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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영남이 잘못이라는 '수도권 선민의식'
압도적인 국민의힘 지지의 대가는 '비난'이었다. 그것도 같은 당에서 말이다. 비판이나 비아냥도 아닌 완벽히 지역을 무시하는 말들로 상처를 줬다.인천 출신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18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말들은 영남을 향해 있었다. 윤 의원은 총선 참패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 "'영남 중심당'의 한계"라고 지적했으며, 김재섭 당선자는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영남 정서를 기준으로 수도권 선거를 치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토론회에서 한 정치컨설팅 업체의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는 영남 의원들 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22일 열린 두 번째 토론회서도 "영남이 보수를 지켜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는 해명을 했지만 '영남으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한 교수는 영남 보수당과 수도권 보수당 분리라는 극단적 가정까지 했다.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영남이 당 지도부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2선 후퇴론'을 폈다. 지역구 90석 중 59석을 영남에서 당선시켰는데도 지역은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으니 물러나라는 식이다. 그럼 대체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까지 영남이 이번 선거에서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이들은 총선 패배의 원인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번 선거 패인은 명백히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지속된 당정 갈등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10명 중 7명 정도는 국민의힘이 참패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나 고물가 등 정부의 실정도 분명 선거 패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심지어 선거를 이끈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원희룡·나경원·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모두 수도권 출신이거나 선거를 수도권에서 뛰지 않았나. 윤재옥 원내대표가 있다고 영남 탓이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수도권의 영남 탓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것을 잘 안다. '영남 탓'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016년 20대 총선부터 3번 연속으로 패했다. 그때마다 '영남 자민련'을 극복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영남의 2선 후퇴론이 등장했다. 선거 패배 후 어김없이 비대위 구성 및 전당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구성에 TK가 아닌 수도권 인사가 필요하다고 나온 것이 영남 후퇴론이다. 지금의 영남 탓도 이 때문일 것이다.묻고 싶다. 영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 지지받는 이유를 더 깊게 고민하고 이를 수도권에 적용시켜야 정상이 아닐까. 그런데 대체 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영남은 안된다는 식의 말이 쏟아지는가.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 선거가 치열하지 않다는 비판은 이해한다. 그리고 수도권에 의석수가 많으니 전략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도 동감한다. 하지만 영남 출신이 당의 전면에 나서면 안 되는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당선이 쉽게 되다 보니 지역 정치인들은 부족하다는 것인가? 수도권에 전체 의석수가 많으니 아무리 영남에서 많이 당선돼도 수도권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인가? 대체 수도권의 정서는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무엇이 특별하고 어떻게 다르다는 말인가. 남은 선거들을 이기기 위해 영남이 희생해야 한다는 이유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 없이는 '수도권은 영남 위에 있는 특별한 지역'이라는 선민의식이 깔렸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정재훈 서울본부 정치부 선임기자정재훈 서울본부 정치부 선임기자
[미디어 핫 토픽] 고통과 권태 사이의 진자운동
