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차기 경북대 총장이 될 자질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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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2 06:58  |  수정 2024-04-22 06:59  |  발행일 2024-04-22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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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논설위원

분수(分數). 분별력 있는 판단과 자기 본분에 맞는 처신을 뜻한다. '분수를 지킨다'는 것은 욕심과 무리수(無理手)를 두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분수를 넘어서면 낭패(狼狽)를 보게 된다'고. 총선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들통나 망신을 산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그 예라 하겠다. 전언에 따르면 요즘 홍 총장은 시쳇말로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다. 하기야 무슨 염치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나. '돛단배'(경북대)를 버리고 '크루즈선'(국회)에 옮겨 타려 한 꼴이었으니. 분수를 지키지 못해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린 과오는 두고두고 세인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어쩌겠나 자업자득인 것을.

못내 안타까운 것은 총장의 한순간 과욕과 오판이 갈수록 더한 경북대 위상 저하에 기름을 부었다는 점이다. 이젠 공허한 얘기가 됐지만, 오래 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못갈 바엔 경북대 가는 게 낫다"라는 말이 있었다. 지방 국립대 가운데서 제일로 쳤다. 적어도 다른 '인 서울(In Seoul) 대학'은 굳이 기를 쓰고 갈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인 서울' 간판을 따지 않아도 인생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인 서울 블랙홀'이 생기기 전까진 그랬다.

작금 경북대의 처지는 어떤가. '인 서울 대학'을 가기 위한 경유지가 된 지 오래다. 전국 지역거점 국립대의 중도 이탈 학생(2020~2022년 2만5천여 명·국감 자료) 가운데 경북대생(3천400여 명)이 가장 많았던 적도 있다. 자퇴 사유는 대부분 '인 서울 도전을 위해서'였다. 과거 안중에도 없었던 서울지역 중하위권 대학보다도 존재감이 없는 신세가 됐다. 이젠 대구권 다른 사립대들도 경북대를 더 이상 넘어서야 할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 대학 학생들에게 경북대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뭔 소리냐"는 반응이다. 다른 대학이 부지런히 경쟁력을 제고하는 사이 경북대는 '수도권 블랙홀' 탓을 하며 안주했다.

홍 총장의 조기사퇴 뜻에 따라 차기 경북대 총장 선거가 오는 6월25일 치러진다. 10여 명의 교수가 경쟁 중이다. 누가 적임자인지 아직 판단이 서질 않는다. 차기 경북대 총장이 될 자질은 무엇인가. 우선, 차기 총장은 '폴리페서(정치 성향의 교수)'가 아니어야 한다. 또다시 정치판을 기웃거릴 인물이 총장이 된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 몫이다. 재학생을 지키는 일에 남다른 아이디어와 열정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인 서울 블랙홀은 불가항력'이라고 믿는 이는 자격 미달이다.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이 학교를 믿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당당히 '우리의 경쟁 상대는 SKY'라는 담대한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차기 총장은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혁신이 불가피한 경북대다.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 이를 감내하며 차기 총장은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누가 되든 여하한 희생과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결코 폼 잴 자리가 아니다. 마침 지난주 경북대가 '글로컬대학'에 예비 지정됐다. 차기 총장은 8월 말 '최종 지정'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대학의 명줄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경북대엔 그런 리더십을 갖춘 총장이 필요하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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