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의성의 존재감 알린 뮤지컬 ‘장한상’
국가의 존재감을 생각한다. 평가의 잣대는 무수하다. 축구로 치면 영국과 브라질의 존재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국토 넓이로 치면 러시아·캐나다·미국 등이다. 부력(富力)과 군사력은 물론 노벨상 수상 횟수를 갖고도 존재감의 차(差)가 난다. 동서고금 불변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도 있다. 다름 아닌 '국가적 영웅'의 역사다. 작금 나라마다 영화·연극·뮤지컬 등을 통해 영웅을 기리는 작업이 활발한 것도 그 이유다. 단순한 '옛 역사의 재현'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확인하고, 미래를 향한 길을 찾는 길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가운데 '해밀턴(Hamilton)'이라는 게 있다. 미국 독립의 영웅이자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알렉산더 해밀턴(현 미국 10달러 지폐 모델)의 삶을 그렸다. 힙합과 재즈, R&B를 결합한 브로드웨이 대표 작품이다. 2015년 초연되자마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해밀턴은 미국 금융 시스템의 기초를 구상한 인물이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조지 워싱턴(미국 초대 대통령)'급으로는 인식되지 않았다. 뮤지컬은 이 역사적 인물을 새롭게 조명해 미국인들로 하여금 '건국의 정신을' 곱씹게 만들었다. 특히 유색 인종 배우를 주·조연으로 캐스팅해 미국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옛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초대 황후를 지낸 엘리자베트의 삶을 그린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1992년 오스트리아 빈 초연)'과 아르헨티나의 전설적 레이디 퍼스트인 에바 페론의 생애를 담은 뮤지컬 '에비타(Evita·1978년 영국 런던 초연)'도 세계적 흥행을 이끌며 '국가 브랜드'를 제고했다. 영조실록(영조 11년 1월 13일)에 이런 글이 있다. '강원도 감사 조최수가 아뢰기를, 울릉도 수색 토벌을 금년에 해야 하지만 흉년에 폐단이 있으니, 청컨대 이를 정지하도록 하소서라고 하였다. 그러나 김취로 등이 말하기를, 지난 정축년(숙종 23년)에 왜인들이 이 섬을 달라고 청하자, 조정에서 배척하고 장한상(張漢相)을 보내어 그 섬의 모양을 그려서 왔으며, 3년에 한 번씩 가 보기로 정하였으니, 이를 정지할 수가 없다고 하자 임금이 이를 옳게 여겼다' 장한상, 경북 의성 출신의 무신이다. 그는 숙종 때 울릉도 수토사(搜討使)로 임명돼 여섯 척의 배와 150여 명의 선원을 이끌고 동해 바다로 나섰다. 그의 임무는 울릉도와 주변 해역을 조사하고, 조선의 영토임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었다. 그 때 장한상은 울릉도 동쪽 먼바다에 솟아 있는 작은 섬을 확인, '울릉도의 3분의 1 크기, 약 300리 거리'라고 썼다. 오늘날 우리가 '독도'라고 부르는 그 섬이다. 최근 경북 의성의 야외무대에서 장한상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장한상'이 펼쳐졌다. 뮤지컬은 "독도는 분명한 우리 땅이며, 이를 확인해 준 사람이 바로 의성 사람 장한상"이라고 소리높여 외쳤다. 뮤지컬 '장한상'이 의성 무대에 올려진 데는 김주수 의성군수의 노력이 컸다. 김 군수는 그동안 의성 출신의 역사적 인물을 현양(顯揚)하는 일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2년 전에도 조선시대 실학운동의 선구자인 의성 출신 박서생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박서생'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뮤지컬 '장한상'과 '박서생'을 한 번 이라도 본 외지인들은 한결같이 "의성이라는 고장을 다시 보게 됐다"고 한다. 김 군수는 "예술과 기록, 주민의 자부심이 함께 할 때 의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로도 그 존재감을 드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귀담아 들을 말이다.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이창호기자 leech@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