본인은 염세주의자를 싫어한다. '대안 없는 현실주의자는 염세주의자와 다르지 않다'를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배울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철학가 쇼펜하우어는 '삶은 고통과 권태 사이의 진자운동'이라고 그의 저서인 인생론에서 말한 바 있다. 짧은 인생의 기억을 돌아보면 힘들었던 순간이 지나고 소소한 혹은 큰 '성취'를 두 손에 쥐었을 때, 핑 돌던 순도 100%의 흥분은 빠르게 희석됐다. 그다음부터는 허무와 권태의 시간이다. 쇼펜하우어는 또한 '이렇게 무상하게 재빨리 지나가 버리는 삶 속에는 고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 무한한 고통도 영원한 즐거움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통도 언젠가 끝나고 즐거움도 언젠가 끝이 난다. 무엇이든 보는 대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고통과 즐거움 사이의 공백을 권태가 아니라 '평화'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 지표누리가 발표한 '국민 삶의 만족도' 그래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4점으로 2022년 6.5점에 비해 0.1점 감소하였다. 2013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제비교 결과를 보면 2019~2021년 한국은 5.94점으로 OECD 평균(6.71점)보다 0.77점 낮다.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이 허무와 권태의 늪에 빠지면 한없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 공백을 평화로 받아들이며 그 과정을 즐긴다면 순간은 행복이 된다. 이 과정까지 사고가 번지지 못하던 시절에는 '나는 왜 항상 힘들지 않으면 지겨운 순간만 있는 걸까. 왜 중간은 늘 이다지도 짧은 걸까'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또 새로운 고통의 영역의 발견이었다. 아마 나는 그동안 너무 고되지도 지겹지도 않은 삶의 어느 지점을 찾아 헤매며 적지 않은 시간을 흘려보낸지도 모르겠다. 결국 평화와 평온은 사고의 전환이자 관점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었음을 모르는 채로. '결과보다는 과정에 중심을 두자.' 이제는 진부한 명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명언을 바탕으로 과정을 즐기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나는 나에게서 무던함과 인내심을 엿보고 싶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고통의 숲을 지나는 무던함과 견고함, 권태의 늪을 건너는 인내심과 용기 말이다. 이런 결심 이후에도 미래의 어느 날에는 고통스럽거나 권태로운 마음들이 나를 괴롭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제껏 버텨온 과거의 나와 더 성장해 있을 미래의 나를 믿으며 맞서면 된다. 나와 우리에겐 분명히 고통과 권태, 고통과 즐거움 그 사이 어딘가에 온전히 뿌리를 내릴 힘이 있기에. 진자에서 진자로. 진동이 전해지는 동안의 시간을, 권태이자 평화를 온전히 음미하도록 하자.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자유성] 소싸움
'과묵한 소도 성질부릴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행동이 느리고 온순해 보여도 화가 나면 무서워진다는 뜻이다. 이중섭의 그림 '싸우는 소'(1954년 작)는 있는 힘을 다해 맞서 싸우는 두 소의 격앙된 표정이 잘 표현돼 있다. 조선 태조실록에도 '태조가 함주(咸州)에 있을 때 큰 소가 서로 싸우는데, 여러 사람들이 이를 말렸으나 되지 않으므로 혹은 옷을 벗고 혹은 불을 태워서 소에게 던졌으나 그래도 저지되지 않았다'라고 전해진다. 소싸움은 황소 두 마리가 맞붙어 양보 없는 승부를 겨루는 시합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법적으로 허용된 동물 격투기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시대 때 전쟁에서 이긴 뒤 마련된 축제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설 등 다양한 주장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명맥이 끊겼다가 1970년대 부활했다. 전용 경기장이 있는 경북 청도의 소싸움이 유명하다. 예로부터 청도에선 '정월 씨름, 팔월 소싸움'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됐다. 최근 청도 소싸움 경기에 100차례 출전 기록을 달성한 싸움소가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문화재청은 최근 소싸움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민속놀이로 소싸움이 갖는 의미와 역사를 짚어보는 것은 물론 소싸움을 둘러싼 동물 학대 논란 등도 살펴본다. 앞서 소싸움은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 지정을 위한 조사 대상에 포함됐으나 반대 여론에 부딪혀 보류됐다. 주관적 견해이지만 대한민국 소싸움은 적어도 스페인 투우처럼 잔인하지는 않다. 소를 일부러 죽이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역사성도 충분한 만큼 국가무형문화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창호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선거의 공식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정립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불변의 공식이다. 선거에도 거의 정형화된 공식이 있다. 이를테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는 승리 방정식으로 통한다. 마크 트웨인이 말했던가.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흐름은 반복된다"고. 선거 역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4·10 총선도 그 흐름을 비켜가지 않았다. # X맨 많으면 진다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을 일컫는 X맨은 SBS의 심리 추리 버라이어티 'X맨'에서 유래한 조어다. 지난 총선의 X맨은 누굴까. 국민의힘 지지율의 변곡점은 황상무 '회칼 테러' 겁박과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불거지면서다. 거기에 '대파 875원' 소동까지 가세했다. 결정적 순간에 대통령실이 민감하고 불리한 이슈를 생산한 셈이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윤석열이었다."(김경미 섀도우캐비닛 공동대표)방어기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수정 전 국민의힘 후보는 허접한 논리로 대파 사태를 옹호하려다 외려 불씨를 확산했다. 선관위는 "대파 투표장 반입 금지" 결정을 내리며 '대파 모자'로 선거를 희화화한 야당 전략에 말려들었다. X맨들이 바통을 받아가며 불리한 이슈를 재점화했다.