낳은 아이는 전체 출생아 27만2천400명의 22.1%인 6만200명뿐이다. 1990년 20대 엄마가 낳은 아이는 52만4천411명(80.7%), 2000년 40만4천592명(63.2%), 2005년에는 20만8천711명(47.6%)으로 20대 엄마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2010년에는 17만1천735명(36.5%), 2020년에는 22%대까지 추락했다. 30년 전까지 출생아 10명 중 8명의 엄마가 20대였으나 지금은 10명 중 2명만 20대 엄마가 아이를 낳는 셈이다. 젊은 엄마가 갈수록 감소하는 현실에 20대 부모에 의한 패륜적 아동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새로 떠오른 사회병리현상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법률 강화나 지원만으로 해결될 문제에서 벗어난 만큼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명 경시 풍조나 20대 엄마가 양육으로 겪어야 하는 구조적인 아픔과 어려움도 찾아 해결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대 엄마는 우리나라가 아닌 먼 별나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월요칼럼] 주택 83만호 성공조건은 수도권 인프라의 지방이전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83만호 주택건설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권의 임기만료를 1년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과연 이번 발표가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급쇼크 수준이라고 과대 포장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민심이반을 만회하려는 것이다. 길게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치적 포석이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으로 영남 갈라치기를 한 데 이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수도권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선 이보다 더 좋은 당근책은 없을지 모른다.대규모 주택 건설 공약을 내년 대선 때까지 성공적으로 이어간다면 국민들의 집값 폭등에 대한 불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심차게 내놓은 이번 정책은 수도권에 산재한 대기업과 공공기관, 주요 대학들의 지방이전이 전제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이런 선제적 조치 없인 수도권 쏠림현상과 지방소멸 가속화를 막지 못한다. 주택 83만호 가운데 서울 32만호 등 수도권 물량만 60만호가 넘는다. 수도권 위주의 공급 물량 증가는 지방민의 수도권 진출을 부추길 것이고, 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게 될 것이다.수도권 집값 안정과 지방소멸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선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과감하게 병행 추진해야 한다. 얼마 전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을 지방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반값 안심아파트를 짓자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엔 국·공유지를 이용한 서울 공급 계획은 단 한 채도 없다면서 30만평이 넘는 국정원 부지를 개발하면 최소한 2만 가구 공급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서울과 수도권엔 숨어 있는 국·공유지가 많다. 아직 수도권에 있는 100여개의 공공기관이 대표적인 숨겨진 국·공유지다. 이들 기관을 모두 지방으로 이전하면 그 빈자리에 엄청나게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수도권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주요 대학도 하루빨리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그래야 지방의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비수도권 인구의 수도권 유입을 막는 동시에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 등을 다가오는 선거 공약으로 써먹으려고 미적거리면 수도권 쏠림은 가속도가 붙는다. 수도권 집값을 잡을 적기(適期)를 놓치고 만다. 아울러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인센티브 강화와 농·어촌 거점 압축 도시화, 지방대학 살리기 정책 등이 속도를 내야 한다. 지방대학들은 지금 정원도 못 채우는 등 줄줄이 문을 닫을 판이다. 이런 사태가 본격화되면 지방 젊은이들의 수도권 유출은 봇물처럼 터질 것이다.국민들이 수도권만 바라본다면 집값은 절대 잡히지 않는다. 주택 83만호 정책은 또 실패하고 만다. 온 나라가 부동산과 주식 광풍에 휩싸여 있는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젊은이들이 증권시장에 목을 매는 것도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서 언제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주식시장이라는 투전판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더 늦기 전에 혁명적인 지방 살리기 정책을 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 일극주의의 악순환은 심화된다. 부동산 정책은 결코 표심을 겨냥한 낚싯밥이 되어선 안 된다.김신곤 논설위원김신곤 논설위원
[자유성] 정치 팬덤의 위력
정치 팬덤은 정치인들에게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정치 상황에 따라 사라지거나 소생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르던 노빠는 문재인 대통령을 철통옹위하는 문빠로 환생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팬덤인 박사모는 박 전 대통령의 수감과 함께 그 자취가 희미해지고 있다. 현재 가장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정치 팬덤은 누가 뭐라고 해도 문빠(일명 대깨문)다. 강성 친문 집단인 이들은 국정의 곳곳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키기,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법관 탄핵주장 등에 앞장서고 있다.최근엔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는 치명상을 입혔다. 정치 팬덤의 힘의 근원은 그들만의 단결력에서 나온다. 전쟁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선 수많은 군사보다는 소수 정예의 돌격대가 중요하다. 