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징치(懲治) 없는 징계 정치

  • 박진관
  • |
  • 입력 2026-08-11 21:17  |  발행일 2026-08-12
서울본부장

서울본부장

6·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여야 모두 당권을 잡기 위한 또 다른 권력투쟁의 장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은 사생결단, 불퇴전의 결의로 임하는 모양새다. 폭염에 지친 대다수 국민에겐 곱지 않은 '그들만의 리그'이지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정치행위라서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다.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가 독해지면서 상대를 향한 날 선 비판과 비난이 도를 넘을 때가 종종 있다. 자칫 실언이나 실수가 부메랑이 돼 당사자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지금 국민의힘 권영진·조경태·진종오·서범수 의원이 이 같은 경우다.


권 의원은 정점식 원내대표 멱살잡이 사건으로, 조 의원은 당내 경선 불복 행위로, 진 의원과 서 의원은 일명 부산 '돌려차기' 실언으로 정치적 난관에 봉착해 있다. 권 의원과 진 의원은 직접 공개사과를 하고, '자숙모드'에 들어갔다. 특히 권 의원은 이미 내정됐던 대구시당위원장을 포기하고, '대안과 미래'에서도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게다가 최근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나서 권 의원의 행위에 대해 관용을 부탁하는 탄원서를 당 윤리위에 냈다. '돌려차기' 당사자인 피해자도 두 의원의 행위에 대해 더 이상의 징계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윤리위원 2명이 윤민우 윤리위원장의 독단적 회의 운영을 비판하며 사퇴했다.


오는 18일 열리는 당 윤리위원회에서 이들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지만, 선택적 쳐내기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당사자인 4명 모두 당내 소수인 비당권파이고, 이들에 앞서 당권파로 알려진 의원의 실수나 실언에 대해선 지도부가 침묵하거나 방관했다고 비판받았기 때문이다. 징계의 잣대가 공평하지 않아 징계 유무와 관계없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권력투쟁에 불과하다는 이들도 있다.


사실 법적 처벌과 같은 징계만 앞세우다 보면 잘못이 발생한 뒤 그 대상을 바로잡아 다스리는 징치(懲治)가 실종되기 쉽다. 징치는 단순히 벌을 줘서 제재로 끝내기보다는 치(治)에 방점을 둬 사후의 '다스림'까지 염두에 두는 행위이다. 징계는 책임을 묻는 것에, 징치는 바로잡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징계만 반복하는 조직에선 구성원들이 '잘못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징치를 하는 조직에선 '잘못된 것을 고치고 수정하는 법'을 배운다. 통제보다 교정과 회복, 관용과 포용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리더십이 징치의 본질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에서는 징치는 보이지 않고 징계만 보인다는 얘기가 들린다. 장 대표가 판사 출신이라서 상식보다 법률의 언어를 앞세운다는 지적도 있다. 조경태 의원은 징계 절차에 반발하며 윤리위를 강하게 비판했고, 진종오 의원 역시 "징계 정치로 민심을 이긴 권력은 없다"며 반발했다. 물론 정당에도 규율은 필요하다. 국회의원이 동료의원과 물리적 충돌을 빚어 당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징계가 정치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장동혁 지도부는 당의 일탈을 통제하려는 힘은 강하지만, 그 일탈이 왜 발생했는지를 찾아 당 자체를 변화시키고 고치려는 치(治)의 리더십은 부족한 편이다. 징계만 있고 징치가 없는 정치의 미래는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 해결보다 문제 색출로 이어져 침묵하는 사람과 아첨하는 사람만이 남게 된다. 징계의 정치는 누가 잘못했는가에서 출발하고 징치의 정치는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바로잡아 다스릴 것인가가 본질이다. 징치 없는 징계 정치는 미래가 없다.



기자 이미지

박진관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서울본부장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정치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