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대파 파동은 고물가와 연계되며 파괴력을 키웠다. 대파와 '런종섭' 사태로 국민의힘이 족히 20석은 날렸을 법하다. "대파 때문에 총선에서 대파 당할 것"이라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힐난이 맞아떨어졌다. # 원심력 약하면 진다영남당·강남당·부자당·노인당으로 웅변되는 국민의힘의 구심력은 꽤 괜찮은 편이다. '개딸'과 4050, 호남이 받쳐주는 민주당 못잖다. 아킬레스건은 원심력이다. 수도권, 2030, 서민·중산층, 중도·무당층으로 뻗어 나갈 원심력이 부족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한계도 원심력이다. 팬덤에겐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지만 외연 확대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콘크리트 지지층의 절대다수는 60대 이상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쳐내고 안철수와 나경원을 무력화하고 유승민을 배제함으로써 우군의 영토를 좁혔다. 총선도 한동훈 원톱 체제였다. 지난해엔 친윤 당 대표 옹립을 위해 '당원 100% 룰'을 만들며 스스로 확장성을 차단했다. 총선 패배는 '친윤 순혈주의'에 집착한 폐쇄성의 후과일지 모른다. 국민의힘 낙선자 대회에서 쏟아진 성토에도 묘한 기류가 읽힌다. "용산과 단절하라." "당원 100% 룰을 고쳐라." 원심력을 강화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선거는 상대평가다"목련꽃 피면 김포는 서울에 편입될 것".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공약은 달콤했으나 현실성이 없었다. 목련꽃은 벌써 졌건만 서울 편입은 더 가물가물해졌다. 괜히 야당에 공격의 빌미만 제공했다. '지르고 보는' 공약의 역설이다. 약체 민주당에 패배했다는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친명횡재 공천에다 궁중애로 전문가 김준혁 후보의 막말 시리즈, 양문석 후보의 사기 대출로 구설이 끊이지 않은 민주당에 졌다. 한동훈이 '범죄자 집단'으로 지칭한 사람들에 대패했다. 선거는 상대평가다. 유권자는 때론 차악을 선택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더 밉보였다는 방증이다. 패배 루틴을 혁파해야 차기 선거에라도 기회가 열린다.논설위원
[자유성] 소나무재선충병
대표적 침엽수인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가운데 하나다. 좁은 의미로는 한국을 비롯, 동아시아와 러시아 동부에서 자생하는 적송을 가리킨다. 고문서나 고서화 등을 통해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고 애국가에도 나올 정도로 친숙하며 지조와 의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을 만큼 넓은 분포도를 자랑하지만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수십 년째 숙지지 않으면서 국토 곳곳의 소나무가 신음하고 있다.재선충이 소나무를 갉아 먹으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가 막히게 된다. 솔가지의 초록빛은 적갈색으로 변하며 보통 3개월 이내 시들고 말라 죽는다. 재선충이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1988년 이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까지 잘려 나간 피해목이 1천500만 그루가 넘는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재선충병 유행 극심단계인 대구·포항·밀양 등 6개 지역이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돼 집중 관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산림청은 그동안 소나무재선충병 생태특성 파악과 진단부터 방제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 단계별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실제로 피해지역 18개 시·군·구가 청정지역으로 전환되기도 했으나 기후변화와 잦은 산불 등으로 인한 확산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소나무류의 밀도가 높고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종전환을 본격 추진키로 방침을 정했다. 점차 사라지는 소나무가 아쉽고 안타깝긴 하지만 건강한 산림 조성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장준영 논설위원
[영남타워] 정호승문학관 개관 1년, 무엇이 달랐나
SNS에 올라 온 영상에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반가운 이들이 보였다. 일흔을 훌쩍 넘긴 정호승 시인과 서른 중반의 고명재 시인, 두 시인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호승 시인은 부연할 필요가 없다. 고명재 시인도 덧붙일 필요가 없을 만큼 요즘 시단에서 주목받고 있다. 볼륨을 높이고 두 시인이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정호승 시인의 작품을 주제로 두 사람의 질문과 답이 오갔다. 오가는 대화도 흥미로웠지만 원로시인과 젊은 시인이 나란히 앉은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영상은 정호승문학관 개관 1주년 행사 중 하나로 마련된 북토크였다. 행사에 초대받았지만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었는데, 영상으로나마 달랠 수 있었다.대구 수성구 범어천변에 정호승문학관이 문을 연 지 1년이 지났다. 문학관이 들어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작은 2016년 '수선화에게'를 새긴 범어천의 '정호승 시비'부터였다. 당시 일부에서는 '대구 출신도 아닌 시인의 시비가 말이 되느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문학관 조성도 그 연장선에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무척 안타까웠다. '대구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폐쇄적인 사고가 불편했다. 