문빠는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친정권의 최정예 전사(戰士)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댓글을 통해 가공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광화문으로 뛰쳐나와 촛불을 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 대권을 잡으려는 정치인들에게 문빠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세력이다. 여권 잠룡들이 문빠를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이들의 여론을 외면하지 못한다.문빠는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는데도 적극적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 잠룡들 간에 문빠를 활용해 경쟁자를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낙연 대표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정세균 총리, 김경수 도지사 등이 기본소득 보편 지급 문제를 놓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협공하고 있다. 이들에겐 이 도지사가 대권을 잡으면 숙청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만약 잠룡들 간의 혈투에서 이 도지사가 축출당하면 다음 타깃은 이낙연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적통과 퇴임 이후 안전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신호와 문빠의 동조에 따라 얼마든지 새 인물이 등장할 수 있다. 김신곤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사자성어로 짚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달 초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에 반대하며 지지지지(知止止止)를 인용했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멈출 때를 알고 멈춰야 할 때에 멈춘다'는 뜻이다. 홍 부총리의 지지지지엔 두 가지 함의(含意)가 내재된 듯하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심중을 은연히 비추면서 정부 재정을 무한정 풀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읽힌다. 지지지지는 김범일 대구시장이 2014년 6·4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때 인용한 사자성어이기도 하다.고사성어(故事成語)는 신화·역사·고전 속의 옛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고사성어는 4자여서 흔히 사자성어라고 한다. 하지만 2자나 3자로 된 고사성어도 적지 않다. 도둑의 소굴을 의미하는 녹림(綠林)과 등용문·철면피·천리안·배수진 같은 말이 이자성어 또는 삼자성어다.사자성어는 주로 중국 고전을 통해 생성된다. 특히 사서오경과 '사기(史記)'는 고사성어의 보고(寶庫)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유사·삼국사기 같은 역사서, 춘향전·구운몽 아류의 소설이 사자성어가 등장하는 생태계다. 함흥차사·홍익인간·오비이락이 우리 고사에서 나왔다. 제왕절개는 서양의 대표적 사자성어로 꼽힌다. 역사적 사건에서 탄생하는 사자성어도 있다. 청나라 말기 의화단 사건에서 비롯된 부청멸양(扶淸滅洋)은 구한말 위정척사(衛正斥邪)와 판박이 성어다.신산한 우리 현실도 사자성어로 짚어볼 수 있겠다. 협치는 사라지고 여야가 대척점에 서 있는 작금의 정치상황. 어떤 사자성어가 적합할까. 당동벌이(黨同伐異)가 제격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만 한 패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척한다는 뜻이다. 난처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묵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겐 오불관언(吾不關焉)이란 말이 어울린다. 민주당의 무리한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도 국민의힘 지도부의 눈치만 보는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새겨야 할 경구는 척당불기(倜당不羈)가 아닐까 싶다.국회의원은 금고형을 받으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은 100만원 벌금형으로도 의원직을 잃는다. 한데 중대 범죄를 저질러 금고형을 받은 의사에겐 면허취소는 안 된다? 의사협회의 뻗대기는 호질기의(護疾忌醫)에 가깝다.문재인 정부는 시장에 맞서면서 부동산 급등을 야기하고 일자리를 파괴했다. 어설픈 경제정책, 엄이도종(掩耳盜鐘)과 다르지 않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의미로 어리석은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정작 일자리가 급한데도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를 서둘렀고 임대차 2법 시행으로 혼란을 자초했다. 순리를 거스르는 도행역시(倒行逆施)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표본겸치(標本兼治)해야 한다. 표본겸치는 드러난 문제와 근본적 원인을 함께 해결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어느덧 일년이다. 그사이 자영업자들이 겪은 고초를 굳이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아직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리무중(五里霧中)에 임중도원(任重道遠)이다. 정부·여당의 각성과 각오가 중요한 때다. 더는 화사첨족(畵蛇添足)으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잘못된 정책은 실패를 인정하고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 상화하택(上火下澤)의 분열 정치를 끝내야 한다. 전미개오(轉迷開悟)해야 승풍파랑(乘風破浪)의 물결을 탈 수 있다. 다시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논설위원
[자유성] ESG경영