그런 주장이 되레 대구를 스스로 고립시키는 듯했다.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정호승문학관은 외관부터 남달랐다. 외벽이 온통 진한 황톳빛이다. 멀리서 봐도 시선이 갈 만큼 인상적이다. 황톳빛 외벽은 범어천 둑 위로 흘러넘쳤던 황톳물 색깔을 상징화한 것이다.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낸 정 시인은 둑 위로 넘치는 범어천 황톳물을 보며 자연을 배우고 인간을 이해했다고 한다. 시인의 꿈도 범어천에서 키웠다. '범어천이 내 시의 고향이자 내 문학의 모성적 원천'이었다고 시인 스스로 이야기하는 까닭이다.사견이지만, 정호승문학관 1년은 '문학관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건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죽어있는 문학관'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 달에 한번 마련된 독자와의 만남 시간에는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매달 개근하는 독자도 여럿이었다. 무엇보다 개관 이후 정 시인은 부지런히 서울과 대구를 오갔다. 최근 문학관을 재정비할 때는 거의 매일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전시장을 꾸미는 시인의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독자들은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에서 시인을 만날 수 있었고 소통할 수 있었다. 생존 시인의 문학관이 왜 더 빛을 발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정호승'의 이름을 내건 문학관이지만 사실상 '독자와 대구시민의 문학관'인 점도 남다르다. 전국의 문학관 구성이 대부분 작가 위주이지만 정호승문학관은 독자와 시민 중심이다. 실제 지난 1년간 문학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쉼 없이 열리면서 연일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시인들의 시집이 전시된 1층 북카페에는 '마실 나오듯' 들른 주민들로 가득했다. 덩달아 정호승 시인의 시 제목을 딴 '낙타 커피'는 시그너처 메뉴가 됐다. 지하 다목적 공간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강연과 콘서트 등이 수시로 열려 북적거렸다. 이 모든 것이 작가 스스로 권위를 내려 놓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모습으로 보인다.정 시인 역시 지난해 필자와 만났을 때 "정호승문학관은 수성구민의 문학관이면서 대구시민의 문학관이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정호승문학관 1년,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되고 있다. 백승운 문화부장백승운 문화부장
[취재수첩] 일본의 끊임없는 독도도발 영유권 강화로 대응해야
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4년도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가 역사적·법적으로 자국의 영토임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문서에는 "독도는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상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으며, 일본 외무성은 이와 관련해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서도 일본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외교청서는 일본이 매년 4월에 발간하는 공식문서로, 전년도의 국제정세와 자국의 외교활동을 종합적으로 기록한다. 2008년부터 시작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은 올해로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미바에 다이스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도 곧바로 불러들였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정부는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어떠한 주장도 우리 주권에 하등의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라며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해 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와 규탄 성명발표 등 단호한 대응 방침을 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들이 실질적으로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일본의 왜곡된 외교청서 채택에 맞서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영유권 강화가 답이다. 정부는 이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다. 또 일본의 침략 역사를 알리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올해 예산 부족으로 운항에 차질이 예상되는 독도평화호의 예산 증액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지지부진한 독도 방파제, 종합 해양과학기지 건설을 조속히 추진하길 바란다. 독도 영유권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경북도와 울릉군에 과감히 위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본이 그들의 역사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도 말로만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기보다 독도가 왜 우리 영토인지, 일본의 주장이 왜 잘못됐는지 쉽고 명료하게 교육 현장에서 가르쳐야 한다.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영남시론] 다 뛰는데 더?
내 봉급이 이렇게 적은 줄 몰랐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생필품 물가에 둔하다. 집보다는 직장에서 외식을 많이 해서 식품 가격이 웬만큼 올라선 이를 잘 체감하지 못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과 한 봉지, 호박 하나 사는데도 손이 떨리고 장바구니에 넣기가 멈칫거려진다. 놀란 가슴에 다른 과일, 채소를 둘러봐도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과일, 채소 몇 개 샀는데 몇만 원이 술술 나간다. 장 보러 가는 발걸음이 이렇게 무거운 적이 있나 싶다.금값인 과일을 막상 먹으면 억울함까지 더해진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맛은 예년만 못하다. 잦은 비와 흐린 날씨에 일조량이 줄어 과일 당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일 먹던 과일을 딱 끊을 수도 없고. 집에 과일 좋아하는 이가 있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이 덜 오른 과일 위주로 산다. 가격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필수다. 먹고 싶은 과일 사는 내 권리는 사라졌다.그럴 만도 하다. 통계청의 '3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로 주춤하더니 2월에 3.1%로 올라선 뒤 2개월째 3%대다. 농축수산물이 전체 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특히 사과, 참외 등 과일값이 급등했다. 과일값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플루트 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오죽하면 과일값이 너무 올라 냉동 과일이나 수입 과일을 사 먹는 가정이 늘었다고 할까. 마트에선 냉동·수입 과일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 파인애플과 망고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파인애플은 44%, 망고는 114%나 수입량이 급증했다. 빡빡해진 살림살이에 이런 알뜰구매 방법으로나마 구매 부담 완화에 나선 주부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목표치를 2.6%로 잡았다. 이 추세라면 목표 달성은 힘들어 보인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치킨부터 버거, 김, 과자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공공요금마저 오를 가능성이 크다.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분석이다. 국민의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우선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야기된 중동발(發) 전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들썩인다.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고물가에 신음 중인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중동산 오일' 의존도가 높아 더 걱정이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물가가 뛰면 소비자 지갑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선거 전부터 먹거리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던 정부로서는 중동발 리스크가 대형 악재다. 모처럼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려던 국내 경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산업 전반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대통령의 '대파 875원' 논란에서 보듯, 물가는 민생의 기본이다. 코로나 사태 후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눌러온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대통령이 총선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 몇 배로 더 각고의 노력하자"며 물가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여·야도 일촉즉발의 위기를 직시하고 합심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김수영 편집국 부국장김수영 편집국 부국장
[자유성] 농촌살리기
소멸 위기에 놓인 자치단체는 온갖 방법으로 살아남으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농어촌이기에 귀농·귀촌 정책을 주로 펼치지만, 인적 자원을 갖춘 곳은 마을 단위로도 특색 있는 활로를 찾는다. 마을기업이나 영농조합,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잘사는 마을을 만들자는 것이 공통된 목표이기도 하다.최근 문경에서 소생활권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작은 포럼이 열렸다. 전국적으로 건실한 마을 만들기에 성공한 대표자와 농촌개발 전문가들이 모여 문경시가 추진하는 호계·산양권역 활성화에 필요한 이야기를 했다. '마을 소득 증가로 인구소멸 위기 극복 행복 도시 건설'이라는 조금 거창한 타이틀을 내걸었다. 관심 있는 주민들이 짧지 않은 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했다.가까운 의성의 행복의성지원센터와 멀리 경기도 포천의 장독대마을, 충북 영동의 도마령체험마을 관계자들도 달려와 자신들의 경험과 비결을 알려줬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제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과 시작단계부터의 주민 참여를 강조했다. 이 마을들의 공통점은 인적 구성이 비교적 다양한 연령대라는 점이다. 주민들을 이끌고 마을 발전을 기획할 아이디어를 낼 젊은 층이 존재한다.이에 비해 대부분 농촌은 매우 고령화한 현실이어서 마을을 변화시킬 인적 동력이 절대 부족하다. 또 증가하는 다문화 인구를 끌어안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귀농의 인력을 유인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 마을을 지키는 주민들이 더욱더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쨌든 활력을 되찾은 마을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동대구로에서] 영남일보마라톤을 즐기는 법