국내 산업계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중시하는 경영이 화두다. '친환경(Environment)적이고, 사회적(Social) 책임을 다하며,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개선해야 한다'는 기업 경영원칙이다. 미국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국내에서도 열풍이 불고 있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ESG경영은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할 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3사는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개편키로 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ESG 관련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SK이노베이션도 사회적가치(SV) 담당조직을 ESG전략실로 확대 개편한다. 또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비피화학 등 롯데그룹 화학사들도 올해를 ESG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여기에 포스코도 최근 사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에 ESG위원회를 신설키로 의결했다.포스코의 이 같은 결정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사회 차원에서 환경문제와 안전사고 등을 직접 챙기겠다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최정우 회장이 올해 초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안전사고와 관련 ESG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다뤄야 할 사안으로 주문하고 있다. 최근 5년동안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안전사고로 근로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음에도 불구,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려나가는 수모를 겪은 포스코가 ESG경영 도입을 계기로 안전사고 없는 무재해 사업장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부장
[영남타워] "김종인·주호영은 사과하라"
예상했어야 했다. 조짐은 많았다. 집권세력의 입에서 대구경북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숱하게 나왔다. 지난해 코로나19 대구 유행 당시 '대구 봉쇄론'은 일부 몰지각한 인사의 실수가 아니었다. 대구를 버려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발언이었다. TK 출신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고향'을 향해 '말의 칼'을 휘둘렀다. 유 이사장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코로나19를 별로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했다. 공포영화 같은 현실에 고통스러워하는 대구경북 사람들의 가슴을 '세치 혀'로 사정없이 갈랐다. 친여 인사 김어준씨는 코로나 사태를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했다. 'TK 손절론'이 나오기도 했다.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했다.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은 보류됐다. 공항 특별법이 영남권을 갈라놓은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대구경북을 '사석' 취급했다. TK 손절론의 연장선상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뒤늦게' 분노에 떨고 있다. 홍준표 의원의 지적처럼 버스는 이미 떠났다. 대구경북 정치권의 밑천이 드러난 꼴이다. 전략도, 의지도 없는 모습이다.국민의힘도 'TK 손절론'에 일조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앞장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대구경북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TK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질문에 "가덕도 신공항을 하는 걸로 일단 국민의힘이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무례한 발언이다. '텃밭'인 대구경북의 정서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을 대놓고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중요하다. 차기 대선을 위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함께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다. 부산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당의 '영남권 갈라치기'에 휘말려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면 부산 민심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대구경북 입장에선 서글프지만 냉정한 '정치적 현실'이다.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여당의 횡포에 원칙과 논리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면 '대안'을 연구했어야 했다. '영남권 투포트 (Two Port)' 체제를 고민했어야 했다. 부산경남울산의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경북 신공항이 경쟁하고 보완하면서 동시에 '하늘길'을 여는 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영남권 투포트' 체제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검토하고 행동에 나서야 했다. 대구경북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다 뒤통수를 맞았다. 버스가 떠난 자리에서 '비판'이 난무한다.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각성의 효과도 있다. 다만 비판에 머물러선 안된다.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수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지금 대구에선 '대구시민주간'이 펼쳐지고 있다.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이자 대구시민의 날인 21일부터 코로나19를 극복한 '시민정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대구 최초 국가기념일인 28일(2·28민주운동 기념일)까지 진행된다. 대구시민주간에 일어난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보류 사건'은 시민들에게 자괴감을 들게 했다. 상처 입은 '시민정신'을 보듬어야 한다. 일단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구경북민에게 사과해야 한다.조진범 사회부장조진범 사회부장
오피니언
대선 1년 앞두고 사실상 출사표 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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