대한민국 마라톤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이봉주가 2시간 7분 20초로 한국기록을 쓴 뒤 24년째 소식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은 마라톤 공화국이다. 전국에서 열리는 대회만 300개가 넘고, 마라톤 인구가 70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었다. 그 수많은 러너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뜀박질을 하는 걸까. 그 이유를 헤아릴 수 있는 뉴스가 최근 보도됐다. '수육 마라톤'. 요즘 인기가 뜨겁다. 서울 금천구에서 주최하는 건강달리기 대회인데, 단돈 만원만 내면 달리기는 기본, 수육과 두부김치, 막걸리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다음달 하순에 열리지만 벌써부터 티케팅 오픈런이 예고됐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얼마전, 금천구육상연맹 홈페이지가 접속자 폭주로 일시 차단됐다. 인기의 일등공신은 단연 수육. 올해로 20회를 맞은 나름 전통있는 마라톤대회지만 완주나 기록에 집착하지 말고 달리는 즐거움을 발견해보자는 취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불굴의 마라톤 정신에는 다소 '위배'될지 몰라도 일단 재밌을 것 같다.롯데물산이 최근 잠실 롯데타워에서 개최한 '수직마라톤 대회'는 어떤가. 이름처럼 이 마라톤은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 123층까지 2천917개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2017년 시작했는데, 올해는 2천200여 명이 몰렸다. 82세 최고령 참가자는 매일 도봉산 정상을 밟은 실력으로 도전장을 냈고, 다섯 살 아이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1시간 2초를 걸어 2천917개 계단을 꼬박 올랐다. 19분대 기록을 낸 대회 우승자는 "내년에는 18분대로 단축하겠다"고 호기롭게 소감을 전했다. 대회 참가비 전액은 어린이재활센터 건립 기금으로 사용된다니 의미도 깊다. '소확행'의 대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의 에세이 모음집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에서 "기록이야 어찌 되었든 42㎞를 다 뛰고 난 뒤에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마시는 맥주의 맛이란 그야말로 최고다. 이 맛을 능가할 만큼 맛있는 것을 나는 떠올릴 수가 없다"고 적었다. 더구나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42㎞라는 아득한 거리를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어떨 때는 지극히 정당한 거래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하루키의 마라톤은 그가 사랑하는 맥주, 재즈와 함께 그의 소확행을 완전하게 실현시켜줬다. 5월 19일 개최되는 제17회 영남일보 국제 하프마라톤대회는 처음으로 'NFT(대체불가토큰) 디지털 기록증'을 발급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개념조차 낯설지만, 카카오톡 전자지갑에 뱃지를 부여하는 일종의 '온라인 메달'이다. 실물 기록증이나 메달과 달리 디지털 파일로 보관돼 분실, 훼손되지 않는다. 완주 기록이 담긴 NFT 기록증이 차곡차곡 쌓이면 자신만의 객관적인 마라톤 역사를 작품처럼 소장할 수도 있겠다.요즘 젊은 친구들은 GPS(위성위치확인시템) 스마트워치로 달린 구간을 지도로 만든단다. 'GPS 아트'란 고급스런 명칭도 붙였다. 그냥 달리기 보다 사소한 의미를 부여해 달리는 즐거움을 더욱 확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월19일이라면 5.19㎞를 달리는 식이다. 젊은 러너들의 달리는 즐거움 리스트에 NFT 기록증이 하나 더 추가되어도 재밌을 것 같다. 이효설 체육팀장
[자유성] 살충제 벚꽃
송홧가루가 날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맘 때 송홧가루에 살충제가 잔류, 인체에 해롭다는 보도가 이어졌었다. 수간주사로 주입한 소나무재선충 예방약이 송홧가루에 잔류하는데 이것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다 호흡기를 통해 사람들의 체내에 침투, 건강을 해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벚나무살충제다. 며칠전 한 방송사가 벚나무 수간주사 방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를 끼치는 벌레를 잡기 위해 수간주사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를 벚나무에 주입하는데, 이 농약 성분이 꽃에까지 전달돼 꿀을 빠는 벌들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벚나무에는 해충이 유난히 많이 발생한다. 벚나무모시나방·벚나무깍지벌레·벚잎혹진딧물 등 벚나무 이름이 들어가는 벌레뿐만 아니라 수종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매미나방·미국흰불나방을 비롯한 온갖 해충이 달려든다. 이런 해충들은 극성이어서 일 년에 몇 번씩 농약을 살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살충제 살포는 당해년도에는 효과가 있으나 그 때 뿐이다. 해마다 농약살포를 반복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로수를 관리하는 지자체는 좀 더 효과적인 방제를 위해 수간주사를 놓는다. 수간주사는 살충 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농약 살포로 인한 민원이나 공해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손 쳐도 꽃이 피어 있고 잎은 나오기도 전에 살충제를 주입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의 살충제 송홧가루에 대해서는 산림청과 학계가 큰 문제가 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살충제 벚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지금은 해를 넘길 때 마다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벌들의 위기'가 아닌가?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김기억 칼럼] 중선거구제 도입하자
22대 총선이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이 났다. 보수 계열 정당이 총선에서 3연패 성적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불통, 여당의 공천 혁신 미흡, 선거연합 해체(대선 승리를 이끈 이준석 등 일부 세력 배제)에 따른 지지기반 축소 등을 여당의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지금의 여당이 이 같은 패배 원인을 말끔히 털어내고 23대 총선에 나선다면 결과가 달라질까.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의석수는 21대 총선 때부터 고착되는 경향이 있었다. 의석수 차이만으로 선거 결과 참패 여부를 따진다면 지금과 같은 선거구제 아래서는 보수 정당은 참패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번 선거 결과를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자. 전국 254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45.1% 얻어 양당의 득표 차는 5.4%포인트에 불과하다. 단순하게 양당의 득표 차만을 보면 특정 정당이 압승하고 다른 쪽이 참패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반면 의석수로 따지면 민주당 161석(254석의 63.4%), 국민의힘 90석(35.4%)으로 71석 차이로 여당의 참패가 맞다. 득표 5.4%포인트 차이가 의석수에서는 28%포인트 차이로 5배로 벌어진 셈이다. 수도권으로 좁혀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 뚜렷하다. 48석이 걸린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52.2%, 국민의힘은 46.3%를 얻어 득표율에서는 5.9%포인트 차이를 보였지만, 의석수에서는 37석(77.1%)대 11석(22.9%)으로 양당의 차이는 54.2%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경기(60석)에서는 민주당 54.7%, 국민의힘은 42.8%로 11.2%포인트 차이를 보였지만, 의석수는 53석(88.3%)대 6석(10%)으로 78.3%포인트 차이로 격차는 더 컸다. 과연 이처럼 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가 큰데도 선거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한 쪽은 압승의 축배를, 다른 한쪽은 참패의 반성문을 쓰기에 급급하다. 이 같은 기형적 승자 독식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이 시급하다. 현재처럼 1선거구에 1인을 뽑는 소선거구제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그만큼 대표성이 낮다. 실제 2022년 실시된 대구 중구-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6명의 후보가 출마해 22.39%를 얻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정치 무관심을 가져올 사표(死票)도 대량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정 정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협치를 기대할 수 없다. 특정 지역에는 특정 정당 후보만이 당선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1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회 정개특위에서 중선거구제 도입이 논의되긴 했지만, 각 정당과 국회의원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무산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소선거구제를 고집한 여당이 제 발등을 찍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1973년부터 1987년까지 중선거구제가 시행돼 1개 선거구에서 2명을 뽑았다. 현재 기초의원 선거에는 1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정지역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구조를 깨는 것은 물론 특정 정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도 막을 수 있어 협치의 정치 부활도 기대할 수 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정치는 존재 이유가 없다. 국민은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선거구제 개편이다.서울본부장 서울본부장
[자유성] 독서와 삶
우리나라 성인의 60%가량은 연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 조사'(2022년 9월∼2023년 8월)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도서 한 권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인 종합독서율은 1994년 독서 실태조사 이후 가장 낮은 43%였다. 가정이나 직장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많았던 코로나19 시절인 직전 조사연도 2021년보다 4.5%포인트 하락했다. 격년제 조사인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최초에 조사한 1994년에는 86.8%였으나, 30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독서 매체인 전자책이나 듣는 책을 제외한 종이책 독서율은 32.3%에 그쳐 성인 10명 중 7명은 1년에 종이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셈이다. 모든 독서 매체를 합친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2021년보다 0.6권 줄어든 3.9권이었다. 도서 구매량은 종이책 1권, 전자책은 1.2권에 불과했다. 독서 전문가들은 영상 매체의 영향력 증가와 스마트폰 보급 확대를 독서량을 감소시킨 주범으로 보고 있다. 조선 4대 세종은 신하에게 독서 휴가까지 주면서 독서를 권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골치 아픈 국사에서 잠시 벗어나 독서를 통해 학문과 경륜을 넓히도록 배려했다. 생활 속 독서는 삶의 질 향상과 자기 계발과 직결된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안중근 의사),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 주는 진짜 스승이다"(G. 바슐라르),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면서 정신의 음악이다"(소크라테스)라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독서 속담을 곱씹어 볼 때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월요칼럼] 차기 경북대 총장이 될 자질
분수(分數). 분별력 있는 판단과 자기 본분에 맞는 처신을 뜻한다. '분수를 지킨다'는 것은 욕심과 무리수(無理手)를 두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분수를 넘어서면 낭패(狼狽)를 보게 된다'고. 총선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들통나 망신을 산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그 예라 하겠다. 전언에 따르면 요즘 홍 총장은 시쳇말로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다. 하기야 무슨 염치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나. '돛단배'(경북대)를 버리고 '크루즈선'(국회)에 옮겨 타려 한 꼴이었으니. 분수를 지키지 못해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린 과오는 두고두고 세인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어쩌겠나 자업자득인 것을. 못내 안타까운 것은 총장의 한순간 과욕과 오판이 갈수록 더한 경북대 위상 저하에 기름을 부었다는 점이다. 이젠 공허한 얘기가 됐지만, 오래 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못갈 바엔 경북대 가는 게 낫다"라는 말이 있었다. 지방 국립대 가운데서 제일로 쳤다. 적어도 다른 '인 서울(In Seoul) 대학'은 굳이 기를 쓰고 갈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인 서울' 간판을 따지 않아도 인생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인 서울 블랙홀'이 생기기 전까진 그랬다. 작금 경북대의 처지는 어떤가. '인 서울 대학'을 가기 위한 경유지가 된 지 오래다. 전국 지역거점 국립대의 중도 이탈 학생(2020~2022년 2만5천여 명·국감 자료) 가운데 경북대생(3천400여 명)이 가장 많았던 적도 있다. 자퇴 사유는 대부분 '인 서울 도전을 위해서'였다. 과거 안중에도 없었던 서울지역 중하위권 대학보다도 존재감이 없는 신세가 됐다. 이젠 대구권 다른 사립대들도 경북대를 더 이상 넘어서야 할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 대학 학생들에게 경북대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뭔 소리냐"는 반응이다. 다른 대학이 부지런히 경쟁력을 제고하는 사이 경북대는 '수도권 블랙홀' 탓을 하며 안주했다.홍 총장의 조기사퇴 뜻에 따라 차기 경북대 총장 선거가 오는 6월25일 치러진다. 10여 명의 교수가 경쟁 중이다. 누가 적임자인지 아직 판단이 서질 않는다. 차기 경북대 총장이 될 자질은 무엇인가. 우선, 차기 총장은 '폴리페서(정치 성향의 교수)'가 아니어야 한다. 또다시 정치판을 기웃거릴 인물이 총장이 된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 몫이다. 재학생을 지키는 일에 남다른 아이디어와 열정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인 서울 블랙홀은 불가항력'이라고 믿는 이는 자격 미달이다.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이 학교를 믿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당당히 '우리의 경쟁 상대는 SKY'라는 담대한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차기 총장은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혁신이 불가피한 경북대다.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 이를 감내하며 차기 총장은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누가 되든 여하한 희생과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결코 폼 잴 자리가 아니다. 마침 지난주 경북대가 '글로컬대학'에 예비 지정됐다. 차기 총장은 8월 말 '최종 지정'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대학의 명줄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경북대엔 그런 리더십을 갖춘 총장이 필요하다. 이창호 논설위원이창호 논설위원
[미디어 핫 토픽] 푸바오를 사랑하는 법
2020년 7월20일 국내 첫 자연 번식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태어났다.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많은 국내외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지난 3일 멸종 위기종인 푸바오는 보전 협약에 따라 중국으로 반환됐다. 중국으로 옮겨지는 날에는 수많은 팬이 에버랜드를 찾아 푸바오가 떠나는 길을 배웅해줬다. 푸바오는 사육사들과 남다른 관계성을 보이며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강철원 사육사와 팔짱을 끼고 데이트하는 영상은 조회수 2천400만회를 넘어서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남편과 사별 후 잠을 잘못 자던 A씨가 푸바오 영상을 본 후 마음이 편해져 불면을 극복했다는 일화, 푸바오를 만나고 나서 시험관 수술에 성공했다는 사연 등도 화제가 되고 있다.푸바오가 떠난 후에도 관심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민참여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는 "중국 반환된 판다 푸바오를 서울시대공원에서 관람할 수 있게 배려 부탁합니다"라는 시민 제안이 올라왔다. 여행사에서는 푸바오 관련 상품을 출시 중이다.그러나 푸바오를 향한 과한 애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푸바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공유됐다. 사진에는 '오후 2시26분, 푸바오가 격리실 외부로 나왔다'는 문구가 함께 달렸다. 해당 사진들은 대부분 몰래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푸바오의 영상과 사진이 공개됐다. 사육사가 푸바오에게 사과를 몇 개 주는지, 푸바오의 배변량은 어떤지, 사육사에게 학대당하지 않는지 등을 확인해 공유했다. 이러한 행동에 온라인상에서는 "푸바오 소식을 알려줘서 감사하다"와 "사육사에 대한 과도한 감시이며 푸바오 안정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최근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상상대로 서울'에 오른 민원에 대해 "서울대공원도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감에 따라 많은 시민이 마음 아파하시는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푸바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봤을 때, 푸바오가 앞으로 지내게 될 중국 내 환경에 잘 적응해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라고 답변했다.푸바오를 사랑한다면 앞으로 환경에 잘 적응하기 바라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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